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ome&no=355858&exception_mode=recommend&page=1 0화

1935년 12월 11일. 워싱턴 D.C.에서의 롱의 연설은 성공적이었다.

모든 이들이 박수를 쳤다. 물론 그 중엔 그저 의례적으로 박수를 친 사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어떤 이는 그의 별명인 "킹피쉬! 킹피쉬!"를 연발하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휴이 롱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로즈 맥코넬(Rose McConnell) - 롱의 비서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루이지애나로 돌아가시죠.

얼 아가씨도 이번 참관이 좋은 경험이 되셨길 바랍니다.

얼 롱(Earl Long) - 롱의 동생

아...네..!

세계 최강대국을 꿈꾸던 미국은 유럽에서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거짓말같이 추락하였다. 대공황은 국가경제와 민생 모두를 나락으로 몰고 갔으나,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이는 별로 없었다.

1928년, 허버트 후버는 '모든 냄비에 닭고기를, 모든 차고엔 자가용을'을 모토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그의 이름 '후버'가 '바보'라는 뜻의 대명사가 되었을 정도였다.

다른 정치인들은 당파싸움과 정경유착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고, 이런 암울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여러 뜻있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다.

휴이 롱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원래 민주당원이었으나, 기성 정치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1934년 뜻이 맞는 이들을 모아 '미국 제일당'을 창당했다.

미국 제일당은 신생 정당이기에 보유한 의석은 별로 많지 않았으나 그의 '영지' 루이지애나와 남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매우 많았으나, 비슷한 포지션에 있는 이로는 기자 출신의 생디칼리슴 운동가 잭 리드가 있었다. 러시아 혁명과 멕시코 혁명, 프랑스 코뮌의 성립을 모두 현장에서 목격한 그는 미국에 생디칼리슴을 도입할 필요를 느끼고 '미국 사회당'을 창당했다. 사회당 역시 많은 의석은 보유하지 못했으나, 시카고를 비롯한 러스트 벨트 지대의 사람들에게 대환영을 받고 있었다.

이제 1936년이 다가왔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때가 되었다. 이 둘 중 한 명이 미국을 뒤흔들어 대통령이 될 것을 두려워한 기성 정치인들은 이들에게 각각 '미국에서 2번째로 위험한 인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저... 근데 언니는 왜 '킹피쉬'라고 불리는 건가요?

워싱턴 D.C. 의회에서 "내가 여기에선 스몰 피쉬지만 루이지애나에 돌아가면 빅 피쉬다" 라는 뜻으로 즉흥적으로 만든 별명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렇지... 이제 남부 대부분 지역에선 빅 피쉬니까 다른 지역 지지도 좀 얻어야 하는데 말이야~

얼 너도 언젠간 정치인이 될 지도 모르니까 별명 하나정도 만들어 두라구. '밀크 탱크' 라든가.

히익.

이윽고 시간은 흘러 1936년 1월 22일.

연초부터 세계를 불안하게 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 가운데,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것은 후버였다.

역시 후버가 아무것도 안 하고 은퇴하고 싶진 않나보군요. 전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가너 와그너 법안을 재도입할 생각인가 봅니다.

그 때는 몰라도 지금은 안 될걸...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협상을 시도해 봐야겠어.

예상대로 법안은 상원에서 막혔고, 후버는 누군가와 타협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후버에게 여러 세력이 접근했고 롱도 그 중 하나였다.

각하, '이걸 법안이라고 내놨냐 미친새끼야?' 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 법안에는 지금 굶주리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조항이 너무 적습니다. 사회보장 조항을 좀 더 확대한다면 저희 미국 제일당이 통과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만...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 미합중국 대통령

이미 말했네. 그리고 이번엔 또 자넨가?

어제는 리드라는 놈이 편지를 보내더니, 아주 사회가 혼란해지니까 힙스터같은 놈들이 날뛰는구만.

네? 힙스터??

자네 당 같이 손에 꼽을 수 있는 의석따리로 대체 뭘 할수 있단 말인가? 자네들 없어도 도와줄 사람은 많네.

썩 꺼지게! 아니면 경호원을 부를걸세.

우으... 힙스터래... 나보고... 우리보고...

결국 후버는 기성 정치인들과의 타협을 선택했고, 결국 2월 3일 후버의 '나의 작은 법안'은 부결로 끝이 났다. 표결 결과, 부결이 가결보다 딱 미국 제일당 상원의원 수만큼 우세했다.

정말 우연히도 그날은 베를린 주식 시장이 붕괴한 날이었다. 수많은 독일의 주식쟁이 소녀들이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당연히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이중 경제 공황'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후버 역시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후버'라는 단어에는 '파산'이라는 뜻도 추가되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고 생각한 후버는 마지막 꾀를 내었다. 바로 세계대전 당시, 지금 캐나다로 망명해 있는 영국 정부가 진 전시 부채의 상환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와 정부 각료들은 내심 머리를 잘 썼다고 감탄하면서 영국에 특사를 파견했다.

