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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특갤문학][스압]닭의 목을 비틀어도 특이점은 온다.

방구석현자(110.8) 2020.11.13 18:38:19
조회 1138 추천 36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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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달라는대로 써봤어 개추좀줘 특붕이들아~ 추천많으면 계속써봄



김특붕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저 그런 대학교에 입학했던 23살,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준비 중인, 여자친구는 없는,미래가 걱정되긴 하지만 오늘은 놀고 내일부터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흔한 사람이었다.


개강을 앞두고 하루하루 인터넷을 하던 그에게 있어서 특이점이라는 내용은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마인드 업로딩? 가상현실? 기본소득? 상상만 하던 것들이 미래에 일어난다는 점은 강렬하고도 짜릿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특붕씨는 더욱 특이점 관련 커뮤니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야, 오랜만에 보니까 살이 덕지덕지 붙은 거 봐. 전역 축하한다 임마.”


“오, 진수 오랜만! 더 못생겨졌네?”


“...특붕이도 왔네? 와, 이거 잠수 존나게 타더니 오랜만에 보네. 얼굴 보기 힘들다 진짜.”



오랜만에 보는 특붕씨와 20살을 게임방과 술로 불태웠던 친구들이었다.

으레 남자들끼리의 술자리가 그렇듯 서로 간의 안부로 시작해서 게임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로 시작해 시답잖은 이야기를 거쳐 여자 이야기로 빠지게 되는 것은 다반사였다. 김특붕씨의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근데 어떻게 너네는 여자친구가 하나도 없을 수가 있냐?”


“거울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지랄하네, 너보다는 내가 조금 더 나을 듯.”


“20년 뒤면 여자친구는 필요 없을걸? 요즘 비혼이 대세야.”


“엉?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김특붕 저거 또 시작했네. 그런 게 있어, 뭐 특이점이라나?”



오랜만에 말을 꺼낸 김특붕이었다.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몰랐던 내용을 가르쳐줘야겠다는 사명감이었을까, 자신이 남들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우월감이었을까, 아니면 단순 취기였는지 몰라도 특붕씨는 특이점에 대해 조금 더 알려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AI가 발전하면 여자친구 같은 것보다 섹스로봇이 훨씬 경제적이지, 안 그래?”


“어, 음. 뭐 그렇겠지?”


“그건 나중에 그렇다 치고, 내 여친 친구가 헤어졌다는데 소개팅이나 받으쉴?”


“오, 이쁘냐? 사진 좀 보여 줘봐.”


“제가 좀 더 이쁜 듯.”


“미친, 꺼져.”



그렇게 술을 마신 지 한 병, 두어 병쯤이 넘어갈 즈음엔 조금 더 현실적이고 무거운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하, 근데 요새 코로나 때문에 취업도 안 되고 우리는 어떡하냐? 이번에 졸업한 선배들 취업률 박살났던데.”


“진짜 답이 없네, 내 친구는 그래서 공무원 준비하잖아. 문돌이놈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특이점이 오면 올수록 기본소득도 시행될 거니까 별로 걱정 안 해도 돼.”


“하. 몇 번째냐 도대체.”


“너희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데 2030년만 되도, 컥!”


“아 작작좀 하라고 씨발!”


“야 저 새끼 말려! 뭐 하는 거야? 이진수, 참아!”



멱살이 잡혀서 숨이 막혀오는 것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저 멍청한 놈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특붕씨는 누구보다 선형충인 그 친구를 동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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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붕씨에게 있어서 좋은 소식이라면 그 뒤의 일이 깔끔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쁜 소식이라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험한 꼴을 봤다는 점이다. 덕분에 복학한 뒤 학교생활이 끝장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특붕씨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유흥비를 아껴서 커뮤니티에서 좋다고 알려진 회춘약도 직구할 수 있었다. 그는 더욱 커뮤니티로 파고들었다.



