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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당신은 제국에 몰락에 동의하십니까?

ㅇㅇ(58.227) 2020.04.01 23:44:21
조회 5299 추천 57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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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 일어나보면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꿈속에서 저는 무척이나 외로웠고 어둡고, 쓸쓸했다는 것만은 기억납니다.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온 은하에 퍼져있는 우리 국민들이 참여하는 우주 규모의 투표입니다. 당신은 제국의 몰락에 동의하십니까? 투표의 안건은 그 어떤 것보다 기형적이었고, 듣는 이로 하여금 동의를 얻지 못할 주제의 투표였습니다.


그렇지만 과반수로 통과되는 투표가 아닌, 단 한명이 거부 투표를 하면 부결되는 투표였습니다. 투표를 진행하는 지도부는 모두에게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몇번이나 알렸습니다.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결과를 보류하고, 다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준비가 될 때까지 재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걸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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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작부터, 멸종과 멸망의 낭떠러지가 있는 절벽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곳에 서 있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은 낙원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유일했던 낙원을 떠나 이 세상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단 순간도 쉬지 않고 한 발자국이라도 물러선다면 사라지게 될 싸움을 멈추지 않고 해야 했습니다.


위협적인 환경. 더 강한 적. 많은 것이 우리를 멸망으로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이겨내고 살아남았습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살아남은 것이 우리의 발버둥의 결과가 아닌 우연이었다고 말합니다. 똑똑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게 아니라, 그저 운 좋았던 개체가 살아남은 것 뿐이라고 말입니다.


더 이상 싸울 상대가 남아있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가 가진 걸 뺏고 더 많이 갖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갈았던 칼날을 들이밀었습니다. 동족끼리의 전쟁은, 생존을 위해 벌었던 싸움보다 더 치열하고 잔인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싸움으로, 우리는 결국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수만년 우리를 죽여왔던 위협은,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더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그토록 피하려고 애써왔던 멸종을 상대에게 선고하기 위해 최후의 날을 불러올수 있는 무기를 수천개나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너무 늦지 않게 싸움을 멈추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불안정한 통합 속에서 우리는 번영을 이륙했습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고, 서로가 가진 생각도 달랐기에 우리는 때로는 다시 싸우곤 했습니다. 누군가는 평화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인구 과잉. 식량 문제. 부의 불균형. 우리에게 멸종을 선고하려는 적들은 질리도록 많았고, 여전히 우리는 절벽의 끝에 서 우리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적들에게 밀리기 않기 위해 버텨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불가능을 인정하고 포기했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힘들더라도 한 발자국씩 전진한다면, 언젠가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복잡해 얽힌 실타래는 분명히 그 끝과 시작이 있습니다. 불가능한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결국 많은 문제를 풀고 우리는 대지를 정복했고, 땅 위에 낙원을 세웠습니다. 통합된 번영 위에서 우리는 우리가 쌓아올린 것을 내려다보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이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밝게 빛나는 별을 바라봤습니다.


우리는 이미 모든 걸 이뤘기에, 이 기쁨을 다른 자들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무한한 우주에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기대했습니다. 그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겨냈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뤄냈는지 기쁨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우주로 우리들의 문명을 대표하는 것들을 쏘아올린 이후부터, 우리는 미지의 존재와의 조우를 위해 우주 탐사에 열을 올렸습니다. 첫 번째로 소득으로, 우리는 우주의 탄생을 알아냈습니다. 처음에 커다란 불꽃놀이가 있었습니다. 우연, 그리고 또 우연, 또다시 우연을 겹쳐 우리들의 별이 탄생하고, 우리들이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말도 안되는 기적을 뚫고 태어난 존재입니다. 이제 우주의 다른 기적을 찾을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만약, 새로운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다면 첫 번째로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기쁘게 발견했던 우주의 비밀. 당신들도 우주의 탄생을 관측해냈냐고 말입니다. 기대를 안고, 우리는 초기 우주 탐사을 시작했습니다.


