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경마] 근왜우) 레클리스가 무서워한 것

페이스어뎁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26 01:06:00
조회 3320 추천 52 댓글 22
														


훗날 레클리스가 될 망아지의 어미 아침해가 산후열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마주 김혁문은 어미 아침해의 후손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다 사랑하는 말이 죽었다는 자책감에 근 1년이 넘게 폐인으로 지냈다. 모친 또한 중병으로 앓아누운 상황에서, 김혁문, 누이 김정숙과 망아지는 라이벌 기수이자 아침해의 라스트 런에서 패배했던 최창주 기수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남았다. 한동안 김혁문 일가는 기수 활동으로 번 상금으로 먹고 살 수 있었으나, 누이 정숙이 자기 대신 돈을 벌려고 김을 매러 간 것을 보고 김혁문은 가족을 그 동안 내팽겨쳐왔다는 생각에 찬 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바로 김혁문은 최창주 기수가 소식을 전했지만 차마 보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망아지를 찾아갔다.


1949년 11월 경, 김혁문이 망아지를 다시 보았을 때 망아지의 나이는 벌써 16개월이었다. 임시 목초지 삼아 망아지 여러마리가 방목된 신설동 경마장에서 김혁문은 어미처럼 타오르듯 붉게 빛나는 망아지에 시선이 꽂혔다. 풀을 뜯어먹으려다 곁에 있는 망아지와 신경전을 벌이던 붉은 망아지는 질렸다는 듯 몸을 흔들고 방향을 돌리더니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어미의 모습이 망아지에 겹쳐졌다. 역시 그 어미에 그 딸이었던 것인가, 붉은 망아지가 달리는 자세에는 어미에게서만 볼 수 있었던 순수한 즐거움이 깃들어있었다. 그 경쾌함에 그 동안 김혁문의 마음을 좀먹어왔던 자책감도 녹아 없어지는 듯했다.


경기장 건너편에서 코너링을 돌려던 그 순간, 정체 불명의 들개 세마리가 난간 아래로 달려들어 망아지를 에워쌌다. 겁에 질린 망아지는 무리로 되돌아가려 했으나, 들개 두마리가 망아지 앞에서 짖으며 막아서고 뒤에서 한마리가 엉덩이를 물어뜯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김혁문은 무언가에 홀린 듯 난간 위를 뛰어넘어 필사적으로 들개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가 소리치자 부하 들개 둘이 줄행랑을 쳤고 그 틈을 타 망아지는 김혁문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엉덩이를 물던 우두머리가 계속 망아지를 쫓아왔다. 김혁문이 온 힘을 다해 우두머리를 걷어차자 마지막 남은 들개도 도망쳤다.


두려움이 가시지 않아 몸을 떨던 망아지는 김혁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김혁문도 망아지를 껴안으며 안심시키기 위해 쓰다듬었다. "미안해, 아침해야. 아빠가 미안해." 마방까지 데려온 후 계속 쓰다듬은 끝에 아침해의 두려움이 가시자 김혁문은 한 발짝 떨어져서 아침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슬슬 달리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마방을 나설 때 김혁문은 인기척을 느끼고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어미의 마주였던 타케오 대령과 기수였던 칸 대위의 혼이 어깨 너머로 흐뭇하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1]



1fb8d32de9d72bb551a8dfa11eee173adaac26de7a73233e5a24cb70c2975adab0dcaa61e6aa2256


아침해가 미 해병대에 입대하고 레클리스라는 이름을 받은 1952년 10월 이후의 일이다.


아직 포탄을 실을 지게가 도착하지 않았기에 레클리스는 조교사 레이텀 하사의 인솔에 따라 군마 훈련을 받고 해병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으며 해병들이 주던 음식을 받아먹고 있었다. 사과와 당근을 마음껏 먹은 후 좀 더 평범한 식사를 원했던 레클리스는 방목지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전차 소대의 마스코트였던 군견 2마리가 새로운 마스코트를 보고 호기심이 동해 방목지의 울타리 근처까지 접근했다. 그러자 레클리스는 평소의 귀여운 모습에 걸맞지 않게 눈을 희번득하게 뜨며 날뛰기 시작했다. 귀를 뒤로 완전히 젖히고 이빨을 드러내며 깨물려고 하자 겁에 질린 군견들이 달아나서 자신들의 안전지대인 퍼싱 전차 아래로 몸을 숨겼다.


