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여기왔을 신입생들 여기 기웃거리고 있을까 해서 조언 좀 해주려고

1. 너가 분명히 수능을 잘 치는 사람이 확실한데 정말로 삐끗해서 여기 온 거라면 재수, 반수 강력 추천할게

어떻게든 여길 탈출할 방법이 있고, 아직 가능성이 있다면 최대한 도전해 봐

근데 조금이라도 설렁설렁 재수할 것 같으면 그냥 재수 하지 말고 여기 다녀, 어차피 도전해도 넌 실패하니까, 시간 낭비야

2. 팀플(=조별 과제) 있는 강의 절대로 신청하지 마

지금까지 팀플을 여섯 번 해봤는데, 그 중 네 번은 조원 대부분이 아무것도 안 했고, 한 번은 한 명이 제대로 해서 둘이서 했고, 제대로 조가 굴러갔던 적은 단 한 번임. 이건 내가 단순히 운이 나빴어서 그럴 수도 있긴 해

하지만 명문대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무임승차가, 여기 지방대에서는 더 일어나면 일어났지 더 적게 일어날 가능성은 당연히 없겠지?

아, 무임승차하다가 다같이 망하면 자기도 학점 떨굴텐데 신경쓰지 않겠냐고? 그걸 신경쓰면 무임승차를 안 하겠지?

3. 에브리타임은 설치하되, 시간표 만들 때랑 질문할 때만 켜

잡담글은 당연히 너한텐 도움 안되고, 그 외에는 어차피 페미 반페미 정치 얘기같은 쓸데없는 소리만 계속하고 있으니까 너한테 하등 도움이 안 됨

4. 스터디에 너무 큰 기대 가지지 마

나도 전공 스터디 여러 번 참여해봤지만, 첫 한 달만 좀 하는 척하다 두 달째가 되면 대부분 흐지부지 되고 말아. 코로나로 인해서 안 그래도 서로 간의 유대감이 없는 상황에선, 정말 총대 매고 있는 선배 한두명이 이끌지 않는 한 웬만해서 죄다 무너져. 실제로 선배가 이끈다고 해도 절반 이상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래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스터디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전공 스터디가 있다면 가입하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탈퇴하거나 잠수 타버려

그리고 인터넷에서 전공 동아리를 찾을 수 있으면 찾아봐, 내 생각엔 우리 학교 전공 스터디보다 이게 더 좋은 선택지 같아, 너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대로 돌아가는 동아리들 많아

5. 우리 학교 지잡이야. 너 취업하기 어려워.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 해. << 이 세 마디만 머릿속에 집어넣고 더 이상 인터넷에 우리 학교, 지잡 관련 검색어 검색하지 마.

그 이상의 정보를 인터넷에 검색하지 마. 니 자존감 떨구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던 의욕 없애버리는 것밖에는 하등 도움 안 되니까. 너가 부정적인 글들을 더 접할 수록 니 성공률은 더 떨어지니 현실을 보고,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봐

6. 지잡이어도 정신 차린 애들은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음

지잡이어도 열심히 공부하면 대기업 취업 가능! 이라는 개소리는 안 할게

애초에 이럴 확률이 희박한 게, 너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님. 명문대 애들도 엄청 열심히 공부한다고. 대기업 가는 건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건 알려줄 게

하지만 괜찮은 중소기업, 중견기업이라면 너가 존나 열심히 준비했다고 가정했을 때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말해 줄게, 니 학과가 어딘지 모르니 장담은 못 하겠지만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해주면 "아,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서 본전이라도 따봐야겠다" 라고 느끼는 인간들보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합격이라고? 생각보다 좆된 거 아니었네, 그럼 더 논다?" 라고 느끼는 인간들이 훨씬 많지. 우리 학교엔 70~80% 이상이 저 마인드고. 그렇기 때문에 지잡대생들은 대부분 성공할 수가 없지.

그러니까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 스터디, 동아리에서 거의 아무것도 안 한다고 너까지 아무것도 안 하지 말고, 그 시간에 다른 학교 학생들은 열심히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너도 최대한 관련 정보를 찾아 봐. 혹시나 친구나 선배가 있다면 걔는 뭘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우리 학교에 온 건 유감이지만 너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뭔가라고 해봤으면 좋을 거라 생각해서 말했어

힘내 신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