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연재 🧩] 프로도는 모르도르 군의 출정을 목격함앱에서 작성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0 21:04:54
조회 73 추천 1 댓글 3
														

7bef8005b4f41980239e8594409c701ee1388b2e9e5bb3f915ac0c54e656be0b6a3783ad74bb42149afad4741f8d78283b359f98

골룸이 깨어났을 때는 자정이 약간 지났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호비트들은 눈꺼풀이 없는 골룸의 흐릿한 눈이 자신들을 향해 번득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늘 그랬듯이 귀를 기울이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도 이전에 보았듯이 밤의 시간을 알아 내기 위해 그가 늘상 하는 방식이었다. 
"쉬었나요? 잘 잤어요? 이제 갑시다."
골룸이 말하자 샘이 으르렁대듯 대답했다. 
"우린 쉬지 못했어. 자지도 못했고 그렇지만 가야 한다면 가겠어."
골룸은 곧장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려 네 발로 땅을 짚었고 호비트들은 그보다 느리게 뒤를 따랐다. 
그들은 골룸을 앞세워 동쪽의 어둡고 비탈진 땅으로 다시 나아갔다. 거의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이제 밤이 꽤 깊어져, 걸려 넘어지고나서야 나뭇가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면은 더 울퉁불퉁해져 걷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골룸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것 같아 보였다. 그는 그들을 인도해 찔레덤불이 우거진 황야를 헤치며 때로는 깊은 틈새나 어두운 구덩이를 돌고 때로는 관목으로 뒤덮인 시커먼 분지 속으로 내려갔다 올라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약간 내려갔을 경우 올라가는 비탈은 언제나 더 길고 가팔랐다. 그들은 꾸준히 기어오르고 있었다. 처음 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다보니그들이 떠나온 숲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것은 광대한 짙은 어둠처럼, 어둡고 텅 빈 하늘 아래 더욱 어두운 밤처럼 깔려 있었다. 동편에서 거대한 칠흑의 어둠이 희미하고뿌연 별들을 삼키며 서서히 번져오고 있었다. 지는 달은 뒤쫓는 구름을 벗어났지만 그 주위로는 빛바랜 누런 광채가 둘려 있었다. 

75e8f505bc8a1aff239ef7ed349c7064bb20399390a570f805096d795c6707dfcc6bcdee61831fa74dde43f38300a3bc30d1d2

그러나 날은 새지 않고 다만 죽은 듯한 갈색의 어스름이 계속되었다. 동쪽에서는 금방이라도 비를 내리쏟을 듯한 짙은 구름 아래 칙칙한 붉은빛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그건 새벽의 붉은 여명이 아니었다. 그 사이의 어지러이 널린 대지를 가로질려 에펠 듀아스산맥이 그들을 험악하게 노리고 있었다. 산맥 아래쪽은 밤이 두텁게 깔린 채 빠져나가지 않아 캄캄하고 형체를 분간할 수 없었으나 위쪽은 타는 듯한 붉은빛을 배경으로 뻐죽삐죽한 봉우리들과 등성이들의 윤곽이 견고하고 위협적으로 드러났다. 오른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산맥의 사면이 어둠 속에서 어둡고 캄캄하게 도드라져 서쪽으로 뻗고 있었다. 

75eff473c7871df0239981e34e9c7068a87e4cb08eb1d73856dd7425dc605117cd648c5737a954c1539814518c7e8db22ddeed


