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잠실 한국시리즈 7차전.
4:1로 뒤진 랜더스의 9회초 마지막 공격.
그리고... 2사만루의 마지막 찬스.
덕아웃 추신수 감독의 한마디.

"정이 내"

최정, 그가 누구인가. Ssg 입단부터 단 한번의 이적없이 랜더스에서만 600개의 홈런을 때려낸 명실상부한 랜더스의 살아있는 전설. '시즌이 끝난후 은퇴하겠다' 라고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추신수 감독은 최정을 기용한다.
묵묵히 스윙연습을 하던 최정은 터벅터벅 홈플레이트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최정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초구. 투수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볼.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아직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공에 배트가 나가고만다. 최정은 언제나 그랬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 4구, 패스트볼 유인구, 그는 속지않는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됐지만 스트라이크콜은 들리지않는다. 풀카운트.

...그리고 제 6구째, 상대팀 마무리투수가 던진 커브가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우중간 담장 너머로.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않는다. 9회초 나온 한국시리즈 역전만루홈런. 최정은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홈...... 다시 시점은 현실로. 덕아웃에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온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30년간 선수 생활부터 쭉 함께해왔던 추신수 감독을 찾아가 껴안은 최정.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정아'


그러나 아직 경기는 끝난 것이 아니였다.


5:4로 앞선 ssg의 9회말 마지막 이닝.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랜더스의 에이스 서진용은 투아웃을 잡아놓고 제구가 흔들린다. 3연속 볼넷을 내주며 주자 만루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
그러나 플레이오프부터 12연전의 혈투를 펼친 ssg는 더 이상 교체할 투수가 없었다.

덕아웃 추신수 감독의 한마디.

"정이 내"

최정, 그가 누구인가. 2005년 입단이래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지명타자를 모두 경험한 ssg의 십잡스

묵묵히 불펜피칭을 하던 최정은 터벅터벅 마운드 쪽으로 걸어간다.

눈을 뜬 최정. 자 이제 시작이다.

초구.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마음에서 올라온다. 바깥쪽 볼. 잠실의 관중들은 타석에 들어선 선수의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고있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이제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제 3구, 유인구 커브. 하지만 상대팀 타자는 속지 않는다.
제 4구, 혼신의 힘을 다한 146km/h짜리 슬라이더. 상대팀 타자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파울 타구를 친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됐지만 스트라이크 콜은 들리지않는다. 풀카운트.

... 그리고 제 6구, 슬라이더가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상대팀 선수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최정은 눈을 감았다. 30년간 받아왔던 ssg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주마등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간다.
퍽! 소리와 함께 공은 포수의 미트속으로.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삼진. 포수, 1루수, 2루수, 유격수, 3루수, 외야수, 그리고 덕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온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는 덕아웃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추신수 감독과 박정권 수석코치를 찾아가 껴안는다. 세 남자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정아."

이듬해 그의 번호 14번은 랜더스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