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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갤문학] [우갤문학] 그날이 오다.txt앱에서 작성

ㅇㅇ(223.39) 2021.05.20 15:28:20
조회 843 추천 43 댓글 13
														

평범한 날이었다.


아침 지하철은 붐비고, 도로 위는 경적 소리로 가득 찼다.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갑작스레 지구 상공에 나타난 미지의 비행체가 뉴욕과 상하이를 날려버리기 전까진.


지구는 멸망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그들이 보낸 메세지는 단 하나였다.


[우리를 스타크래프트2로 한 판이라도 이기는 자가 있다면 살려주겠다.]


황당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게이머들이 차례차례 승부를 겨뤘다.


그러나,


조성주가 졌다. 세랄이 졌다. 이병렬이 졌다. 조성호가 졌다.


더 이상 나서는 게이머는 없었다. 지구 최강의 스타2 프로게이머들을 완벽하게 농락하는 경기를 보고도 감히 누가 나설 수 있었을까.


"이제 도전자가 없는 것 같군. 끝이다."


그 말과 동시에 하늘에 떠 있는 거대 우주선의 포구에서 파란 에너지가 모여 구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저마다 못다 이룬 소원을 떠올리며 그 구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수많은 군중 사이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외계인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에너지를 발사하려던 포구가 이내 작동을 멈추었다.


"마지막 후보인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인파를 헤치며 서서히 외계인 앞으로 다가왔다.


다소 통통한 체형에 뿔테 안경을 낀 동그란 얼굴, 강민수였다.


그 모습을 하늘에 띄워진 홀로그램으로 본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강민수라고? 마지막 지원자가?"


"진짜 나오는건가?"


그 웅성거림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당장 나가라! 강민수 따위에게 지구의 운명을 맏길 순 없어!"


"맞아! 저 자식은 언제 우승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B급저그라고!"


"저새끼때문에 내가 버린 돈이 집 한채야!"


성난 군중이 강민수 앞을 막아섰다. 한 발자국이라도 나오면 때려죽일 기세였다. 그 모습에 강민수는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멈출지언정 물러서지 않았다.


"조용!"


한 줄기 목소리가 사람들의 불만소리를 가르며 하늘로 퍼졌다.


"저는...민수를 믿습니다."


아기를 안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온 남자는 송병구였다. 송병구는 한 손으론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론 강민수의 어께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주변에 소리쳤다.


"여기 나만큼 민수를 잘 아는 자가 있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 나만큼 민수에게 속아본 자가 있습니까?"


역시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전 민수를 믿습니다."


그 말은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어쩌면 이때까지 송병구가 속았던 수많은 순간들이 바로 이 때를 위해 거쳐야 했던 고난이 아니었을까. 강민수의 앞을 가로막던 군중들이 서서히 길을 열어 주었다.


"가라 민수야. 설령 이것이 마지막일지라도...난 너를 믿는다."


"병구형..."


강민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외계인은 허리가 젖혀질 정도로 웃어댔다.


"와하하하! 재미있군. 그렇다면 와라. 지구의 마지막 도전자여."


강민수는 아무 말 없이 자리로 걸어가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세팅을 했다.


외계인은 저그를 골랐다. 같은 종족으로 완벽히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겠다는 의미였을까.


10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좌중 모두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아!"


강민수의 애벌래가 아무것으로도 변태하지 않았다. 12못이었다.


옵저버가 외계인의 진영을 비추었다.


12못.


모두의 말문이 막혔다. 서로의 모든 일벌레와 저글링이 출발했다.


중앙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서 둘이 맞닥뜨렸다. 둘은 진영을 재정비하며 좁은 틈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키익!"


강민수의 컨트롤 미스로 일벌레 하나가 잡혔다. 외계의 저글링과 일벌레들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강민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계속 도망다녀 보지만 결국 구석에 몰리고 만 강민수의 병력이 최후의 항전을 벌였다.


강민수의 컨트롤은 경이로웠다. 지체없이 체력이 빠진 유닛을 뒤로 빼주며 체력이 적은 상대 병력을 점사했다. 그 광경은 일순간이나마 온 인류가 희망을 품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병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 는 없었다. 서로의 일벌레와 저글링이 하나씩 줄어들었고,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외계인의 저글링 두 마리였다.


저글링들은 승리를 만끽하듯 시체 위에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강민수의 기지로 달려갔다. 발업도 되지 않았건만 왜 그렇게 빠르게 느껴는지, 관중석에선 탄식만이 나왔다.


그 순간, 누군가 외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송병구의 목소리였다. 그는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민수에겐 인구수가 남았어요!"


그 말을 듣고 모두가 전투에 집중하느라 놓치고 있던
화면 하단을 바라보았다. 아직 강민수에게 인구수가 남아 있었다.


옵저버는 유닛 화면을 띄웠다. 뒤늦게 태어난 저글링 2마리. 강민수의 부화장 바로 앞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민수 역시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부대지정을 실수했던 걸까? 강민수는 표정을 다잡았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저 최후의 저글링에 모든 것이 걸려 있었다. 외계인 역시 저글링들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다시금 최후의 교전이 벌어졌다. 양쪽 저글링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수 초 뒤, 네 마리 중 결국 남은 것은 단 한 마리였다.




GG

Victory!





Solar



잠시 정적이 흘렀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하늘을 뒤덮는 함성이 들려왔다.


인류의 승리자가 나왔다. 이제 살 수 있다. 안도감과 경외감이 담긴 함성이었다.





우우우우웅


갑자기 함성을 꿰뜷으며 들리는 굉음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뭐야? 어디서 나는 거야?"


"저기 하늘을 봐!"


꺼졌던 레이저 포대가 다시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아니 우리가 이겼잖아! 살려준다는 약속은!"


"이 사기꾼놈들!"


당황과 분노가 섞인 말들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외계인이 나와 말했다.


"사기라니, 우린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우주선에서 노란 빛이 나와 강민수를 감쌌다.


"우리를 '이기는 자'는 살려준다고 했지."


빛줄기를 따라 떠오른 강민수는 서서히 우주선으로 들어갔다.


푸른 구체가 지구를 강타하기 직전 송병구는 고개를 들어 강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강민수의 미소를.


"민수야...?"


그것이 지구 위 최후의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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