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페이지 언저리의 얇은 회지다.

뒤의 축전 몇 장 제외하면 본편 자체는 매우 짧은 편.

샘플에서도 나와있지만 첫번째 장 때문에 스포일러는 불가피할듯.

추리소설 중에 범인이 먼저 공개되고 범행과정이나 범행이유를

거꾸로 추론해가는 소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소설과 비슷하려나.

https://www.pinterest.co.kr/pin/765963849107754175/

(페이지 미정)

우리는 지하를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갇혀있었다.

첫 장면부터 파격적으로 결말부분이 나온다.

그래서 이 회지는 결말을 알고, 그 진상을 거꾸로 알아가는 느낌으로 읽는 회지임.

다 읽고 나면 [201X년 7월 20일 내가 죽었다]라는 부분이 꽤 눈에 띌 지도.

경고문. 경고문이 맨 앞에 안 나오고 뒤에 나오는 특이한 구성.

샌즈가 프리스크를 찾아가고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작.

여기만 보면 참 평화로운 일상물 같지만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저 부분은

전반적으로 회색 톤이 깔려 있다.

현재가 아닌 일기 속 내용을 보여주는 장치인듯.

일기라는 건 과거~현재를 기록하고 상기시켜주기 위한 것인데, 

프리스크가 쓴 일기는 현재 상황과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샌즈는 그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오늘 날짜를 물어본다.

회지를 단 한 장으로 압축한 장면.

사족인데 묘하게 인형 손에 쥔 것 같아서 귀엽다.

샌즈는 그 사건 이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데, 길을 걸을 때마다

인간들에게 기묘한 시선을 느끼고 프리스크의 일기대로 행동하면 

그 시선이 사라지는 불쾌한 경험까지 한다. 보통 프리스크 한 명에게 휘둘리는 것과 달리

여기선 인간이라는 종 전체에게 휘둘린다. 그것이 샌즈의 과대망상인지,

실제로 그러한 세상인지는 읽는 사람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해진 대본에 따라가야하는 현실에 짓눌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결말보다는 샌즈가 서서히 말라 비틀어져가는 감각과 찌르는 듯한 시선이

더 중요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결말의 공개는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느낌.

어두컴컴한 물로 가라앉는 표지처럼, 원래 회지가 흑백이란 점을 감안해도

유달리 새카만 먹물 같은 느낌의 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