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에 대한 외모 관리를 강제하기 못하게 하는 법안이 국회 입법 심사 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업계는 찬반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수많은 팬들 역시 이 법안의 통과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입니다. 리포터."

라이피안 제국의 어딘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밀정보교류국.

언제나 좋은 소식이 들어오는 법이 없었었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어섰을 정도로 나쁜 소식밖에 없었다.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알디브 성계에서 처음 발견한 외계종, 진정한 수준의 지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공물은 모조리 공격해버리는 초계함 크기의 짐승들.

만약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그들을 우회했겠지만, 하필 그들이 위치한 곳은 하이퍼레인 항법의 주요 요충지에 위치해 있었고, 그 때문에 우연히 발견한 고대 순양함을 수리하고 라이피안의 각종 최신무기를 덧붙여 그들과 교전, 수없는 회전 끝에 겨우 그들을 무찌르고 다시 알디브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 길 앞에는 더 많은 적대적 외계인들의 무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화되고 적대적인 채굴로봇들, 분명 지성이 없는 크리스털인 주제에 고강성 크리스털을 발사해대는 크리스털, 그리고 외계 아메바까지.

라이피안들은 그들 하나하나를 격퇴해가면서 수많은 거주가능 행성들을 찾았고, 드넓은 우주 속에서 채산성 있는 수없는 행성들을 발견했다.

제국의 건설선과 과학선들이 쉴새 없이 라이피안 제국의 영역을 확장하던 그 때에, 그들은 찾아냈다.

분명, 과학선이었다.

라이피안의 것이 아닌.

통신기술도, 우주선의 설계 방식도, 모든 것이 라이피안과 달랐다.

그들은 라이피안의 과학선을 보고도 적대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으며, 라이피안에게 몇번의 신호를 주고 우리의 반응을 탐색하고 회피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새로운, 그러나 무서운 무언가를 보고 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들을.

우리가 그들과 처음 만났을 때 취했을 것과 비슷한 그런 행동들을.

그들은 우주선을 건설할 수 있을 지적 능력이 있었고, 동시에 외계인과 만나서 그들과 평화적인 교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기밀정보교류국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라이피안 우주군에 명령해서, 그들을 나포하라고 명령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옴

그들의 컴퓨터를 다운로드하고 해킹했으며 분석했다.

그들의 육체 역시 찢고 절개하고 스캔했다.

그들이 보이는 행동, 정신, 언어 그 모든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벌레였다. 수많은 균류들이 한데 모여 정신을 이루는 진균체.

우리 제국에 걸맞을 정도의 강력한 우주 성간제국을 이룬.

기술수준도 우리와 비슷했으며, 사회체제와 군사력 역시 우리와 비슷했다.

놈들에 대한 문자그대로의 모든것을 알게되자 통신을 수립하는 것은 식은 죽 먹는 것보다 쉬웠다.

통신이 수립되자마자 그들은 우리에게 분노의 메세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상관없었다. 외계인 몇명의 목숨보다, 라이피안들에게 잠재적 위험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러나 그 순간, 전혀 다른 곳에서 경고가 터져나왔다.

티보르 성계에서 새로운 지적 외계종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하이퍼레인 기동로가 막혀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였기에 뜻밖이었지만, 제국에서는 재빨리 순양함을 보냈고 그들 역시 나포하는데 성공했다.

해부, 해킹. 그들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취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그래, 라이피안의 잠재적 위험 여부를 가리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게 더 나았을 뻔 했다.

놈들은 미치광이들이었다.

모든것을 흡수하기로 결정한 미치광이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망령류 개체들이었지만, 그 능력을 평화를 위해 사용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이 우주의 모든 지성체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고 말살하기로 결정한 비정상적 종교관에 사로잡힌 광신도들이었다.

그들의 경제는 오직 하나, 전함만을 만들기 위해 세워진 전쟁경체 체제이며 그 결과 제국이 만들어내는 합금들은 할일 없이 에너지만 낭비해대는 초계함들과 구축함들로 변모하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그들은 그저 끝없이 소비만 해대는 밑 터진 둑 신세였겠지만, 이제 그 무력은 향할 곳이 생겨버렸다.

라디오에서 깔깔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이돌이 화장을 해도 되냐 안되냐에 대한 얼빠진 소리로 격렬히 싸우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카고그는 눈을 감았다. 아직 대중들은 그들이 어떤 우주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미치광이 우주인들도. 지적 생명체라면 모조리 적대하는 정신나간 외계 괴물들도. 격변하는 우주 세력들의 정세도.

그것이 바로 제국정보국과 제국군이 기를 쓰고 정보를 차단하고 또 차단하는 이유니까.

그것이 바로 빛 속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어둠 속에 기어들어간 그들의 존재 의의이자 그들의 목표이니까.

그렇지만.

카고그가 두 눈을 감쌌다.

가끔, 그들의 업무가 좀 버거울 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