샘이 생각하기에 오후라고 해야 마땅할 시간이 흘러갔다. 은신측에서 내다보니 그림자도 없는 회갈색 세계가 아무런 특색도 없고 색깔도 없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고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덥지는 않았다. 프로도는 몸을 뒤척이며 때로는 뭐라 중얼거리며 불편한 잠을 잤다. 샘은 그가 갠달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두 번쯤 들은 것 같았다. 시간은 끝없이 천천히 지나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샘은 뒤쪽에서 쉿쉿거리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았다. 골룸이 네 발로 기며 번득이는 눈으로 그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골룸은 나직하게 말했다. 
"일어나요, 일어나! 잠꾸러기들 같으니, 일어나라구! 일어나요, 시간이 없어요. 우린 가야 해. 그래요, 곧장 가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샘은 의심스런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웬지 겁이 났거나 아니면 흥분한 것 같았다. 
"지금 가자고? 무슨 속셈이야? 아직 시간이 안 됐어. 차 마실 시간도 안 됐단 말이야.
적어도 차 마실 시간이 있는 품위있는 자리라면 말이야."
골룸은 쉿쉿거렸다. 
"바보같이! 우린 품위있는 곳에 있지 않아. 시간은 급히, 그래 빨리 달리고 있어. 꾸물댈 시간이 없어. 우린 가야 해. 일어나세요, 주인님. 일어나요!"
골룸이 프로도를 할퀴듯 붙잡자 프로도는 소스라치며 깨어나 벌떡 일어나 팔을 그러쥐었다. 골룸은 몸을 비틀어 빼고는 뒷걸음쳐 물러나며 쉿쉿거리고 말했다. 
"바보같이 행동해선 안 돼요. 우린 가야 해요. 어물거릴 시간이 없어요!"
그들은 골룸에게서 아무것도 캐낼 수가 없었다. 어디에 갔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서두르는 것인지 그는 말하려 하지 않았다. 샘의 가슴에는 의심이 가득했고 또 겉으로 드러냈지만 프로도는 마음 속에 이는 생각을 전혀 내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짐을 들어올리고는 점차 짙게 몰려오는 어둠 속으로 나아갈준비를 했다. 

7fea8273c3f46ef1239cf497469c7019d94a395e917d3681a26a8a2696b598e5992aff5e65ebe860002ae9853773e2f9d33dc3bef6

약 한 시간 동안 그들은 말없이 일렬로 걸었다. 그들의 가슴은 어둠과 완벽한 정적에 짓눌려 있었다. 정적은 먼 곳에서 들리는 천둥소리나 구릉의 움푹 파인 곳에서 들려오는 북소리 같은 희미한 굉음에 의해서만 이따금 깨질 뿐이었다. 그들은 은신처에서 내려와 남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산맥을 향해 위로 경사진 길고 울퉁불퉁한 비탈을, 골룸이 찾을 수 있는 한 곧바른 길을 따라갔다. 곧 앞쪽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띠 모양으로 둘러선 나무들이 검은 벽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점차 가까인 다가서면서 그들은 그것들이 매우 오래된 엄청나게 큰 나무들임을 알았다. 마치 폭풍과 번개가 쓸고 지나갔으나 그 나무들을 죽이거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뿌리를 뒤흔들지는 못한 것처럼 윗부분은 마르고 부러졌어도 여전히 높이 치뻗치고 서 있었다. 
"교차로예요, 맞아요. 우린 저 길로 가야 해요."
골룸이 말했다. 은신처에서 떠난 후 처음 한 말이었다.

75eb8970c7f36ef523e98293359c701f79a977b9c75c1326f1d91df0ddbb42d8e5c2c7b155b1465dc8736c8919fa07eeeb67b44b

그 중앙에는 네 갈래의 길이 만나고 있었다. 뒤로는 모라논으로 가는 길이 놓였고 앞으로는 그 길이 남쪽으로 길게 뻗쳤으며 오른쪽으로는 오스길리아스로부터 지어진 오래된 길이 교차점에서 왼쪽 동편을 향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이 따라가야할 길이 바로 그 어둠의 길이었다. 

