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용도변경(이라 쓰고 도축이라고 읽는)된 말이 실장된다 치자. 스토리야 뭐 은퇴 이후는 다루지 않으니까 어떻게 쓸수 있다 치고.

문제는 이렇게 실장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원본마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아볼거고, 그럼 당연히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게 됨. 게다가 나름 유명한 말이면 대개 경주마 신디케이트 결성해서 한입마주 모집하는데 임의처분에 불만이 많을 전 마주들이 기회도 생겼겠다 여기저기 '익명으로' 썰을 풀 가능성이 매우 높음. 이 과정에서 어떤 처분을 받아서 어떻게 죽었는지 일반 사회에 알려지게 되는데, 중요한게 일반 사회에서 알게 된다는 점임. 괜히 경마계 어둠만 일반 사회에 부각시켜서 좋을 게 전혀 없음. 게임이야 인기를 더 끌고 매출이 올라가겠지만, 경마장 수입은 아마 혐오스럽다는 이미지가 더 확고하게 자리잡아서 아주 급전직하할것임.

게다가 해당말의 마주나 위탁처는 진상이 밝혀지거나 대략 정리가 되면 그때부터 비난이 쏟아짐. 그나마 진짜 사정이 겹치고 또 겹쳐서 이해 되는 케이스도 없진 않겠지만(신코윈디의 경우 공로마 안됐으면 다이타쿠 야마토 전철 밟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 오사이치 조지 같은 사례는 사실 말에 대한 애정없이 냉정하게 봐도 도덕적으로 도저히 이해를 해줄 수 있는 게 아님. 이런 상황에서 이게 과연 정상적인 방식의 항의 정도로 끝날 거라는 착각은 오타쿠들이 상대에다가 마주쪽이 대개 명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감안하면 안하는 게 좋음. 즉 묻어버리는게 마주에게도 경마계에도 좋은 것임. 오직 비참하게 죽은 말에게만 안 좋은 것이고.

그리고 경마쪽 어둠만 이야기했는데, 사실 여기 시장이 축소되면 일자리 잃을 사람들 대부분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몇몇 부자 마주들이 아님. 그쪽은 당연히 까여도 되지만, 정작 경마시장이 축소되면 실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그걸 생계수단으로 삼는 기수와 조교사, 그리고 경주마를 공급하는 목장주 등 사회 '사회적 약자' 가 대부분임. 마주들은 대부분 돈이 쌓이고 넘치는데 경마시장도 끼어드는 거라서 까짓꺼 그냥 소유마들 다 처분하고 그만두면 끝인 게 현실이며, 여기 생계 걸려있는 사람들만 ㅈ되는거지. 경주마들의 불쌍한 사연을 다루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 결과로 죽는 건 정작 책임져야 할 마주들이 아니라 고용인들이고, 이들이 사회로 내몰리면 그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을 거라는 건 생각해봐야 함.

이게 겉으로 보면 마주의 입장을 고려해서 실장 못한다 나쁜 마주 XX 이렇게 끝날 문제이지만, 진지하게 파면 진짜로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라 할 수 있음.

추가 : 신코윈디는 사실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임. 공로마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된 덕분에 마주가 망했는데도 소유권이 이전돼서 30살까지 장수할 수 있었으니까. 보통 마주가 망하면 대부분의 결말은 다이타쿠 야마토와 같음(사실 이것도 대부분 그냥 묻힘., 야마토는 그나마 G1이라도 따서 비참한 결말이 세상에 알려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