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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없는 복도를 지나 트레이너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서 일하던 트레이너가 날 향해 고개를 들며 웃었다.
"안녕, 도베르."
"안녕, 트레이너."
"미안해, 토요일인데 일부러 오게 만들어서..."
"괜찮아. 어제 못 한 미팅이 있잖아?"
"응, 미안해. 이쪽 일 때문에 쉬는 날에..."
트레이너는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별 일 아닌데도 불구하고 조금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나는 휴일에 트레이너를 만나서 기쁜데...
사실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 일요일에도 트레이너를 만나고 싶다.
트레이너를 만날 수 없다면 차라리 내일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는데...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별로... 신경 안 써."
무뚝뚝한 말이 튀어나간다.
이게 아닌데...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그래? 그럼 다행이네."
웃으며 대답하는 트레이너를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왜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걸까?
특히 트레이너에게 말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지만, 태도에 가시가 돋친다.
자각은 하고 있지만, 그것을 스스로 고치려고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늘 아침, 여기 오기 전에 시도해 본 게 있었는데...
역시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럼, 미팅이나 할까. 이대로 시작해도 괜찮겠지, 도베르?"
"으, 으응, 시작하자."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트레이너 바로 옆에.
그러자 트레이너는 놀란 듯이 나를 쳐다봤다.
응...? 왜 그러는 거지?
그냥 어깨를 맞대고 같은 소파에 앉았을 뿐인데...
"뭐야? 왜 그렇게 놀란 거야?"
"어, 아니, 뭐랄까... 너무 가깝지 않아? 다른 자리도 있는데..."
"무슨 소리야? 여기가 아니면 당신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 무슨 소리야?"
"왜? 내가 옆에 있는 게 싫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괜찮지? 그럼 이대로 미팅 시작할까?"
"어, 어어..."
트레이너는 뭔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제의 트레이닝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아, 뭔가 바보같다...
어제 우연히 발견한 자기 암시 앱이라는 걸 이용해서,
『트레이너에게 좀 더 솔직해지자.』
그런 암시를 스스로에게 걸어봤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런 수상한 것에 의지하다니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에 시도해봤는데, 그런 게 효과가 있을 리가 없지...
대략 6시간 정도면 효과가 없어진다고 적혀 있었지만, 애초에 암시에 걸리지 않았으니 무의미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트레이너의 허벅지에 손을 얹고 쓰다듬어 보기로 했다.
...보기와 달리 꽤 근육이 붙어 있구나...♡
"그래서 다음 주 언덕길 트레이닝은...?"
그 순간, 계속 말하던 트레이너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트레이너의 허벅지를 쓰다듬어 대면서 눈을 바라봤다.
"왜 그래?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는 거야?"
"...왜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거야?"
"왜라고 해도, 그냥... 쓰다듬고 싶어서 쓰다듬는 것 뿐인데?"
"....?"
"저기, 설명이 멈췄는데?"
"어... 응..."
내가 계속하라고 말하자 트레이너는 어색하다고 할까, 이상한 태도를 취하며 설명을 재개했다.
무슨 일인가 생각하면서 트레이너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아, 이거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네♡
"엑!?"
"꺄앗! 놀랐어..."
트레이너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서, 트레이너에게 몸을 기대고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모처럼 트레이너의 어깨 베개(?) 를 즐기려고 했는데...!
항의하는 마음을 담아 트레이너를 노려보자, 트레이너는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 미안... 아니,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오늘따라 뭔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데..."
"이 정도는 평범하잖아. 무슨 소리야?"
그렇게 말하면서 트레이너의 목과 어깨에 머리를 문질러댔다.
내 트레이너니까 내 냄새를 제대로 묻혀야지♡
"평범... 평범... 한가...? 이게...?"
트레이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트레이너에게 내 냄새를 묻힌 나는 다시 한 번 그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트레이너의 목덜미에서 풍기는 은은한 시트러스 향과 곤혹스러움이 뒤섞인 땀의 희미한 냄새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만, 역시 오늘의 트레이너는 이상하다.
"...저기, 트레이너.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어? 무슨 소리야?"
"아까 갑자기 놀라기도 했고 설명을 길게 늘어놓기도 했고... 평소에는 그런 적 없잖아? 괜찮아? 어디 아픈 거 아냐?"
"어, 아니, 몸 상태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아침밥은 제대로 먹었어?"
그러자 트레이너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안 먹었어. 아침에는 식욕이 없어서 잘 안 먹어."
"정말... 그런 건 좋지 않아."
아쉽지만, 트레이너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옆에 놓아둔 내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도시락을 꺼내어 눈 앞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자, 이거..."
"어, 이거 도시락이야?"
"보면 알지?"
"보면 알지만, 양이 좀 많은 것 같은데..."
"당신 혼자 먹을 분량이 아니니까. 나도 먹을 거야."
"그렇다고 해도 5단 도시락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미안해, 귀찮았어...?"
"아니, 기뻐, 기뻐!!! 감사히 받을게!!!"
