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가지 마라.

지방대학에 입학하지 마라.

여기서 말하는 지방대학은 서울, 경기권을 제외한 모든 대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산속에 고립되어 있는, 교통이 불편하고, 주변에 볼 거리, 즐길 거리가 없는 곳을 한정한다.

즉, 산속에 있는 지방대학에 가지 말라는 말이다.

아울러 산속에 있는 지방 전문대학에도 가지 마시라.

어느 지방전문대학.. 학교로 통하는 골목은 연가시처럼 가늘고 길게 늘어져 있을 뿐이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다.

왜 가지 말라고 하느냐?

쉽게 우울해진다.

물리적인 고립은

정신적인 고립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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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학교 통학버스를 타고

논, 밭을 지나서

산속에 숨어있는

산속에 고립되어 있는 학교로 가는 동안

스마트폰 화면에서 잠시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넓게 퍼져있는 무성한 풀들과 비닐하우스, 마시멜로, 좌초된 망가진 경운기,

그리고 전동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좁은 아스팔트 길 외곽을 느릿느릿 거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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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있는 지방대학을 통학하는 학생들은 제 나이가 스무 살인데도

하루 30분,

많게는 1시간 동안

농촌의 나이 든 풍경에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기숙사 사는 학생들은 월 화 수 목 금요일 모두 갇혀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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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인스타, 페이스북, 카카오톡 프로필에다가, 대학로 주변 이자카야에서 하이볼 마시는 사진을 올려 놓는데, 내가 찍을 수 있는 사진은 털 빠진 고양이가 수풀 왔다 갔다 하는 거, 아침에 기숙사를 나서면 아까 그 고양이한테 맞아서 죽어 있는 뱀이나 참새, 그리고 나무에 매달린 채로 사람 놀래는 매미나방유충, 비닐하우스랑 넓은 논마다 펼쳐있는 마시멜로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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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 포인트(2004)처럼 외딴곳에 고립되어 있는 대학들은 시내버스도 잘 오지 않는다.

1시간에 한번,

1시간 30분에 한번,

그 버스를 기다릴 여유가 없으면 카카오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택시도 잘 오지 않는다.

워낙에 외진 곳에 있는 학교라 그렇다.

그리고 길이 험하고 멀어서 택시 요금도 비싸게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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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있는 지방대학들의 주변에는 대학로라고 불릴 만한 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카페도, 주점도 없다.

올리브영도 멀다.

롯데리아도 멀다.

학과 친구들과 모여서 카페에 가거나 주점에 가려면, 스마트폰으로 시간표 꼼꼼히 살펴야 하고, 틴트 하나 사려고 해도, 무조건 읍내나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기본 7~12km나 되는 거리를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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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거국이라 줄여 말하는 지방거점국립대학, 좋다.

여기 들어가면 축하할 일이다.

각 지방의 중심지에 자리하니까, 통학도, 기숙사도, 대학로 근처 자취도 수월하다.

국립대학이 아니어도 지방 소도시 중심에 있는 사립대학들도 제법 괜찮다.

하지만, 산속에 있는 지방대학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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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놀러 가지 못하니까, 공부 밖에 못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저런 데에 아이들 가둬놓는 학부모들도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마라.

당신네들 닮아서 당신네들 자식들도, 못 놀게 한다고 공부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장학금 받겠다고 이런 곳 보내다간, 나가는 용돈이 더 많다.

이런 학교는 학생들한테 투자할 여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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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산속에 고립되어 있는 지방대학에 가지 말자.

산속에 고립되어 있는 지방전문대학에 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