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묻히지만 둘 다 BBC 선정 올해의 스포츠 선수로 선정된 이력이 있는 무시무시한 왕실 일원들이다.)

앤 프린세스 로열.

어릴적 오빠인 찰스 왕세자가 폴로를 배우면서 덩달아 같이 승마를 배웠다가 오히려 더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는 걸로 이쪽 커리어를 쌓으셨다.

필립공이 봐줬다지만 자신만만해진 앤 공주가 도전해오자 여왕님이 샐러드 데이를 타고 진심으로 압살해버린 일화는 의외로 널리 퍼진 이야기니 넘어가고.

(앤 공주에 따르면 자기는 포니를 타고 있는데 여왕이 샐러드 데이를 탄건 반칙이란다.)

20대부터 결혼하여 슬하에 자녀를 두기 전까진 종합마술 기수로서 뛰며 나름대로 커리어를 쌓은걸로 유명하며,

나중에 에든버러 공의 뒤를 이어 FEI의 의장도 지내셨다.

아무튼 제목이 저런 이유는

사실 마주는 이분 그니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시다.

앤 공주가 빌려타긴 했으나 결국 앤 공주덕에 빛을 본 말들이니 공주의 말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왕님 소유의 경주마는 누가 이미 소개했으니까 이 부분은 매우 프리하게 다룰 수도 있으니,

영국인들이 말을 타면 경마와 폴로에 열중한다는 속담이랑 좀 다른 이야기의 말들을 3마리 소개한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앤 공주 그리고 더블렛)

더블렛Doublet

원래 여왕의 말도 아니고 에든버러 공작 그니까 필립 공의 폴로용 포니였다.

간만에 좋은 폴로용 말을 구했다며 기분 UP되신 필립 공을 따라가서 지켜본 여왕님이 긍정하면서 달라는 제스처를 며칠간 취했고,

그 결과 선물로 포장된 삥뜯기를 당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폴로는 남성 전용 스포츠였다보니 여성의 참가는 드물었다)

(필립공과 앤 공주 그리고 더블렛)

하지만 영국의 기사도 전설에선 왕이 욕심을 부리면 천벌을 받지 않는가?

이후 더블렛이 벌크업을 하며 체구가 크는 통에 여왕전용 폴로용 포니는 때려치우고 여우사냥용 말로 전업했다가 더블렛을 타본 앤 공주의 부탁으로 종합마술로 전업한 케이스다.

(배드민턴 호스 트라이얼의 크로스컨트리를 뛰는 앤공주와 더블렛)

(1971년 유럽 챔피언십 우승당시)

특히 1971년 종합마술 유럽 챔피언십 금메달과 버흘리 호스 트라이얼 우승으로 BBC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었고

여왕님께선 국제수준의 말과 기수를 길러냈다는 찬사를 들었다.

다만 그 해에 뒷다리의 골절이 발견되었고, 혹시나 해서 73년까지 기다렸으나 완치가 안되었다,

1974년에 수의사들이 골절이 완치되었다는 검진결과를 내린 뒤 윈저성에서 훈련을 했으나....훈련도중 뒷다리가 골절되어 안락사되었다.

그녀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앤 공주가 이정도로 감정을 드러낸 건 처음이라며 놀라워할 정도로 죄책감을 느끼고 며칠간 울음을 그치질 않았단다.

마주이자 어머니인 여왕님은 공주님 탓은 아니라며 위로를 건냈으나, 필립공이 여왕의 말들도 경마훈련 받다가 많이 죽었다며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했다 여왕이 핀잔을 줬다고..

아무튼 더블렛은 2005년에 영국승마 명예의 전당에 최초 입성한 말들 중 하나가 되었으며,

이는 여왕의 소유마중 유일한 케이스다.

(마크 필립스와 콜럼버스. 배드민턴 우승인데...)

콜럼버스Columbus

이름에서 눈치 깐 사람들도 있겠으나 영국 총리였던 처칠의 소유마 콜로니스트의 자마다.