소대원들이 방목지 주변으로 모여 레클리스를 진정시키려 했다. 레클리스는 여전히 흰자를 부릅뜨며 몸을 떨고 있었다.


"어이 어이, 괜찮아 레클리스, 괜찮다니까." 사육사 콜먼 일병이 목을 쓰다듬으며 알했다. "개를 정말 질색하나봐."

"질색한다? 거의 복수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콜먼." 팻 오로크 하사가 말했다.

해병 의무병 조지 미첼이 의견을 제시했다. "마치 어렸을때 개한테 시달린 것 처럼 보였습니다. 뭔가 심한 사건이 있었을 겁니다. 개한테서 떨어뜨려야지 말입니다."


레클리스가 진정한 것은 레이텀으로부터 새로 좋아하게 된 사과를 하나 더 받고 난 뒤였다.


(...)


레클리스는 호기심이 가득해서 진지의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며 다녔다. 어느날 아침 레클리스가 영내 식당에 들르자 급양병 빌리 존스 일병(PFC Billy Jones)이 호기심에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주었다. 레클리스는 스크램블 에그를 싹싹 긁어먹은 후 식후 커피까지 마셨다. 레클리스가 식사를 끝마치고 떠나자, 탄약수 호세 코르도바 일병(PFC Jose Cordova)이 존스 일병에게 경고했다.


"그 스크램블 에그 말야, (생달걀이 아닌) 가루 계란으로 만든 거 레클리스가 알면 개처럼 물어뜯을 걸."


7cef876bcb9f19f53bee8fe2429c0631d49adc0268bd2c8db0b2a066c772a8df6121427680

1954년 11월 19일, 앤드류 기어 중령, 미합중국 해병사령부에.

제목: 레클리스 하사

참조: 제1해병사단 전문 050706Z


3. 레클리스 하사의 거주, 관리 및 급양에 대해

(...)

b. 한국에서 지프 차량과 충돌 사고를 겪은 이후 왼쪽 둔부가 약화되었으므로 지나치게 오래 일을 시키지 말 것. 체중이 130파운드 (58kg)를 초과하는 사람의 기승을 금지할 것. 6개월에 한번씩 건강 검진을 받게 할 것. 아이들을 좋아하므로 아이들과 같이 지내게 하는 것은 허용됨. 하지만 한국에서 어렸을 때 죽을뻔한 일을 겪은 후로 개과 동물의 절멸(destruction of the canine race)을 추구하게 되었으므로, 절대 개를 근처에 데려오지 말 것.



---------------------------------------

레클리스는 두려움을 모르는 동물이 아니었으며,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평생 개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낄 수 있기에, 레클리스가 네바다 전초에서 보여준 용맹은 그만큼 더 값지다고 할 수 있다.


---------------------------------------

출처: Andrew Geer, Reckless: Pride of the Marines, p.79-80, 102-103, 166


역자 주:

[1] 타케오 대좌와 칸 대위는 일본군 소속 기병 장교였고 일제 강점기 시절 아직 보통학생이었던 김혁문을 눈여겨보고 구무원으로서의 훈련을 시켜주었다. 1930~40년대 당시 일본 경마의 주된 목적은 군마를 양성하는 것이었으므로, 상당수의 마주와 기수는 기병 장교를 병행했다. 타케오 대좌와 칸 대위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즈음에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비추천

