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특붕이들은 다 알겠지만 이건 TR-808이라는 드럼 머신임
현악기, 타악기, 금관악기 등등 속칭 '리얼악기'들밖에 없던 80년대에
악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이 나온 거임
이런 신시사이저들과 드럼 머신들이 '영혼'이 없다며 리얼 악기만을 인정하던 일부 음악가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시대의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들 특유의 따뜻한 음색 때문에
삐까뻔쩍한 소프트웨어 디지털 신시사이저 놔두고 곡에 '영혼'을 불어넣는답시고 이걸 사용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김
이 기계들은 나오자마자 거의 바로 상용화가 되었는데
락, 디스코 음악이 주류이던 80년대 음악에 '신스팝'이라는 이름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킴
내 세대는 아니지만 80~90년대에 학교 다녔던 아저씨 아줌마들이라면 신스팝 유행을 기억할 거임
신기술이 이렇게 금방 상용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점에는
백투더퓨쳐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당시 긍정적인 기술 발전이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심어진 기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한몫하겠지만
음악이 기술적인 분야였다는 게 상당히 큰 것 같음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기술의 역할은 신시사이저 등장 이전에도 상당했음.
악기 및 보컬을 녹음하기 위한 마이크 역시 기술이었으며 녹음한 것을 보존할 테이프 레코더 및 비닐 레코더도 전부 기술이었음.
기술 덕택에 더 이상 음악은 '악보로만 전해져 내려오고 연주자가 지 좆대로 해석해야 하는' 예술이 아닌
음악가가 의도한 결과물을 음악가 사후에도 온전히 보존하고 들을 수 있는 원형이 보존 가능한 예술이 된 거임.
위 사진은 1979년 당시에 3억을 호가하는 미친 가격을 출시했지만 불티나게 팔린 SSL 4000E 콘솔임.
차고에 한데 모여서 합주하며 마이크 한 대에 녹음한 음악은 날것의 감성은 있겠지만
모노로밖에 못 듣고, 특정 악기의 소리가 묻히거나, 마이크 성향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문제점이 있었기에
좋은 음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스테레오 작업이 가능하고 소리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음압까지 올릴 수 있는,
즉 '빵빵하게' 들릴 수 있게 해 주는 '믹싱 마스터링'이라는 기술이 필요해진 거지.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아날로그의 한계를 뛰어넘은 괴물급 창의성을 보장하는 소프트웨어들 역시 출시됨.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하지 않다 보니 GUI는 점점 더 편해짐.
최신 노래 듣다 보면 '이 소리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 싶은 신기한 소리들이 존재함.
아날로그에서 있었던 기술의 제약이 대거 사라지면서 사용자가 상상한 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디자인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거임.
또한 아날로그 시장은 진입장벽 때문에 소수의 기업들이 꽉 잡고 있었지만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소규모 팀도 고퀄의 소프트웨어를 언제든지 뽑아낼 수 있게 되었고
아날로그 시절 신스 하나 사려면 백만원 이상 태워야 했던 음악가들은 이제 저렴하고 끝없는 상업적 퀄리티의 소프트웨어들 중 아무거나 골라잡으면 되는거임.
즉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진입장벽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음.
머지 않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자리를 잡음.
예로 위의 Ozone이라는 인공지능 마스터링 플러그인의 경우에는 개씹썅또라이같은 제작사의 가격정책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는데
물론 아직은 스튜디오 마스터링에 비해 딸리지만 음향 이론을 모르거나 배우기 힘들어도, 혹은 알아도 직접 마스터링하기 귀찮아도
자기 노래를 들려주면, 장르 명을 입력할 필요도 없이 해당 장르의 마스터링 결과물 평균치를 기반으로 상업음반에 비빌 수준으로 마스터링을 해 준다는 거임.
솔직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채널 스트립의 성격이 강했어서 직접 하고 말지였는데 최근 제작사가 AI에 몰빵하고 토날 매칭이 생기면서 상당히 쓸만해짐.
리얼악기의 경우에는 사람이 친 것과 분간이 안 갈 수준으로 정밀하게 미디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졌음.
하드 용량의 확장으로 수십 수백GB의 음계별, 주법별 연주 파일들을 때려박을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이 친 것 같은 그루브' 역시 미묘한 타이밍 조절으로 언제든 구현이 가능함.
기타, 피아노, 드럼, 트럼펫, 튜바, 바이올린, 베이스, 하프, 하모니카, 마림바, 심지어 휘파람 소리까지 웬만한 악기들은 소프트웨어화가 되어있어서
예로 전자기타만 치는 락찔이가 밴드를 모아서 자작곡을 내고 싶은데 사람이 안 모이면 저것들 쓰면 해결이라는 거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원맨 밴드들도 많음.
결론은 기술 의존도가 큰 음악가들은 기술의 점진적 발전에 따른 상당한 수혜를 입어왔고
음악인에게 협업이 필수였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 혼자서도 상업적 퀄리티의 음반을 발매할 수 있게 됨.
드럼 소프트웨어 때문에 세션 드러머들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더라도
그 드러머는 이제 자기의 드럼을 빛낼 공간계 이펙터들과 백킹 악기들을 사용한 고퀄리티의 드럼 음반을 혼자서 작업하고 발매할 수 있음.
물론 그 드러머가 자기가 원하던 음반을 낸다고 해도 여전히 세션 활동으로 인한 수입은 줄어들듯이
작곡 활동이 완전 자동화가 되면 음악인들의 반발 역시 없을 수가 없음.
하지만 기술 덕분에 창작 활동이 더욱 풍요로워졌고, 창작 활동에서의 어렵고 귀찮은 작업들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걸 체감하지 못할 음악인은 없기에
나는 음악가들이 AI 제작 음악이라는 신기술에 가지는 반감이 예상 외로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러길 바람.
동료 음악가들이 시대를 잘 읽고 기술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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