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이랑 명화랑 주절주절 감상글을 일기 블로그에다 썼는데

그 중에 갤에 올릴 만한 이야기 두 개!

블로그에서 긁어온 거라 말투 양해 부탁......

1.

현수모 사망 장면에서 쓰러져 있는 자세가 부자연스럽잖아

그래서 먼가 화면이 사실적이기보단 극적이지

나는 이 장면 보는데 이집트 벽화 생각이 나더라고

이런 느낌으로..ㅋㅋㅋㅋㅋㅋㅋㅋ

이집트 벽화와 현수모 사망 장면의 발, 어깨, 고개의 방향이 일치한다. 인체 구조상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자세다.

그럼 고대 이집트인들은 왜 이런 자세로 인물을 그렸나? 여기에는 이집트인들의 종교적 사상이 반영돼 있다. 이집트인들은 죽은 사람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죽은 자의 육신을 생전 모습 그대로 보존하려고 미라를 만든 거고, 미술에서는 죽은 자의 모습을 조각이나 그림으로 많이 남겼다. 그러면 '생전 모습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모습으로 그릴 것인가? 비스듬히 측면에서 본 모습, 똑바로 정면에서 본 모습, 뒷모습, 뭘 그려야 가장 완전하게 죽은 자를 보존하는 그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게 바로 저 자세다. 고대 이집트인들 생각에, 얼굴이란 건 콧대가 드러나는 옆얼굴이 가장 본질적이라고 여겼다. 어깨와 몸통은 정면에서 본 모습이, 다리와 발은 옆을 향한 모습이 본질인 거고. 그래서 각각 '원래 모습'대로 그려서 합쳐 놨더니 저렇게 불편해 보이는 자세가 됐다. 이러한 이집트 미술의 특징을 '정면성의 원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저게 제일 완전한 모습이라는 거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시간에 의해 변질되지 않는, 영원하고 정적인 모습.

말하자면 이것은 현세의 살아 있는 자를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죽은 자를 영원히 정적인 모습으로 그리는 방식이다.

현수모...... R.I.P......

2.

이거 그 짹에서 돌던 현수랑 오필리아 그림 비교ㅇㅇ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이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등장인물인 그 오필리아다. 오필리아는 그 캐릭터가 가진 비극성 때문에 많은 화가들의 뮤즈가 됐다. 오필리아를 그린 작품이 많다. 그 중에서 제일 유명한 게 밀레이의 이 그림이고. 그렇게 많은 화가들이 오필리아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유, 나는 그게 불한당원들이 현수를 사랑하는 이유와 닮았다고 본다.

<햄릿>에서, 햄릿과 오필리아는 연인 사이. 그런데 햄릿이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였다. 오필리아는 사랑하는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에 대한 충격과, 아버지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스트레스로 인해 미쳐버린다. 그 상태로 들판을 헤매고, 물가에서 놀다가 빠져 죽고 만다...

이 비극에는 오필리아의 역할 갈등이 보인다. 햄릿이 아버지를 죽였을 때, 오필리아의 입장에서는 햄릿의 연인 역할과 아버지의 딸 역할이 서로 격렬히 충돌한다. 보통의 경우에 나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나의 원수고, 그 원수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든 죽여버리든 복수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오필리아는 그럴 수 없다. 그 원수가 사랑하는 햄릿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또 햄릿을 내버려두고 이때까지처럼 사랑하겠다는 건 아버지에 대한 배반 같다. 이 역할 갈등에서, 오필리아가 햄릿과 아버지 둘 중 어느 쪽도 배반하지 않는 길은 딱 하나, 자신의 죽음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극성이 화가들을 자극했겠지... 그리고 이게 완벽하게 현수와 닮은 것이다. 현수의 어머니를 죽인 재호, 그러나 현수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재호에 대한 현수의 감정선은 이미 깊었고, 단순히 '복수할 거야!'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 아지트 시퀀스에서 현수가 재호에게 죽임 당하길 바랐다고 생각한다. 오필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의 복수를 포기하는 것과, 제 손으로 재호를 죽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힘겨워서. 재호를 죽이는 것보다 자기가 재호 손에 죽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한 일이었을 거다. 그러니 재호가 자기에게 총을 들이밀어도 "쏘려면 빨리 쏴요."하고 태평하지.

"지금 나 안 죽이면 니가 죽어."라는 말에서는 죽여버리겠다는 경고와, 죽여달라는 요청이 함께 느껴지는 것 같다.

뭐 꼭 이렇다는 게 아니고 이렇게 보는 방법도 있다는 취지에서 올려본다... 문제시 비번잘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