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이나슬레로 성직자인 슬레인 보고싶다111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02 09:01:39
조회 447 추천 7 댓글 2



사랑은 반드시 무의식속에서 형상화된다.
외형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아주 통상적인 말 이전에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 구분하고, 인종과 나이, 성별에 따라 사랑할지 사랑하지 않을지 결정한다.
맹목적인 사랑은 맹인만 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다른 감각으로 선택지를 만든다. 아주 다정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인줄 알았더니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재생한 것이었다면? 귀로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맹인은 손 끝으로 만진다. 깊숙히 패인 눈두덩과 보드라운 살결, 까끌한 입술을 만지고 이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신을 섬기는 성직자는 그들의 신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은 형체가 없습니다. 오로지 여러분들의 가슴속에서 무형태로 자리잡을 뿐입니다. 마치 모든 성직자들이 암묵적으로 약속이라도 한듯 비슷한 뉘앙스로 말을 한다.
신이 특정한 형태를 지녔거나 자세한 묘사가 나오게 된다면 아주 대단한것마냥 떠들어댔던 '경이로운 존재' 라는 붙임표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들은 신도들이 무형태의 신을 사랑하기를 원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맹세하고 재산의 일부를 바치며 신성한 힘에 휩싸여 죄가 덜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끔 유도한다.
종교는 아주 잘 꾸며지고 그럴싸하게 포장한 말로 사람을 감쪽같이 속인다. 성스러운 척, 죄 없이 정결한 척.

사랑은 형태로 오는 것이라는 신념은 아주 어린 소년시절부터 바뀐 적이 없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으라면 덥썩 믿는 신도들도 참 뇌가 가볍지만 침 튀기며 보이지 않는 신을 섬기는 생색을 내는 성직자들 또한 똑같이 미쳐버렸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같이 미친척을 해야만 하는 성직자 중 하나였다. 신앙심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내가 천성에 전혀 맞지 않는 성직자가 된 이유는 빌어먹을 재산 때문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지독한 신앙주의자였고, 이 마을의 대교주와는 아주 질긴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아버지가 결핵으로 몸져 누워 앓이를 하던 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전재산을 마을의 교당에 바친다던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숨겨진 사생아이자 아마도 외동아들이었을 나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대교주는 이런 특별한 신앙심은 신도들과 성직자 모두가 본받아야 할 도리라며 교당의 입구에 아버지의 흉상을 세웠지만 내 가슴속에는 신앙심 보다는 욕지기가 일 뿐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가족과의 연 보다는 신앙이 짙은 사람이었다. 대교주의 귀에 들어갈까봐 사생아인 나와 어머니를 숨겨두고 마을에서 아는 척도 하지말라며 신신당부한 탓에 나는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되었다. 두 사람 다 지병으로 세상을 뜨고 나서는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내가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 교당이었다.
어린 나이에 뿌리를 내릴 곳이 교당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을 믿는 방법보다 신을 믿는 척 하는 방법을 가장 빠르게 익혔다.
기도와 찬양, 새벽부터 그 다음날 새벽까지의 참회.
신도로써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가식적인 모습은 모두 대교주에게 보여준지 3년째에 성직자로 교당에 머무를 것을 권유받았다. 성직자는 구역질나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교주가 된다. 하지만 대교주는 나이가 많이 들었고 몹시 쇠약하기에 길게는 5년 정도 후 그토록 입이닳도록 사랑했던 신의 곁으로 갈 수 있다.
나는 마을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대교주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보였다. 대교주의 자리에서 무한한 명예를 누릴 수 있지만 천만에.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거짓으로 분장해온 노력은 모두 그 순간을 위해서였다. 대교주로 임명받는 날 밤에 교당의 모든 재산을 가지고 도망친다. 그것 뿐이다.

교당 가장 안쪽의 큰 침실에 대교주가 몸져누워있다. 나는 그에게 한결같은 믿음을 보여왔다. 죽음에 가까워진 늙은 몸뚱이가 안도하게끔 오늘 밤에도 대교주의 곁에서 기도를 했다. 공허하고 텅 빈 기도를.
그는 '진실로 신을 대하라'는 좌우명을 지니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 기도에 진실 따위는 단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죽기전까지 알아챌 리 없었다. 대교주가 껍데기뿐이라도 내 거짓신앙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죽었으면 한다. 더욱 거짓되게, 더욱 은밀하게 기도할 것이다.

