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원인불명의 사건으로 이차원 간 인터넷 연결이 이루어지면서 상호간 문화에 대한 정보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대가 열렸다.
교류 시작 1년 후, 이차원의 세계에도 알려져 현재는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상호간의 정보 교류가 더욱 적극적으로 일어나고있다. 소문에 의하면 각 국가에서도 서로 은밀하게 접선해 비밀 교류가 있다는 낭설도 전해진다.
인간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의 최대 이슈는 역시나 "인간 여성의 존재"에 관련한 주제가 중심이었고, 우마인사이드를 중심으로 한 말딸 커뮤니티의 최대 이슈는 "말"이라는 생물에 관련한 주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오늘은, 이 문화 교류 과정에서 있었던 이차원에서 배우는 국제 외교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외교(外交), 타국과 정치, 경제, 문화적 관계를 맺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외교라는 것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평화와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평화를 이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번의 실수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갈등은 끝없이 드러나며,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데 그 끝은 대체로 비극이다.
각설, 중앙 트레센 학원에는 아일랜드인 아버지와 미국 말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이쇼 도토가 있다. 그녀는 덩치에 걸맞지 않은 소심함과 부족한 자신감을 가진 말딸이다.
이 소심함과 부족한 자신감은 오히려 그녀에게 독이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수, 또 실수. 결정적인 실수를 유발하게 만드는 성격은, 오히려 그녀의 실수를 더 잦게 만드는 것이었다.
메이쇼 도토 역시 느끼고 있다. 언제나의 실수는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있지만, 타고난 천성은 쉬이 바꿀 수 없었다. 나름 용기를 내봤지만 작심삼일, 결국 다시 마음 속에 자리잡은 금고에 그 용기를 가두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지났을까...
「♪~」
어느 날, 새벽의 고요함을 깨는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스마트폰의 주인인 메이쇼 도토는 깜짝 놀란 소동물마냥 펄쩍 뛰며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힌 머리를 오른손으로 만지작대며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잡았다. '도대체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걸었을까' 속에서 은근히 올라오는 짜증을 억눌러가며 발신인을 보자,
「트레이너 씨」
자신의 트레이너였다. '뭔가 급한 일인걸까? 이 시간에는 전화를 잘 안하시는 분이 무슨 일로..?' 의문을 품은 채로 통화 버튼을 누르자, 술에 취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엉, 도토야 니 Trainer다. 도토야. 넌 정말 잘하고 있어, 잘 하는데 왜 맨날 사고를 치냐? 너 솔직히 잘 할수 있잖아, 포텐셜도 있잖아, 근데 뭐가 문제야? 왜 마무리가 맨날 그래?"
술에 취해 제정신은 아닌 것 같지만, 분명히 트레이너의 목소리였다. 메이쇼 도토에게 있어 트레이너는 언제나 웃으며 다음에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격려를 아끼지 않던 트레이너였다.
그런 트레이너가 이성을 잃은 채로... 자신에게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이 그의 본심이라고 생각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소리죽여 울며 눈물만 쏟아낼 수 밖에 없었다.
"울지만 말고 대답을 좀 해봐! 너 볼때마다 답답해 죽겠다!! 도토야!!! 도토 이 MotherF... 「미친새꺄 니 담당말딸 목 매는 꼴 보려고 환장했냐?!」아니 뭐야 얘기하ㄱ"
트레이너를 제지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전화가 끊어졌다. 난리가 난 발신지와는 상관없이 메이쇼 도토는 여전히 소리죽여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옆 자리에 곤히 잠든 에어 샤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용히 침대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 ⏰+ =====
아침이 밝았지만, 트레이너와 메이쇼 도토의 머릿속은 여전히 한밤중이었다. 그녀는 폭언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트레이너는 새벽까지 퍼마신 알코올의 힘으로 여전히 꿈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우우... 누구라도 좋으니 절 위로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그녀는 오늘은 도저히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인터넷 친구들이 있어요..!'
얼굴을 보지않고도 소통이 가능한 몇 없는 사람들. 거기에 생각이 닿자마자, 메이쇼 도토는 스마트폰을 켰다. 요즘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커뮤니티인 이차원 커뮤니티 사이트 [D*인사이드] 앱을 설치하고, 곧바로 실행했다.
자신의 이름을 줄인 [메토]로 아이디를 만들고, 덕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갤러리를 찾아나섰다.