7aeef176c38a19f423ee80e5469c706960fca84361241ac2bac4d82915569f21eef2b2c9a4b25a96f00c7b17d3fc47d0e0852d72

골룸은 겁에 질려 안달을 하며 프로도의 망또를 잡아당기고는 쉿쉿거렸다. 
"가야 해요. 여기 서 있어선 안 돼요. 서둘러요!"
프로도는 마지못해 서쪽을 등지고 길잡이가 이끄는 대로 동쪽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원형으로 늘어선 나무를 떠나 산맥을 향해 길을 따라 기어갔다. 길은 얼마간곧게 뻗더니 곧 남쪽으로 굽어지기 시작해 마침내 그들이 멀리서 보았던 바위의 거대한 사면 바로 아래로 이어졌다. 그 바위는 그들 위로 위압적인 모습으로 시커멓게 드러났으며 뒤편 어두운 하늘보다 더 어두웠다. 길은 그 그림자 아래로 기어가듯 이어졌
고 그림자의 모퉁이를 돌고서는 다시 동쪽으로 가파르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프로도와 샘은 더이상 자신들의 위험에 대해 깊이 걱정하지도 못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프로도의 고개가 아래로 숙여졌다. 그의 목에 달린 짐이 다시 그를 아래로 잡아당겼던 것이다. 거대한 교차로를 지나자마자 이딜리엔에선 거의 잊혀졌던 그 무게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발길이 닿는 땅이 가팔라진다는 것을느끼면서 그는 지친 듯 눈길을 들었다. 골룸이 말한 대로 반지악령들의 도시가 보였다. 그는 암벽에 기대 몸을 웅크렸다. 

08ef8870bd83198523e784e6409c7069cca419e7526922093b853115e64f203e0be8c7901f4aefdbf6c4fa9a65435e35791b3a

그림자의 심연같이 길게 경사진 계곡이 멀리 산맥 속으로 거슬러 올랐다. 에펠 듀아스산맥의 시커먼 사면을 자리삼아 미나스 모르굴의 성벽과 탑이 높이 솟아 있었다. 주위의 대지와 하늘 모두가 어두웠으나 그곳만은 빛이 밝혀져 있었다. 

7eedf673bc8668f5239d84e24f9c706abfcda6ae517ba6277db7e7c5129a9307f2c124b457bdec70783a1cac6a10670ef009b9f8



그건 물론 과거 달의 탑 미나스 이딜의 대리석 성벽 속에 간직되었던 아름다운 달빛은 아니었다. 그 빛은 달빛보다 훨씬 창백했으며 부패물에서 나오는 역겨운 발광체처럼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성벽과 탑에는 마치 끝없는 어둠의 심연을 응시하는 듯한 수많은 총안과 창문이 뚫려 있었다. 탑의 첨단부는 어둠을 경계하는 거대한 유령의 머리처럼 이리저리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0fe58007c3f61e8223ebf493349c701ba231f82dce8d68233fb055f14dfc405004770ea0528b8b32b7c6caacd64c559b434e58

셋은 한동안 몸을 움츠리고 내키지 않는 눈길로 위를바라보며 서 있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골룸이었다. 그는 다시 절박하게 그들의망또를 잡아당겼지만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둘을 거의 잡아끌다시피 했다. 그들은 마지못해 한발 한발을 떼어놓았다. 발을 들었다가 다시 내디디는 사이가 몇 분씩이나 되는 것 마냥 시간은 거의 정지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느릿느릿 하얀 다리에 이르렀다. 희미하게 보이는 도로는 계곡 가운데의 개울을 건너 북쪽 성벽의 바깥 둘레로 열린 시커먼 성문을 향했다. 양쪽 제방으로 넓은 평지가, 옅은 하얀색 꽃들이 가득한 그림자진 초지가 깔려 있었다. 그 모습은 스스로 광채를 발하며 아름답게도 보였지만 동시에 편치 못한 꿈속의 일그러진 형체처럼 섬뜩했으며 또 욕지기나는 희미한 납골당의 냄새를 피웠다. 대기 속엔 부패한 냄새가 진동했다. 다리는 초지를 연결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인간과 짐승의 형상을 본뜬 정교한 조상들이 세워져 있었으나 모두 더럽고 보기에 역겨웠다. 흐르는 물소리는 조용했으며 물결에선 증기가 올랐다. 다리 주위를 휘감고 오르는 증기는 몹시도 차가웠다. 프로도는 현기증이 나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때 갑자기 자신의 의지 이외의 어떤 힘에 이끌린 것처럼 그는 비틀거리며 무엇을 찾는 듯 양 손을 내뻗고는 고개를 숙인 채 이리저리 머리를 내두르며 서두르기 시작했다. 샘과 골룸은 그를 따라 뛰어갔다. 샘은 프로도가 다리 입구에서 비틀거리다가 막 쓰러지려는 순간에 팔을 잡았다. 

