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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신솔 복싱(1)앱에서 작성

TKSGM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02 19: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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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위치한 OO 모델 아카데미.
오늘의 일과가 모두 끝난 시간임에도 연습실의 불만은 환하게 켜져 있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 지망생들은 얼추 다섯 명 이상 되어 보였는데, 모두들 일렬로 선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그리고 그 앞을 왔다 갔다 하며 후배들의 정수리를 째려보는 상아.
이윽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야, 안에서는 담배 피우지 마라."


연습실 벽에 기대선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선아가 주의를 준다.


"아, 씨발. 나중에 방향제 존나 뿌릴 거야. 좀 냅둬."


상아의 막무가내 흡연에 조용히 고개를 젓는 선아.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의자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은 미희였다.
하얗고 긴 다리를 꼰 채 턱을 괴고 일렬로 늘어선 후배들을 바라보는 미희.
그 어색하고 불안한 침묵에 후배 모델들은 침만 꿀꺽 삼키며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너희가..."


미희가 입을 떼자 상아는 선아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왜 지금 집에도 못 가고 이러고 있는지 알아? 아니면... 왜 우리가 화났는지 아는 사람은?"


미희의 질문에 후배 모델들은 아무 말 없이 서있기만 했다.


"씨발년들이. 선배가 묻는데 대답 안 해?"


선아의 무뚝뚝한 목소리에 다들 어깨를 움츠린다.


"씨발년들, 요즘 애들 왜 이렇게 개념이 없지?"


선아의 옆에서 상아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야, 우리 때는 조그만 실수 하나에도 선배들한테 개 털리고 그랬어, 썅년들아~"

"죄송합니다."


그제서야 조금씩 말문이 열리는 후배 모델들.
그 모습에 미희는 기가 찬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거기, 맨 오른쪽 너."


미희의 말에 후배 모델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누가 지목받았는지를 찾는다.
이윽고 자신임을 깨달은 후배 한 명이 덜덜 떨며 대답한다.


"네..."

"연습할 때도 실전같이 해야지. 아까 런웨이 돌면서 실실 쪼개더라?"

"..."

"그리고 가운데 너네 둘."

"네."

"너네들끼리 친한 건 알겠는데, 왜 선배들이 정해준 순서대로 안 서고 누구 맘대로 같이 서서 연습을 해?"

"죄송합니다..."


해이해진 후배들의 태도에 미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다.


"왜이렇게들 개념이 출타했는지... 너네들 잘못인가?"


겁에 질려 잔뜩 움츠린 후배들을 바라보는 미희에게 곧바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님...어떤 천사년이 오냐오냐해줘서 이 모양 이 꼴이 나는 건가?"


미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연습실의 문이 열린다.
상이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담배를 급히 끈다.
헐렁한 운동복 차림의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신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선아와 상아의 입에선 작게 욕이 나왔고, 미희 앞에 늘어선 후배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표정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미희야,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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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신솔.
하지만 그 미소와는 다르게 말투에는 약간의 분노가 담겨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 상황이 약간은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숙이고 킥킥대며 웃는 미희.


"뭐 하고 있었냐니깐."


어느새 미희의 옆까지 다가온 신솔에게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미희.


"보면 몰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건가?"


한순간 달라진 분위기에 신솔은 작게 한숨을 푹 쉰다.


"너네들, 다 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후배들은 신솔의 말에 어물쩍 거리기만 하며 발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야, 누가 눈깔 돌리냐? 대가리 팍 숙여라."

"한 명이라도 움직이면 너네 다 죽는다? 어어, 거기. 움직이지 말라고. 씨발년아!"


조용히 있던 선아와 상아가 옆에서 갈궈대자 후배들은 다시금 팍 움츠린 채 고개만 숙이고 있다.


"야! 너네 다 나가라고! 내가 진짜 화내는 꼴 보고싶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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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신솔의 고함에 후배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신솔과 눈이 마주친 몇몇 후배들이 고개를 약하게 끄덕이고는 발을 떼기 시작한다.
뒤이어 나머지 후배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연습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하!"


후배들이 다 나가자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는 미희.
신솔의 정면에 서서 똑바로 신솔을 바라본다.


"너... 좀 막 나가네, 응?"

"정말로 막 나가는 건 너네들 아냐? 오늘도 애들 연습하고 런웨이 준비한다고 정신없었어. 다들 집 가서 충분히 쉬어야 하는데 그런 애들을 왜 불러서 뭐라고 하는데?"

