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실성을 부여하려 함. 수입을 예로 들어 보자. 메죽에서 수입을 얻으려면 프로빈스 지역경제에 빨대를 꽂아야 함. 개발도 수치는 단지 지역경제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에 불과해서 그로부터 그냥 돈이 들어오진 않거든. 방법은 크게 2개임. 직접 산업을 소유해서 배당금을 받아가는게 하나, 그리고 세금을 걷는게 다른 하나. 이 방법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빨대를 꽂으면 프로빈스에서 수익을 얻게 됨.

이론은 간단하지만 이걸 실제로 게임에서 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함. 그리고 메죽 개발진들은 각 방법들이 어느 상황에 가능하고 어떤 때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세심하게 조정해 놓았음. 산업을 소유하는 방법을 예로 들어 보자. 산업을 소유하는 방법은 크게 2개임. 직접 돈을 투자해서 산업을 키우거나 아니면 이미 있는 산업을 빼앗거나. 그런데 산업을 키워서 소유하는 방법은 게임 초반에는 효과가 떨어짐. 왜냐면 내가 키운 산업이라고 내가 모두 소유하는게 아니라 프로빈스의 자치도와 부패도에 의해 실소유 비율이 결정되거든. 초반에는 둘다 높아서 열심히 돈을 넣어봤자 다른 특권계층들이 지분을 가져가게 됨. 정경유착을 생각하면 어떤 상황인지 대강 감이 올거임.

그래서 현실적으로 게임 초반에 산업을 더 많이 소유하고 싶으면 그냥 다른 애들이 가진걸 빼앗아야 함. 그런데 산업은 보통 특권계층들이 보유하고 있거든. 보통 농지나 광산은 귀족이, 작업장이나 시장은 상인이 가지고 있음. 그걸 뺏기는걸 걔네들이 되게 싫어함. 특히 뭐 헝가리 같이 귀족 파워가 90%를 넘기는 곳에서 토지개혁을 때려버린다? 한동안 뒷수습에 정신 없게 됨.

이게 왜 그러냐면 특권계층은 국가운영의 파트너이기 때문임. 특히 아직 행정력을 발달시키지 못한 게임 초반에는 더욱 그러함. 세금을 걷고 싶다? 게임 초반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권계층에게 빨대 꽂는거임. 귀족을 예로 들어 보자. 얘네는 강한 권리를 가지고 있을 경우 지역 농민들에게 봉건세금(Feudal Dues)을 부여할 수 있음. 국가는 그러면 다시 그 귀족에게 봉건세금에 대한 세금(Obligation)을 매겨 자기 몫을 가져갈 수 있음. 상인도 지닌 권리에 따라 비슷하게 도시에서 세금을 걷을 수 있음. 국가가 직접 세금을 걷으면 되지 않냐고? 그러려면 관료조직이 필요 함. 중동이나 동아시아 같이 관료조직을 물려받은 지역이 아닌 이상 게임 초반에는 어떻게든 잇몸으로 떼우며 나아가야 함. 그리고 그 잇몸이 바로 특권계층임.

그런데 이 시스템이 돌아가려면 특권계층이 국가에게 충성해야 함. 특권계층이 걷은 세금에서 국가가 자기 몫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챙길 수 있는지는 충성도에 의해 결정되거든. 그런데 토지개혁을 얻어맞은 귀족이 과연 얼마나 국가에 충성할까? 심하면 바로 다음 해에 수입이 반토막나는 꼴을 볼 수도 있음. 

이게 단순히 메죽에선 돈 벌기 어렵다는 얘기가 아님. 국가가 굴러가는 특정한 시스템, 국가운영의 모델이 있다는 얘기임. 왜냐면 국가가 프로빈스에서 수입과 인력을 얻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걸 쥐어짜낼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임. 특권계층은 아무것도 없을 때 사용 가능한 디폴트 옵션임. 자치도에 덜 예민하고 충성도만 관리하면 되지만 결국 그 특권계층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한계를 가짐. 그게 싫으면 관료조직이 있어야 함. 얘는 특권계층이 뭐라 하던 국가가 시키는대로 세금을 걷고 징병을 하지만 쌓아 올리는데 무지막지한 노력이 필요함. 또한 부패도와 자치도를 항상 신경써야 함. 관료조직을 키우면 필연적으로 부패도 역시 상승하게 되어서 그걸 억제할 수단을 갖추어야 함. 그리고 관료조직을 통해 걷는 세금의 효력은 자치도에 예민하기에 열심히 도로와 항구를 건설해야 함.

