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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도시락을 만들어 주는 그라스 원더

Mikkya(147.47) 2023.12.24 00:37:25
조회 2702 추천 5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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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트레센 트레이너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담당 우마무스메의 관리만으로도 일정이 빡빡할 터인데, 중앙 트레센에서 내려오는 여러 서류 작업 또한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트레이너가 끼니를 대충 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라스 원더의 트레이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는 다른 트레이너들에 비해 조금 더 심한 편일지도 모른다. 중앙 트레센 최고의 사고뭉치를 고르라면 반드시 거론되는 그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엘리트 트레이너다. 다른 트레이너들에 비해서 학력도 연차도 직책도 월급도 높은 그였기에, 조금 더 막중한 책임이 지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중앙 트레센의 썩은 물의 대명사 베테랑 트레이너 아저씨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그렇다고 그라스 원더의 트레이너가 안 힘들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의 점심 또한 언제나처럼 유부초밥 2개와 핫바 하나로 대충 때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담당 트레이너의 모습을, 그라스 원더는 옆에서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담당 우마무스메가 담당 트레이너 씨를 뚫어져라 보는 것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중앙 트레센에서는 말이다. 게다가 그라스 원더이지 않은가. 독점력의 그라스 원더가 담당 트레이너 씨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중앙 트레센에서 전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상함을 느끼는 것은 오직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 씨뿐이었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니에요.”



 “그러면 뭐, 내 잘생긴 얼굴에 반하기라도 한 거야?”



 “트레이너 씨에게 반한 건 사실이지만, 잘생겼다는 건 조금…그렇죠?”



 “거기선 긍정해주면 안 되냐고.”



 아무튼, 아무리 그라스 원더라 해도 이렇게까지 트레이너 씨를 바라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담당 트레이너로서 궁금해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면 뭐 때문인데? 오늘따라 좀 시선이 강렬하단 말이야, 너.”



 “그렇게 느끼셨나요? 조금…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아무래도 어쩔 수 없었단 말이에요.”



 “걱정되는 부분?”



 그라스 원더의 말에, 그는 유부초밥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게 있어 걱정되는 부분이라면 주로 그라스 원더의 나기나타 칼날과 할복용 단도, 그리고 그 질척이는 독점력일 텐데, 그라스 원더가 그걸 걱정해 줄 리가 없잖은가.



 하지만 이내 이어진 그라스 원더의 말에, 그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너 씨의 식사가 언제나 부실하신 것 같아서…걱정이에요.”



 “…….”



 그런 기특하고 정상적인 생각도 할 줄 알았다고? 솔직히 놀랄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트레이너 씨, 제안을 하나 해도 괜찮을까요?”



 “제안?”



 그라스 원더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제안을 하려는지 궁금해서가 아니다. 그라스 원더가 담당 트레이너 씨에게 ‘제안’이라는 것을 하는 의도가 궁금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언행으로 보았을 때, 제안이라는 이름의 협박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것이 담당 트레이너로서의 책무가 아니던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라스 원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라스 원더의 ‘제안’은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제가, 트레이너 씨의 도시락을 싸 드려도 괜찮을까요?”



 “……엥?”



 뭐지, 왜 갑작스럽게 현모양처 어필이지?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에게 전혀 나쁘지 않은 제안이 갑작스레 들어오자, 의심부터 하는 모양새다. 당연한 수순이다. 상대는 그 그라스 원더란 말이다.



 “혹시, 거부권은…?”



 “싫으시거나 부담스러우시면 거절하셔도 상관없어요.”



 “……?”



 정말? 그는 눈을 끔뻑이며 그라스 원더를 바라보았다. 그라스 원더의 ‘제안’에 거부권이 있다고? 그럴 리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그라스 원더는 트레이너 씨의 거부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양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마, 드디어 이 트레이너에게 애정이 떨어진 것일까…라는 말랑한 생각을 하기에는 그라스 원더가 도시락을 싸 주겠다 제안한 것 자체가 이미 애정이지 않나, 라는 현실 자각 타임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싫다는 건 아닌데….”



 그래서, 방어적으로 대답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라스 원더의 저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라스 원더는 그런 트레이너 씨도 이해한다는 듯이 후후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딱히 트레이너 씨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랍니다?”



 “…….”



