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망상) 캠퍼스 커플 번외 5

ㅇㅇ(76.173) 2020.03.16 20:47:22
조회 3468 추천 142 댓글 33
														













“씨ㅂ…!”






씨브븝. 급하게 입술을 콱 다무는 바람에 단어가 완성되지 않는다. 숙희는 욕을 내뱉는 것 대신 라켓을 바닥에 팩 내던지는 거로 바짝 오른 약을 표현했다. 짜증이 나서 죽겠다. 이딴 스포츠 하나를 못 이겨서 약이 오르는 것도 죽겠고, 상대가 히데코라 화도 못 내서 죽겠다. 더군다나 왜 제 입으로 그딴 내기를 걸었을까.







- 배드민턴 이기는 사람이 일주일 동안 왕 하기.

- 나 배드민턴 칠 줄 몰라.

- 알았어요. 저 그럼 왼손으로 칠게요.







제 발치에서 빙그르르 구르는 셔틀콕을 힘껏 차버리고 싶었다. 뭐? 배드민턴 칠 줄 몰라? 진짜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팩 들어 올리자 여유롭게 웃고 있는 히데코가 눈에 각인되듯 박혀 들어온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얼굴이 오늘따라 저를 괴롭히던 예전의 그 무시무시한 선배로 보인다. 커피를 엎지르고 조소하는 그 얼굴. 딱 그거잖아 지금. 지금 딱 그거잖아!







숙희는 허리춤에 양손을 척 얹고 숨을 후욱, 내쉬었다. 진정하자. 그래, 내가 멍청했지. 한두 번도 아니고 왜 또 속았지. 슬쩍 웃는 저 얼굴에 또 끔뻑. 아니,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네.







“나 괴롭히는 게 그렇게 좋아?”

“응.”







귀엽잖아, 라는 듯한 얼굴로 배드민턴 라켓을 어깨에 걸치는 그녀 때문에 또 바짝 약이 오른다. 한때 배드민턴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이 남숙희가. 세 판 만에 그녀가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아채고 오른손으로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왜. 한 번을 못 이기지. 숙희는 자신이 던져버린 라켓과 신코에 부딪힌 셔틀콕을 다시금 집어 들었다. 이게 몇 판째인지도 모르겠다. 이 공간에서 족히 두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장장 그 시간 동안 자신은 히데코를 한 세트도 이길 수 없었다. 자신이 겨우 격차를 벌려놓으면 히데코는 웃으며 역전을 했다. 매판이 그런 식이었다. 처음엔 봐주다 마지막엔 역전승. 모든 세트가, 리플레이하듯이 똑같았다. 숙희는 씨히, 소리를 내며 라켓을 고쳐잡았다.







“진짜 마지막 판이야.”

“알았어요.”







마지막 한 판만 더. 아, 진짜로 이번이 마지막. 아! 진짜 마지막! 하며 벌써 마지막 판을 서너 번째 하고 있었다. 좀 져주라, 어? 하는 제 눈빛은 보이지도 않는 것인지. 아니.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겠지. 숙희는 셔틀콕을 잡고 있던 손가락을 떨어트리며 라켓을 크게 휘둘렀다.








* * *








“물 드릴깝쇼?”

“응. 말투는 꼭 그래야 해?”

“예이.”







소파에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히데코에게 생수를 건넸다. 생수병과 제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 텔레비전으로 눈을 돌린다. 손 하나 까딱 안 하겠다고? 숙희는 헛웃음을 픽 터트리며 뚜껑을 돌렸다. 병뚜껑 하나 따는데 어깨와 팔뚝이 비명을 지른다. 내일 아침은 지옥이겠구나, 단숨에 알아챌 수 있었다.







“왕님. 아, 하쇼.”

“시위해?”

“당연한 거 아니야? 이건 엄연히 사기라고요.”







그녀의 입술 앞으로 물을 가져다 대니 히데코가 생수병을 휙 낚아채 갔다. 아마 분명해. 몸도 찌뿌둥하니까 운동이나 하러 갈까? 할 때부터 다 계획했던 거야. 내가 배드민턴을 치자는 것도 알았을 거고. 내가 내기를 하자는 것도 알았을 거고. 내가 왼손으로 치겠다는 것도…. 다 내가 자초한 일이네. 제가 보란 듯이 인상을 팍 구기자 그녀의 잇새로 픽,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어떻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느냔 말이야. 이거 봐. 이렇게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몰랐어.”

“나 진짜 소름 돋아요. 내 머릿속이랑 대화하지 마.”

