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에는 정말 많은 수의 드로거 던전이 있다. 근데 이 던전들이 어떻게 지어져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는 직접 다루어지지 않는다. 사실 조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실제 도시들에 위치한 무덤들은 이렇게 규모가 큰 것이 없지 않은가.

바로 아래는 메인퀘스트에서 처음으로 방문하는 Bleak Falls Barrow의 전경이고, 그 다음 사진은 화이트런의 무덤과 같은 역할을 하는 Hall Of Dead이다.

대충봐도 규모차이가 압도적이다.

현재 스카이림에서 가장 큰 대도시의 무덤이 이 정도 규모에 불과함에도, 어떻게 십중팔구 인구밀도도 낮았을 신화시대의 스카이림에 Bleak Falls Barrow 같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축물과 지하시설들이 허허벌판 여기저기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물론 이 주제에 대해 게임내에서 직접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지 퀘스트나 NPC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드래곤 전쟁 시기를 다루는 역사기록들은 대다수가 훨씬 후대에 기록되어 구전된 전설과 신화 변형된 상태이며, 드래곤 전쟁 당시에 광범위하게 쓰였을 용언 기록물들은 비석이나 벽화 등지에 제한적으로만 남아있다. 하지만 여러 고고학적 증거를 취합하면 이 드로거 던전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짐작할수 있다.

첫번째 고고학적 증거는 메인퀘스트 라인의 실질적 첫번째 미션인 Bleak Falls Barrow에서 입수 할수 있다.

여기서 회수해서 파렌가(화이트런 궁정마법사)에게 가져다줘야 하는 드래곤스톤의 앞면은 드래곤무덤의 위치가 표시된 스카이림 지도가, 뒷면에는(십중팔구 대부분 뒷면에 뭐가 있는지 확인 안해본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다음 문구가 용언으로 적혀있다.

HET NOK UN MAHLaaN DROGGE ERei SULeyK SE ALDUIN VOKRii

HERE LIE OUR FALLEN LORDS UNTIL POWER OF ALDUIN REVIVES

알두인 님의 권능이 부할하실 때까지, 이곳에 우리의 쓰러진 군주들을 묻는다.

이 대목에서 드래곤 전쟁이 알두인의 추방으로 끝난 시점에서도 드래곤 교단이 자연스럽게 해체되지 않았고, 알두인의 귀환을 기다리며 신앙을 유지했음을 짐작할수 있다.

두번째 증거는 리프튼 영지 동남쪽에 위치한 포렐호스트라는 던전에서 입수할수 있다.

이 드로거 던전에서는 이 곳이 드래곤교단 잔당들이 아직 인간으로 살아있을때의 1시대 2세기에(드래곤 전쟁이 종결된지 수백년이 지난 시점이다) 주고받은 편지들을 입수할수 있다.

총 4통인데 그중에서 3통은 이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암시해준다.

1. 이곳은 드래곤 교단의 잔당들이 이단자(드래곤 전쟁에서 승리하고 디바인을 섬기는 일반 노르드들, 현대 노르드들의 조상.)들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었다.

2. 열세에 있었던 드래곤 교단의 잔당은 희망이 없어지자 포렐호스트의 내부로 통하는 통로를 붕괴시키고 독극물로 집단자살을 한뒤, 알두인이 자신들을 부활시킬때를 기다리기로 한다.

실제로 해당 던전을 탐험하다보면, 린넨에 둘러쌓인 어린이 크기의 드로거들이 엉성하게 묻혀있는 것을 볼수 있다. 드래곤 교단은 군대가 아니라 종교집단이였으니, 성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여자와 어린이, 노인들이 있었을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수순.

이 증거를 통해 스카이림에 수백년 동안 드래곤 교단과 나머지 노르드들 간의 분쟁이 벌어졌음을 알수 있다.

세번째 증거는 드래곤스톤을 파렌가에게 가져다주면 볼수있다. 델핀 바로 앞에 책이 보이는가?

저 책은 그냥 장식이 아니라 드래곤교단이 스카이림을 통치하던 신화시대 화이트런 영지에 대한 행정기록물이다.

용언으로 기록된 이 책에는 그 당시(드래곤이 통치하던 시기의 화이트런)의 "마을과 도시, 혹은 군사거점"의 목록과 설명이 담겨있다.