십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누군가는 우주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냉소섞인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넓은 우주에, 우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간 낭비일 테니까요. 일단은 탐사선과 예산을 10배로 늘렸습니다.


우리는 외계인들을 만나기 위한 제대로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우린 제국의 모든 소설가와 SF 작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역사에 남을 지성체들간의 첫 조우가, 혹여 실패하거나 그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미리 많은 걸 준비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자들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호전적이고 군사적인 외계인들이라면 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우리도 그에 걸맞는 함선이 필요할 겁니다.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외계인이라면, 그들을 위해 우주 의회를 선물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반대로, 권위주의적인 왕이나 독재자가 지배를 하고 있는 외계인이라면, 그들의 권위를 드높여줄 우리가 건낼 값비싸고 귀한 성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들이 믿는 신이 있다면, 우리들의 신을 소개하며 차를 마시며 서로의 교리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적대적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탄소기반유기체의 몸을 버리고 로봇의 몸을 가지는 걸 선택했다면 그들의 전자회로에서 나오는 지혜는 분명 값질 겁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를 애타게 찾고 있다면 우리는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던 연인처럼 그야말로 멋진 랑데뷰를 이룰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들이 우리들을 만남을 썩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면...어쩌겠습니까. 마이너스부터 시작하는 만남도 있는 법이죠. 오랜 시간 호의를 가지고 대화를 시도한다면 그들도 분명 우리를 받아줄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은 은하의 학살자나 굶주린 아귀떼와 다름없이 덤벼온다면.... 첫 만남을 기념하는 축배를 들 새도 없이, 그들을 상대하기 위한 전쟁의 준비또한 진행했습니다. 유비무환이 중요한 법이죠. 우리는 관용적인 태도로 그들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받아들일 준비를 했습니다.


백년. 우주의 신비는 우릴 더욱 더 풍요롭게 했습니다. 이제까지 밝혀내지 못했던 많은 비밀들을 풀어냈고, 우리는 더 커진 번영을 나눴습니다. 백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항성의 에너지를 100% 활용하는 거대한 다이슨 스피어를 만들어낼 생각을 했을까요? 구체의 행성에서 벗어나, 항성을 크게 둘러싸며 만들어진 거주 가능한 인공 가능한 링 월드는요? 블랙홀의 물질을 압축시켜, 광물을 만들어내는 물질 감압기는,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SF의 이야기가 아닌 눈앞에 펼쳐진 현실입니다. 우리가 만나게 될 외계인들도 이런 걸 만들었을까요? 자랑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그들은 우리의 기술을 코웃음치며 우리와 다른 길을 걸으며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지의 기술을 우리에게 보여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주 어딘가에 있는 미지와의 조우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우린 조금 조급해졌습니다. 탐사선을 기존의 1000배로 늘렸습니다. 조선소에서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탐사선이 만들어 집니다. 미지와의 조우에 쓰일 선물들은, 만들어진지 오래되어 먼지를 뒤집어 쓰고 녹슬고만 있습니다. 녹이 슬고 낡은 선물을 버리고 새로운 선물을 준비합니다. 그렇지만 미지와의 조우를 이뤄낸다면, 이런 것쯤은 값싼 댓가일 뿐입니다.


천년.아직 미지와의 조우를 이루지 못했지만, 이건 우리가 아직 우주의 1% 도 제대로 탐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수만개의 은하의 탐사했지만, 아직 수조억개의 은하가 남아있습니다. 우리 제국의 지성들은, 탐사선만으로는 이 넓은 우주를 모두 확인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끝을 볼 수 있는 거대한 우주 건축물을 생각해냈습니다. 이것을 만드는데는 지겨울 정도의 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분명했지만 우리 모두 그것을 만드는데 동의했습니다. 제국의 모든 역량이, 거대한 망원경을 만드는데 집중되었습니다.