“특붕아, 코로나긴 하지만 너무 집에만 있는 거 아니니? 밖에 나가서 햇빛이라도 좀 쐬는 게 어떠냐? 이번에 네 어머니와 등산을 가는데 너도 같이...”


“아, 햇빛 말고 제가 사드린 영양제나 마저 드시라구요.”


“그래도 너무 집에만 있으니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밥상머리에서 자신에게 꼰대짓을 하는 아버지가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특붕씨는 밥그릇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병신같은 분탕충들, 뭐, 자연의 섭리? 웃기고 있네.”


그는 커뮤니티의 수호자였다. 올바른 질서를 지키고 악의 세력들을 처단하는, 뭐 그런 대단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그렇게 댓글로 외로운 싸움을 마치고 정보글을 보며 희망찬 꿈을 꾸는 것이 그의 작은 낙이었다.




- BMI로 구현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생성하는 것 성공!

- 딥마인드 근황

- AI 개발 청신호! 드디어 온다..




수없이 많은 개념글과 정보글은 그에게 적잖은 위안거리였다. 그렇게 커뮤니티를 하고 게임을 하면 대개 새벽 3시를 넘기기가 일상이었다. 특붕씨는 부모님이 새벽 출근을 할 때쯤 이불을 덮고 핸드폰을 보며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잠들었다. 그때까지 그는 그런 나날이 계속될 줄 알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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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이 몇 번 넘어가고, 땅에 비와 낙엽과 눈이 몇 번쯤 뿌려졌을 무렵이었다. 여느 날처럼 평범한 날인 줄 알았던 그 날은 전화 한 통으로 깨져버리고 말았다. 15분 오픈한 게임을 보며 담배를 피우던 특붕씨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에게 온 전화를 받았다.



- 김특붕 씨 되십니까?


“네 맞는데요, 왜요?”


- A 대학병원 응급실입니다. 김xx씨와 최xx씨가 지금 교통사고로 위급한 상태라 보호자분 동의가 필요해서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구요? A대학병원이요? 지금 갈게요!”



그렇게 외쳐왔었던 기술의 발전도 현재란 시간에서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특붕씨는 교통사고를 원망했다. 자율주행기술이 조금만 더 빨리 나왔다면, 의료 기술이, 나노봇이 10년만 빨리 나왔었다면. 그는 그렇게 기술을 저주했다. 빠르게 수술을 진행했지만 특붕씨의 부모님의 눈이 다시 뜨이는 일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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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눈 코 뜰새 없이 빠르게 치러졌다. 사실 그렇게 빠르게 치러지지는 않았지만, 특붕씨에게는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다. 특붕씨는 너무 늦게 발전하는 기술을 원망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술의 발전의 집약체인 특이점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특붕씨는 더욱 더 커뮤니티에 파고들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상향이자 이데아인 특이점은 더 이상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닌 삶의 목표로 바뀌었다. 지금은 나비가 되기 전의 번데기처럼 버텨내는 시간이다, 그 때가 되면 모든 걸 보상받을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버텨내었다. 시간은 잘 흘러갔다. 나쁘지 않았다. 집에 돈이 모자라게 된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특붕씨가 30을 맞이했을 때였다.


‘아파트를 팔고 작은 원룸으로 옮기면 1억 정도 남으니 아껴 쓰면 한 달에 50, 15년은 버티겠지.’


돈은 금방 채워졌다. 특붕씨는 통장잔고가 늘어난 기념으로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생각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특이점까지 재미나게 버텨보자.’


그렇게 시간은 잘 흘러갔다. 커뮤니티에서의 입지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고, 자신의 게임 실력도 네임드 급으로 올라갔으니 좋은 일이다. 유튜브 방송도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를 사이버 망령이라고 욕하고 채널 조회수는 100도 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에겐 넘치는 시간과 그 시간을 쓰면 찾아올 특이점이 있었다. 그러던 나날이었다. 늘상 하던 웹서핑을 하던 중 특붕씨는 흥미로운 게시글을 발견했다.




[잡담]진짜 특갤럼이면 C 컴퍼니에 주식 정도는 사야되는거 아니냐?