749e8800c1f368fe23ee8293479c701e9fad6e4e8e5938725d210720825f18693e09bb475cae637c0438270ea93efe4db7a1662f

프로도는 눈두덩 위로 손을 들어 언덕 위의 도시로부터 시선을 가렸다. 빛을 발하는 그 탑에 홀렸던 것이다. 그는 성문을 향해 뻗은 희미한 도로를 뛰어가고픈 욕망과 싸웠다. 드디어 그는 간신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목에 걸린 반지가 자신을 거역해줄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성에서 시선을 거두자 잠시 눈이 멀어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둠은 조금도 꿰뚫어볼 수 없었다. 
겁에 질린 동물처럼 땅바닥을 기던 골룸은 벌써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샘은 비틀거리는 주인을 받들고 이끌어가면서 될 수 있는 한 빨리 골룸을 따랐다. 개울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는 암벽의 갈라진 틈새가 하나 있었다. 그곳을 지나자 샘은 자신들이 좁은 소로에 접어들었음을 알았다. 그 소로는 처음엔 큰 도로가 그랬던 것처럼 희미하게 보이다가 송장 같은 꽃들이 핀 초지 위로 뻗더니 계곡의 북쪽 사면 속으로 굽이쳐 올라가며 점점 더 어두워졌다.

7e9ff274bc836cf5239b84e7479c706814a29f8140b32d6c99991f4a4f915c31fb3e23d11eee67fc3d5285441871a52ab53f77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그 순간 발 아래 바위가 떨리고 흔들렸다. 어느 때보다 요란한 거대한 굉음이 지면을 울리며 산맥 속을 메아리쳤다. 그리고는 갑자기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붉은 섬광이 밀어닥쳤다. 동쪽 산맥 저 너머로부터 솟아오른 섬광은 하늘로 치솟아 검은 먹구름을 붉게 물들였다. 그림자와 차갑고 죽음 같은 빛의 계곡 속에서 섬광은 극히 격렬하고 사나워 보였다. 톱니 모양의 칼처럼 보이는 봉우리와 산등성이들이 고르고로스에서 분출되는 불길을 배경으로 유난히 시커멓게 돌출돼 있었다. 이윽고 커다란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78ea8371c7f76df7239bf491459c701f2fc2c3e1d0c5c871bcf9dc72b2ce5848fb549bd16ec4da7826e97d81f170ebf451e01a2a

이윽고 미나스 모르굴이 응답했다. 검푸른 번개가 확 타올랐다. 탑에서 그리고 주위를둘러싼 구릉에서 갈퀴 모양의 푸른 불길이 음산한 구름 속으로 솟아올랐다. 대지에선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울렸고 도시에선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맹금들이 내는 것 같은날카롭고 높은 목소리와 격정과 두려움으로 날뛰는 말들의 새된 콧소리가 뒤섞여 대기를 찢으며 다가와서는 귀의 한계를 벗어난 음의 높이까지 치솟았다. 호비트들은 그쪽을 향해 돌아 귀를 손으로 막은 채 납작 엎드렸다. 

