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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유성풍의 주인 - 1. 용들의 티파티앱에서 작성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29 23:37:41
조회 4286 추천 62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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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백은 안주인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정좌한 채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북주로 향한 여정이 다급했던 탓에, 그는 화약길에서 곧바로 이곳까지 온 상태였고, 그런 탓에 다소 어울리지 않게도 여행의 흔적이 그대로 찌든 전투용 갑주를 입고 있었다.

무거운 두정갑은 천계 강철의 사각형 철판이 여러 겹의 녹색 비단, 고급 가죽에 못박혀 금으로 상감된 것이었다. 흑요석과 옥으로 조각한 눈이 금속 띠에 박혔고, 작은 다실을 밝히는 종이 등불과는 별개로 희미한 빛을 발했다. 그의 진정한 형체의 비늘에 덮인 날개처럼 금속 판금들이 어깨에서 뻗어나왔고, 가장자리가 먼지로 뒤덮인 기다란 녹색 망토가 뒤의 타일로 덮인 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검, 용아(Dragon’s fang)는 남리의 문지기에게 맡겨두었다. 정교한 장식과 금제 사슴뿔로 장식된 원뿔 투구는 그의 옆 바닥에 놓였다.

곤륜의 거대한 폭포를 맴도는 명금처럼, 주전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증기가 피어올라 방 안을 채웠고, 정교하게 조각된 자단 벽을 뿌옇게 가리며 등불의 빛을 흐렸다. 검은색의 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진 장막이 습한 밤의 공기에 물결치며 회랑을 가렸고, 숙련된 악공들이 호로금(운남, 미얀마, 아삼에서 기원한 호리박으로 만든 피리- 역주)을 불고 비파를 뜯었다. 곡조는 원백이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물 흐르듯 자유분방한 느낌이었다. 각각의 악기들이 따로 놀며 빠르기도 금방금방 바뀌었지만, 언뜻 듣기에 조화롭지 못한 듯 하다가도 불쾌한 음색은 아닌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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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표정으로, 안주인은 끓어오르는 맑은 물을 개완(중국에서 다도에 쓰이는 덮개가 있는 잔의 일종. 차를 우려내는 데 쓰이지만 그대로 마시기도 함 - 역주)에 따랐다. 그녀의 신령스러운 얼굴이 수증기에 가리며, 하얗게 빛나는 눈은 월음이 한겨울 구름 뒤에 숨듯 잠시 어두워졌다.

그녀는 폭풍룡 묘영, 북부의 주인이었다.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그녀는 주전자를 찻상에 내려놓고, 개완을 집어든 뒤, 천천히 그 내용물을 공도배(차를 한 번 식히거나 농도를 일정하게 만드는 다기 – 역주)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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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룡은 긴 소매의 치파오를 입어 원백보다는 궁정에 더 어울리는 복식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자수정을 박은 은 허리띠가 그녀의 허리를 강조했다. 손가락에는 반지를 꼈는데, 각각 다른 종류의 보석이 하나씩 박혀있었다. 자수를 넣은 건괵(한푸에서 머리에 두르는 싸개나 머릿수건, 또는 팔이나 어깨에 두르는 한푸 특유의 장식용 천을 이르는 말. 제갈량이 사마의한테 보내서 어그로를 끈 여자옷이 바로 이 건괵임 – 역주)은 무심하게 한쪽 팔에만 두른 채였다.

텅 빈 개완을 다시 식탁에 내려놓고, 그녀는 찻잔을 들어올렸다. 하나의 움직임이 사그라드는 듯 하면 다음의 움직임으로 옮겨갔다. 그녀를 지켜보는 것은 마치 옥강이 느긋하게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하나씩, 두 찻잔이 채워졌고, 하나씩, 찻상 맞은편에 놓인 물그릇에 다시 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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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영이 차호(다도에서 차를 담는 그릇- 역주)를 들어올린 뒤 천천히 마른 잎을 젓가락으로 집어 데워진 개완에 넣으며, 허공에 맴돌던 수증기에 인삼, 구기자와 자스민 향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주전자가 떠올랐고, 뜨거운 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며 찻잎을 깨웠다.

원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묘영이 처음 우린 물을 개완에서 공도배로, 공도배에서 찻잔으로, 찻잔에서 물그릇으로 따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는 단순히 목을 축이는 것 이상이었다. 다도의 진정한 의미는 내면의 평화에서 고요를 찾는 것에 있었다.

설령 치안치가 천룡황제가 거하는 위진의 궁정 문을 직접 박차고 들어온다 한들, 그는 이 시간을 절대로 앞당길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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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영은 깨어난 찻잎에 다시 깨끗한 물을 주전자로 따랐고, 이번에는 개완의 덮개를 닫아 차가 우러날 귀중할 시간을 주었다.
기다란 은빛 손톱으로, 그녀는 개완과 덮개 사이에 있는 틈을 좁힌 뒤, 섬세하게 그 내용물을 공도배로 따라내었고, 그 다음에는 공도배로 두 찻잔을 채웠다.
오직 그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야 묘영은 다기로부터 시선을 돌려 옥룡에게 그녀의 이목을 쏟았다.

오만하고 냉정하며, 분노하는 것도 느리지만 애정을 주는 것도 느린, 묘영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는 오로지 그녀의 아버지, 천룡황제뿐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지금, 그녀는 오라비를 위해 미소를 짓지 않았다.

‘남리에 온 것을 환영하옵니다, 옥룡이시여.’

찻잔을 양손에 받쳐든 채, 그녀는 의례에 가까운 몸가짐으로 잔을 원보에게 내밀었다. 나이나 계급(혹은 묘영을 상대하는 일이 자주 그렇듯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계급이라던가)에 상관없이, 언제나 차를 먼저 마시는 것은 손님이었다.

원백은 두 손가락을 찻상에 두드려 조용히 감사를 표하고, 역시 두 손으로 잔을 받아들었다.

‘그대의 친절한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폭풍룡이시여.’

그는 한 모금 차를 마셨다. 공기에 맴돌던 진한 향기들이 혀에서 하나의 풍미로 합쳐지는 것이 느껴지자, 원백은 눈을 감았다. 온기는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으로 퍼져나갔다.
그가 생각하기에, 인간의 육신으로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쾌락은 시원한 밤에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이었다.

‘정말 좋은 차로군.’ 그가 말했다.

묘영은 얼음으로 조각했다고 해도 믿을 인상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녀가 만족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설명해 줘, 오라버니. 무슨 일로 천상 궁정의 승상이 북주까지 행차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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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워해머 소설 번역하느라고 속성으로 다도 공부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국 작가가 쓴 영국 판타지 소설이라 그런가 다도 묘사에 장난아니게 진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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