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미 6차 P-SSR 가챠에 딸려나온 P스알 토오루. 그런데 의상이나 분위기가 내가 알던 토오루군이 아니다?
누구냐 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토오루의 두번째 P-스알의 제목은 '어서 와, 기타'. 2개의 커뮤와 1개의 트루엔딩 커뮤로 총 3개의 커뮤로 구성이 되어있음.
'어서 와'는 웰컴의 의미라기보다는 잘 돌아왔다는 의미. 그러니까 타타이마 - 오카에리의 그 오카에리임.
들어가기에 앞서, 이게 참 난감한데... 무슨 대학교 전공과목을 듣기 위해 필수적으로 선수과목을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 토오루의 카드 커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수과목을 이수하듯 지난 4월 20일에 추가된 녹칠(토오루) 그라드 커뮤를 반드시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음.
시기상 그라드를 겪은 이후에 등장한 카드라서,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반드시 그라드 커뮤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커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더 그런 면이 있다는 느낌을 받음.
아무래도 지난 1년간 토오루가 나왔던 카드며 이벤트 커뮤며 단편적으로 떡밥만 뿌려놨던 이야기들을 그라드 커뮤에 전부 녹여내서 토오루의 성장을 끌어내는 스토리 구조를 취하고 있다보니, 아사쿠라 토오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라드 커뮤가 중요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토오루 그라드 커뮤를 읽지 않았다면 꼭 보고 옵시다.
커뮤를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하지만, 하다못해 개씹오타쿠 과몰입 정신병의 집약체였던 제가 쓴 토오루 그라드 감상문 (링크) 이라도 보고 오는 것을 권장함.
- 커뮤 1 : 너의 소리 (おまえのおと)
시작부터
저기(네에~), 이거(코레),
이 녀석(코이츠)...
이거, 이 녀석 (코레, 코이츠)
라고 무언가 발견한 것 같은 토오루의 목소리가 나옴.
"살아있어?"
장면이 바뀌어서 사무소 창고에서 안 쓰는 기타를 발견한 토오루와 프로듀서의 이야기가 나온다.
기타 몸체에 쓰레기 배출 스티커가 붙어있는 채로 선반 안쪽에 계속 잠들어 있었던 기타에 흥미를 보이는 토오루.
다시 장면이 바뀌어서 아까의 주택가 골목 장면.
토오루가 "이거? 살아있어?" 라고 말했던 것은 매미.
커뮤 1에서는 길가에서 매미를 발견한 이야기와 이것보다 더 과거 시점이었던 사무소 창고에서 안 쓰는 기타를 찾은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등장하는데, 시점이 오락가락하는 교차 연출로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있으므로 살짝 정신 차리고 볼 필요가 있음.
현 시점에서 진행되는 매미 이야기가 아닌, 사무소에서 기타를 찾는 회상 에피소드로 교차 편집이 될 때에는 이렇게 화면비율이 바뀌므로 (화면 위와 아래에 영화마냥 검정색 마스킹 처리) 이 점을 의식하고 읽으면 헷갈리지 않고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니 참고합시다.
편의상 여기서는 매미 이야기와 기타 이야기를 아예 분리해서 요약함.
사무소에서 토오루가 발견한 기타를 본 프로듀서는 기타의 줄도 녹슬어있고 헤드도 휘어있어서 소리가 제대로 날지 의심함. 추진력 있는 토오루답게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 직접 기타를 만져보는데 아직 소리가 나긴 남.
기타에 붙어있는 쓰레기 배출 스티커를 의식했는지 토오루는 "이렇게 소리가 나는데 쓰레기?"라고 말하고, 프로듀서도 토오루의 말에 동의한다.
쓰레기 배출 스티커가 붙어있어도 악기는 악기인 것.
프로듀서의 말에 수긍했는지 '에잇!'하면서 기타의 현을 다시 튕기며 소리를 내는 토오루의 모습이 귀여움ㅎㅎ
프로듀서는 토오루에게 이 기타, 버리지 말고 고쳐볼지 의사를 묻는데, 토오루는 고민하면서 기타 줄을 튕기다가 의외의 대답을 한다.
"됐어. 소리 내는 것을 끝냈잖아. 분명. 이제. "
"하지만 아름다워. 소리가 나지 않는 녀석이. 소리를 냈던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매미 이야기로 돌아와서. 막 우화한 매미를 본 토오루는 "엄청 하얗다"며 관심을 보이고, 손을 내밀어 만지려고 함.