만년. 드이어 우리는, 우주의 모든 곳을 관측할 수 있는 거대한 우주 감시망을 만들어냈습니다. 감히 말하건데, 우리는 우주의 끝자락까지 마치 손바닥을 보듯 관측할 수도 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망원경이 완성되었을때 우리들은 선물을 받기 전 들뜬 아이처럼 그 거대한 망원경 앞에 섰습니다. 그토록 바래 마지않던 미지와의 조우가 이제 정말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주의 팽창보다 더 빠르게 퍼져나가는 파장으로, 우리는 우주 전체를 스캔했습니다. 우리는 꺼져있던 어두운 우주를 잠시 켜고 안을 살펴봤습니다. 우리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습니다. 이제는 지성체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준지성체나, 아니 하다못해 그저 아메바나 미생물이라도 해도 좋았습니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발견되길, 우주에 우리가 혼자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몇억년에 한번, 우주를 여행하며 모성을 스쳐 지나가는 혜성이 72번째로 관측되던 날. 우리가 보낸 파장의 우주의 끝에 닿아 되돌아 왔습니다. 망원경으로 직접 보게 된 우주의 끝을 보고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고 침묵했습니다.


우리의 우주는 죽어있었습니다. 골디락스 존, 소행성 충돌, 대기와 물의 생성, 생명체의 탄생, 진화. 몇번씩 겹쳤던 우주의 기적은, 단 한번만 일어났던 일이라는걸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신의 변덕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조차 죽어있는 우주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제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생명체가 태어날 가능성을 품은 행성은 이 우주에 단 하나뿐인 우리의 모성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제서야 왜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런 슬픈 기분이 들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어떻게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직 희망을 끈을 놓지 못한 자는, 어쩌면 우리가 틀렸을수도 있다며, 더 크고 강력한 망원경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강한 부정은, 무엇보다 더 큰 진실을 확고히 해주는 말에 불과합니다.


이 넓은 우주에 우리는 혼자였던 겁니다. 티끌보다 더 못한 작은 행성이, 이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유일하게 인식하는 자들의 전부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가족, 친구, 연인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집회를 열고, 기도를 하며, 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품고 있는 우주의 공허감과, 밀려드는 외로움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하는 이런 행동들이 부질없이, 더 큰 공허가 우리 마음속에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그저 멍하니 목적을 잃고 그저 우리가 이뤄놓은 것들을 향휴하기에는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왔고, 너무 진보했으며, 번영했고, 유능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우주에 우리가 혼자인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주에 혼자가 아닌 이유를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애써 무시해오며, 부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엄청난 양의 고독의 증거들이 데이터로 우리들에게 쌓여 있었으니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 모성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존재하던 원소가, 이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 과학자들이 알아냈습니다. 우주에 생명이 꽃필 수 있는 양분의 비밀은, 보통이라면 그 존재의 관측조차 불가능할 빅뱅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소량의 희귀 원소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원소를 우주에 가득 뿌린다면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리고 파종을 하는 것처럼 우주에 생명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즉시 새로운 목표를 찾았고 그것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하게 우주를 인지할 수 있는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이뤄야 하는 소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구는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않지만 그 원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관측할 수도 없었고, 수집할 방법도 없었으며, 합성할 수도 없었습니다. 만약 수집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로의 끝까지 이 원소를 어떻게 날려 보낼 겁니까? 겨우 그 끝을 관측하는데도 어질어질할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말이죠. 불가능을 말하는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우리는 말 없이 미소지었습니다. 우리가 언젠 되는줄 알고 했습니까.