“숙희야.”

“…왜요.”

“자긴 내 손바닥 안이야.”







어깨를 으쓱이는 히데코가 오늘따라 무섭다.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따분한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시청이 아니라 응시. 송출되는 화면은 희한하게 제 시야에서 미끄러지고, 좀 전에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라켓을 휘두르는 그녀만이 제 눈앞에 아른거렸다. 사실, 다 알고 있다고 자만했던 것도 같다. 그녀가 뭘 제일 잘하고 뭘 제일 못하는지. 근데 오늘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전혀 몰랐으니까. 그녀가 저보다 배드민턴을 더 잘 치리라는 것은.







“왕님. 배드민턴 배운 거죠.”

“응.”

“언제 배웠어요?”

“어릴 때 잠깐.”

“진짜 못 하는 게 뭐야. 아, 알아. 망둥이 못 잡고. 무서운 영화 싫어하고. 요리 못 하고.”







제 말에 히데코가 고개를 슬쩍 돌린다.







“못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더 낫다ㄱ…,”

“물.”

“예이.”







바로 복수하는 것 봐. 귀여워. 아, 진짜 난 팔불출인가 보다. 숙희는 몸을 길게 늘어트려 탁자 위에 있는 물병을 겨우 집어 들었다. 허리에서 뚜둑거리는 소리와 어깨가 내지르는 비명에 자신도 모르게 같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를 꽉 깨물고 터져 나올 것 같은 비명을 겨우 참으며 코로 흐응, 숨을 내뱉었다. 힘겹게 집어 든 생수병을 그녀에게 건네니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안 마실래, 하는 눈빛이 다시 아무 감흥 없이 텔레비전으로 옮겨간다. 귀엽다는 거 취소. 하나도 안 귀여워.








생수병을 바닥에 내려놓고 숙희는 다시 히데코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어쩐지. 은근히 근육질인 이유가 있었어. 그래서 그렇게 밤마다 지치지도 않고… 아.







“이상한 생각하지.”

“…네.”







히데코가 어깨를 통 튕긴다. 그녀의 어깨에 얹은 제 머리가 흔들린다.






“좋은 거잖아.”

“…어. 그렇죠.”






그, 그렇지. 좋은 거지. 숙희는 그녀의 어깨에서 얼굴을 팍 떨어트렸다.







“싫어?”

“아뇨, 좋죠!”








부끄러워서 달아난 건데. 미간을 좁히며 물어보는 태세가 날카롭다. 숙희는 갑자기 이상야릇해진 이 분위기에 그냥 정말 제 어깨처럼 비명을 지를까 싶었다. 아니, 아직 해가 떠 있는데 대화는 왜 새벽 두 시 대화야. 알 수 없다는 히데코의 얼굴에 제가 더 알 수 없어졌다.







“오래 하면 좋죠!”

“더 알아 갈 수….”

“예?”

“어?”







하나도 안 부끄러운 척, 꺼드럭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는데.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히데코가 점점 입꼬리를 올린다. 아니 손바닥 안이라며. 내 생각 다 안다며. 왜 이번에는 못 맞춘 건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두 눈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여전히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다는 게 좋다고.”

“…….”

“뭔 생각 했어?”

“아무것도요.”

“오래 뭘 해?”

“몰라요! 배드민턴이겠죠.”

“말해. 내기했잖아.”

“죽여주시옵소서. 즈어어언하.”

“그래. 밤에.”

“나 오늘 그러다 진짜 죽어. 취소! 취소야!”















-

댓글에 존버단을 봐버려서 하나 쓰고 간다,,,

다들 건강 조심해!!!!