79e98371c7876eff239df794419c70192462d4bc4535888482212fec5d785531b1b48b1498eaa27b8d16b9d0463858b929687827

끔찍한 외침소리가 넌더리나도록 길게 울리다가 침묵으로 끝맺어짐에 따라 프로도는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좁은 계곡을 가로질러 이제 그의 눈길과 거의 수평을 이룬 곳에 사악한 도시의 성벽이 서 있었으며 이빨이 번득이는 벌려진 입처럼 움푹 꺼진 성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다. 성문으로부터 대규모의 병력이 나왔다. 병사들은 암흑처럼 어두운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7a9ef404b482618723e787e7349c7064a25bb44368c26db868f035b58bbfedf4796faab71c613ecf2b9758f24d390005429157f0e7

프로도는 희멀겋게 빛나는 성벽과 도로를 배경으로 줄줄이 늘어선 작고 검은 형체들이 소리없이 빠르게 행진하며 끝없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앞으로는 거대한 무리의 기병들이 정렬된 그림자들처럼 움직이고 있었으며 다른 누구보다 큰 자가 그 선두에 서 있었다. 그는 두건을 쓴 위에 무섭게 빛나는 왕관 모양의 투구를 쓴 외에는 온통 검은색 차림의 기사였다. 그는 이제 아래쪽 다리 근처로 다가왔다. 프로도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진정 아홉 반지악령 중의 군주가 무시무시한 부대를 전장으로 이끌기 위해 지상으로 돌아온 것인가? 차가운 손을 들어 치명적인 칼로 반지의 사자를 내리친 사나운 왕이 이곳에, 정녕 이곳에 있었다. 묵은 상처가 고통으로 고동쳤으며 프로도의 가슴에는 한기가 밀어닥쳤다. 

7fed8374c1821df723eb8f934e9c7019f7cda0ac53ef74ec6bff44ea9b5fd40f5f64ff81a70367b60f9292fedcdae258498695bb

온몸이 두려움으로 짓눌린 채 주문에 걸린 듯 꼼짝도 못하고 있는 바로 그때 그 기사는 다리 입구 앞에서 갑자기 멈춰섰다. 부대 역시 그 뒤에 정지했다. 잠시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흘렀다. 아마도 반지악령들 중의 제일인자에게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 것은 프로도의 목에 걸린 반지였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있는 계곡 속에 어떤 다른 권능이 존재함을 감지하고 한순간 마음이 어지러웠다. 다른 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눈으로 어둠을 훑어보느라, 공포를 자아내는 왕관투구를 쓴 검은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7cea8902c38769f223e7f5e1349c7065ec8e670c2fd9eb77ec2d66694540bb79abbb48bddfd34b846b5cb2b6abebfa8194433e49b4

프로도는 다가드는 뱀 앞의 한 마리 새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그는 반지를 끼어야 한다는 압박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꼈다. 그러나 그 압박이 컸음에도 그는 거기에 따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반지가 자신을 배반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설사 그걸 낀다 하더라도 자신에겐 모르굴의 왕을 대적할 권능이 아직은 없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공포 때문에 기가 꺾이긴 했지만 그의 의지는 그 압박감에 복종하길 거부했다. 그는 다만 외부로부터 거대한 권능이 부딪혀 오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뿐이었다. 그 권능은 그의 손에 들러붙어 그것을 행사하려 하지 않고 다만 판단을 중지하며 (마치 먼 곳의 어떤 옛이야기를 생각하듯이) 마음 속으로 주시하는 동안 손을 차츰 목에 걸린 사슬로 움직이게 했다. 그제서야 그 자신의 의지가 꿈틀거렸다. 그는 억지로 손길을 돌려 가슴 부근에 보이지 않게 매달려 있던 다른 물건을 잡았다. 손에 닿는 촉감은 차고 단단했다. 그건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왔으나 그때까지는 거의 잊고 있던 갈라드리엘의 작은 유리병이었다. 그것을 만지는 순간 반지에 대한 온갖 상념은 사라졌다. 그는 한숨을 쉬고 머리를 숙였다. 