 “정말이에요. 도시락을 만들어 드린다고 해서 제 머리카락이나 꼬리털을 먹이려고도 하지 않을 거고, 제 피나 체액을 섞지도 않을 거고, 도시락을 만들어 드렸으니 저희는 부부네요? 같은 소리도 하지 않을 거니까요.”



 “……아, 어, 으응.”



 이상하게 하고 싶었다는 듯이 들리는 것은 트레이너 씨의 착각이리라.



 하여간 그라스 원더가 이상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도시락을 싸 준다는 것은 제법 매력적인 제안임이 틀림없다. 뭐, 미호 기숙사 어디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그라스 원더가 허언을 하는 성격은 아니니 요리할 방법은 있으리라.



 “그렇다면…부탁할게.”



 “어머, 감사합니다.”



 “그래도 트레이닝에 지장이 생기거나, 네가 힘들어지거나 하면 언제든 그만둬도 괜찮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뭔가 메뉴에 대한 리퀘스트가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래.”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음식들이 있었지만, 그라스 원더에게 말하진 않았다. 일단 그라스 원더의 요리 실력을 모르기도 하거니와, 요리를 잘한다 해도 고국의 요리까지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기 때문이다.



 뭐, 일식이나 미국 요리 몇 가지 정도이지 않을까. 어깨를 으쓱이며 그라스 원더에게 말한다.



 “네가 요리하기 편한 걸로 부탁할게.”



 “후후…감사합니다. 그래도 꼭, 드시고 싶으신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셔야 해요?”



 “그래그래. 알았어.”



 마지막 남은 유부초밥을 입에 털어 넣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라스 원더 또한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트레이닝으로 복귀해야 할 시간이다.



 자신의 세 발자국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그라스 원더를 느끼며, 그는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자제할 수 없었다.



 독점력이니 뭐니 해도 결국 트레이너 씨를 신경 쓰는, 그 나이대에 맞는 소녀다.



 “…….”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성공이다, 그라스 원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굳이 수고로움을 끼치면서까지 대가 없이 트레이너 씨의 도시락을 싸 오겠다 자청한 이유가, 당연히 있다. 물론 이상한 것을 넣지도, 이상한 것을 트레이너 씨에게 먹이지도, 도시락 정도 가지고 부부라고 주장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다. 남심을 사로잡으라면 위장부터 사로잡아라, 에이신 플래시의 작은 조언이 아니던가.



 그러니 트레이너 씨의 위장을, 그라스 원더의 요리로 확 사로잡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알게 모르게 요리 특훈까지 한 그라스 원더다.



 그 작전에 실패란 없다. 각오를 다지며,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마음가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  *  *  *  *  *  *  *  *  *




 다음 날, 그라스 원더는 그녀가 말했던 대로 도시락통을 두 개 들고 왔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자, 트레이닝을 멈추고 트레이너 씨에게 총총총 다가간다. 그리고 식당이 아닌 교정의 조금 한적한 곳에 앉는다. 트레이너 씨도 따라 앉았다.



 그리고 도시락통을 꺼내어 작은 쪽을 트레이너 씨에게, 큰 쪽을 자기 앞에 놓았다.



 “오우…조금 감격인걸.”



 “후후, 맛있게 드셔주세요.”



 솔직히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라스 원더가 도시락을 정말로 싸 왔다는 것 자체가 감동할 부분이었다.



 맨날 나기나타 들고 죽이네~살리네~ 하던 애가 이렇게 조신하게 도시락도 싸다 주고, 이런 것이 교직의 보람이라는 것일까.



 게다가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니, 그 감격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얀 쌀밥과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계란말이, 고등어처럼 보이는 생선구이 반쪽과 콩 간장조림. 양배추샐러드 조금과 보온병에 담긴 맑은 된장국까지. 제대로 기합을 넣어서 준비했다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에 영양이 풍부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식사를 준비한 그라스 원더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생 많이 했겠네. 고맙다 야, 내가 이런 거 받아도 될지 모르겠네.”



 “평소의 답례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래, 고마워.”



 물론 천성 이과의 뇌는 ‘그건 월급으로 받으니 괜찮아’라는 말을 할 뻔했지만, 풍류를 아는 선비의 반대쪽 뇌가 황급히 말문을 틀어막는다. 잘한 일이다.



