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릭스는 좀비로부터 뒷걸음치다 방금전까지 알아채지 못한 구덩이에 빠질 뻔 했다. 그는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봤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그마시여' 펠릭스가 내뱉었다.

펠릭스는 메달려 있는 철장들과, 철장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봤다. 그리고 묻지 않았던 질문의 답이 저절로 나타났다. 펠릭스는 분노가 자라나기 시작하며 한순간에 모든 공포와 걱정거리를 잊어버렸다. 희망을 잃은 눈동자, 공포로 가득찬 눈동자들, 오직 암울한 체념만이 남아있는 눈동자들이 목재 판 내부의 철장 사이에서 펠릭스의 눈동자와 만났다. 그리고 펠릭스는 긴박함으로 좀비들을 계속해서 베어넘겼다. 그의 시선이 철장과 말뚝으로 연결되어 있는 로프로 향했다.

'고트렉' 펠릭스가 소리쳤다.

'나 좀 도와줘!'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독이 든 팔찌에 대한 생각은 노예들의 눈동자와 마주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펠릭스의 머릿속에는 오직 노예들을 해방하는데에만 있었다. 펠릭스는 또 한번 고트렉을 불렀다.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인간?' 고트렉이 펠릭스에게 다가오면서 거칠게 말했다.

'이 철장들을 끌어올리는 것 좀 도와줘!'

'뭐-왜?' 고트렉이 말했다. 고트렉은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봤고,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카잘리드로 욕설을 내뱉고는 그의 도끼를 바위에 박아넣었다. 더이상의 설명과 애원도 필요하지 않았다.

'인간, 이번 일은 네 나약한 근육에 담긴 힘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일이야' 고트렉은 가장 가까운 로프에 손을 뻗기 전에 손바닥에 침을 뱉고 비볐다. 

괜히 올드월드 최고의 영웅들이 아님

펠릭스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고트렉인데'라고 하지만 알고보면 본인도 타고난 영웅임

고트렉도 겉으론 퉁명스러워도 불쌍하거나 무고한 사람들을 보면 투덜거리면서도 주저없이 도우려고 함

얘들이 이렇게 나서서 작은 마을에서부터 세상을 몇 번이나 구했는지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