이런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게임 내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다보면 정말 메죽에서 밖에 가질 수 없는 경험을 가지게 됨. 한 번은 내가 티무르 제국으로 실크로드를 다시 연결한 적이 있었음. 장안에서 비단을 가져와 열심히 팔게 되니 여러 상업도시가 많은 수익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작 자치도 때문에 세금을 걷을 수 없었음. 그래서 고민하다 상인 계층 상호작용으로 관세를 한 번 매겨보았는데 그러자 수입이 폭증함. 왜냐면 이 관세는 상업 수익의 일정 비율을 자치도와 무관하게 그냥 세금으로 걷는 구조거든. 그 효과를 제일 크게 본 곳은 카쉬가르였는데 거긴 월 수입이 1 두캇에서 5~6두캇으로 증가함. 이게 얼마나 큰 거냐면 그 시기 파리/베네치아 월 수입이 2~3 두캇 정도였음.

아니면 그라나다로 이런 상황을 접해본 적도 있음. 그라나다는 도시화 비율이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상태로 시작함. 이러면 문제가 하나 생기는데 귀족들이 군대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단 거임. 왜냐면 귀족은 도시민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거든. 충분히 높은 권리를 가진 상인이여야 도시민 인력을 활용할 수 있음. 보통은 도시화 비율이 10% 내외이거나 아니면 아예 공화국이라서 충분히 높은 권리를 가지고 시작하는데, 그라나다는 특이하게도 둘 다 아님. 그래서 국가 인구의 절반을 인력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시작함. 안 그래도 이미 카스티야와 절망적인 체급차이를 가진 그라나다로서 이는 결코 용납 가능한 상황이 아님. 그래서 개혁을 통해 상인 권리를 높이는게 가장 최우선 목표였음.

나중엔 그라나다로 이런 상황도 겪어 봄. 열심히 카스티야를 쥐어패며 땅을 넓히고 난 다음의 일임. 나라가 크고 부강해진건 좋은데 새로 얻은 영토의 대부분은 매우 강한 귀족을 가지고 있었음. 이러면 나중에 새로운 개혁을 도입하는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내 경우에는 징병제가 제일 문제였음. 징병제를 도입하려면 관료조직이 충분히 강하고 귀족 권력은 충분히 약해야 함. 

이 중 관료조직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어떻게 양성하는데 성공했지만 귀족 권력이 문제가 됨. 왜냐면 이때 나는 군대 대부분을 귀족에게 의존하고 있었거든. 국가 전체에 대략 8만의 인력이 있었는데 그 중 내가 직접 소유한 인력은 1만도 채 안 되었음. 대부분은 귀족이나 상인이 소유하고 있어 걔네한테 부탁해야 얻을 수 있었음. 이게 이런 상황이 된 이유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돈을 들여 훈련시킬 사람이 없으면 인력을 얻을 수 없거든. 그리고 징병제가 없었기에 나는 그 훈련시킬 사람을 확보하는데 큰 애로사항을 겪었음. 무역으로 돈은 썩어 넘치는 상황이라 징병제만 도입하면 바로 대규모 병력을 양성할 수 있는데, 정말 답답한 상황이었음.

그러면 그냥 귀족 권력을 약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때 전체 인력 중 5만을 귀족이 소유하고 있었음. 귀족을 약화시키겠답시고 설치다 충성도가 흔들리게 되면 내 동원능력도 같이 흔들릴게 뻔했음. 그런데 그때 내 북쪽에 카스티야가 아직 살아 있었거든. 카스티야 혼자서 나와 거의 비등한 전력을 동원할 수 있었고 심지어 프랑스와 동맹까지 맺고 있었음. 나도 동맹이 있어가지고 평화가 유지되는 상황이었지만 자칫 삐끗하면 꽤 위험한 그림이 나올 수 있었음. 그리고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징병제가 없어서 (귀족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징병제를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됨.

이런 메죽의 게임성이 얼마나 취향에 맞는가에 따라 결국 메죽을 하게 되는지 여부가 갈리게 되는거 같음. 메죽은 정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걸 경험할 수 있는건 또 메죽 말고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