 젓가락을 들어 밥과 계란말이를 맛본다. 된장국을 조금 마시고, 생선의 살을 발라 입으로 가져간다.



 “……맛있네.”



 흠잡을 데 없이 맛있었다. 그라스 원더가 이렇게 요리를 잘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어디서 사 온 것은 아닐까 살짝 의심할 정도로 맛에 충실했다.



 “입맛에 맞으시나요?”



 “솔직히 놀랐어. 생각했던 것보다 요리를 잘하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신 건가요.”



 “어…아메리칸 튀김 요리 범벅?”



 “정말―!”



 볼을 부우- 부풀리며 그라스 원더가 투덜거린다. 하지만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마냥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냉병기 들고 휘두르며 다녀서 그렇지, 천성은 착한 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그라스 원더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밥그릇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라스 원더의 도시락은 일본인 기준 1인분으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조금 모자랐다.



 하는 수 없이 밥그릇의 쌀알 한 톨, 생선 한 점, 그리고 된장국의 건더기와 국물까지 모조리 먹고 나서야 간신히 적당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먹었어, 그라스.”



 “배가 아주 고프셨나 봐요, 후후.”



 “아…으응.”



 생글생글 웃는 그라스 원더에게, 솔직히 조금 모자랐어, 같은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라스 원더의 말을 긍정한다. 배고팠던 것으로 치자.



 “아, 도시락통은 이리 주세요.”



 “그래. 여기 있어.”



 도시락통까지 깔끔하게 회수해 간다. 회수한 통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가방에 넣고, 그라스 원더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점심도 먹었으니 다시 트레이닝 하러 가 볼까요?”



 “그럴까? 그라스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먹으니 괜히 힘이 나는 것 같네.”



 “앗……♡”



 그라스 원더의 눈빛이 살짝 끈적하게 변한 것을,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  *  *  *  *  *  *




 솔직히 말해서 2-3일 정도면 질려서, 혹은 힘들거나 귀찮아서 그만둘 줄 알았다.



 하지만 그라스 원더의 도시락 싸 오기는 장장 일주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장기전에, 그라스 원더의 트레이너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담당 우마무스메에게 도시락을 매일매일 받는 것은, 트레이너 이전에 사람으로서 어떨지…그런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라스 원더가 돈을 받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애초에 밥값이라도 챙겨주겠다고 하는 것을 한사코 거절한 그라스 원더다. 뭐, 상금 생각을 하면 트레이너 본인보다 돈이 많을 그라스 원더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자 체면에 여자아이, 그것도 담당 우마무스메에게 계속 얻어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존심 문제다, 이 말이다.



 오늘도 그라스 원더가 도시락을 싸 와, 그의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도시락을 하나하나 펼치고 있었다. 따스한 흰 쌀밥과 부시 국물, 고기 감자조림과 더불어 연어 샐러드. 게다가 튀김은 언제 또 한 것일까, 냉동식품을 데운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그라스 원더의 호의에는 감사하지만, 영원히 그라스 원더에게 도시락을 받을 수는 없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트레이너 씨♪”



 물론, 그라스 원더의 도시락이 맛있기에, 먹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살짝 모자란 듯한 도시락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위장에 차곡차곡 집어넣는다.



 “…….”



 “왜 그러시나요, 트레이너 씨? 혹시 도시락에 문제라도…….”



 하지만 그의 표정에 곤란함이 묻어나왔을까, 그라스 원더가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무슨 일인가 물어본다.



 “아니, 도시락은 너무 맛있어. 그런데…….”



 “그런데…요?”



 “그라스 너한테 너무 식사를 의존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 뭔가 답례라도 해야 하는데 말이지.”



 “답례…아니에요, 딱히 그런 걸 바라고 도시락을 싸 드리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라스 원더가 먼저 후후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트레이너 씨가 건강하게 계셔야, 저도 최고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



 뭐지. 왜지. 어째서 그라스 원더 이 녀석이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 거지? 트레이너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의문, 의심, 그런 부류의 생각이 피어올랐다. 평소에 이런 녀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의심이 간다.



 물론 그라스 원더의 속내는, 트레이너 씨를 위장에서부터 사로잡겠다…라는 원대한 계획의 일부이지만, 그것을 트레이너 씨가 알 리 없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답례라도 해야겠다, 그렇게 결심했다. 그야, 그라스 원더에게 빚을 졌다면, 반대로 그라스 원더에게 답례라는 이름의 빚을 만들어 둬야 나중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에서 불리한지는 구태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본능의 영역이다, 이 결정은.