프로듀서는 그런 토오루를 제지하면서, 잘은 모르지만 막 우화했으니 약해보이니까 만지지 말라고 하고, 토오루도 납득하면서 잘못하다가 자기 지문이 남겠다고 이야기를 함.
여기서도 토오루와 마도카의 상반된 점이 그려져서 개인적으론 재밌는 포인트. 벌레라면 치를 떨면서 몸마저 얼어붙는 마도카(천진 S-SSR, 녹칠 드라마)와 다르게 토오루는 매미도 덥석덥석 만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참...
막 우화한 매미라서 그런지 날개가 젖었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소리를 내어 맴맴 울지도 않음.
프로듀서는 날 수 있을 때까지는 이런 상태일 것이라며 이러다가 새한테 잡아먹힐지도 모르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고 싶지만, 인위적으로 뭘 하지는 못하므로 안타까워 하고, 토오루도 이 녀석이 살지 못할 수도 있겠다며 답함.
"소리 내어 울지 않아도 매미는 매미일까"
"이 녀석 뿐이잖아, 입 다물고 있는 게"
프로듀서는 토오루에게 '울지 않아도 매미는 매미'이지만, 지금 이 녀석은 소리 내어 울기 위한 매미가 되려고 한다며 설명을 해 준다.
토오루는 울지 않아도, 날지 못해도, 지금이 엄청 예쁘다고 말하면서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매미를 보고 '기타'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함.
[ 다시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
[ 좋은 이름이구나 ]
[ 음악이 되는 건가. (매미의) 우는 소리가 ]
선택지의 내용은 비슷비슷한데, 매미한테 '기타'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사무소 창고에서 찾은 그 기타에서 따온 것.
쓰레기 배출 스티커가 붙어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 녹슨 기타와 울지 않는 매미가 어딘가 닮아있다는 토오루의 말과 함께, 사무소의 기타가 소리를 내었던 그 시간이 새로운 기타(매미)를 통해 이어지고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매미에게 '기타'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
- 커뮤 2 : 포(捕)
시작부터 토오루의 독백.
알고 있어. 어디에 있는지.
렌즈. 노리고 있어. 그 녀석이.
들려
숨을 쉬는 것이
보여
숨을 죽이는 것이
카메라의 숨이
그러니까. 먹을 수 있게 해 줄게. 가끔씩은.
장면은 광고 촬영 현장.
광고 촬영을 진행하는 감독과, 이 광고를 의뢰한 스폰서, 광고모델인 토오루, 그리고 토오루의 프로듀서가 등장하는데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스폰서)가 촬영을 지켜보다가 토오루에게 직접적으로 개입함
이 부분에선 조금 더 속도를 내는 느낌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속도를 내는데, 갈 때까지 가서 그것으로 인해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이미지 같은 느낌을 살려 달라는 스폰서의 개입
심지어 이 광고는 영상광고가 아니라 사진매체.
광고회사 감독은 속도를 올리는 컨셉이라니 이거 사진이라며 아사쿠라군이 달리면 어떻게 되는거냐~ (그라드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고 스폰서의 개입에 불편한 기색을 보임.
광고를 의뢰한 고객인 만큼 고객의 요구에 맞춰줘야겠지만, 스폰서의 노골적인 개입에 감독이나 카메라맨은 달가워하지 않고, 프로듀서는 중간에 낀 느낌ㅋㅋ
아무튼 토오루는 광고주의 그런 요청을 수락. 요청대로 '가속화'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는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촬영이 시작됨.
들리지 않아
들리지 않게 돼
그 녀석(카메라 렌즈)의 숨소리 밖에
보이지 않게 돼
그 녀석의 기척 밖에는
토오루의 연기에 스폰서는 매우 만족해 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컨셉을 추가하는데, 이번에는 시간 감각에 대한 컨셉.
일반적인 시간 감각과는 조금 다르게, 직관과 반대되는 기묘한 느낌을 주문함.
앗, 이건 토오루의 전문 영역이나 다름없는데?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 토오루 3차 커뮤 감상)
토오루는 스폰서의 추가 요청을 듣고 다시 한번 카메라를 바라보며 촬영을 재개.