안녕하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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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토 [갤로그] 2023.09.29 04:40
조회수 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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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그 따뜻한 말 한마디? 갤러리라서 찾아왔어요...
위로의 한 마디가 듣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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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106.101) •••
여기 드라마 갤러리야 등X아
2023.09.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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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토 •••
히...히이익! 제송해여!
2023.09.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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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수하고 말았어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가 찾아간 "따뜻한 말 한마디 갤러리"는 이차원에서 이미 9년 전에 종영한 드라마 갤러리였으니까...
문전박대를 당한 -전적으로 본인의 오해였지만- 메이쇼 도토는 그나마 남아있던 기운도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누구를 의지해야하는가. 이대로 주저앉아 슬픔에 잠겨야 하는걸까?
「외롭고 힘들 때는 동포들을 찾아보렴」
문득,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동포라는 것은 가까이 있을 때는 몰라도 만리타향에서 만나는 동포의 동질감은 굉장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동포가 누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일랜드에서 트레센 학원으로 전학 온 파인 모션이라는 말딸이 있었다. 그 분한테 의지해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봤지만,
'같은 동포에게 이런 어벙한 모습을 보이고싶지는 않은걸요...'
곧바로 포기했다. 그녀는 다시 다른 갤러리를 찾아나섰다. 이번에는 동포들이 활동할 법한 갤러리 이름을 검색했다.
곧바로 한 갤러리가 나왔다. [유로파 갤러리]라는 이름의 갤러리였다. 분명 이 곳이라면 아일랜드 동포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같은 생각을 하며, 이전같은 실수는 없을 것이라며 글을 작성했다.
안녕하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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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토 2023.09.29 18:40
조회수 5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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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갤러리라길래 유럽분들 계시는 곳인가해서...
혹시 아일랜드 분들도 계신가요오..?
제 고민 좀 들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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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아일랜드
- 800년 지배와 갈등의 역사
아일랜드 간 세끼
- 좌충우돌 당일치기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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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203.102) •••
여기 게임갤인데... 암튼 무슨 고민인데?
2023.09.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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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토 •••
저를 가르치시는 분이 저를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신사적이신 분이신데, 어제는 저한테 전화로
욕을ㅠㅠ
2023.09.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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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후타바 (203.102) •••
설마해서 묻는건데, 그 선생 영국인이냐?
2023.09.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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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토 •••
헉! 맞아요! 저희 트레이너 영국 출신이세요!
2023.09.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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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흐응 (244.225) •••
영국인 트레이너와 아일랜드 말딸이라니...
으으... 역사관이 흔들리는 충격이다...
2023.09.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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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토 •••
무슨 말인가요..?
2023.09.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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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우흐응 (244.225) •••
뭐야, 아일랜드 말딸이라는 애가 영국을 몰라?
이거이거 역사와 외교 교육이 필요하겠구만
2023.09.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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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새로고침] [댓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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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쇼 도토는 혼란스럽다. 아일랜드 동포들이 있을 것 같아서 접속한 곳에서 갑자기 역사와 외교 교육이라니, 그녀는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 ⏰+ =====
그들이 알려준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는 충격적이었다. 800년의 지배, 아일랜드 동포들이 겪은 비극과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 수많은 아일랜드 동포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대기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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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토 •••
말도 안돼요... 트레이너 씨는...
저를 아일랜드 출신이라고 깔보고 무시한거라구요..?
2023.09.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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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후타바 (203.102) •••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겠냐?
어제 술 퍼먹고 본심 털어놓은거라니까?
영국애들이 아일랜드 사람들보고 하얀 흑인이라고
할 정도였는데, 지금도 너 은근히 깔보고있을걸?
2023.09.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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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메토 •••
역시 그런건가요..? 트레이너 씨는
제가 아일랜드 출신이라고 그런건가요?
그게 사실이라면... 용서 못해요..!
2023.09.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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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후타바 (203.102) •••
너가 할 일은 딱 하나야. 그 자식한테 매운맛을
보여주라고. 그럼 널 다시는 깔보지 않을걸?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어.
너는 그 억압의 역사를 되풀이할거야?
이건 네 손으로 끝맺어야만 해...
2023.09.2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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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다. 그 영국인이 아일랜드인인 자신을 깔보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 틀림없다. 앉아서 당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 남자에게 아일랜드의 매운 맛을 보여주리라. 생각하며 트레센에서 은밀한 장소로 향했다.
