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83 프로덕션 프로듀서에겐 가장 싫은 계절이 찾아왔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서 싫었지만,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식물이 번식을 위해 입자를 뿌려대는 이 시기는 프로듀서에겐 혐오스러운 계절이었다.

그렇다, 프로듀서는 심한 꽃가루 알레르기였다.

"엣취!"

오늘은 전날 비가 내린 덕분에 꽃가루도 거의 날라지 않는 날이었지만, 밤에 먹은 약은 전혀 들지 않았다. 눈은 가렵고, 코에선 콧물이 계속해서 나왔다. 결국, 프로듀서는 사무소 책상에 앉아 재채기를 연신 내뿜는 로봇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중간에 약을 더 사러 갔어야 했는데.' '오늘은 사무소에 사람이 거의 없어 다행이네.' 프로듀서가 콧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오늘따라 더 시끄럽네요, 미스터 블레스 유."

하필 제일 신경쓰이는 아이돌이 사무소에 왔다. 히구치 마도카는 차가운 시선으로 프로듀서를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근데, 블레스 유는 원래 재채기한 사람한테 하는 말이니, 나한테 붙이는 별명으론 좀 그렇지 않아?"

"시끄럽네요. 제가 당신의 별명을 짓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것 같나요?"

마도카는 그리 말하며 얼굴을 살짝 돌렸다. 그녀의 귀가 조금 붉어진 것을 보곤 프로듀서는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마도카는 그런 프로듀서를 노려보았다.

"뭘 웃고 있는 건가요. 담당 아이돌을 웃음거리로 만드니 재밌나요?"

"앗하하, 미안, 미안.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구나 생각하게 되니깐... 엣취!"

".....하아. 귀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빨리 처리해야겠네요."

마도카는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비닐봉투를 프로듀서의 책상 위에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당황하는 프로듀서를 뒤로하고 마도카는 내용물을 슬며시 꺼내 들었다.

"경구약이랑 비강 스프레이요. 아,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벌고 있기도 하고."

"......사다 준거야?"

프로듀서가 깜짝 놀라 올려다보자 마도카는 짜증이 나서 눈을 돌렸다.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예요. 계속 그 더러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참을 수 없으니 빨리 처리해 주세요."

"하핫, 그렇구나. 고마워, 마도카."

프로듀서가 곧바로 스프레이의 뚜껑을 열었고, 마도카가 왠지 모르게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 마도카? 그...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못 하는데."

마도카가 사다준 약은 코에 직접 노즐을 꽂아야 하는 타입의 약이었다. 어쩔 수 없다지만 코에 무언가를 넣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마도카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제대로 투약할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구입한 사람의 책임이니깐요."

"아니, 의미를 모르겠는데. 역시 넣는 모습을 보이는 건..."

"부끄러운가요?"

마도카는 즐겁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프로듀서 앞에선 좀처럼 웃지 않는 그녀의 흔치 않는 면을 보는 것은 프로듀서로선 기쁘기도 했지만 당황스럽기도 했다.

"보고 있어도 괜찮잖아요. 그냥 약을 먹는 것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그게 뭐가 창피하나요."

"아니, 코를 찌르는 걸 보일 수 있다는 건 좀 그런데..."

"보여주세요. 일부러 사다줬는데."

자, 하고 마도카는 프로듀서에게 얼굴을 가까이 내밀었다. 프로듀서는 뱀에게 잡힌 개구리처럼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아무리 아름답게 보이는 인간이라도 허물을 벗겨내면 추악한 면은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그건 정신적 미성숙함이나, 생리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그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했다.

그래서 보고 싶다.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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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가 졸려서 끊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