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의 이야기, 샌즈의 기묘한 이야기에 이어 세 번째 이야기.

처음 산 15세 미만 구독불가 회지인데, 신분증 검사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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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미정)

아스리엘, 프리스크.

나는 윤회를 믿지 않지만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또 너희와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또 다시 즐겁게 노는거야.

아스리엘, 프리스크, 차라가 셋이 한 집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안내문에 적힌대로 페러렐 월드를 다루고 있다.

앞의 두 이야기는 원작에서 많이 벗어난 편이 아니지만

이 이야기는 원작과 다른 배경을 그리고 있다보니

페러렐이란 개념에 익숙치 않으면 조금 낯설 수도 있겠다.

차라가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돼는데, 죽은 원인 자체는 원작이랑 똑같다.

비록 과정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이런 식으로 원작 요소를 소소하게 살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후 프리스크가 죽은 차라를 보고 말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야기는 전개된다.

차라는 자유롭게 놀며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때 둘은 고아원에서

둘이 드리무어 가에 입양됐던 과거를 떠올린다.

친자식인 아스리엘보다 양자인 자신들은 덜 사랑을 받는 건 아닐지,

그렇기에 같은 처지고 자신보다 더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프리스크를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며

차라는 씁쓸하면서도 갈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문제는 차라가 점점 고독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다른 가족들, 친구들은 차라를 전혀 볼 수 없고

그제야 자신이 죽었으며 고립되었단 현실을 자각하며 차라는 괴로워한다.

여기에 아스리엘이 자신을 볼 수 없단 사실이 결정타가 되어 왜 자신은 죽었는데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프리스크 주변에 묶여야 하냐면서 절망한다. 절망은 곧 미움이 되고 차라는 영화에 나오는 악귀처럼

프리스크를 다치게 하는 등 분위기는 점점 살벌해진다. 그리고 단 둘이 남게 된 밤 차라와 프리스크는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는데

이 과정이 꽤 섬뜩하고 오싹하다. 15금을 왜 먹였는지 이해가 갈 정도.

셋의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아스리엘은 이 이야기에서 기폭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조연 정도로 나온다.

차라와 프리스크가 다툰 그날 밤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고 자신은 어떻게 했었으면 좋았는지 의문을 표한다.

아스리엘이 무언가 했다면 달라졌을지, 무언가를 했어도 달라지지 않았을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스리엘의 독백이 끝난 후 차라의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나오는데 이 때문에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다 생각했던

앞의 이야기들이 실은 다른 의미가 있던 건지 고민하게 된다.

마지막 장. 문소리와, 그 문소리가 사라지고 남은 정적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린다.

(스포일러)는 문을 닫고 떠나며 우린 그 문 안 쪽에 남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페러렐 월드라는 점에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겠지만 난 나쁘지 않게 즐겼다.

중간 중간 원작에서 볼 수 있는 요소가 적절하게 배치됐기 때문인지 페러렐인데도 위화감은 적다고 개인적으로 느낀다.

차갑게 식힌 음식을 먹는 것처럼, 뱃속에 냉기가 퍼지는듯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