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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혹은 굴로 가득 찬 바다 by 에이브럼 데이비슨 (3/5)

ㅇㅇ(124.5) 2021.12.31 19:00:44
조회 66 추천 3 댓글 0
														


(이어서)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돌아온 오스카는 땀에 절었지만 행복한 표정이었다. 활짝 웃으며 이렇게 외쳤다. "진짜 끝내주는 아가씨야!" 술에 취한 것 마냥 머리와 몸을 흔들더니 김이 빠져나가는 솥처럼 요란한 소리도 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정말 멋진 오후야!"

"자전거 돌려줘." 퍼드가 말했다.

오스카가 말했다. "그럴 거야." 자전거를 돌려주고는 씻으러 들어갔다. 퍼드는 자전거를 살펴봤다. 붉은빛 에나멜은 먼지로 뒤덮였고, 진흙과 풀 조각이 잔뜩 묻어있었다. 마치 흙더미처럼. 더럽혀졌다. 그걸 타면 마치 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씻고 나온 오스카는 흠뻑 젖은 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격악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 했다.

"가만히 있어." 나이프를 든 퍼드가 손짓하며 말했다. 그는 타이어를 자르고, 좌석을 자르고, 자르고, 잘랐다.

"너 미쳤어?" 오스카가 소리쳤다. "정신이 나간거야? 퍼드, 그만해, 그만 하라고, 퍼드-"

퍼드는 바퀴살을 꺾고, 두들기고, 비틀었다. 묵직한 망치를 들고 와서는 자전거 뼈대를 마구 내리쳤다. 숨이 헐떡일 때까지 계속 내리쳤다.

"미치기만 한 게 아니구나." 오스카가 화를 내며 말했다. "질투에도 눈이 멀었어. 지옥에가 가버리라고." 그는 발을 쿵쿵거리며 가게를 나갔다.

온몸이 쑤시는 퍼드는 가게 문을 잠그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 책 읽을 기운도 없었기에 불을 끄고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머릿속을 뒤덮은 생각들 탓에 몇 시간 동안이나 잠들지 못했다.

그날 이후 며칠간, 두 사람은 업무에 필요한 것 외에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프랑스 자전거의 잔해는 가게 뒤편에 방치되어있었다. 2주가 다 되가는 동안, 누구도 그곳에 돌아가 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퍼드는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잔뜩 흥분한 오스카에게 환호를 받았다. "대체 어떻게 했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퍼드? 맙소사, 진짜 환상적인 수리였어,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안 그래, 퍼드?"

퍼드는 오스카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그래, 그래. 그런데 대체 무슨 소리야?"

오스카는 퍼드를 끌고 가게 뒤편으로 갔다. 그곳에는 빨간색 자전거가 있었다. 부서지지도 않았고, 흠집도 없었고, 에나멜은 여전히 광택이 났다. 퍼드는 입이 떡 벌어진 체 쭈그려 앉아 자전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정말로 그의 자전거였다. 그가 손본 개조와 개량이 그대로 있었다.

퍼드는 천천히 허리를 폈다. "재생한거야..."

"? 방금 뭐라고 했어?" 오스카가 물었다. 그리고는 "이봐, 친구, 얼굴이 창백한데. 이거 고치느라 밤에 한 숨도 못 잤지? 들어가서 좀 앉아. 그런데 네가 어떻게 한 건지 전혀 모르겠어."

가게 안에 들어가서 퍼드는 자리에 앉았다. 입술에 침을 바르고는 그가 말했다. "오스카, 들어봐."

"듣고 있어."

"오스카, 재생이 뭔지 알지? 몰라? 들어봐. 어떤 종류의 도마뱀들은 꼬리를 붙잡히면 잘라버리고 대신 새로운 꼬리가 자라나. 바닷가재는 집게발을 잃으면 새로운 집개발이 재생되고, 어떤 종류의 벌레들, 그리고 히드라나 불가사리들은 몸이 조각조각 잘려나가도 각 조각들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자라나. 도롱뇽은 손을 잃어도 재생되고, 개구리도 다리가 자라나."

"장난하지 마, 퍼드.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자연은 진짜 신기하네. 그렇지만 잠시 자전거 얘기로 돌아가 보자. 대체 무슨 수로 저리 완벽하게 고쳐놓은 거야?"

"난 손도 안 댔어. 재생한 거야. 도롱뇽처럼. 혹은 바닷가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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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by 프리드먼(Friedman)


오스카는 그 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는 눈썹 위로 퍼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맙소사, 퍼드... 나 좀 봐... 어떻게 부서진 자전거가 제 스스로 고쳐질 수 있다는 거야?"

"이건 평범한 자전거가 아니야. 그러니까, 진짜 자전거가 아니라고." 퍼드가 소리쳤다. "사실이야!"

그 말에 오스카의 태도는 당혹에서 불신으로 바뀌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일단은 네가 말한 벌레나 뱀장어나 다른 이상한 짐승들 얘기가 다 사실이라고 치자. 하지만 걔네는 살아 있잖아. 자전거는 아니라고." 오스카가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퍼드는 다리를 떨고 있었다. "크리스털도 살아 있지는 않아. 하지만 조건만 갖춰지면 부서진 크리스털도 스스로 재생할 수 있어. 오스카, 책상 서랍에 아직 옷핀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해줄래?"

그 말을 들은 오스카는 중얼거리면서 서랍을 열고 그 안을 뒤져보았다. 그리고 서랍을 쾅 닫고 발을 쿵쿵거리면서 돌아왔다.

"허어." 오스카가 말했다. "하나도 없어. 전에 왔던 부인이랑 네가 말한 것처럼. 필요할 땐 옷핀이 하나도 없다고. 다 사라졌- 퍼드? 지금 뭐하는-"

퍼드는 옷장 문을 홱 열었고, 그 안에서 옷걸이 떼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가 말한 것처럼." 퍼드는 입꼬리를 뒤틀며 말했다. "옷걸이는 언제나 넘쳐나지. 전에 옷장은 텅 비어있었어."

오스카는 어께를 으쓱였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옷핀을 치우고 옷걸이를 채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가 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난 안했으니, 가 했을지도 모르지. 아마-" 그는 눈을 찌푸렸다. "아마 잠을 못자서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그랬을지도 몰라. 의사를 찾아가보는 게 좋겠어. 맙소사, 너 진짜 안 좋아 보며."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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