7d9b8775c4826ef723eff296419c706c3076108d6157a19e61c007f44d28cd16677d35cd088b209784a8a2944bb39ee90666d051

그 순간 반지악령 중의 군주는 몸을 돌려 말에 박차를 가하며 다리를 가로질러 달렸고검은 부대 전원이 그를 뒤따랐다. 아마도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눈은 요정의망또를 둘러쓴 프로도를 볼 수 없었을 것이며 왜소한 적수의 마음이 강력해졌기에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급했던 것이다. 결전이 순간이 닥쳤기에 그는 위대한 지배자의 명령에 따라 서부로 진격해야 했다. 곧 그는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듯 구불구불 휘어진 도로를 따라 사라졌으며 여전히 그 뒤로는 검은 대군의 행렬이 이어져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실두르가 강성했던 시절 이후 이 계곡에서 그처럼 거대한 병력이 출동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토록 강력한 무기를 갖춘 사나운 무리가 안두인대하를 도하해 공격해 온 일도 결코 없었다.그렇지만 이번에 출격한 무리는 모르도르의 여러 무리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으며 또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도 아니었다. 

0eed8204bd8360f023eef791349c7065395b088759941c39ea93a6dad2605eddb66ef2a4c10bdca7a1bc162ea42f7c7e04a41e18

철컹 하는 둔중한 소리가 났다. 미나스 모르굴의 성문들은 닫혀 버렸다. 창기병의 마지막 행렬이 도로 아래로 사라졌다. 탑은 여전히 계곡 전면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씽긋웃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그 속의 빛은 사그라들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나직하게 내리덮인 어두운 그늘과 정적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경계의 분위기엔 빈틈이 없었다. 
"일어나세요, 프로도씨! 그들은 갔어요. 우리도 가는 게 좋아요. 제 말을 알아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저곳에선 아직도 뭔가가 꿈틀대고 있어요. 눈이, 아니면 적어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 무엇이 말이에요. 우리가 한군데 오래 머무를수록 그만큼 빨리 우리를 알아차리게 될 거예요. 어서요, 프로도씨!"
프로도는 머리를 치켜들고 곧 일어섰다. 절망감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나약한 기분은 더이상 들지 않았다. 이제 곧 그 반대의 기분을 느끼게 될 것처럼 정신이 맑아지면서 그는 섬뜩한 미소까지 지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해야 할 바를 해내야만 하며 그리고 파라미르, 아라곤, 엘론드, 갈라드리엘, 갠달프 또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성공을 알게 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목적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깨달았다. 그는 한 손에 지팡이를 쥐고 또 다른 손엔 갈라드리엘의 유리병을 쥐었다. 벌써 손가락 사이로 선명한 빛이 샘솟듯 퍼져나오는 것을 보며 그는 유리병을 다시 가슴속에 밀어넣은 채 꽉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모르굴의 도시로부터 돌아서 위쪽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갔다. 그의 모습은 어두운 심연 속의 한 줄기 가물거리는 회색빛에 불과했다. 

0cee8171c0871ef0239bf2ec469c706d2cc39681411a836073a6b485cb78f0a5003052fa40b5d372e4a2c4087cc2c3b30c074e

확실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양쪽에 벽이 있어 프로도와 샘은 처음엔 한결 쉬운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계단은 사다리처럼 가팔랐다. 그리고 위로 기어올라감에 따라 그들은 뒤편의 길고 시커먼 내리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계단은 좁고 간격이 고르지 않아 처음 생각과는 달리 위험스러웠다. 계단은 모서리가 닳아 반들반들했으며 어떤 단은 허물어졌고 또 발길이 닿자 갈라지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호비트들은힘들여 나아갔다. 마침내 그들은 손가락에 필사적인 힘을 기울여 앞쪽 계단에 매달린채 통증이 이는 무릎을 억지로 굽히고 길 지경에 이르렀다. 계단이 가파른 산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감에 따라 그들의 머리 위로는 암벽이 더욱 높게 솟아올랐다. 더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 드디어 그들을 향해 빤히 내려다보는 골룸의 눈동자가 보였다.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우린 올라온 거예요. 첫 계단은 지났어요. 이렇게 높이 올라오다니 정말 솜씨좋은 호비트들이에요. 솜씨가 아주 훌륭해요. 계단 몇 개만 더 지나면 끝이에요, 그래요."
샘과 프로도는 정신이 어질어질하고 매우 지쳤지만 그를 따라 마지막 계단을 기어 올라가선 주저앉아 다리와 무릎을 문질렀다. 그들이 있는 깊고 어두운 통로는 비록 경사는 한결 완만하고 계단도 없었지만 앞쪽은 여전히 높이 치솟은 것 같아보였다. 골룸은그들이 오래 쉬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7fe48370bc811d832399f0e3479c701bc019419d76359d598443c99b24f881e4834dc62392b09d462f4ee330b677c393a0184f