추가로 주어지는 기묘한 시간감각이라는 컨셉은 토오루에게 자신있는 컨셉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더 몰입감이 굉장했을 것.
토오루는 커뮤1에서 막 우화하여 날지 못하고 울지도 못하지만 곧 날게 될. 곧 울게 될 매미. 기타를 생각한다.
그리고 먼저 하늘로 날갯짓을 했을, 이제는 다른 매미들처럼 매미의 소리를 내고 있을 기타에게 다시 태어날 때의 느낌은 어떤 것인지 묻는다.
촬영 현장이 꽤 힘들었는지 촬영 감독이 억지로 휴식시간을 만들었는데, 이러다가 토오루도 버티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만
프로듀서는 오히려 촬영 감독에게 답한다. 카메라가 살아있는 한, 그녀는 괜찮을 것이라고.
촬영은 계속되고, 커뮤 1에서 기타(매미)를 막 발견했던 커뮤 초반부가 음성만으로 다시 등장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저기, 이거,
이거,
이거, 이 녀석.
살아있어?
하하... 응.
살아있어.
- 트루엔딩 커뮤 : 너의 이름 (おまえのなまえ)
프로듀서는 거리에 나와서 업무를 보고 있고, 토오루는 쉬는 날.
뜬금없이 토오루는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어서, 루꼴라가 무슨 맛인지 알려달라고 한다.
노상에서 토오루의 전화를 받은 프로듀서는 좀 황당해 하는 느낌. 토오루는 프로듀서가 밖에 있다는 것을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인지한다.
토오루는 냉장고에 루꼴라가 있는데 이게 뭔 맛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마침 토오루네 집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 토오루는 프로듀서한테 자기 집에 오겠냐고 묻는다.
루꼴라의 맛도 그렇고 숙제 같은걸 도와달라고 이것저것 핑계 대면서 집으로 오라니 토오루 이 녀석.
프로듀서는 안 된다면서 이왕 지금 쉬면서 시간 있을 때 숙제도 착실하게 해보라며 선생님 같은 말씀을 함ㅋㅋ
거절당한 토오루의 에~ 하는 반응이 재밌는 부분.
프로듀서가 외근 중이다보니 온갖 도로의 소리들이 전화를 통해 토오루에게도 전해지는데, 마침 노랫소리가 들렸던 모양.
토오루가 이거 들은 적이 있는 곡이라고 하니까, 프로듀서는 옛날 노래인데, 슬프게 느껴지는 기타 소리가 특징이라고 하니까 토오루는 이게 기타 소리냐며 처음 들었다고 이야기를 함.
프로듀서는 엥? 너 지난번에 사무소 창고에서 기타를 직접 만져보고 소리도 울려봤잖냐고 말하는데
토오루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고 놀라워한다.
뭐, 녹슬고 줄도 느슨한 상태였으니 니 소리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게 기타 소리라면서, 기타는 여러 노래에 사용된다고 설명을 하는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설명을 듣던 토오루는 '소리가 늘어났다'고 답한다.
자신에게 음악은 덩어리와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소리의 덩어리 사이에서 기타의 소리를 알게 된 것.
토오루의 감상을 들은 프로듀서가 한동안 말이 없으니까, 가만히 있지 말라고 말하는 토오루.
그러면서 아직 루꼴라가 무슨 맛인지 안 알려줬다고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프로듀서는 "딱히 거창한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보통 채소의 맛"이라고 답함.
토오루는 '에~ 모른다니깐... 소리가 늘어난 것처럼 맛도 늘리면 된다'고 말하며 스토리가 마무리 된다.
- 감상
그라드를 통해 자신의 살아 숨쉬고 있는 생명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삶의 자세까지 재 정의했던 토오루인 만큼. 이번 카드는 그라드 스토리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면서 그라드 이후 토오루의 스탠스를 살펴볼 수 있었음.
특히 이번 커뮤는 묘한 BGM, 다양한 효과음(SE)과 같은 청각적인 효과와 화면 전환 효과가 분위기에 맞게 적재적소에 잘 쓰여졌다고 평가하고 싶음. 무엇보다도 매미의 울음소리와 기타소리를 활용한 연출은 커뮤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으니, 스킵하지 말고 특히 청각적인 효과인 SE음을 의식하면서 감상했으면 좋겠음.