그러나 캐나다의 영국 정부가 그걸 상환할 돈이 있었으면 아직도 캐나다에 얹혀살고 있을 리 없었고, 요구는 거절되었다. 특히 격분한 영국 왕 에드워드 8세가 특사의 싸대기를 때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군가가 그린 '해기스로 싸대기를 맞는 후버' 만평이 유행을 탔고, '후버'에는 '싸대기를 맞다'라는 뜻도 추가되었다.

???

야 그거 알아? 우리 옆집에 사는 '후버'가 '후버'한걸 마누라한테 숨겼다가 '후버'당했다는데 엌ㅋㅋㅋㅋㅋ

흑흑...

결국 단단히 삐진 미 정부는 캐나다의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짓을 저질렀고, 이는 효과도 미미했을 뿐더러 '미국이 1936년에 한 가장 졸렬한 짓'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이 시국에 일어난 미국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토론토의 아이스 하키 경기에서 토론토가 승리하자 양국 관객들이 주먹다짐을 하며 폭동이 한차례 일어나기도 했다.

이어서 눈이 녹고, 꽃들이 지저귀고 새들이 피어나는 계절이 왔지만 이런 날에 연방 정부는 돈이 없었다.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범죄가 판을 치고 있었지만 연방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전혀 일하지 않는 경찰과 군인들을 대체할 민병대들이 곳곳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제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 사회당은 시카고를 근거지로 하는 '적위대'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에 질세라 롱 역시 루이지애나에서 민병대 창단식을 가졌다. 미국 제일당의 민병대 이름은 '미닛맨'이라고 롱이 직접 명명했다.

구려요.

?

네이밍 센스가 구리다구요. 독립전쟁이 언제 끝난건지 알긴 해요? 이름에서 워싱턴의 틀니 썩은내가 나는거 같아요.

ㅠㅠ

그건 그렇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어느것부터 먼저 들으시겠습니까?

당연히 나쁜 소식부터 들어야지.

저희 미국 제일당 창립 멤버이신 찰스 코글린 신부의 정치 활동이 금지됐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따라 그의 라디오 활동도 중단될 것 같습니다.

찰스 코글린은 가톨릭 신부로, 직접 방송하는 라디오 방송으로 시민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부패한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을 저격하는 방송으로 모두의 시원한 곳을 긁어주었으나, 점차 '모든 것이 유대 자본주의 때문이다'라는 논리로 흘러들어가면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었다.

생각보다 동요하지 않으시네요.

내 생각에 그 분은 좀 휴식을 가지셔야 할 것 같아. 부패한 정치인과 자본가들은 우리의 타겟이 맞지만, 유대인들은 아니거든. KKK단에 대항해서 라디오 방송을 열었던 분이 그런 사람이 되다니...

그럼 좋은 소식은? 신부님과 라디오 방송을 잃은 것을 상쇄할 만한 것이겠지?

당원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우리 캠페인이 효과를 본 모양입니다. 어제 있었던 4월 18일 뉴저지 특별 선거에서 찰스 린드버그 후보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남부를 제외한 주에서의 최초의 승리예요.

같은 날 있었던 워싱턴 주 선거에서는 사회당의 맥케이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린드버그라고?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한 그 대단한 사람인가?

완벽해! 역시 한 사람이 가니까 다른 사람이 오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

사실은, 오늘 의원님께 잠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직접 관저로 찾아오셨습니다. 한 번 만나보시죠.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 - 전직 비행기 조종사, 뉴저지 상원의원 당선인

안녕하세요, 모든 사람이 왕! 유대인에게 죽음을! 찰스 린드버그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아, 모든 사람이 왕... 그리고.. 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롱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쇼!

린드버그가 쾌활하게 퇴장하고 난 뒤, 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로즈, 우리 당의 강령에 '유대인에게 죽음을' 같은 걸 넣어뒀었나?

왜 자꾸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들어오는 것 같지?

말씀은 이해합니다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닙니다.

게다가 저 찰스 린드버그라는 사람은 지금 미국에서 제일가는 대 스타예요. 의원님보다도 백악관에 더 많이 가 봤을 걸요.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최고의 인맥이자 정보원을 얻었다는 말입니다.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열쇠를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뭔가 많이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 알겠어...

6월이 되었다. 혼란스러운 미국을 한바탕 구워버릴 역사상 최고의 대폭염이 오고 있었고, 미국의 운명을 결정할 대통령 선거가 앞으로 5개월 후에 열리게 되었다.

<현재 목표>

- 휴이 롱의 미합중국 대통령 당선

- 모든 사람을 왕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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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라이히에는 카라의 모든 등장인물이 십덕캐릭터랑 1:1로 매칭되어 있는데 이 연재에서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 인물들을 조금 바꿨음. 여기서 나오는 인물만 언급하자면 휴이 롱, 리드, 후버, 에드워드 8세, 린드버그는 원본 모드 포트레잇 그대로고 얼 롱과 로즈는 좀 더 휴이 롱과 연관이 있는 포트레잇으로 바꿨음

그리고 휴이 롱이 왜 좃본 배박이인지는 나도몰라 조만간 개발진한테 물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