다행이다.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오늘 아침 자기 암시 앱을 사용하고, 왠지 모르게 트레이너를 위해 도시락을 만들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5단짜리 도시락을 만들었는데, 거절하지 않고 받아줬다.
근데 이상하게도 거절당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정말, 트레이너는 이럴 때 정말로 상냥하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젓가락을 들고, 찬합에 든 계란말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흘리지 않도록 손을 얹은 채로 트레이너의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자, 입 벌려."
"엑"
"아~"
"....아~"
트레이너가 내가 만든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반응이 궁금해서 트레이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때? 맛이 이상하거나 그렇지는 않지?"
"아니, 아니야! 정말로 맛있어, 도베르."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트레이너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나도 모르게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고 있는데, 트레이너가 찬합 속 계란말이를 들여다봤다.
"이거, 와사비를 넣은 거지? 우리 집 계란말이랑 비슷해서 깜짝 놀랐어."
"그건 뭐... 내가 제대로 알아봤으니까."
"그래, 조사했어... 어? 뭘 조사했어? 만드는 방법 얘기지?"
"저기, 나도 먹여줘, 계란말이."
"정면으로 무시하는구나."
"아~"
"....저기, 도베르. 지금 여기엔 내가 입에 댄 젓가락밖에 없는데...?"
"아~~"
"..."
"아~~!!"
"...아~"
트레이너가 내민 계란말이를 입에 넣자, 부드러운 계란과 상큼한 매운맛이 어우러진다.
그래, 이게 트레이너가 좋아하는 맛이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기억해야지♡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도시락을 같이 먹으며 남은 미팅 마쳤다.
도시락을 다 먹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벽에 걸린 시계를 본 트레이너가 말했다.
시계 바늘은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베르, 잠깐 TV 좀 봐도 될까?"
"괜찮지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도 있어?"
"응, 곧 시작될 것 같아."
트레이너가 TV를 켜자, 중계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체육복에 흰색 유니폼을 입은 우마무스머들이 차례로 게이트에 들어서고 있다.
출발 직전 상황이다.
"...이거, 데뷔전이야?"
"응. 얼마 전에 내가 조언해줬던 아이가 오늘 이 레이스로 데뷔하거든."
"...에, 그렇구나..."
"아, 저 밤색 머리 아이야."
트레이너가 가리키는 아이는 내가 모르는 우마무스메였다.
그리고 트레이너는 나한테만 향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저 아이, 소질이 있는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쿡쿡 쑤신다.
물이 담긴 양동이에 떨어뜨린 수채화 물감처럼, 거무스름한 안개가 가슴 속에 퍼져나가는 것 같다.
"...싫어."
"어?"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트레이너에게 소리쳤다.
"당신은 내 트레이너인데, 왜 나 말고 다른 애를 보는 거야...!?"
"왜, 왜... 우왓!"
화면 속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레이스가 시작된 그 순간,
나는 트레이너를 넘어뜨리고 일어나려는 트레이너 위에 올라타서 그를 눌렀다.
"도, 도베르...?"
"후후, 후후후후... 성인 남자도 이렇게 쉽게 넘어지는구나...♡"
'왜 그래, 도베르? 왜 이런 짓을..."
"당신이 잘못한 거야.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여자랑 친하게 지내고..."
"모르는 여자와 친하게 지낸다니... 그냥 상담에 응한 것뿐이야."
왜 그렇게 말하는 거야?
당신,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거야?
트레이너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겁에 질린 땀 냄새가 희미하게 코를 찌른다.
...뭐야, 알고 있는 것 같네♡
지금 여기에서, 당신은 나를 거역할 수 없다는 걸...♡
"...나, 용서할 수 없어."
"요, 용서할 수 없다고?"
"당신은 나만의 트레이너인데... 당신은 나만의 것인데... 그런데 왜..."
"도베르!!!"
트레이너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트레이너의 얼굴을 봤다.
트레이너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도베르... 오늘 뭔가 이상해."
"무슨 소리야? 나는 평소와 다름 없는데..."
그래,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는 그저...
트레이너의 옆자리에 딱 붙어 앉았고,
트레이너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고,
트레이너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트레이너에게 내 냄새를 마구 묻혀댔고,
트레이너의 냄새를 만끽하고,
트레이너를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왔고,
트레이너에게 반찬을 먹여줬고,
트레이너가 모르는 우마무스메와 친해져서 소파에 넘어뜨렸을 뿐인데...
....엣?
옆에 딱 붙어 앉고,
허벅지를 쓰다듬고,
어깨에 머리를 얹고,
내 냄새를 마킹하고,
트레이너의 냄새를 만끽하고,
도시락을 만들고,
반찬을 먹이거나 먹여주기도 하고,
모르는 우마무스메와 친해져서 소파에 넘어뜨렸어...?
어라...?
나는 지금까지 대체 뭘 하고 있었지?
분명히 평범하지 않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한 행동이 비정상이다.
