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트런대회 완주하고 왔다!

유튜브에서 작년 트랜스제주 영상을 몇개 보다보니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이번 동아마라톤 풀코스도 뛰었겠다. 다음엔 100km에서 나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었어. 신청하려면 50km 완주 기록이 필요하다길래 난이도가 쉽다는 tnf100으로 부랴부랴 신청!(근데 이미 트제 100km는 신청마감됨 ㅠ)

50k 대회는 토요일 당일에 시작부터 끝나지만 전날 선수등록을 해야 하더라. 숙소를 어디로 잡아야 하나 하나가 집결지 바로 앞에 1박에 9900원짜리 도미토리가 있길래 거기로 결정. 체크인하고 보니 대회 참가하시는 분들 코스별로 같은 숙소에 넣어주셨더라. 시설은 별로였지만 가격하고 위치 생각하면 잘만했던듯.

출발지에서 몸풀면서 참여하는 분들을 지켜보는데 다들 몸도 날씬하고 탄탄해서 내 몸이 더 비루하게 느껴지더라. 대회 끝나면 다이어트와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어. 50k 참가자들은 셔틀타고 대관령 휴게소에서 시작했는데 화장실 기다리면서 션도 보고 고배우도 보고 운동 유튜버들도 몇 보고 했다. 처음봐서 신기하더라고. 카로는 못봄(1등했음).

CP1까지는 선자령 능선길을 따라가는 코스였고, 날씨와 풍경이 너무 좋았어. 뭐가 그리 급했는지 사진하고 동영상 몇개만 찍고 다시 달렸어.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사진도 찍고 휴식도 취했어도 좋았겠어. 왜냐면 CP2이후에는 뷰라고 부를 만한것이 전혀 없었거든. 이것이 대회구나 하는 분위기에 적응할 즈음 CP1에 도착했고, CP2까지는 평지와 내리막이 대부분이 많았어서 열심히 달렸어. 그덕에 60명 추월(212 > 152). CP3에서는 오르막에서 다 까먹고 내리막에서 다시 달려서 5명을 추월했어.

CP3에서 종점까지 남은 거리는 16.5km, 상승고도는 350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해. 원래의 내 계획대로라면 이 구간에서 신나게 달렸어야 했어. 실제로 '잘하면 7시간 안에도 들어가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CP에서 나왔어. 다만... 로드 구간이었는데 어느새 볕은 뜨거워졌고 길도 달궈지고 있더라. '너무 더운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늘이 정말 하나도 없었거든. 얼마 못가서 바로 걷기 시작했어. 볕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덥게 느껴지더라. 근데 또 뒷목은 으슬으슬한 기분이 드는거야. 몸에 문제가 있는건지, 아니면 더워서 체온을 낮추려는 정상적인 작용인지 모르겠더라. 뛸 힘도 없어져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한시간을 넘게 걸었을까. 드디어 트레일 구간이 보이기 시작했어. 그 말은 숲과 그늘이 있다는 말이지! 바람 부는 곳이 있다면 좀 쉴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지. 그런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어. CP에서 뭘 잘못먹었나 생각할 틈도 없이 빠르게 안좋아졌어. 쉴 곳을 찾아다녔어. 다행히 조금 걸어가니 길 밑에 조그마한 개울이 있더라. 물이 깨끗한지는 모르겠고 너무 힘들어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몸에 물도 뿌리고 했어. 신발 벗고 발도 담그고 몸도 담그고 싶었는데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테이핑 떨어질까봐 못했어 ㅠ

다행히 그렇게 열좀 식히고 나니 컨디션이 아주 조금 괜찮아져서 다시 진행할 수 있었어. 그런데 얼마 못가서 주저앉아버리긴 함 ㅎ... 어떤 무덤가에서 푸욱 쉬었다. 그쪽 둘레길에는 벤치가 없어서 앉을 곳이 없더라고. 자리 바른 곳 찾기가 힘들었음 ㅠ

푸욱 퍼지고 나니 다시 뛰질 못하겠더라. 회복은 어느정도 됐는데도 뛸 생각이 안났어. 나는 왜 여기에 있나. 뛰지도 않을거면 여긴 왜왔나. 애초에 이걸 왜 하고 있나. 재밌자고 하는건데, 지금 이게 재밌나? 기록? 해봤자 선수 할것도 아닌데 빨리 달려서 뭐해? 온갖 잡생각들... 그렇게 터벅터벅 또 한참을 걸었다...

산길이라도 뛸 때는 금방이었는데, 걸으니까 남은 거리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를 않더라. 다시 잡생각에 빠져서 가는데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저희 지금 뛰면 8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어요!". 저는 무리라고. 먼저 가시라고. 응원의 말을 건네고 보내려 했지만 다시 말해주셨어. "당신은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나?... 모르겠다. 다만,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던 상태에서 나 자신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인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같이 뛰기 시작했어. 뛰다 걷다 뛰다 걷다 했지만... 여튼 쭈욱 걸었을 길을 그래도 체력을 짜 가며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완주...!(둘 다 8시간은 훌쩍 넘기긴 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