내일, 또 내일이 되면 나는 두 눈에 신을 담고 찬미가 넘치는 눈빛을 한다. 아주 고요하지만 확고하게 신을 믿는 척 한다. 허공에 손을 뻗고 신이 가까이 존재하는 것처럼 몽환적인 손짓을 한다. 그리고 신도들에게 말 할 것이다.

신은 형체가 없습니다. 오로지 여러분들의 가슴속에서 무형태로 자리잡을 뿐입니다.


이나호 얘기는 다음에 나올듯해욤

추천 비추천

7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182 바보커플의 코티지 라이프 ㅇㅇ(180.229) 22.08.12 79 0
177 [14] ㅇㅇ(39.7) 21.01.15 51 0
176 슬레인은 여장이 잘 어울리죠 [15] 아세일럼 버스 앨루시아(210.107) 19.09.26 180 0
162 캐마갤 순회 왓사와요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07 117 0
142 바둑이 사이트 주소 포커 맞고 바두기 게임 싸이트 확인 1 ㅇㅇ(211.233) 18.11.12 71 0
141 ㅇㅇ ㅇㅇ(211.233) 18.11.12 43 0
126 짝사랑녀가 여기 간단ㄷㅏ,,,,,,,,,,,,, dasflk(223.26) 18.07.18 112 0
122 이제 머리에도 썬크림 바르노; 까도남(180.210) 18.07.04 99 0
121 rqwerㅋ1 홍콩(106.10) 18.07.04 92 0
120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미미년 묻은거 실화냐 ㅇㅇ(211.36) 18.01.27 198 3
119 폐쇄 존나 늦게해주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19 254 0
118 여기 폐쇄될거임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14 391 0
117 온냐들 오늘 슬레인 생일이야....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11 253 1
116 ㅠㅠㅠ원화가 슬레인 올라왓구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03 286 0
115 슬레인메이커 누가 만들어조 [2] ㅇㅇ(211.36) 17.12.11 201 0
114 슬레인쟝 털 옅어서 다리털도 잘 안나겠지 [3] ㅇㅇ(211.36) 17.12.10 254 0
113 4개월 전에 쓰고 끊은 무순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07 186 0
112 (정적....)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04 186 0
110 슬갤에 사람은 저뿐이와요?!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96 1
108 캘리귀미 또받앗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67 0
107 여기도 1인칭 정하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25 219 0
106 야심한 새벽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25 221 0
105 근데 여기 조회수는 외케 높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23 240 0
103 슬레인쟝 드씨에서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20 185 0
102 갤주 낙서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20 451 7
101 지인 소개로 와봤는데 [3] 10(182.215) 17.10.05 219 0
100 슬갤와보래서 와봤긔 [3] ㅇㅇ(39.7) 17.10.05 226 0
98 그럼 뻘글말고 연성이라도 하겟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25 182 0
97 자랑해욧ㅎㅎ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25 122 0
96 글쓰는 재주없어서 슬프구... Sla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19 168 0
95 슬레인 미아내 Sla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19 228 0
94 슬레인 뛰어욧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17 167 0
92 슬갤 죽지마ㅠㅠㅠ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17 595 11
91 슬레인이 차려주는 아침밥이 먹고싶오 [3] Sla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09 196 0
90 갤주낙서3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04 316 6
89 슬ㅡ하 [3] 카이즈카이나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03 222 1
이나슬레로 성직자인 슬레인 보고싶다111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02 447 7
87 갤주 낙서2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01 319 6
86 슬레인 속눈썹 놈 꼴리구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01 294 1
85 마네쟈의 토선이(슬레인)한테 새싹이 하나 더 생겼어욤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30 224 3
84 저어도 받은 귀미 짤털ㅎㅎ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9 232 0
83 마네쟈 귀미 또 받았음ㅎㅎ오져따리..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9 165 0
82 받짤써맛이란고에요ㅎ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9 156 0
80 마네쟈가 키우는 방울토마토 이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7 160 0
79 슬레인 고닉먹었구 [2] Sla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7 174 0
78 컴갤로는 첨들어와봤는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7 136 0
77 공지 어케 띄우는지 몰라서 글로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6 108 0
75 우리 이걸루 자짤하자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6 199 0
74 씨바 이게 19만원짜리 피규어라구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6 206 0
73 이나슬레는 다른 체위보다 뒷치기가 제일 잘 어울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7.26 750 1
12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