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신경 써서 처리해야 될 일도 많고

시간 맞춰 따박따박 움직여야 하니까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갤주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

아침에 씻고 나갈 준비하면서 슈만 3악장

날이 좋아 햇살까지 내 편인 날 모차르트 23번 1악장

보슬비가 내려 멜랑꼴리한 날 쇼팽 1번 1악장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베토벤 3번 1악장

도로가 꽉 막히는 날 차분히 베토벤 4번 1악장

엑셀 밟으며 강변북로 달리는 날 차이코프스키 1번 3악장

자신감을 충전하고 싶을 때 베토벤 5번 1악장

데드라인 앞두고 속도낼 때 쇼스타코비치 1번 4악장

점심 먹고 졸음이 밀려올 때 브람스 1번 3악장

스머프가 생각날 때 리스트 1번 1악장

낯선 도시로 해외 출장 가는 길 생상스 5번 1악장

지방 출장 갔다가 산너머 오는 길 그리그 2악장

열 받는 일 있을 때 모차르트 20번 1악장

개빡치는 일 있을 때 프로코피에프 2번 1악장

지친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순간 라흐 2번 2악장

문득 옛 생각에 잠기는 날 라벨 2악장

첫사랑의 추억이 떠오를 때 쇼팽 2번 2악장

골똘히 고민할 꺼리가 있을 때 리스트 2번 2악장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을 때 모차르트 21번 2악장

저녁노을 보며 한강다리 건널 때 라흐 파가니니 랩소디 18번 변주

퇴근길 녹초에겐 쵸능력 파워에이드 브람스 2번 1악장

야근하고 별 보며 집에 돌아가는 길 라흐 3번 1악장

불금 퇴근길엔 내 차 안이 재즈바! 라벨 왼피협

갤주의 피협 그 잡채 속

(※팔색쵸님 잡채샷 무단도용임을 밝힙니다.)

시금치처럼 살아가는 나란 갤러

나만 이러고 사는 거 아니지?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거대한 투티가 잔소리하듯 쪼아대는 압박감

사이사이 영롱한 터치로 어루만져주는 갤주 덕분에

겨우겨우 정신줄 부여잡고 주간일정과 업무를 소화해

20세기 이후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넘쳐나지만

꼭 갤주의 연주로 들어야만 일상이 돌아가

호기심에 곁눈질하며 다른 연주자꺼 들어봐도

중간에 지루해져서 끝까지 못듣겠고

결국은 돌고 돌아 조성진 - 돌.돌.조.

피아노는 다 같은 스손/팥쥐/뵈젠 같은데

왜 갤주가 손을 대면 다른 소리가 날까?

단순히 잘 쳐서가 아니야

갤주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고군분투하는 30분의 러닝타임이

누군가의 인생극장을 훔쳐보는 듯한

감동의 쓰나미... 아니, 글리산도가 있어

어쩌면 뭐든 잘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갤주의 삶의 태도를 본받고 싶어서

갤주의 피협만 고집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갤러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갤주의 피협은 뭐야?

좋아하는 피협 이야기 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