ㅅㅂ솔직히 테슬라 구글 다음으로 미친 스타트업 이번에 상장때리는데 특이점 빨리 보려면 이정도는 꼬라박아야지 ㅇㅈ? 빨리 집팔자 얘들아 ㅋ




“C 컴퍼니라... 저번 채널 브리핑에서 깜짝 놀랄만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했나?”


최근 뉴스에도 몇 번 실린 구글과 협업하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였다. 구글과 협업할 정도라니, 이 정도면 주식치고 상당히 안전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었다. 상장이라니, 다른 멍청한 사람들이 이 회사의 진가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투자해야 했다.


“일단 1000 정도만...”


그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2천, 3천으로 불어나는 것은 금방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 무렵엔 특붕씨가 넣은 천만원은 천오백만으로 불어나 있었다.




- [XX뉴스]C 컴퍼니 유명 과학 저널 N에 딥마인드 기반 새로운 방식의 AI 오가플라(Ogahpla) 개제, AI의 봄 오나...




이제 시작이었다. 특붕씨는 특이점 관련 소식을 접하며 멍청한 개미들이 이 사실을 알기 전에 더욱 이득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게 누구야, 어쩐 일이니?


“...이모 잘 계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특붕씨는 자신의 친척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썩 그렇게 친한 가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핏줄이었다. 친척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 특붕아, 요새 힘들어도 그런 거에 손을 대면 안된다. 그것보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 거야, 취직은 했니?


“아니 이모 그게 아니고... 하, 이거 넣으면 무조건 두 배는 뛴다니까요? 지금 취직이 중요해요?”


-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특붕아. 한번 이모네 내려와, 얼굴 안 본지도 오래 됐네. 밥이나 한 번 먹자.


“정 그러면 돈이라도 조금 빌려 주실 수 있어요?”


- 돈? 요새 힘든 거야? 어떤 일인...


- 야 김특붕 이새끼야! 너 뭔데 자꾸 전화로 돈 빌려달라 하는거야? 저번에는 외숙모한테도 500 빌려갔다면서, 이런 썩을 놈의 자식이!


“아, 이모부 그게 아니라...”




전화를 안 받거나 점잖게 대하는 거면 양반이었다. 욕설이 딸려오는 건 예사였고, 좋은 얘기는 듣기 힘들었다. 특붕씨는 이런 기회를 걷어 찬 친척들을 동정했다.


‘이런 황금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


10배, 20배는 기본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쌓은 ‘데이터’에 의하면 정말 제 2의 테슬라가 될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특붕씨는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1금융권은 어림도 없었다. 번듯한 직장도, 재산도 없고 내세울 것은 천 정도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밖에 없는 그에게 돈을 빌려줄 업체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행사를 한다는 ‘배추과장’ 업체에서 원룸을 담보로 몇천 정도를 빌릴 수 있었다.


시간은 신경쓰지 않는다면 빠르게 흘러가기 마련이었고, 특붕씨에게도 변함은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2030년의 새해를 맞이할 무렵의 특붕씨는 드라마틱한 주가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아, 씨발.”


넣은 돈은 오천인데 돌아오는 돈은 이천 오백이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붕씨가 인터넷에서 모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XX뉴스]C 컴퍼니 임원 폭로! 오가플라(Oghapla)는 사실 기존 학습내용 짜깁기 한 것, 조작 정황 확실시 되나...




[잡담]선형충놈들이 얘기하는게 맞았네

오가플라 개주작덩어리 말도 안되는 얘기였죠? 특이점은 무슨 ㅋㅋ


ㄴ기특갤로 ㄲㅈ

ㄴAGI는 온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른 이들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신년을 축하하는 동안 특붕씨는 자신의 작은 방에서 조용히 오열했다. 그가 30대 중반을 맞이했을 때였다. 그렇게 몇 주가 더 지났다.


주가는 휴지조각이 되었다. 새해를 맞아서 그가 달라진 점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빚이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특붕씨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생각했다.