"아니... 애들이 말을 들어야지~ 우리 처음 왔을 때도 말 안 들으면 남아서 혼나고 그랬잖아?"


벽에 기대선 상아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한다.


"우리 때 그랬다고 지금 애들한테도 그러자는 거야?"

"어차피 우리가... 아니지, 네가 안 해도 걔네들도 나중 되면 똑같이 한다니까? 이런 업계에서 이런 악습은 안 없어지는 거 몰라?"


선아의 말에 신솔이 반박하려 입을 열려는 찰나 미희가 손가락으로 신솔을 꾹 눌러 밀친다.


"너의 그 같잖은 휴머니즘, 짜증난다고. 구역질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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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희야... 우리가 노력하면 바꿀 수 있잖아... 정말 이런 분위기로 갈 거야?"

"참 나... 너는 그렇게 오래 나를 봐오고도 나를 모르냐? 날 막고 싶으면 힘으로 해결해."

"힘으로..."


미희의 도발에 생각에 잠긴 신솔.
과거, 신솔이 이 아카데미에 처음 들어왔을 땐 미희 말고도 동기가 더 많았다.
다들 힘든 시기를 버텨내면서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이기 시작했을 무렵, 선배들에게서 받았던 악습을 타파하고자 노력했던 신솔과 달리 미희는 조금 늦게 들어온 선아, 상아와 함께 어울려 다니며 후배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던 중 신솔이 아카데미 대표 자격으로 해외 패션쇼를 나갔을 때, 미희와 한 기수 후배 호영이 사이에서 트러블이 생기고 말았다.
미희는 호영에게 복싱 내기를 걸었고 마른 몸매임에도 힘에 자신 있었던 호영은 그 도발에 응했다.
그러나 결과는 미희의 승리로 끝났고, 처참하게 져버린 호영이는 다음날부터 아카데미를 나가 잠적해버렸다.
귀국하고 나서야 다른 후배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신솔은 그때부터 미희 몰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끼던 후배를 잃은 슬픔과, 언젠가 이 아카데미에서 미희를 몰아낼 기회를 잡기 위해.


"그래, 힘으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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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솔이 미희를 노려보며 말하자 미희도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우리 솔이. 생각보다 화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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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희는 뒤에 서 있던 선아와 상아에게 시선을 준다.


"너네도 할 거지?"


미희가 가볍게 잽을 날리는 동작을 취하자 둘의 대화를 듣지 못했던 선아와 상아도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지?"

"상관없어."

"좋아. 그럼 30분 뒤 옆 건물 3층 복싱장에서 봐."


———


모델 아카데미가 있는 빌딩 바로 옆 건물 3층에는 오래된 복싱체육관이 있다.
애초에 아는 사람만 다니는 폐업 직전의 체육관이었지만 체육관 관장과 아카데미가 있는 빌딩 건물주 사이에 인연이 생기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건물주는 아카데미 학생들이 가끔씩 체육관에서 운동을 좀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 임대료 감면을 내세웠고, 원장님의 선발로 미모가 뛰어나거나 몸매가 특출난 모델들 몇몇이 체육관에 들러 기초적인 운동을 하곤 했다.
스트레칭이야 아카데미에서도 다 할 수 있는 일들이라 모델들은 남자들만 득실한 체육관에 가는 걸 싫어했지만 미희와 신솔만은 달랐다.
평소에도 복싱을 즐겨 했던 미희는 이참에 체육관을 이쪽으로 옮겨가면서까지 열의를 보였고, 그런 미희에게 복수를 다짐하던 신솔도 체육관을 자주 다니며 기초적인 훈련을 받았다.


"어, 왔어?"


잠겨있을 거라 생각했던 문이 열리고 미희가 신솔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선아와 상아도 그 뒤에서 각자 손에 맞는 글러브를 끼는 듯했다.


"마침 오늘 회식이 있어서 체육관이 비었다네? 오늘이 정말 날이긴 한가보다."


회원 수의 폭발적인 증가와 미희의 타고난 재능 덕에 체육관 관장은 미희를 특히 아꼈다.
평소에도 시간 날 때 언제든지 와서 운동할 수 있도록 열쇠까지 준 모양이었다.


"그런 옷 입고 할거야?"


여전히 신솔의 몸을 감싸고 있는 헐렁한 운동복을 지적하는 미희.
미희는 이미 검은색의 탱크톱에 늘씬한 하체를 부각시키는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도 갈아입어야지."


