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마신의 준동

*본편 무관*

한 우주가 마귀들에게 점령되었다.

현실은 폭파되었다. 버스가 괴물이 되어 승객들의 사지를 토막 냈고, 닌자들이 쏟아져 나와 어리둥절해 하다가 땅에서 솟아오른 오니에게 쇠몽둥이를 맞고 곤죽이 되었다.

하늘에 별 대신 눈동자들이 가득 차 번뜩 떠올라 명멸했다. 별들이 눈동자들이 되어 껌뻑 껌뻑거렸던 것이다.

마귀의 조악한 상상력이 그 같이 우주를 정복했다.

한 악당이 마침내 우주를 악당이 지배했다고 울부짖다가 피 떡갈비가 되어 납작해졌다. 악당은 땅에 녹아 내려 아픔 속에 들러붙으면서 자신과 같은 악당은 끝없는 충동을 느끼고 이를 실행하려 하므로 우주의 모든 시공간이 악령에 통제되면 이렇게 붕괴되는 것은 자명하다고 쓰게 웃으며 굴러다녔다. 마귀는 날뛰었던 것이다.

대별왕 우인간이 사람들의 의식을 모두 잡아먹고 희희낙락거리는 그 우주의 잡귀 두목에게 다가갔다.

“네가 이 우주를 지배하고 마왕을 사칭한 자냐?”

“난 사칭이 아니라 마왕이다!”

“마왕들은 대마계의 괴우주적 초존재들이지. 하긴 마왕이라 해주겠다. 날 진화시킨 세상에는 괴력난신을 떠올리지 않게 하는 우주적 일관성을 인식한 사람들이 살고 있던 이신론적인 시기가 있었다. 그곳에서 버스는 환각을 보는 이가 아닌 바에야, 증강현실을 이용하지 않는 바에야 버스로 보이던 날들이 있었다. 이는 우주의 물리 법칙을 유지시키려는 의도가 적어도 일정한 영역에서 절대자께 있다는 것이겠지. 한 우주가 격멸된다 한들 이는 무한 세계 속의 무한소일 뿐이고, 무한 세계 전체가 파괴된다면 어떤 곳도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존중하는 기적은 그와 같으며, 내겐 우연히 이를 바로 잡을 힘이 있다.”

우인간이 활을 우주에 쏘았다. 우인간이 쏜 화살이 그 우주의 규칙을 원래대로 정갈하게 수정했고 마귀들을 모조리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사람들은 아무런 불행과 고통 없이, 악몽의 기억도 없이 일상을 회복했다. 사람들은 마귀들이 한때 우주를 정복했었는지 몰랐다.

우인간은 그 사람들 보다 약간 더 아는 것이 자신의 위치라고 생각했다.

[2021.07.12.][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