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수십년 뒤에 노화를 멈추고 영생하게 된다고 해도 엄밀히 말하자면 그때 난 이미 사라지고 다른 분자로 형성된 늙은 내가 그러고 있을거란 사실

세포가 계속 호흡하며 분자를 교체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움. 시간이 지나면, 어쩌면 매 시간마다 내가 깎여 사라지고 다른 부품으로 대체되어간다는 거니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한테는 그 말이 내가 지금 실시간으로 죽어간다는 소리라고 받아들여져서 너무 무서움

아니 애초에 무서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절망적임... 사람은 그냥 어쩌다 진화에서 움직이게 만들어진 핏덩이인걸 떠올리게 하는게 진짜 막막함

그럴때마다 또 자동으로 그럼 어차피 죽어도 상관 없는게 아냐? 사후가 없다면 네가 죽든 말든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냥 무일텐데, 엔돌핀 돌아서 죽음을 받아들이며 갈텐데 왜 벌써부터 무서워하지? 이런 생각이 들고

또 그게 더 날 두렵게해서 그럴땐 평소에 불가지론자던 내가 절로 손 모아잡고 기도하게 됨. 놀랍게도 그러면 무서운게 가심. 정말 영혼이 있다면 진짜 좋겠는데.

우울증도 없고 평소에 되게 밝은 편인데도 밤에 생각 깊이 빠져들면 꼭 그리로 빠져서 가슴 답답함... 이런 생각 해본적 없음? 님들도 밤에 이런 이유로 잠 못잘때 있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