밑에 첨부된 번역과 원문을 팬덤에서 다른 기록물들 혹은 현재에도 남아있는 지리적 특성과 대조해서 현재(4시대 200년)의 지명과 연결시켜 놓았는데, 이 중에는 지금도 마을과 도시 혹은 그에 준하는 정착지가 위치하는 곳이 있다.

그런데 여기 수록된 마을과 도시 중에서 현재에는 드로거 던전만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

Korvanjund - 코르반준드. 내전퀘스트 라인에서 왕관을 입수하는 드로거 던전. 신화시대에는 가죽과 고기를 생산하는 요새화된 마을.

Volunruud -볼런루우드. 던스타(페일) 영지 남남동, 화이트런과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드로거 던전. 신화시대에는 고기와 상아공예품을 생산하는 요새화된 나무성(정착지).

Labyrinthian - 라바린티안. 일명 미궁. 화이트런과 히알마치 경계지역에 위치한 초거대 드로거 던전. 신화시대에는 목재와 석재를 공급하는 마을.

이 3군데에 대한 서술에서 지금은 흔적만 찾아볼수 없는 요새시설(Korvanjund)이나 목재 건축물(Volunruud)에 대한 설명이 같이 첨부되어 있어서, 이 세군데가 드래곤 전쟁 시기에는 지상에 건축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다.

이 세가지 고고학적 증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드로거 던전이 위치한 곳은 그냥 처음부터 무덤이 위치한 곳이 아니라(그런 곳도 있기는 하겠지만) 원래 신화시대에 드래곤 교단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번영하는 도시와 마을들이 위치하는 평범한 정착지였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드래곤 전쟁의 여파로 신화시대 스카이림의 수많은 도시와 마을들이 전쟁의 참화에 휩쓸리면서 다양한 이유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시나 정착지의 파괴되기 힘든 일부 시설(그 중에서도 사라지기 힘든 거대 지하무덤이나 지하도시)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물론 평화적이고 자연적으로 마을이나 도시가 버려진 경우도 있겠지만, 두번째 증거에서 살펴보았듯이 드래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드래곤 교단에 대한 전쟁은 계속 진행되었으며, 블레이드들이 드래곤에 대해 남긴 기록이나 드래곤의 과거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할때, 드래곤 전쟁의 수행 과정에서 드래곤들이 엄청난 규모의 대량학살을 벌였음을 암시하고는 한다.

드래곤에 대항하던 노르드들이 특별히 전쟁범죄에 대한 현대적 인식이 있었을리 만무하니, 이에 대한 보복으로 드래곤 전쟁의 진행 도중 혹은 종전 이후에도(두번째 증거인 포렐호스트 공성전은 1시대에 벌어진 일이다. 전쟁이 종결되고 수백년 후에 벌어진 일.) 노르드들이 여전히 드래곤교단에 충성하는 도시나 마을에 대한 대량학살을 벌였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면 거기 살던 고대 노르드인들(드래곤 전쟁 전에는 대부분 드래곤 교단의 신자였을 사람들)은 어떻게 된것일까.

일단 앞서 본 지명들에서 보듯이, 신화시대의 모든 도시나 마을이 사라진것은 아니다. 화이트런, 아이바스테드, 로릭스테드 등등 지금도 번창하는 대도시와 마을들이 위치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즉 상당수 노르드들은 새로운 에잇디바인 신앙체계에 성공적으로 흡수되어 현대노르드들이 조상이 된다.

흡수되기를 거부한 경우, 앞서 드래곤스톤으로 보았듯이 알두인이 추방당해 전세가 결정적으로 기울었음에도 그 와중에 끝까지 알두인을 섬기기로 결의한 드래곤 교단의 신자들은 항복하기를 거부하며 드래곤들의 시신을 수습해서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포렐호스트에서 입수한 편지에서 볼수 있듯이 언젠가 다시 알두인이 돌아온다면 드래곤과 그 추종자들을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집단자살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런 믿음은 드래곤스톤에서도 확인 되는 것으로 보아 알두인의 추방 이후 드래곤 교단에서 보편적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현대에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부분 세월속에서 사리지거나 포렐호스트와 같은 방식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을 것이다. 스카이림에는 수많은 드로거 던전이 있기 때문에 모든 던전들이 이 이론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해롤드 왕의 무덤인 "망자의 안식"은 드래곤 전쟁 이후에 축조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