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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존] 오늘의 일기) 내 안의 우울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앱에서 작성

기계새(218.55) 2024.04.18 19:00:46
조회 46 추천 0 댓글 0
														

아침에 일어날때 정신은 번쩍 깨는데 괜히 더 누워있고 뒹굴고 싶어지고 축 쳐지고 싶어진다. 이 상태에서 다시 눈감는다고 잠이 오지도 않고 오히려 몸이 불편해서 괴롭기만 한데, 그래도 내 안의 우울이 자꾸만 속삭인다.

속삭인다는건 일종의 비유로, 생각이 언어의 형태로 구체화되지 않은채 은근하게 스멀스멀 퍼져올라온다. 이 속삭임을 굳이 알아듣기 쉽게 사람 말의 형태로 번역하면, 이런 느낌이다.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안해도 돼. 열심히 하면 힘들잖아. 또 스트레스받고 고통스러울거야. 누워서 안락하게 있어도 돼.'

내 안의 우울의 이러한 속삭임은 마음에 직결된 채 아주 효과적으로 전해진다. 나는 내 안의 우울에게 동조되어서, 이를 단호하게 내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최근 내 우울이 많이 호전되었고, 통제를 점점 수월하게 해갔기 때문에 '우울이 좀 세진다고 제까짓게 뭘 할 수 있겠어?' 라는 오만함, 자기과신이 있었던 탓도 있다.

그렇게 나는  '우울에 취했다'. 엄마의 자궁 속에 든 태아와 같이 웅크린채 모든 근심걱정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나를 무생물로 되돌리려는 타나토스가 주는 안락함에 빠졌다.

약 2시간 후, 내면에서 점점 크게 울려오는 아우성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우울에게 넘어가면 안돼! 우울에게 지면 안돼!' 우울에 빠졌다가 겪은 과거의 수많은 내 10년간의 실패와 경험들이 부르짖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후부터는 생각을 던지고 내 루틴과 습관이 명령하는 대로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약부터 먹고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하루 계획 생각하기... 음...이제 완전히 깨어났으니 내 안의 우울로부터 주도권을 넘겨받고 배턴터치를 끝낸거겠지? 아침에 잘 쉬었으니 오늘 하루도 잘 넘길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수업 내용에 집중할 수 없고 뇌 속이 몹시 산만했다. 의욕의 Depression은 잡았는데, 감정의 Depression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결국 참다못해 수업이 끝나고 파록세틴 1정을 더 먹었다. 몇 년 간의 경험상, 파록세틴은 감정의 Depression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약 30분 이내에 효과가 점차 느껴진다. 하지만 파록세틴이 감정적 Depression을 완전히 없애주는 건 아니다. 나는 현재의 느낌에 최대한 집중했다. 악의와 증오와 분노같은 구체적인 부정감정들이 산산히 쪼개지고 부서져, 불쾌감, 불편함과 같은 동물적이고 1차적인 부정감정이 강하게 올라온다. 고등학교때 지겹게도 익숙하게 느낀 그 상태이다. 내 우울을 표면에서 깊숙히 가라앉히는, 내 정신에서 내 몸으로 내재화시키는 느낌이 다가온다. 전반적인 상태는 긍정적인데 그 속에 촘촘히 박힌 불쾌감이 부글부글 터져올라온다.

우울이 내재화되면 변화는 빠르게 신체에 반영된다. 특정 근육에 힘이 안들어가고, 특정 근육에는 지속적으로 들어가서 굳어버린다. 스스로 내 팔 허리 목 어깨 다리를 쉴새없이 마사지해도, 긴장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


집에 돌아와서 한참 지난 해질녘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우울은 나의 일부이기에, 무작정 부정하고 거부한다고 해서 떨쳐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울에게 삼켜져서도 안된다. 우울이 나에게 주는 잠깐의 안락함에 더 이상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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