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N회 트레센의 졸업식 날, 많은 사람들이 트레센의 한 강당에 모여있다. 좌석에는 수많은 우마무스메들과 그들의 트레이너가 앉아있었다.

어느 우마무스메는 트레이너와 오붓하게 손을 맞잡고 있었으며, 어느 트레이너는 다가오는 결별에 오열하는 우마무스메를 달래느라 여념이 없는 등 꽤나 시끌벅적했다.

다만 졸업식 당일, 갑작스런 호우와 수많은 도로가 침수되었고, 트레센은 당부의 문자를 돌리며 학부모들의 졸업식 미참을 극구 당부했다.

같은 사유로 학생들의 졸업을 지루한 연설로 축하할 귀빈도 오지 않았다. 단 한 명만 빼면

시끌벅적한 강당은 타즈나의 졸업식 진행으로 어느새 차분해져 있었고, 차분한 분위기 아래 아키카와 야요이는 당차고 따뜻한 말들로 졸업생들의 행복한 후생을 축복했다.

아키카와 야요이의 졸업식 축사가 끝나고, 트레센에 온 유일한 귀빈이 연설할 차례가 왔다.

베이지색 코트와 볼륨을 강조하는 검은색 스판 폴라티, 그리고 슬렉스를 입고 약간 낮은 힐을 신었으며, 풍성한 적발을 트윈테일로 묶은 우마무스메가 연설대로 올라갔다.

티아라 2관과 아리마 기념 우승의 주인공

그리고 담당 트레이너를 졸업식에서 개같이 뾰이했으며

12명의 아이를 다산한 모든 우마무스메들의 롤모델, 다이와 스칼렛이었다.

다이와 스칼렛은 연설대에 오른 뒤, 찬찬히 자신의 후배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의 눈빛, 그들의 마음, 그들의 염원, 모든 것을 천천히 확인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들 모두의 마음은 18살의 자신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확신에 찬 스칼렛은 강당 뒤편으로 물러난 야요이와 타즈나에게 눈빛으로 사인을 주었다.

그리고 입을 떼기 시작했다.

"잔디와 진흙을 박차며 1착을 향해 달려나간 후배 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달려나간 레이스장에는 여러분을 바라봐준 사람들이 있었을 겁니다. 친구, 가족, 라이벌, 그리고 누구보다 여러분을 서포트했던 트레이너!"

"여러분의 다리와 레이스는 모두 트레이너 분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여러분들을 사랑했고, 그 누구보다 걱정했고, 그 누구보다 응원했던 여러분의 파트너였습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직감이 좋은 트레이너들은 덜덜 떨었고, 몇몇 우마무스메들은 무언가 깨달은 듯 담당 트레이너의 손을 만지작 거렸으며, 그 중에 눈치가 없는 트레이너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런 자기 담당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직까진 좌석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여러분이 경주마라는 레이스를 무사히 끝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의 트레이너 덕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을 바라봐주는 트레이너를 여러분은 놓을 겁니까?"

본격적으로 강당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해졌다.

"여러분은 보낼 겁니까?!"

오른쪽 끝에 앉아있던 우마무스메가 갑자기 기립했다.

"다른 년한테 뺏기겠습니까?!"

강당엔 순식간에 파란이 일어났다. 대선배의 말씀에 감격하는 후배들과, 갑작스런 스칼렛의 급발진에 당황하고 항의하는 트레이너들, 과열된 분위기에 담당을 보호하겠답시고 끌어안거나 귀를 막아주는 멍청한 트레이너들까지 이미 강당은 난장판이 되었다.

그리고 강당의 대들보 위에서 야요이와 타즈나가 방독면을 쓴 채, 타키온이 만든 미약가스를 뿌리기 시작했다.

"당장 뾰이하십시오! 지금 개같이 뾰이하십시오! 무조건! 지금! 당장!"

스칼렛의 말에 마법이나 최면이라도 깃들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말이 인과율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는지

모든 우마무스메들이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일제히 자신의 트레이너를 붙잡고 넘어뜨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당은 트레이너의 비명과 우마무스메들의 교성으로 가득 했다.

다이와 스칼렛은 결실을 맺은 후배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연설대에서 내려왔다.

트레센의 강당에 벗어나자, 그녀에 귓바퀴에 맴돌던 교성들은 순식간에 빗줄기 소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녀의 후각은 아직 미약 가스의 달콤한 향기를 잡아내고 있었다.

스칼렛의 코트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울렸다.

「졸업식 축사는 잘 끝났어?」

「오늘 비 많이 오니까, 조심히 와~」

아, 이 사소한 문장으로도 나를 흔들어 버리는 이 나쁜 남자...

얼마 지나지 않아, 스칼렛은 자신의 진심을 담아 답장을 보냈다.

"오늘 허리 부러질 준비해, Mr. Dai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