추천 비추천

142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73890 ㅇㅁㄴ~ ㅇㅇ(121.148) 20.05.09 116 0
173889 ㅇㅁㄴ~ ㅇㅇ(61.80) 20.05.08 80 0
173888 ㅇㅁㄴ ㅇㅇ(61.80) 20.05.07 96 0
173886 ㅇㅁㄴ ㅇㅇ(61.80) 20.05.06 89 0
173885 혹시 아럼프 양도받을 사람 있어? [1] suchen(59.17) 20.05.05 375 0
173884 조만간 굿즈들 나눔하고 싶은데 동무들 아직있니?? [10] ㅇㅇ(115.137) 20.05.03 596 0
173883 ㅇㅁㄴ!! [1] ㅇㅇ(106.254) 20.04.30 131 0
173882 ㅇㅁㄴ~ ㅇㅇ(61.80) 20.04.28 60 0
173881 ㅇㅁㄴ ㅇㅇ(61.80) 20.04.27 60 0
173880 ㅇㅁㄴ~ ㅇㅇ(61.80) 20.04.24 81 0
173879 아가씨 오리지널 티켓 [4] ㅇㅇ(210.92) 20.04.23 738 14
173878 ㅇㅁㄴ ㅇㅇ(61.80) 20.04.23 65 0
173876 ㅇㅁㄴ [1] ㅇㅇ(175.223) 20.04.22 70 0
173875 아니 아가씨사탕이 왜 거기서 나와? [6] ㅇㅇ(115.95) 20.04.21 1256 11
173874 ㅇㅃㅌㄴ ㅇㅇ(223.38) 20.04.21 84 0
173873 ㅇㅁㄴ ㅇㅇ(61.80) 20.04.21 45 0
173872 궁금한거 있는데 [2] ㅇㅇ(106.254) 20.04.20 275 0
173871 ㅇㅁㄴ ㅇㅇ(61.80) 20.04.20 54 0
173869 ㅇㅁㄴ~ ㅇㅇ(110.70) 20.04.17 52 0
173868 ㅇㅁㄴ ㅇㅇ(175.223) 20.04.16 53 0
173867 서울극장3주차에 아가씨있다 [3] ㅇㅇ(110.70) 20.04.15 476 8
173866 ㅇㅁㄴ~ [1] ㅇㅇ(211.36) 20.04.14 63 0
173865 ㅇㅁㄴ [2] ㅇㅇ(61.80) 20.04.13 66 0
173864 ㅇㅁㄴ~ 으나짱짱^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11 63 0
173863 ㅇㅁㄴ~ ㅇㅇ(61.80) 20.04.10 55 0
173862 ㅇㅁㄴ ㅇㅇ(175.223) 20.04.09 52 0
173861 dvd 살사람 댓글달아줘 ㅇㅇ(175.223) 20.04.05 226 1
173859 @@ 4번째 대관에 대한 툽 결과 @@ [9] ㅇㅇ(223.62) 20.04.04 997 49
173858 ㅇㅁㄴ~ ㅇㅇ(61.80) 20.04.03 44 0
173857 ㅇㅁㄴ ㅇㅇ(61.80) 20.04.02 48 0
173856 ㅇㅁㄴ ㅇㅇ(175.223) 20.04.01 51 0
173855 @@ 4번째 대관 진행에 대한 툽 @@ [9] ㅇㅇ(223.62) 20.04.01 272 3
173854 ㅇㅁㄴ [1] ㅇㅇ(61.80) 20.03.31 62 0
173853 질렀다~!! [3] 으나짱짱^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31 445 1
173851 알림?)대관 논의 예정(4월1일) [7] ㅇㅇ(223.62) 20.03.30 273 10
173850 ㅇㅁㄴ ㅇㅇ(61.80) 20.03.30 53 0
173849 왓챠에 있는건 확장판이야?? [2] 으나짱짱^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30 719 0
173847 ㅇㅁㄴ~ [1] ㅇㅇ(61.80) 20.03.27 63 0
173846 ㅇㅁㄴ [1] ㅇㅇ(175.223) 20.03.26 66 0
173845 ㅇㅁㄴ [1] ㅇㅇ(61.80) 20.03.24 110 0
173844 아가씨 원작도 있고 명대사도 오마주였다는 거 이제 알아서 [5] ㅇㅇ(182.230) 20.03.23 1164 1
173843 ㅇㅁㄴ [1] ㅇㅇ(61.80) 20.03.23 91 0
173842 그거 아세여? ㅇㅇ(223.39) 20.03.22 158 0
173841 뒷북 둥둥)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정신병원에서 말이야 [5] ㅇㅇ(222.109) 20.03.21 761 0
173840 ㅇㅁㄴ~ [2] ㅇㅇ(61.80) 20.03.20 89 0
173839 ㅇㅁㄴ [2] ㅇㅇ(110.70) 20.03.19 92 0
173838 오티 만들어봤어 [8] ㅇㅇ(121.163) 20.03.18 1248 45
173837 ㅇㅁㄴ [1] ㅇㅇ(61.80) 20.03.18 82 0
173836 ㅇㅁㄴ [1] ㅇㅇ(61.80) 20.03.17 81 0
망상) 캠퍼스 커플 번외 5 [33] ㅇㅇ(76.173) 20.03.16 3468 14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