52

고정닉 1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6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2854 AD [원신] 신규 5성 아를레키노 등장 운영자 24/04/26 - -
1633945 공지 진행중인 픽업 상세 정보 / 이벤트 모음(04/09) [3]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11 34130 13
2245246 공지 🃏우마무스메 3주년 리세계 가이드 [44] 보르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04 9354 27
1210246 공지 📀 우마무스메 통합 가이드북 [2]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95087 24
2253330 공지 🎽 3주년 각종 정보 모음 [6]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08 3565 6
1275804 공지 (24.03.31) 뉴비용 가이드 [18]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17 63650 38
1210280 공지 📜 우마무스메 고증과 경마 이야기 [4]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33468 20
1210233 공지 📺 우마무스메 애니 / 코믹스 모음 [11]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49119 54
1210183 공지 🔦 우마무스메 갤러리 이용안내 및 신문고 [7]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75020 29
2345712 핫산 [こだち]념을 보내는 스즈카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33 1 0
2345711 🏇경마 강한 말이 음해 없으려면 현대에 뉴트랙 찍는 수 밖에 없음 ㅇㅇ(49.166) 22:31 12 0
2345710 일반 극장판 공구 너무좋네 [1] 메짱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31 22 0
2345709 🖼️짤 카페한테 응징당하는 타키온.webp [4] 말딸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30 33 1
2345708 🏇경마 한편 응애카메라네 핑크블로썸은 출산 임박 [3] 참수리수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8 31 0
2345707 일반 그래서 릴라 vs 홍어 누가 더 만두 잘 구움 [4] 발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8 99 11
2345705 📁괴문 [괴문서/핫산] 내가 네놈이랑 결혼할 거니까 맞선 같은 거 보지 마라! [2] 야부어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8 40 4
2345704 핫산 [ぷちもす]손이 좀 닿은 것 뿐인데... [1]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7 55 3
2345703 🏇경마 쌘 말인데 음해없는 말 있음?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7 97 0
2345702 일반 그러니까 이쿠노가 메지로한테 납치감금약물뾰이를 당했다 그말이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5 29 0
2345701 일반 말딸 최고 미인 [1] ㅇㅇ(219.254) 22:20 58 0
2345700 핫산 [よねだともミズ]임금님에게 몰카거는 고루시 [8] OUTLA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0 225 16
2345699 일반 극장판 번들코드 공구 진행 관련 이체 내역 [5]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8 135 7
2345698 핫산 [シノ]7색의 거짓말이지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8 194 16
2345697 일반 이 압축은 대체 뭐야!!! [1] 타가매겐고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8 55 0
2345696 일반 무료연에서 쓰알떴다 [2] ㅇㅇ(211.227) 22:17 45 0
2345695 일반 인사하세요 터보. 새엄마입니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3 87 1
2345694 일반 딸쭉이 스토리 지금봤는데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3 77 1
2345693 📁괴문 디시 다이스 스레) 좀비 아포에서 뾰이로 치료한다-83 [5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2 117 5
2345692 일반 에스포쟝 목소리 딱이다 [10] ㅇㅇ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 103 1
2345691 일반 크라운 육성할때 쓰두라 말고 쓰복개는 어떰? [2] 장창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 23 0
2345690 ✍️창 도트) 우마네스트 컨셉 스페셜위크 애니메이션작업 [5] Windan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 90 8
2345689 일반 올려준건 고마운데 닉 가린 의미가 없는뎁쇼 [6] 가면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 120 2
2345688 일반 "이런 걸 뒷구멍에 넣는다고..?" 돌르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 117 1
2345687 일반 극장판 번들코드 공구 진행 확정 건 [14] 대황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 164 6
2345686 일반 두시간 뒤면 총대장님 생일이신가 [5] 내진테스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 56 0
2345685 일반 스피드 인자 몰아주고 단거리 팀레육성 했더니 ue2 행복한숩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 26 0
2345684 일반 "이기는거예요?" 발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 48 2
2345683 일반 젠틸돈나님 정말 죄송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세요 라고 하는 비르시나 [3] 냉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 389 14
2345682 일반 이거 젠틸비르콘에 쓰면 딱이겠네 [3] 지나가는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 77 2
2345681 ✍️창 오늘이 끝나기 전에 스즈카 한장 [5] 더블제트트윈엔진더블터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 80 7
2345680 일반 슺이 경찰을 부른다니 그게 무슨소리니 내진테스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 46 0
2345679 일반 ???: "그렇게 크다곤 말 안 했잖아! 안 들어간다고!" [2] 김가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0 97 0
2345678 일반 두 근육질이 밀실에 남겨져서..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9 71 2
2345677 핫산 [ナツメ]황제 일가 [3]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8 325 13
2345676 🏇경마 마메쨩들이 있던 시라이목장 대표님 돌아가신듯..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7 235 11
2345675 🏇경마 유럽에서 이기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2] 말달리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6 85 0
2345674 일반 말딸 경찰 오겟구나 [7] 소로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5 445 12
2345673 핫산 あらびあー太) 신룡한테 소원 비는 무테키 [8] ㅇㅇ(115.88) 21:54 421 18
2345672 일반 비르마마 홍어 유성에다가 뽀뽀하기 [8] 발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4 82 0
2345671 🏇경마 약 20분 후 골드 컵 전초전 G3 사가로 스테이크스 개최 [2] 시더스타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3 60 1
2345670 🖼️짤 트레이너의 형태 변화와 성질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jpg [1] 지나가는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1 10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