원래 얘도 여왕의 소유로 경마가 아니고 여우사냥용으로 사왔는데 주인 잘 만난덕에 교배도 했다가,

앤 공주가 타다가 피지컬이 뛰어나다 못해 감당이 불가라 알고 지내던 기수이자 나중에 앤공주와 결혼했다 이혼하는 마크 필립스에게 이걸 타보라고 했단다.

물론 이 말은 사기스런 피지컬을 타고나서 73년에 바로 국제대회 출전 수준이 되었고

(월드 챔피언십 당시의 사진)

그리고 1974년 배드민턴 호스 트라이얼과 월드 챔피언십 단체 은메달로 그 피지컬을 과시했으나....

정작 이 놈의 성깔은 여왕과 공주님 둘 다 지랄맞다고 평했다.

마크 필립스 피셜로 매우 냉담한 말이고 관리사에게도 패악질을 부리기로 유명했다.

73년에 잘했다고 내린 뒤 쓰다듬으려니까 깨무는거 보고 콜럼버스와의 친밀한 교감은 진작에 포기했고,

여왕한텐 그나마 성질은 안부렸지만 애교도 안부렸다.

그리고 저 74년 커리어 하이를 찍고 부상-복귀-부상 이 사이클을 반복하며 괴팍한 성질에 지친 기수가 도저히 못타겠다며 하소연을 하자 결국 여왕님도 포기를 하고 1979년에 은퇴시켰다.

은퇴한 뒤 여왕님이 목장에 찾아갔을땐 관리사는 물론이고 다른 말들이랑 1도 안어울리는 어메이징한 교우관계를 보여줬다고...

1980년대 초에 부패성 관절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0년으로 옆에는 마크 필립스)

굿윌GoodWill

보통 언급이 잘 안되는 말인 동시에 여왕의 말들 중 가장 불명예스러운 업적을 달성한 말 1위로 꼽힌다.

전문 승용마-경주마 포함시 이 녀석이 불명예 원톱이다.

일단 약하다가 도핑으로 실격 이딴건 절대 아니다.

얘도 마찬가지로 필립공의 폴로용 포니를 긴빠이친 케이스.

필립공이 선물로 받았는데 다시 여왕님이 선물로 받은? 놈이다.

더 크라운에서 1979년에 앤 공주가 탔던 말로 이 말이 생각날텐데,

여왕님과 달리 앤 공주는 SNS에 그 시절 사진을 올렸다. 그것도 고증이 너무 개판같아서..

우선 굿윌과 모색이 다른데다 자신은 종합마술 기수였는데 왜 힉스테드에 있냐는거다.

뭐 그러려니 넘어가고.

얘는 더블렛이 잠정 휴식에 들어간 이후 활약을 했는데

1975년 유럽 챔피언십 개인-단체 은메달을 땃으며, 최초로 영국 왕실의 일원이 여왕의 소유마를 타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록까지 따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임자인 더블렛 만큼 여왕에게 사랑도 받았는데....

(1973년 유럽챔피언십)

(1976년 몬트리올. 땅을 잘 보면 미끄러지는 이유가 있음....)

문젠 마주의 따님이자 기수인 앤 공주를 2번이나 낙마시킨 전적이 있는 여왕님의 소유마 중 가장 불명예스런 업적의 보유자다.

1973년 유럽 챔피언십에서 한번,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번 그렇게 총 2번.

특히 앤 공주는 올림픽에서 낙마로 뇌진탕까지 걸렸는데 그 와중 구급차에 타는 대신에 말에 다시타서 완주하는 근성을 보여줬으나....

정작 남은 2쌍중 1쌍이 완주를 실패해서 단체 메달이라도 건지려던 그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 덕에 영국에 오자마자 여왕님께서 굿윌을 도축시키려고 했지만 앤 공주와 필립공의 만류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후 1979년까지 앤 공주랑 같이 종합마술을 뛰고 이후엔 왕실 마구간에서 그냥 관리만 받으며 살다 죽었지만,

여왕이 방문할때 굿윌만큼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데 커리어만 놓고보면 저 둘과 비견 가능한데 하필 마주의 따님을 낙마시켰단 이유로 어떤 의미에선 말년의 취급이 가장 비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