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광고 오지게 때리던 sf8 발견,

한국 드라마에서 우주복 ( 알고보니까 산소호흡기 였음; 속았다. ) 입고 있는게 신선해서 시청시작.

누워서 시청하는데 첫인상 진짜 좆같더라.

이젠 하지도 않는 개콘에서도 안 쓸 수준의 소품, 세트장 보고 한숨 오지게 박았다.

물온 스타트랙, 로스트 인 스페이스 등등 과거부터 차근차근 SF 물을 찍어오던 외국에 비하면 SF적 고증들은 허접한게 당연하다.

그러나 뭐 무슨 학예회 뺨치는 저퀄리티의 우주복에 세트장 보고 있으면 차라리 종이학 가져다가 입고있는게 낫겠다 싶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작품을 추천한다. 좋은 작품이다.

여기서 부터는 스포가 포함돼 있다. 아직 안본 사람들은 알아서 주의하길 바란다.

초반의 허접함에 반전이 일어난건 이오가 N타운을 방문 하면서 부터다.

여기서부터 조용한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끝까지 다 봐야 아는 이야기지만 이오가 N 타운에 오게 된건 결코 N에대한 궁금증 때문은 아니다.

뭐 어쨌든 이오는 N타운에 왔고 거기서 조안을 보게 된다.

조안은 이오의 대학 동기인데 대학에서 N은 보기 힘든 존재다. 기대수명이 30년밖에 안되는 N들은 구태여 대학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100년인 C 와 불과 30년인 N.
C는 도시에 살고 N은 N타운에 모여산다.

N타운에서 이오는 자유롭게 하고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는 N들 만의 삶의 방식을 목격 하게 되는데

작품속에서 더 묘사 하진 않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노동과 안정적 계획을 추구하던 기성세대와, 불확실한 미래대신 현재에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세대, 이 달라진 시대와 태도를 얘기하고자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뭐 이 외에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더 많은 상징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것들은 난 알지도 못하고 이작품에서 매력을 느끼게 해준 포인트도 아니기 때문에 지나가겠다.

중요한건 이오가 그곳에서 조안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안또한 이오를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대면에 놀란 이오는 자리를 떠나고 후에 조안이 이오를 찾아와 묻는다.

' 내가 불쌍해보여? '

이오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조안을 쫒아와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는다.

나는 C였는데 알고보니 N이었고 그래서 N들의 삶이 궁금했다. 이오가 말했다.

이오는 원래 부유한 집에서 자라 항체를 맞고 C 로써 삶을 살아왔는데, 알고봤더니 당시 시술하던 의사의 실수로 항체는 다른 아이가 맞았다.

기대수명이 순식간에 70년 줄었다.

이오는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N으로써의 삶을 궁금해 하며 조안을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친해진 조안에게 이오는 다른 누군가가 항체를 맞았다고 말하며 그 사람을 찾고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순진한 거짓말을 우리들은 드라마가 끝나기 직전까지 믿게된다.

이 작품은 한가지 짧막한 반전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오의 항체를 조안이 대신 맞았다는 것.

작품 내내 조안과 이오가 항체를 맞았을 누군가를 찾는 장면을 보던 독자들에겐 꽤나 반전인 사실이다.

그러나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예상치도 못한 범주의 반전은 아니다. 다소 뻔하고 알만하다.

하지만 이 반전이 갖는 의미는 결코 뻔하고 알만하지 않다.

작품은 계속해서 N의로써 삶을 궁금해하는 이오와 그것을 도와주는 조안 으로써의 감정선을 끌고왔다.

사람들은 이에 몰입했기 때문에 N타운에 도착한 것도, N들을 보며 동경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도, 조안에게 다가간 것도.

모두 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이오가 조안에게 접근한 것 조차 N의 삶이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이오의 거짓말 이었고 반전이었다.
이오의 감정선은 처음부터 N이 아니라 조안이었다.


자신의 삶을 대신해서 살아가게 될 조안, 그녀가 궁금해 했고 다가가고자 했던 존재가 바로 조안이었다.

그러니까 조안이 항체를 맞았다는 이 짧막한 반전은 시청자들이 착각하던 이오의 모든 감정선에 대한 반전을 일으키는 작지만 거대한 반전이었던 것이다.

작품 초기 실기간 덧글을 보면 ' 동성애 ' 성향이 들어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 또한 이오의 감정선을 오해했기 때문에 일어난 착각이다.

이오가 조안에게 느낀 애틋함을 이해하고 작품을 다시본다면, 아마 그런 오해는 다시 생기지 않을거라 나는 확신한다. ( 물론 동성애든 아니든 상관하지는 않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