그 곳은 새벽임에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말딸들의 학원에서 흐르는 향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약품의 매캐한 냄새가 뒤덮고 있었다.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학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지만,
트레센 전교생은 입을 모아, 그 장소를 「꿈과 희망을 이뤄주는 곳」이라고 부르고 있다.
"...응? 이 시간에 누구인가..?"
"..."
어지럽게 흐트러진 연구용 자료들과 재료들 사이에 한 말딸이 있었다. 손을 덮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의 연구원 복장. 순백의 복장과 대조적인 어둠에 가라앉은 눈 -본인은 고지능의 증거라고 한다.- 을 가진 말딸이었다.
그녀는 본인의 이름보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불리는, 아그네스 타키온이라는 이름의 말딸이었다.
아그네스 타키온은 자신을 찾아온 메이쇼 도토를 보고 의문을 가졌다. 야심한 새벽에 찾아왔다는 점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새벽에 찾아오는 손님은 언제나 있었으니까. 사랑에 눈이 돌아간 말딸들이라던가.
바로 메이쇼 도토. 그녀는 연구실에 한번도 온 적 없는 말딸이었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퍼질대로 퍼져 「아그네스 타키온을 한번도 안 찾은 말딸은 있어도, 한번만 찾은 말딸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는데, 한번도 안 찾은 말딸이 바로 메이쇼 도토였다.
"그래... 처음 오는 손님이시군. 어떤 용무가..?"
여유롭게 웃으며 메이쇼 도토를 맞이하던 아그네스 타키온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공포를 느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과 같은 초점이 없는 어두운 눈. 하지만 그 눈은 고도의 지성의 증거인 자신의 눈과는 전혀 다른,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 이성이 없는 눈이었다.
그 눈을 마주한 아그네스 타키온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림과 동시에 깨달았다. '저 자는 지금 미쳤다. 여기서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이런 공포는 학생회가 연구실을 인질로 겁박할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폭탄... 폭탄이 필요해요..."
"폭탄..? 어째서 그런게 필요한건가..?"
"거부하는건가요?"
"아... 아니..! 만들어주겠네! 만들어줄테니 진정하고 기다리고 있게!"
폭발물을 만드는 것 따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아그네스 타키온은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에 짓눌려 말도 안되는 짓을 돕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협조할 수 밖에 없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벽돌의 형태를 한 폭탄 20개가 완성됐다. 10개의 폭탄은 원격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것이었고, 나머지 10개의 폭탄은 수류탄처럼 뇌관을 뽑아 폭파시키는 것이었다. 수류탄식 폭탄은 안전조끼에 고정시켜 조잡한 폭탄 조끼를 즉석에서 만들어 서비스로 제공했다.
"화력은... 확실하죠?"
"그...그렇다네. 두 개만으로도 건물 한 층은..."
고맙다는 듯 목례만 하고 나가버리는 메이쇼 도토. 그녀가 나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아그네스 타키온은 주저앉았다. 학생회장이 뿜어내던 압도적인 위압감 이후로 이런 공포를 느꼈던 적이 없었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 =====
아그네스 타키온 특제 폭탄을 들고 간 메이쇼 도토가 향한 곳은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실이 있는 트레이너동이다. 말딸들의 기숙사와 달리, 이 곳의 경비는 허술하다.
1층, 2층, 3층... 각 층의 복도 중앙에 폭탄을 두 개씩 설치했다. 5층까지 총 10개의 폭탄 설치를 마친 메이쇼 도토는 다시 출입구로 빠져나왔다.
흐르는 땀을 닦고, 시간을 확인한다. [AM 05:58], 6시는 말딸들과 트레이너의 기상시간이었다. 그녀는 잠시 기다리다가 6시 정각이 되는 순간,
『쾅!!』
버튼을 누르자, 아침의 정적을 깨는 폭음이 일어났다. 폭음의 근원지는 말딸들의 기숙사에서 멀리 떨어진 트레이너동이었지만, 그 소리는 트레센 구석구석 빠짐없이 뻗어나갔다.
갑작스러운 폭음에, 청각이 예민한 말딸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강제 기상을 당했다. 곧 수많은 말딸들은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판단해 기숙사를 뛰쳐나와 평탄하고 넓은 운동장으로 모였다.