PC방, 편의점 알바? 무인 키오스크로 대체된 지 몇 년도 더 지났다.


식당 서빙? 주방? 약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서빙을 하는 시대였다.


배달 아르바이트? 그는 수 많은 배달을 시켰지만 사람 대신 드론만 보았을 뿐이었다.


노가다? 생산직? 이미 자동화가 된 공장으로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만으로도 포화인 상태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몇 년째 하고 있지만 총 조회수는 10만이나 될지 모르겠다.


공무원? 공부와는 10년이 넘게 담을 쌓았던 그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을 하지 않아 실업 급여 역시도 받을 수 없었다. 그가 받을 수 있는 건 이번 년도부터 시작한다는 기본소득 60만원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이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월 60보다는 많을 것이다. 그래도 특붕씨는 나름 노력했다. 어떤 일이라도 닥치든지 찾아보았다. 별 진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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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특붕씨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자신이 ‘배추과장’에서 온 임 대리라고 했다.


“저기,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김특붕씨, 시간을 더 주면 어떻게 돈을 만든다는 겁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신장을 판다거나 하는 재미없는 얘기를 하려는 건가요?”


“일을, 일을 구하고 있습니다.”


검은 양복, 아니, 임 대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어떤 일이요? 저희 쪽 자료에서는 특붕씨가 구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나와 있던데.”


자신보다 5살은 족히 어려 보이는 사람에게 최대한 비굴해져야 하는 자신을 보며 특붕씨는 자신을 원망했다. 임 대리는 가지고 온 서류를 찬찬히 보더니 무언가 결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특붕씨는 예전 2000년대 초 조폭 영화나 범죄 영화들을 아십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예전에는 일수꾼이라고 폭력을 쓰거나 해서 채무자들을 겁박하고 위협하면서 돈을 갚게 했다고 하더군요. 고전 영화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이어서요. 혹시 특붕씨도 알고 있었나 해서.”


“아, 그렇죠... 하하...”


“현재 빚이 7천이시니, 이 조그만 원룸을 팔고 남은 돈은 특붕씨가 천천히 갚으시면 되겠네요.”


“아니 잠깐만요. 이 집이 없으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아직 일도 못구했는데..!”


“뭐, 집은 저희가 알아서 장만해 줄 거구요. 법정이자도 안넘기게 받아서 위법은 아닐 겁니다. 파산신청하셔도 소용 없어요.”


임 대리는 보여줬던 서류를 정리하고 가방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특붕씨도 아시잖아요? 기본소득이 시행되셨으니 그것도 돈을 벌긴 하는 거잖아요?”


킥, 임 대리는 세상 비열하게 웃으며 자켓을 입었다.


“집 처분하시고 변제하시면 월 이자가 55정도 되니 기본소득 빼고 5만원이나 남네요. 집은 저희가 당연히 마련해 드리죠. 죽으시면 곤란하니까, 오래 오래 납부하셔야죠. 한 40년 정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컥, 김특붕씨는 임 대리의 억센 손길에 멱살을 잡혔다. 그가 할 수 있는건 그냥 바들바들 떠는 것 밖에 없었다.


“아니꼬우면 나가서 일해서 돈을 벌어보던가, 할 수 있다면 쓰레기 새끼야. 다음 주에 다시 올테니 깔끔하게 비워놔라.”


집어던지듯이 멱살을 잡혔던 손에서 풀려난 특붕씨는 문짝을 부숴질 듯 걷어차며 나가는 임 대리를 막을 수 없었다.


“뭐, 거기서 가축마냥 살다보면 특이점이 와서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요새 종교처럼 믿고 그러던데 말이죠. 몸 잘 건수하십쇼 김특붕 고객님, 그럼 이만.”