커뮤 1에서 녹슨 기타와 울지 못하는 매미라는 소재는 토오루의 단골 소재. '돌고 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소재로 잡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토오루의 투명한 세계관과 순환하는 세계. 그리고 이를 탈출하여 새로운 페이즈로 넘어가 다시 돌고 도는 토오루의 세계관과 성장과정에 대해서는 지난번 그라드 감상문을 통해 자세하게 다룬 적이 있으므로, 이번 감상에서는 이 설명을 생각하고 간략히 도식화로 갈음함.
"됐어. 소리 내는 것을 끝냈잖아. 분명. 이제.
"하지만 아름다워. 소리가 나지 않는 녀석이. 소리를 냈던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형태가 존재하는 것은 수명이 있고, 유한한 수명이 끝나는 것은 필연적임. 특히 '물벼룩'이나 '먹이사슬', '매미'와 같이 생명과 삶을 이야기 하는 토오루의 이야기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음.
커뮤 1에서 아직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타이지만 토오루는 이 기타를 버리지 말고 다시 수리해보자는 프로듀서의 제안을 거절하는 부분을 주목하자.
토오루의 세계관과 성장 과정이 하나의 페이즈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페이즈로 연결되어 넘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그 사명을 마친 존재의 유한함을 인정하는 토오루의 자세는 어쩌면 당연하지 않았나는 생각을 하게 됨.
또 하나 짚어보고 싶은 점은, 유한한 존재와 한계를 부정하지 않고, 그 본질을 연결하여 새로운 페이즈로 이어주는 점을 말하고 있다는 것.
소리를 냈던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수명을 마친 기타, 그리고 막 태어나서 아직 날갯짓도 소리도 내지 못하는 매미.
둘 다 '소리를 낸다'는 본질의 부재 상태에 빠져있는데, 프로듀서와 토오루는 '쓰레기 스티커가 붙어있어도 악기는 쓰레기가 아니라 악기'이고 '매미가 울지 않아도 매미는 매미'라는 선문답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각자의 본질을 부정하지 않았음.
토오루는 소리를 낼 수 없는 기타의 지나온 시간들을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며, 막 우화하여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곧 우렁차게 소리를 낼 매미에게 '기타'라는 이름을 지어줌으로서 그 가치를 새로운 '기타'(매미)에게 연결하려고 한다. 이것은 곧 토오루의 바람과도 같은 것임.
갯벌(습지)에 등장하는 최초의 생명인 물벼룩이 되어서, 포식자에게 먹혀서 본질인 '태양의 에너지'가 계속해서 커지고 연결되는 것처럼, '연결'되는 것을 원하는 토오루는 '기타'와 '기타'(매미)의 연결을 '이름'을 통해 계승하고 연결하는 방식을 취함.
이것은 토오루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는데, 순환하던 이전 단계에서 순환을 깨고 새로운 페이즈로 연결되어도 순환하던 '나' 역시 '나'이며 '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커뮤1에서 기타의 계승은 이렇게 토오루의 순환 - 성장모델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설령 형태가 바뀌더라도 (커뮤1 선택지, 음악이 되는건가), 소리를 내는 '기타'와 '기타'는 연결되었고, 토오루의 바람대로 기타의 시간은 계속될 것임.
한편 커뮤2에서 카메라를 의식하는 토오루의 독백도 주목할 만했는데, 포식자와 피식자. 특히 "토오루가 카메라를 향하면 카메라가 숨을 쉬기 시작한다"고 평했던 그라드의 스토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음.
재미있게도 커뮤 초반 토오루가 카메라를 의식할 때마다 효과음(SE)으로 밤중 벌레가 우는 소리들이 활용되었는데, 이것은 S-SSR pooool (감상문 링크)의 소재, 곤충들이 먹고 먹히는 달밤의 먹이사슬 이야기를 떠올릴 만한 장치였음.
커뮤2에서 토오루는 카메라가 자신을 집어삼킬 포식자로 파악하고 카메라에 먹히게 해줄 것(食べられてやる)이라는 말을 하지만, 그라드 스토리에서는 오히려 토오루가 모든 것을 집어 삼켜 버리는 포식자라는 평이 있었던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음.
그래서 커뮤 2의 제목은 '잡다'의 의미가 있는 포(捕)임. 포식자나 포로에 사용하는 그 포.
