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도스토옙스키를 상트 페테르부르크적 작가라고 하고 톨스토이를 모스크바적인 작가라고 하는데, 두 도시가 러시아에서 갖는 상징성을 보면 상당히 흥미진진함.

일단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포트르 대제가 물 위에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로, 대부분의 건축물이 석조 건축물로 되어있고 서구 지향적임.

이런 식으로 페테르부르크는 밖으로 뻗어나간 도시이고 전통적으로 "남성"에 자주 비유됨. 당대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기에 관등을 지닌 관리의 도시이자(남성의 직무) 코스모폴리탄적이였던 대도시. 여담으로 페테르부르크인들은 차보다는 커피를 더 선호한다는 이미지 역시 지니고 있음.

반면, 모스크바는 역사적으로 있었던 모스크바 대공국과도 같이 전통적인, 과거의 유산을 지닌 도시, 목가적이고 러시아적인 지주(<>관리)들의 도시로 인식됨.   

목조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고 자연스럽게 밖에서 안으로 파고든 모스크바는 전통적으로 여성으로 비유되었는데, 모스크바는 커피보다는 차를 즐기는 이미지, 교육적인 도시, 자칫 권태로울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평화로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음. 

신랑감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신붓감은 모스크바에서 찾는다는 말이 나온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