특붕씨는 멍하니 주저앉아 열린 문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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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찾아오고, 특붕씨는 조용히 나가서 술을 몇 병 구매했다. 평소에 즐겨 마시던 맥주가 아닌 도수가 높은 술이었다. 잔에 술을 따르고 마신다. 쓰디 쓴 술에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하더니 다시 기계적으로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을 무렵, 소름끼치는 정적을 느낀 것은 특붕씨의 시야가 흐려졌을 때였다.


“흑, 크흑...”


얼마 만에 흘리는 눈물인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처음 흘리는 눈물인가? 김특붕은 자기 자신을 원망했다. 실패한 인생. 잘못된 인생. 이상향을 바라보았지만 도달하지는 못한 인생. 극도로 우울함이 밀려왔다.


“흑... 씨이바알... 특이점이 뭐라고...”


특이점, 씨발. 자신이 믿었던 것을 전부 허상이었단 말인가? 자신이 지금까지 믿었던 건 그냥 쓰레기였단 말인가? 김특붕은 잔을 집어던졌다.


“개 씨발!”


정적 속에 쨍그랑 하고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위화감이 든다. 취기에 쏠려, 분노에 밀려서 그런 것인가? 특붕씨는 예전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게시글이 문득 생각난다.




[잡담]오늘 방에서 로그아웃이라고 크게 외쳤는데 안되더라

ㅋㅋ 내 인생이 이럴 리가 없는데 완몰가 하드모드 미쳣네ㅋㅋ


ㄴ니가 NPC라 그런거지 인공지능쉑ㅋㅋ

ㄴㅋㅋ하드코어모드였누




“그래, 맞아, 내 인생이 이럴 리가 없어...”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는 걸 미리 설정했던 것이 아닐까? 김특붕은 술을 마시려다 잔을 깨버린 것을 깨닫고 병나발을 분 뒤 크게 외쳤다.


“로그아웃!”


“상태창!”


“로그아우웃!!”


쾅쾅, 하고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저기 옆집인데 조용히 좀 합시다! 거 참 몇 분째인지 모르겠네, 나잇값 좀 하쇼!”


“닥쳐 NPC년아!”


“하, 진짜 미쳤나? 더 시끄럽게 하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하던가 씨발련아! NPC주제에!”


털썩, 하고 소파에 주저앉은 특붕씨였다. 그에게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씨이바알.. 큭큭, 하드코어모드 대단하네, 크크크..”


특붕씨는 베란다 문을 크게 열어젖혔다. 아직은 차가운 새벽공기가 뺨을 스쳤다. 아래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작게 보인다. 어차피 데이터 쪼가리인데 무슨 상관인가. 기쁜 날이다. 똥겜에서 벗어나는 날이 아닌가? 눈치도 없이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기쁨의 눈물인가? 특붕씨는 난간에 걸터앉아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나름 재미있었다. 이제, 이제 그만할래.”


그것이 특붕씨가 보였던 마지막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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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순경, 저번 일은 잘 해결했나?”


“아, 네! 선배님. 잘 마무리 했습니다.”


김 순경은 이 경위에게 모닝 커피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이 경위가 자신에게 손짓하는 걸 본 김 순경은 파출소 밖으로 따라 나왔다.


“그 사건 친족이 전부 시신 인계하는거 거부했다며. 쯧.”


달콤한 커피와 씁쓸한 담배 연기를 맡으며 이 경위는 딱한 듯 말했다.


“뭐 인생 똑바로 안 살면 그렇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나랑 비슷한 나이여서 좀 딱해 보이더라.”


“선배님, 그것보다 드디어 구글에서 강인공지능이 나올 낌새가 보입니다, 이거 진짜 대박입니다!”


“뭐 그, 뭐더라, 특이점 말하는거냐?”


“이제 일 안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유토피아가 펼쳐진다는데 선배님은 기쁘지도 않습니까?”


“좋긴 한데, 모르겠다 잘. 에이, 일단 나오고 얘기해! 아직은 일해야 되잖아? 가자, 일하러.”


이 경위는 김 순경의 등짝을 한 번 강하게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뱃불에서 꺼지지 않는 연기가 멀리 멀리 날아갔다.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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