카메라 앞에 서서 카메라에게 잡아 먹혀지도록 집중력을 쏟고 있음을 토오루의 독백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라드의 발언처럼 오히려 토오루가 카메라를 먹어버리는 상황이 보여짐. 물론 '카메라에게 잡아 먹혀지도록' 집중력을 쏟는 원동력이 어디서 왔냐고 하면 그라드에서 확실하게 찾은 자신의 성장에서 온 것.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구조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데, 커뮤1에서 "저기, 이거, 이거 이 녀석, 살아있어?"라는 토오루의 질문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커뮤2 종막에 가서 다시 한번 똑같은 대사, 똑같은 질문으로 이어지는 수미상관의 구조에서 상당히 짜임새 있는 커뮤였다고 생각함.
게다가 "응, 살아있어"라는 프로듀서의 대답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는 부분은, 그라드에서 토오루 역시 어엿한 생명으로 보인다는 프로듀서의 대답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포인트였기에. 그라드를 겪은 토오루의 성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훌륭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함.
최근 샤이니 컬러즈에서 그라드 이후인 랜딩 포인트의 스토리들이 추가되고 있는데, 이 랜딩 포인트라는 말은 사전상 의미로 착륙지점을 이야기하는 것.
283의 아이돌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하늘에 날아오른다고 하면, 녹칠은 아직도 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지라는 총괄 타카야마P의 인터뷰가 있었고, 정황상 녹칠은 아직 하늘을 향해 날지도 못한 상황임.
하늘을 날지도 못했는데, 벌써 착륙 지점을 이야기한다는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개인적으로 소감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이번 토오루의 커뮤에서 "하늘 높은 곳에서 노려온다"는 대목에서 역설적으로 녹칠 또한 조만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커뮤였음.
설령 형태가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소리를 울리는 본질을 가진 사무소의 녹슨 기타의 시간은 새로 태어나는 매미를 통해 계승되며, 우화한 매미가 날개를 말리는 시간이 필요하듯,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니
토오루 또한 그렇게 될 것임. 아이돌이 되었고, 그라드를 통해 삶의 의미를 부여받은 토오루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를 삼켜버리는 아이돌 아사쿠라 토오루로 '다시 태어난 것'.
그렇기에 이번 카드의 복장과 일러 컨셉이 토오루의 기존 이미지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것은 이런 면을 고려한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음.
녹슨 기타의 시간을 새로 태어난 매미가 이어받듯, 그라드와 이번 커뮤를 통해 토오루의 순환하는 세계는 최종적으로 이런 식으로 도식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물벼룩이 되어 누군가에게 먹혀서 연결되는 토오루의 소원은, 이번 커뮤를 통해 과거의 자신이 새로운 자신에게 먹혀지며 새로운 페이즈가 시작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자가 발전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라드 커뮤와 이번 카드의 중요성은 높았다고 생각함.
에필로그에서 주목할 부분은 본인이 녹슨 기타를 만지면서 소리를 낸 적이 있었으면서 기타의 소리를 제대로 몰랐고, 이제서야 녹슨 기타와 실제 기타의 소리의 차이점을 인지하게 된 것인데
이것은 그라드에서도 짚었던 본인은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이 되고 싶었으나 생득적으로는 먹이사슬 위인 포식자의 모습으로 태어난 괴리감과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기타의 진짜 소리를 알게 되었고, 음악이라는 덩어리에서 기타의 소리를 알 수 있게 되었으니, 투명하고 경계에 서 있는 듯한 토오루 자신의 이미지도 점점 자신의 색과 소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런지.
그런 면에서 꿈보다 해몽이지만 각후 연출이 흐릿하고 옅은 선화와 수채화에서 점점 색이 선명해지는 연출도 이런 면으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나저나 이 양반. 루꼴라의 맛을 알려달라며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고, 집에 지금 혼자 있는데 숙제도 그렇고 이것저것 도와달라고 집에 오라고 이야기하는 이거...
루꼴라는 로마시대에 사랑의 묘약 재료로도 사용되었고, 루꼴라의 일본쪽 꽃말은 나를 돌아봐 달라(私に振り向いて)고 하는데.
이거 이거 아사쿠라 위험하다.
- 녹칠 관련 개인적으로 끄적거린 헛소리들 모음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