탈의실로 들어가 링에 설 때 입던 옷으로 갈아입는 신솔.
검은색 브라와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짧은 팬츠, 빨간색 짧은 저지를 둘러 지퍼를 잠근다.
신솔이 탈의실에서 나오자 휘파람을 부는 미희.


"이야, 너 평소에 그러고 복싱하니? 남자들이 뻑 갈 만하네."

"주먹으로 보내버리는 게 아니라 몸매로 보내버리나?"


상아의 저질스러운 농담에 반응하지 않고 미희의 앞에 서는 신솔.


"룰은?"

"일 대 일 방식. 항복을 받아내거나 KO 시키면 승리."

"또?"

"우리가 3명이니까... 우리는 언제든 태그 할 수 있어. 그 대신 너에게 3번의 기회를 줄게. 너는 우리 중 1명이라도 이기면 아예 이기는 걸로. 오케이?"

"좋네. 올라가."

"몸 안 풀어도 되겠어?"

"너네 이기는데 몸까지 풀 필요 없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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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방귀를 뀌는 미희를 뒤로 한 채 먼저 링으로 올라가는 신솔.
미희와 선아가 천천히 링 밖으로 서고 상아가 로프 사이로 들어온다.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포기해."


미희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신솔을 도발한다.
그러나 신솔도 지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맞선다.


"얕잡아보면 안 될걸."


링 위에 마주 보고 서는 신솔과 상아.


"맨날 우리만 악당 만들고 지 혼자 천사놀이 하는거, 꼴 보기 싫었는데 밟아버릴 기회를 줘서 고맙다."


서로 주먹을 한 번 맞대고는 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벌린다.
신솔은 상아의 도발에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응수한다.


"씨발."


상아의 오른팔이 쭉 뻗어나갔지만 신솔은 어깨를 비껴가듯 대 가드를 해낸다.
첫타에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다는 생각에 상아는 난잡하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미희나 신솔과는 다르게 전문적으로 복싱을 배워 본 적 없는 상아의 공격은 위력적이지 않았지만 예측을 힘들게 했다.
나름 주먹을 많이 휘둘렀다고 생각했지만 신솔의 가드에 모두 막힌 상아는 더욱 약이 올라 팔에 힘을 주고 속도를 올린다.
무차별적인 주먹세례에 침착하게 가드를 하던 신솔은, 순간적으로 왼쪽에서 날아오는 상아의 라이트 공격을 막지 못하고 뺨에 유효타를 허용한다.


"윽...!"


위력은 약했지만 가드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뒤로 쑥 빠지는 신솔.
그리고 드디어 손맛을 본 상아는 우쭐거리며 신솔을 도발한다.


"맞아보니까 어때? 존나 아프지?"


신솔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자세를 잡으며 말한다.


"여태 이런 주먹 휘두르면서 애들 혼냈어? 너도 참..."

"뭐? 씨..."


신솔의 도발에 쉽게 넘어간 상아가 신솔에게 달려들려 할 때 선아가 상아의 등을 툭툭 친다.


"터치. 넌 이제 빠져."

"씨발, 뭐야? 내가 이 년 끝장낼 수 있다고."

"너야말로 뭐냐? 지금 저년 작전에 힘 다 빠졌잖아. 빨리 빠져."


선아가 상아의 어깨를 잡고 뒤로 젖혀버린다.
상아는 그제서야 자신의 팔이 꽤 후들거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린 한 번이라도 지면 아예 끝이야. 정신 차려."


선아의 말에 상아는 그제서야 물러나 링 밖으로 빠진다.


"안됐네."


신솔을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는 선아.


"뭐가."

"난 저런 머저리는 아니라서. 이길 기회가 없어져서 안됐다고."

"너한테 이기면 되겠네."


선아와 신솔은 주먹을 맞대지도 않은 채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이번 대결에서도 신솔은 상대의 선빵을 방어한다.
상아의 무차별적인 공격과는 다르게 선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솔의 빈틈을 찾아가며 공격을 전개했고 신솔 역시 그런 선아의 공격을 가드 해내면서 가끔 카운터 공격을 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둘의 얼굴과 몸이 땀범벅이 된다.


"지쳐 보이네?"

"너도 마찬가지 아냐?"


신솔의 말에 선아는 비웃듯 코웃음을 친다.


"그래? 난 태그 하면 그만이라."