 물론 돈을 준다고 하면 그라스 원더가 절대 받지 않을 것이기에, 그라스 원더가 답례로서 받을 법한,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답례해야 한다.



 그리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번뜩, 하고 스쳐 지나갔다.



 “저기, 그라스. 아무리 생각해도 너한테 답례는 해 줘야 할 것 같아.”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요, 트레이너 씨?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나도 미안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받아먹기만 하는 것도 조금…그렇지.”



 “그런 생각, 안 하셔도 되는데요….”



 그라스 원더의 귀가 살짝 쳐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실망이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이라도 했을까.



 하지만 트레이너 씨가 한 말에, 그라스 원더의 귀가 쫑긋거리고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했다.



 “답례로, 내일은 나도 그라스의 도시락을 만들어 올게.”



 “핫……?!”



 그라스 원더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다. 이미 그라스 원더의 머릿속에서는 ‘도시락 교환’이라는 꽃밭이 만들어진 것이고, 이 꽃밭을 거부하는 행위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민들레에 미친 말딸이.



 그래서, 그라스 원더는 좌우로 쫑긋찰싹대는 귀를 애써 진정시키며, 흠흠, 작게 헛기침을 한다. 도시락 맞교환이라니, 이건 이미 프러포즈가 아닌지(그럴 리가 없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듯이 고개를 돌리며, 그녀답지 않은 새침함으로 중얼거리듯 말한다.



 “트, 트레이너 씨가 그쪽이 좋으시다면…뭐, 뭐어…어쩔 수 없네요.”



 “그래, 그러면 그렇게 정해진 것으로 알고, 트레이닝 시작할까?”



 “앗, 네…!”



 어느새 도시락을 비운 트레이너 씨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라스 원더도 도시락통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기대감,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콩닥거림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  *  *  *  *  *  *




 대망의 다음 날 점심.



 그라스 원더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그라스 원더의 도시락을 트레이너 씨가 먹고 있었고, 그라스 원더는 트레이너 씨가 만들어 온 도시락을 받았다.



 도시락을 열어보고는 솔직히 놀랐다. 트레이너 씨가 요리를 생각보다 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하는 분이 왜 매일매일 점심을 대충 때웠을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 요리 실력의 바탕은 그의 자취 경력이겠지만, 그라스 원더가 거기까지 알 길은 없다.



 아무튼, 하얀 쌀밥에 콩나물국, 멸치볶음과 소시지구이, 그리고 간장으로 양념을 한 불고기까지. 트레이너 씨의 고향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도시락이었다.



 하지만 그라스 원더가 곤란해하는 점은 다른 반찬 때문이었다. 도시락통의 한쪽 구석에 조금 담겨 있는 반찬. 빨간 양념으로 절인 배추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딱 봐도 매운…음식이다.



 그라스 원더는 매운 음식에 약하다.



 아무래도 미국 출신인데다가 일본에서 또한 매운 음식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그녀의 혀는 매운 음식을 버티지 못한다.



 물론 룸메이트인 엘 콘도르 파사가 가끔 핫소스를 그라스 원더의 밥에 뿌릴 때가 있는데, 그때는 엘 콘도르 파사가 반으로 갈라져서 죽는 날이기 때문에 문제없다.



 하지만 트레이너 씨를 반으로 갈라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게다가 트레이너 씨가 그라스 원더를 위해서 싸 온 도시락임을 알기 때문에, 그라스 원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란함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먹자니, 매운 음식은 솔직히 무리다. 그렇다고 트레이너 씨에게 솔직하게 못 먹는다고 말하고 남기자니, 트레이너 씨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먹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라스 원더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고민을 더한 끝에, 그녀의 마음을 정하고야 말았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트레이너 씨의 수제 도시락이다. 남긴다? 불퇴전의 그라스 원더에게 있어 그것은 모욕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불퇴전은 그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절대 물러나지 않는 정신이다.



 이 정도 매운 것쯤, 엘 콘도르 파사의 데스 소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자기 마음을 달래며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입에 넣고, 예의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빨간색의 배추절임을 하나 집어 든다.