우리 은하가 여든세번 회전을 할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드디어 온 우주에 생명의 씨앗을 뿌릴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과격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우리가 이뤄놓은 번영을 무너트리고, 세계를 파괴하며 모든걸 다시 0으로 되돌려야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답을 찾았다는 것에 우리는 마냥 기뻤습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니까요. 우리가 사라지는게 무슨 상관이랍니까. 우리는 최초로 우주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직전 지도부에서 중지 명령이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연구원들 모두가 내란죄로 붙잡혔습니다. 모든 인원이 사건이 악질적인 중죄로 판단받고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형이 집행되기 직전, 프로젝트를 영구히 폐기하고 중지한다는 조건으로 우리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지도부는 우릴 회유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우릴 여기서 모두 죽인다고 해도 반드시 일어나게 될 일입니다. 숨기거나 멈추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모두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설득이 통했는지 다행히, 사형이 집행되진 않았습니다.


멋대로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풀려난 우리는 프로젝트 실행 전에 모두의 동의를 얻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낸 파종계획을 모두에게 밝히고 실행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온 우주에 퍼져 살고있는 우리들의 동족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생각은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우릴 미친 사람취급하며 절대로 이 일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우리는 조금 실망했지만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남는 건 시간뿐입니다. 기다리는건 이미 익숙합니다.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게 하는건 이미 오래 전에 실패로 끝난 일입니다. 우리는 평화적으로 일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우주에 퍼져있는 모든 지성체들을 대상으로 매년 모두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신의 당신의 제국의 몰락의 동의하십니까? 그 기괴한 주제의 투표는, 단 한사람의 거부하더라도 통과되지 않고 부결되도록 처리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는데는 아마,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몇몇 사람은 우리의 삶은 여전히 가치있고 스스로의 자살에 동의하냐는 이런 멍청한 투표는 영원히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비웃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모두가 우리의 의견에 동의를 할 겁니다. 우린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존재 이유라는걸 알기에, 위대한 과업은 반드시 이루어질 겁니다.


더 이상 시간이 지나는걸 세는걸 그만뒀습니다. 정말로 단 한 표 차이로 투표가 부결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1조 7812억 8012명의 우주민들의 모든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놨던 프로젝트의 시작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남은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피해오려 마지않았던 종말이, 우리가 쌓아온 것의 몰락이 곧 다가온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에게 선언했습니다.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고, 못 다한 일이 있다면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라고 모두에게 충고했습니다.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 담담히 마지막을 기다립니다. 더 이상 우리들의 마음 속에 공허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꿈꿔오고 바래 마지않던 것이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으니까요.


굉장히 오래 걸리고 복잡한 시행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야 말합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빅뱅입니다. 우주에 생명을 뿌리기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거대한 불꽃놀이를 다시 한번 일으킬겁니다. 아쉽게도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세계를 부숴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우주는 어떤 모습일지 우린 그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네모난 행성이 가득한 네모난 세계일수도 있겠죠. 그 세계에서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만들어지는 우주는 이런 죽은 우주가 아닌 생명체가 숨쉬는 살아있는 우주가 될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계에서 새로운 생명체들이 우리가 걸어왔던 같은 길을 걷게 되었을 때 우리가 느낀 공허를 느끼지 않길 바랬습니다. 어쩌면 우주에는 우리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고독은 우리가 짊어진 걸로 이미 충분합니다.


우리는 우주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멈춰있는 우주를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제국을 무너트리고, 담담히 몰락을 받아들일 겁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뜨는 사이 우리의 세계는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제국의 지성들이 대폭발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계산했습니다. 앞으로 3초정도 남았다고 하네요. 몰락이 아니라 마치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신년행사의 하이라이트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같이 카운터다운이라도 해볼까요?


3...


오 이런,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더 빠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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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미지의 우주의 영역을 탐사하던 우리 과학선의 보안을 뚫고, 하나의 통신이 난입해왔다. 처음에는 감지 불량이라고 생각했으나, 우리의 말을 해석하기 위해 의미없는 단어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던 통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석이 끝났는지 밝고 쾌활한 어조로, 우리의 언어를 이용해 첫 조우 통신을 내놓았다.


"세상에 이렇게 기쁠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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