신솔과는 다르게 매우 뽀송뽀송한 상태의 미희가 선아를 태그 하며 링 안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규칙 정한 거, 후회되지 않아?"

"... 한 번만 이기면 되니까."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신솔이 기를 세운다.


"그게 쉽게 될 것 같아?"


실력자답게 빠르고 강한 주먹을 날리는 미희.
신솔은 급하게 팔을 들어 가드를 해냈지만 체력이 떨어진 탓에 살짝 뒤로 밀리며 다리가 휘청인다.
그때 미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솔의 얼굴에 강한 스트레이트를 꽂는데, 신솔을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일격을 허용하고 만다.


"으윽..."


신솔은 간신히 의식을 붙잡고 자세를 다시 잡는다.
하지만 방금의 공격으로 신솔의 코에선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입가에도 피가 터져 나온다.
신솔은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체력을 보전하려 미희와 거리를 벌리며 들어오는 공격을 방어하기에만 바쁘다.


"계속 그렇게 도망만 다닐 거야? 그래서 이길 수 있겠어?"


미희의 도발에도 신솔은 안정적인 가드 자세와 거리 벌리기로 미희의 공격들을 모두 흘려보낸다.


"씨발. 완전 재미없네."


몇 번 정도 더 팔을 뻗어보던 미희는 방어 일색의 신솔에게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링 밖에 있던 선아와 태그를 한다.


"빨리 끝내자. 응?"


방금까지 링 밖에서 신솔의 행동을 모두 지켜본 선아는 빠르게 접근하며 신솔의 행동반경을 줄여나갔다.
신솔은 미희와는 다른 선아의 빠른 공격에 당황하여 급하게 거리를 벌렸는데, 순간 등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아...'


미희와 상아가 서 있던 코너까지 몰린 신솔.
상황을 알아차리고 코너를 벗어나려 할 때, 선아의 빠른 주먹이 신솔을 향해 날아들어온다.
선아의 주먹세례에 얼굴 쪽을 가드 하며 버텨보는 신솔.
그 순간 비어버린 신솔의 복부를 선아가 강한 라이트 펀치로 타격한다.


"커흑!"


배에서부터 전해져오는 강한 충격에 신솔은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다.
가쁜 숨을 내쉬자 피가 섞인 침도 같이 튀어나온다.
선아는 이제 끝내려는 듯 신솔의 머리카락을 잡으려 고개를 숙였다.


"야, 바꿔."


선아의 어깨를 툭 치며 링으로 들어오는 상아.


"씨발년이..."


선아는 나지막이 욕을 뱉으며 신솔에게서 물러난다.


"빨리 나가~ 썅년아. 킥킥."


선아가 툴툴대며 나가는 모습을 만족스레 보던 상아는 쓰러져있는 신솔의 머리를 발로 툭툭 쳐본다.


"야, 빨리 일어나. 아직 다운된 거 아니지?"


상아의 말에 거친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키는 신솔.
처음과는 다르게 팔이며 다리가 전부 후들거리고 있었다.


"자세 잡아라?"


분명 처음엔 약하기만 한 상아의 주먹이었는데, 지금은 하나하나가 신솔에게 아프게 다가왔다.
머리만 가까스로 가드한 채 잔뜩 웅크리며 또다시 코너로 몰리는 신솔.


"아까처럼 내 주먹이 약하다고 해 보시지? 응?"


지금까지 쉬면서 체력을 충전한 상아는 또다시 무차별적인 주먹질로 신솔의 몸 여러 군데를 타격한다.
아까와는 다르게 이미 많은 대미지를 입은 신솔을 서서히 가드가 풀어지며 상아의 공격을 무방비로 맞게 된다.


"허억... 허억..."


그렇게 1분여간 신솔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상아는 다시 숨을 헐떡이며 신솔을 내려다본다.
이미 많은 대미지를 입은 신솔은 링 바닥에 쓰러진 채 초점을 잃은 눈을 하고 있다.


"으으..."


신솔의 매끈한 배는 이미 푸른 멍 자국으로 가득했고 얼굴 역시 피와 침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뭐야, 다운된 거야?"

"카운트 세자. 1, 2, 3..."


세 여자의 카운트가 올라감에도 신솔은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8, 9, 10!"


10을 외칠 때까지 신솔이 일어나지 않자 상아는 기쁜 듯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만끽했고 미희는 쓰러져있는 신솔에게 다가가 땀에 전 머리칼을 쓸어넘겨준다.


"이제 한 번 졌네?"



—————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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