긴급히 소집된 학생회와 기숙사장들은 말딸들 통제에 나섰으나, 공포에 이성을 잃은 말딸들을 통제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잠시 후, 소식을 접하고 통제반 및 응급요원을 파견한 이사회의 활약으로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메이쇼 도토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굉장하다. 그야말로 사상 최고의 쇼가 아닌가. 타는 쓰레기같이 불타오르는 트레이너실과 종잇장처럼 뜯겨져나간 벽 파편을 보고있자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메이쇼 도토는 지옥도로 변한 트레이너동을 보고 미친듯이 웃었다. 헛기침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살면서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OH... What the..."
등 뒤에서 들려오는 영국식 발음, 아아... 이틀간의 외출을 마친 그 남자가 돌아온 모양이다. 아깝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폭발하는 장관을 목격했을텐데.
고개를 돌리니, 과연 금발의 영국 남성이 서 있었다. 메이쇼 도토의 트레이너였다. 이틀 전까지는 그녀의 트레이너였을지는 몰라도,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 그저 복수의 대상에 불과했다.
"영국인..."
"ㅇ...Oh..? 도토..?"
트레이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몇 번이고 눈을 비볐다. 이게 무슨 꼴인가. 트레이너동의 벽은 씨발창이 나버렸고, 그의 담당마 메이쇼 도토는 정체모를 벽돌(?)로 무장한 채로 앞에 서 있다.
평소의 회오리치는 눈동자 속의 맹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요동치는 어둠과 증오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 어둠과 증오는 복수를 외치고 있었다.
「영국... 영국..! 영국 놈을 몰아내라!」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동포들의 복수를 이루어라!」
빛을 잃어버린 눈은 트레이너 -그녀에게는 동포의 원수인 영국인-를 향하고 있다. 그 눈에 비친 것은 공포에 질려 지려버린 추한 꼴의 한 남자였다. 자신을 욕한 영국인은 고작 이렇게 나약한 놈이었던가, 그런 놈에게 짓밟혔던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제... 끝을 볼 순간이에요...'
결의를 다진 메이쇼 도토는 자신이 입고있던 폭탄 조끼의 도화선을 전부 뜯어내고는 그대로 영국인에게 몸을 던졌다.
"Éirinn go Brách!!!"
구름없이 청명한 하늘, 불지옥이 강림한 트레센 학원의 대지에서, 아일랜드의 분노와 원한이 담긴 메이쇼 도토의 외침이 온 트레센에 울려퍼졌다.
===== ⏰+ =====
「속보입니다. 오늘 아침, 후추시에 위치한 중앙 트레센 학원에서 테러활동으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트레이너동 벽이 뜯겨나가고, 폭발이 발생한 건물의 유리가 전부 깨지는 대폭발이...」
「폭발 파편은 우마무스메들의 트레이닝 활동이 시작되기 이전에 발생해 기적적으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S씨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범인이 입고있던 폭탄 조끼는 조사 결과, 화약이 없고 연기만 뿜어져나오도록 개조를 거친 모조품으로 밝혀졌습니다. 범인은 현재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S씨 [트레센 우마무스메 트레이너] 29세」
「What the F**k?! 나는 아니다 트레센 Trainer!」
「한편, 사건 현장에서 BRITS OUT! 문구가 적힌 종이의 파편이 발견, IRA로 의심되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영국인을 노린 증오범죄로...」
「이번 사건에 대해 트레센 학원의 이사장 A씨는 "무관! 이번 일은 원생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날 저녁, 메이쇼 도토의 애국활동으로 박살이 난 트레센. 모든 트레이닝 활동은 일주일 간 중단,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트레센 트레이너동 복구 및 큰 충격을 받은 말딸들의 멘탈 케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인 영국인 트레이너 S씨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시의 기억은 물론, 자신이 트레이너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결국 학원에서는 퇴사 처리, 위로금을 포함해 상당한 금액을 지급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가해자인 메이쇼 도토는 사건 당일 이후 목격자가 없었다. 학원에 떠도는 낭설로는 파인 모션이 부리는 덩치 큰 검은 양복의 요원들이 그녀를 어디론가 회수해갔다는 소문만이 나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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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203.102) •••
타누키 저작권 비용은 이걸로 퉁친다 씹것들아...
2023.10.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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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병신보면 짖는 개 (105.73) •••
2023.10.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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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말딸은 살찌는, 쌀쌀함이 밀려오는 가을이었다.
끗
명작은 함부로 건드는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도짜세기합대회에서 도토 부분만 추려내서 풀어 써봤는데, 재미 살리기도 힘드네ㅠ
2022.08.04 19: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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