골룸은 절벽 가까이로 이끌었다. 거기서부터는 오르지 않고 걸어가도 되었다. 어둠 속에서 지면은 울퉁불퉁하고 위험했으며 낙석들이 깔려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모르굴계곡에 들어온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샘도 프로도도 더이상 짐작할 수 없었다. 밤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들은 다시 한번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암벽을 알아볼 수 있었으며 앞에는 계단이 펼쳐졌다. 그들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길고 지루한 오르막길이었지만 그 계단은 산허리 속으로 파고들지는 않았다. 거기서 거대한 벼랑의 표면이 뒤쪽으로 비탈졌고 그 위를 가로질러 계단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뻗어 있었다. 어느 한 지점에서 길은 어두운 틈새를 따라 이어졌으며 프로도가 아래를 힐끗 쳐다보자 모르굴계곡의 방대하고 깊은 죽음 도시에서 무명의 고갯길까지 이르는 악령들의 도로가 실처럼 명멸하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길은 계속 이어지다가 마침내 짧고 곧바른 마지막 계단을 올라 다시금 또 다른 평지에닿았다. 그 소로는 거대한 협곡 속의 큰 고갯길에서 떨어져 나왔다가 에펠듀아스의 보다 높은 곳의 어느 작은 틈새 밑바닥으로 위험스런 진로를 잡았다. 호비트들은 양쪽으로 커다란 교각들과 들쑥날쑥한 봉우리들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그 사이엔 밤보다도 더 검은 거대한 균열들이 나 있었다. 잊혀진 세월이 볕을 쬐지 못한 돌을 깎고 갉은 것이었다. 

789e8071c38760ff23e682904e9c701ce6cf83253d35e2d0bb79dc7c6f229c1f5a550dfe50b3a820bc965d2518e6b3908924b6

0ee8f276c38b6e8023e782944f9c701bae0fb817cb6f58f9c0f89725b5dff65dd0d15cbd57296ab798bfcca826989005dbec272d

