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적으로 지오 구름 본체 별로 안 좋아했어서 루카 안 보려다 나중에 액션 좋다길래 함 봐볼까 해서 봤고

재미 괜찮아서 계속 보기 시작함

오글거리기 딱 좋은 지오 장면들에서 본체 연기 너무 좋았고 화장기도 거의 없는 모습으로 맨날 맞고 구르는 구름이 본체 보면서 호감 생기더라

5,6회 즈음에 계속되는 추적과 주인공들 구르기만 하는게 답답하긴 했어도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의문 같은거

또 인간의 잔인함이 지오가 당하는 걸 통해 너무 슬프게 와닿아서 갤에도 들어오게 됐음

근데 8회에서 얘네 갑자기 애 낳는것부터 이미 서사 망하기 시작했는데

상황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기보단 그전까지 그렇게 선긋던 구름이가 갑자기 응? 

지오의 입장에서 구름이의 존재는 특별할 수 밖에 없었지만

구름이는 글쎄.. 

물론 지오? 좋아할 만 하지. 잘생기고 짠하고 나밖에 모르는데 당연히 끌릴 수 있지

하지만 구름이가 그렇게 선을 긋다 지오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과정의 감정 서사부터 매우 부실했다고 느꼈음

그냥 세상에서 쫓겨서 숨어든 남녀가 서로밖에 없으니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눈맞은 거마냥..

모쏠에 가족을 찾는다는 목적 하나로 일만 하며 살아온 구름이 세상에서 버림받고 쫓겨 극한으로 몰린 상황에서

(물론 지오 자체에 대한 연민이나 호감도 분명 있지만) '그 상황이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선택(지오)을 하게 된 것처럼 그려졌고

결국 구름이 지오에 대해 너무나 얇팍한 믿음을 보이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그 사랑도 그래서 그것밖에 안됐나 보다-처럼 결론나 버림, 결과적으로.

그리고 9회부터는 그냥 할말하않

오히려 분량이 적었음에도 설득력있게 와닿은 러브라인은 이손과 유나였음

사실 추적자 빌런들이라 러브라인 같은 서사를 주는 자체가 뜬금없이 보일 수 있는데도

몇 안되는 짧은 장면들에서 충분히 설득이 있었음

이들은 빌런이지만 원인제공자들이 아니라 이용당하는 도구에 불과해서 역시 가엾은 존재들인데

처음부터 이손이나 유나는 지구 커플처럼 연애 관련으론 세상 모르는 모쏠들은 아니었다는 느낌, 특히 유나

(물론 실제 모쏠이냐 아니냐가 핵심은 아님)

이들은 적어도 지오(실험체로 평생 쫓김)나 구름(부모님을 찾는다는 일념으로 어릴 때부터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음)보다는 

더 많은, 또한 보편적인 세상을 경험했던 존재들이고

그래서 이들은 미션을 끝내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음

다만 이손의 경우 계속되는 지오 추적과 팔 때문에 점점 희망에서 멀어지고 있었지만

철수가 말한 것처럼 '마당 있는 집에서 개도 한 마리 키우고' ..그런 삶- 

그리고 그런 삶으로 돌아간다면 그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아. 원래 그들이 그런 보편적인 삶을 살았던 적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선택했지. 오히려 이손만큼 망가지지 않아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던 유나가 훨씬 적극적으로 이손을 선택하면서

'팔'과 지오에 대한 복수심으로 망가져가던 이손도 유나에게만큼은 다를 수 있었던 거

지오에게 구름은 특별했지만 구름의 감정선 연출이 엉망이 되면서 지구커플의 사랑이 '도피'나 '탈출'로 보였다면

이유커플은 살인을 일삼아야만 하는 지옥 속에서도 나를 인간답게 붙들어주는 '빛'이자 '구원'같은 존재로 서로를 그렸기에

제대로 된 스킨십이나 달달한 연출따윈 없음에도 이유커플이 참으로 애틋하게 맘에 와닿더라

무뚝뚝하기만 하던 이손이 빨리 도망치자고 울먹이는 유나를 안으면서 기절시키는 씬

그리고 데이터를 빼돌려 도망친 유나가 도망자 주제에 늘 창가에 서 있던

그래서 이손을 다시 만났을 때 그래야 나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라고 그렇게 대답하던 유나

이 두씬은 그래도 이 괴작 망드에서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았던 장면들이었어

글이 쓸데없이 길었네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