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아주 개같이 망한 주말이었습니다

토요일 시티즈메 10분 늦음

그냥 늦은 것도 아니고 아무리 해도 45분 도착 예정이라 판교역에 주차하고 신분당선 타고 올라가려 했는데 환승주차장 입구를 지나쳐버려서 그 옆 일반 상업건물 주차장에 대버림

시간 없어서 에라모르겠다 하고 그냥 전철 타고 갔는데 똑같이 45분에 도착함

조심스레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음....

그렇다 난 개인 최초의 시티즈메 대관 기회인데도 10분이나 날려먹은 기열스런 스타트로 이번 주말을 맞이한 것이었다

한 달 만에 보는 즈메가 그렇게 사랑스러웠지만 뭔가 허탈한 마음으로 나왔는데 그래도 첫 랏도콘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예습해야 할 것 같아서 목형은 예매 취소하고 판교역 가서 차 뺐더니 주차비 1만원 넘게 나옴

이거 일요일도 답이 없겠다 싶어서 바로 숙소 잡았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되었음

이미 랏콘 첫날부터 몸이 작살나서 숙소 들어가니까 그냥 멍한 상태였는데 그래도 7시간 쯤 자고 나오니까 살만했지

문제는 일요일 시티즈메....

왜 저것만 지류냐.... 내가 토일 양일 스즈메 예약한다고 했던 게 토요일만 두 개를 예약해버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멘붕보다도 빨리 스즈메를 봐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어서 바로 현매 때렸는데 1회차 예매를 동생에게 맡겨버리는 기열찐빠를 낸 이후로 기합찬 스즈메 인생을 살아왔다 자부했거늘 224회차에 와서 결국 저지능이슈로 현매를 박아버리다니 따흐흑

심지어 목형도 9호선 일반열차 잡아서 지각해버림.... 쇼코 막 전학 와서 공지 하는 장면에 들어가버림.... 아 유즈루 커여운데 왜 쇼코랑 애인이 아니냐고

하여간 그렇게 스즈메와 목형을 이어서 보고 나니까 스즈메에서 종종 나오는 "말했다!"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나는 게 있는데 이건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고

다행스럽게도 랏콘에서는 별 다른 찐빠는 없이 재밌게 즐겼음

이 저질 암기력때문에 가사 거의 못 외운 거 빼면 말이지

나 심지어 스즈메도 아직 가사 완전히 못 외움.... 사실 한국 가수 노래들도 가사 제대로 아는 거 손에 꼽는데 말 다했지

결국 책상 앞에서 외운 떼창 리스트는 거의 도움이 못 됐고 제대로 따라부른 거 재난3부작 빼면 아마 다루마 그랑프리 나노카 셉템버상 정도인가

여러 번 듣는 재난3부작이지만 역시 오리지널로 듣는 거, 그리고 모두가 박수 치고 소리 지르며 즐기는 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음

노래를 제대로 못 부르니 할 수 있는 건 그냥 소리 지르는 거랑 흔드는 거 뿐이고 결국 이틀의 야매 스탠딩으로 모가지부터 발모가지까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비까지 맞았으니 심지어 모발마저 성하지 않게 됐군

좀 신기했던 건 일본 밴드인데 멘트는 죄다 한국어와 영어.... 그동안 외국 가수 오면 의사소통 어떻게 하나 생각했는데 뭐 어차피 대충 알아듣고 예! 하는 거였지만 노다가 "여러분 피곤하심?" 할 땐 잠깐 뇌정지 옴

하여간 이번에 랏도콘 셋리 이것저것 들으면서 느낀 건 평소 랏도와 신카이 랏도는 다른 밴드구나 하는 거였음

작품에 맞춰 곡을 만드는 랏도도 좋지만 노다라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폭넓고 자유분방한 곡들을 접하니까 왜 코어팬들이 3부작을 애증의 눈으로 보는지 좀 더 확실하게 느껴졌음

그래서 오히려 더 앞으로도 랏도를 신카이 작품에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싶기도 하고.... 스즈메 같은 곡 해 줄 밴드 또 어디서 구하겠어

그리고 타케다 형 쿠와 형 둘 다 재밌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타케다 형의 그 미친 흥을 잊을 수가 없어서 혹시 다음에 또 가게 되면 무조건 베이스 자리 잡을 듯

그러나 노래를 제대로 못 불렀든 온 몸이 만신창이든 단 하나....

토아카가 불러주는 스즈메 이건 진짜 내 영혼에 각인될거임

토아카 온 거 셋리마다 스즈메 들어있는 거 다 알고 아이니데키루 끝나자마자 스탠딩마이크 나오는 거 보면서 나오겠구나 마음의 준비 다 했는데도 스즈메 전주 후 암전되면서 토아카 걸어나오는 그 장면의 전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는 거였음

우리가 흔히 초회차 때 그 감정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들 얘기하잖아

그 광란의 현장이 쥐죽은 듯 고요해진 속에서 홀로 고고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이 스즈메 초회차 때 엔딩곡 들으면서 느꼈던 그 눈물 나올 것만 같은 아련함을 다시 되살려줬음

이 노래를 아직도 극장에서 들을 수 있다고.... 나 바로 8시간 전에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이 노래를 극장에서 듣고 왔다고.... 네가 오늘 부른 노래는 단 한 곡이지만 그게 누군가에겐 전부일 수 있다고 외쳐주고 싶었음

언젠가는 토아카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서 단독 내한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음

그리고 이 몸뚱이를 이끌고 1시간 반 운전해서 집에 들어온 지금 내일 출근할 일이 꿈만 같다

이제 랏도콘도 끝났으니 다시 각잡고 팬픽을 써야 할 시간....이 아니라 필콘이 남았군

히나 이 아줌마가 팬픽도 못 쓰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