0cebf504b6f31c87239c8e91469c706e6111d4f7feac0c5f4f17d27ed9ff1ded7da28dd123cb097b23feb0cbe3e5b2a6e7b2cc30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12953 연재 절대반지가 파괴되다 [8]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26 6
12952 연재 운명의 산 [8]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19 5
12950 연재 모란논 전투 [2]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28 0
12946 게임 미들어스 미니어처 게임 영웅 알기- 발록, 두린의 재앙 [4] 곤도르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53 5
12945 일반 티켓 오픈한지도 모르고 있었네 ㅠㅠ [2] 서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85 1
12944 일반 영화 다봤는데 실마릴리온 사면 됨? [1] ㅇㅇ(219.248) 03.25 117 0
12943 일반 오늘 샤이어 호비튼 다녀왔음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279 8
12942 게임 미들어스 미니어처 보는법. [3] Ellad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157 5
12941 일반 분노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발록 몇마리임? [1] ㅇㅇ(211.248) 03.24 107 0
12940 연재 파라미르와 에오윈 이야기 [1]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93 3
12939 연재 프로도와 샘은 운명의 산 앞까지 접근함 [1]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69 1
12938 연재 서부의 군대는 마지막 야영을 함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67 1
12937 일반 이스터링 미니어처 사진들 [3] 곤도르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126 2
12936 질문❓ 반지의 제왕 영화 1편 오랫만에 다시봤는데 궁금한거 두개 있음 [4] 가운데주민(115.143) 03.23 146 0
12935 정보💡 반지의 제왕 반인족 마라톤이 올해로 3번째 개최 [2]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139 5
12934 일반 아 못참고 다 사버렸다 [6] 좆망겜안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379 6
12933 연재 프로도와 샘은 짐을 버림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73 1
12932 연재 아라곤이 겁에 질린 병사들을 돌려보냄 [2]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104 2
12931 연재 어제 로스로리엔이 세번째로 공격 받음 [3]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114 1
12930 일반 영화로 다시 정주행 하고 있는데 피핀 ㅈ같네 ㅋㅋㅋ [6] 가운데주민(121.173) 03.23 201 1
12929 일반 번역지침 [4] 공안검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2 119 0
12928 일반 베렌 이야기는 어느쪽이 정사임??? [1] 좆망겜안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2 132 0
12927 정보💡 4월 1일 [2] ㄱ두뎓(118.235) 03.22 97 4
12926 음악 뽕 한 번 채우고 가라 [10] Speir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2 300 6
12925 연재 프로도와 샘은 길을 벗어나 운명의 산 방향으로 가기 시작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2 51 0
12923 일반 참나무방패 소린?? 얘 드워프 리더임?? [1] 가운데주민(220.79) 03.22 154 0
12922 일반 영토 겹치는 종족들은 트러블 없었음? [3] 가운데주민(123.213) 03.22 125 0
12921 일반 미니어처 관심가져줘서 고마워요들 [2] Ellad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2 76 3
12920 게임 반지의 제왕 미니어처 게임의 사우론 알아보기 [4] 곤도르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271 5
12919 연재 프로도와 샘은 점점 지쳐감 [1]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77 1
12918 연재 서부의 군대가 습격을 받음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51 0
12917 정보💡 후린의 아이들 4월 [1] ㄱ두뎓(118.235) 03.21 124 2
12916 일반 오크들은 뭐먹고 살았을까 [3] 가운데주민(182.224) 03.21 110 0
12915 일반 나즈굴 전투력은 어느정도임? 거품임? [7] 가운데주민(182.224) 03.21 201 0
12914 일반 이것도 표지 좋네 [1] 가운데주민(59.19) 03.21 97 1
12913 일반 반지 미니어처 작업한것 [6] Ellad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0 96 4
12912 게임 반지온 움바르 확장팩 U39 전체 리뷰 [1] 가운데주민(218.154) 03.20 109 3
12911 연재 절대반지는 남쪽으로 [2]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0 66 1
12910 연재 서부의 군대는 미나스 티리스를 떠난지 3일째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0 55 0
12909 게임 오늘의 미니어처 작업 [4] 곤도르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0 130 5
12906 질문❓ 반지 마지막에 간달프랑 ㅇㄷ가는거림 [6] 가운데주민(58.239) 03.19 163 0
12905 게임 임라힐 대공 미니어처 [5] 곤도르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44 5
12904 일반 프로도와 샘은 바랏두르 방향으로 가기 시작함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54 0
12903 일반 서부의 군대가 모르굴 계곡에 이름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50 0
12901 일반 근데 반지의 제왕에서 드워프들은 뭐했음? [4] 어묵냠냐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43 0
12900 일반 단순한 전투력이랑 권능, 격은 엄격하게 구별해야 될거 같은데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350 10
12898 연재 프로도와 샘이 오크 무리들과 행군을 하게 됨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72 0
12897 연재 서부의 군대가 미나스티리스를 떠남, 메리는 남음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65 0
12896 일반 반붕이의 작년 콘서트 기억 한조각 [1] 할브란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127 4
12895 일반 콘서트 혼자보러가는사람 많음? [3] ㅇㅇ(220.123) 03.17 10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