...갑자기 온몸에 핏기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나, 트레이너실에 온 이후로 계속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어...?
왜, 왜...?
왜 이런 일이...?
흔들리는 시야 끝에 벽에 걸린 시계가 보였다.
시간이 12시 반을 훌쩍 넘긴 것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났다.
....혹시 자기 암시 앱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오늘 아침 자기 암시 앱을 썼던 건 7시 전쯤이었던 것 같다.
설명에 의하면 효과가 사라지는 건 대략 6시간 정도.
지금쯤이면 효과가 사라질 시간대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껏 한 일은...!?
"트, 트레이너... 나, 나는..."
트레이너 위에 올라탄 채로 힘이 빠졌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떻게 하지, 무슨 짓을 한 거야...
몸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결국 질투심에 눈이 멀어 트레이너를 넘어뜨리고...
끔찍한 짓을 했다.
이런 거, 트레이너가 계약 해지를 해도 불평조차 할 수 없는데...
이런 말할 자격조차 없지만...
"헤어지기 싫어, 트레이너..."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쏟아진다.
하지만 입이 저절로 움직여 말을 내뱉는다.
"나, 트레이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공격하는 듯한 짓을 했으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 따위 없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도베르..."
...나는 트레이너의 품에 안겨 있었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두려움도 당황스러움도 섞이지 않은, 평소와 다름없는 트레이너의 냄새였다.
"도베르, 난 너와 항상 함께 할 거야."
"....!"
"아까 너한테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기뻤어."
"기뻤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트레이너에게 심한 짓을 했는데...
"왜냐하면, 네가 오늘처럼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있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
"그, 그래...?"
나는 껴안긴 채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트레이너는 나를 놓더니, 내 양 어깨에 손을 얹고 내 눈을 바라봤다.
"사실 지금까지는 거리감이라고 할까... 거리감을 느꼈는데, 오늘 너에게서 그런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그 말은 오늘의 내가 무례했다는... 거야?"
"그게 기뻤어. 이런 식으로 내게 다가와도 괜찮다고 생각해주는구나... 그렇게 느꼈어."
"근데 나, 당신을... 트레이너를 밀치기도 하고,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하고..."
트레이너는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밀쳐서 넘어진 건 놀랐지만... 내가 오히려 너를 불안하게 만드는 말을 했으니까 미안해."
"그런... 잘못한 건 나니까... 그러니까 미안해!"
그렇게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식으로 끝낼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 눈가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일단 눈물을 닦아야겠지. 눈가가 부었잖아?"
트레이너는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줬다.
"아, 고마워... 트레이너..."
고맙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나는 문득 무언가 생각나서 고개를 들었다.
"그래, 조금 전의 메이크업 데뷔는...?!"
"어? 아, 벌써 끝난 것 같네."
TV 화면은 이미 다른 레이스를 중계하고 있었다.
그럼 나 때문에 트레이너가 보고 싶은 레이스를 못 봤다는 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조언해준 아이의 레이스를 못 봤지..."
"도베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레이스 결과는 나중에 보면 돼."
"그, 그렇지만..."
"지금 나는 네 생각만 하고 싶어서 그래.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도베르니까."
"엣...!?"
"그러니까 도베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줬으면 좋겠고... 의지하고 싶을 때는 의지해 주면 좋겠어."
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지만 장난도, 농담도, 강압도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트레이너의 진지한 눈빛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다.
"...진심으로 말하는 거지...?"
"물론이지!"
그렇게 말하며 진지하게 가슴을 두드리는 트레이너의 모습이 조금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후훗... 좀 과한 것 같지 않아?"
"과장 아니야.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이야."
"그런 말 해도 괜찮아...? 난, 진심인데...?"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러면 말야, 트레이너, 그... 내일 일요일에 같이 놀러가지 않을래?"
말을 하고 나니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이, 이런 건 거의 데이트 신청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하지만 트레이너는 평소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응, 물론 괜찮아.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정해놓은 곳은 없는데..."
내일도 트레이너와 함께하고 싶다.
그 일념 하나로 충동적으로 초대했으니, 어디로 갈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눈앞의 테이블에 놓여진 무거운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시락이다.
"...공원에 피크닉이라도 갈까? 나, 도시락 또 만들어 올게."
"오, 좋네. 그럼 그렇게 하자. 내일도 날씨가 좋을 것 같고..."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면서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방 안으로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있다.
... 왠지, 바보 같은 이야기다.
아침의 나는 트레이너를 만나지 못하는 내일은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낮의 나는 트레이너를 만날 수 있는 내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져서 참을 수 없는데...
밤의 나는 트레이너를 만날 수 있는 내일이 너무 기다려서 잠을 설치게 되는 걸까...?
그럼 내일은...
내일의 나는 트레이너와 함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일이 기대된다.
"기대되네, 내일."
나와 트레이너, 소파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다.
온화한 미소를 짓는 트레이너에게 솔직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나도... 내일이 정말 기대돼, 트레이너♡"
= 끗 =
도베르 많이 애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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