 “으으…….”



 “왜 그래, 그라스?”



 “아무것도…아니에요.”



 트레이너 씨에게 ‘매운 건 못 먹겠어요’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애초에 낼 생각이 없긴 하다. 게다가 트레이너 씨의 성격상 그라스 원더의 약점을 파악한다면 분명, 그 끝은 낄낄 웃으며 그라스 원더를 괴롭히려는 트레이너 씨로 귀결될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놀리고 싶은 초등학생 남자아이도 아니고. 그런 생각―정신승리―를 하며 그라스 원더는 그 빨갛디 빨간 음식을 입에 조심스레 넣는다.



 “…….”



 의외로 괜찮은데? 그라스 원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중얼거림은 단 3초짜리였다.



 “……!!”



 혀의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캡사이신의 매콤함이 그라스 원더의 혀를 잠식한다. 트레이너 씨 앞이기 때문에 얼굴을 구기는 것만은 간신히 참아내었지만, 당장이라도 우유를 마시고 싶다.



 하지만 아직 예의 그 반찬은 많이 남아 있었다. 트레이너 씨가 손이 커서일까, 혹은 그라스 원더가 많이 먹었으면 배려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제법 양이 된다.



 이걸 다…먹어야 한다고? 그라스 원더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때, 맛있어?”



 “……마, 맛있어요.”



 트레이너 씨의 물음에 재빠르게 간장으로 양념을 한 불고기를 입에 넣어 매운맛을 어떻게든 중화시킨다. 사실, 그다지 중화되진 않았지만…그래도 안 먹는 것보단 나으리라.



 “맛있다니 다행이네. 많이 먹으렴. 남기지 말고, 전부 다.”



 “…….”



 확인 사살이었다.



 트레이너 씨의 입에서 ‘전부 다’라는 말이 나온 시점에서, 그라스 원더에게 잔반이란 것은 존재하면 안 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라스 원더는 눈치채고야 말았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린, 트레이너 씨의 모습을.




 *  *  *  *  *  *  *  *  *  *




 그는 웃었다.



 속으로 웃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것이 얼굴에도 드러날 정도였다.



 아무래도 눈치 빠른 그라스 원더가 알아차리겠지만, 뭐 어떤가, 이미 그라스 원더는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그라스 원더의 담당 트레이너이기 때문이다.



 담당 트레이너로서 항상 그라스 원더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애초에 엘 콘도르 파사가 데스 소스를 흩뿌리던 자리에 그도 있지 않았던가. 그라스 원더가 엘 콘도르 파사를 반으로 갈라서 죽이려 드는 것을, 그가 못 봤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시점에, 쓸데없이 똑똑하고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에게, 그라스 원더의 약점을 유추해내는 것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쉬웠다.



 그래서 도시락―물론 그라스 원더의 도시락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느끼긴 한다―을 핑계로 그라스 원더와의 거리를 조금 올바를 만큼 떨어뜨리기 위한 작은 작전을 실행했을 뿐이다.



 그래, 각인시키는 것이다. 네 담당 트레이너 씨의 도시락에는 매운 음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네 담당 트레이너 씨의 식성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매운 음식이 없으면 밥 안 먹는다고. 그런데도 질척거리는 독점력 같은 거나 발휘할 거냐고.



 그라스 원더가 최근 들어 계속 도시락을 만들어 오는 이유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뭐, 당연하지만 남자를 사로잡으려면 위장부터…같은 생각이겠지. 제아무리 그라스 원더라 해도 결국에는 학생이다. 어른은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이 말씀.



 그러니 반대로, 위장부터 무―리라면, 이쪽에 집착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라스 원더의 생각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끝나지만, 단념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더 매운 음식을 요리해 올 것이다. 그래도 단념하지 않는다면 모레는 더욱더 매운 음식, 다음날은 더 매운…스코빌 지수가 지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괴로움을 억지로 참는 그라스 원더를 보며, 그는 속으로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엘 콘도르 파사가 이렇게 엿을 먹였다면 바로 나기나타와 대화를 했겠지만, 뭐, 담당 트레이너의 정성을 무시하고 날붙이를 꺼낸다? 그라스 원더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다. 다른 트레이너들이 그 속내를 안다면 ‘우우 쓰레기 자식’이라고 말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놈들은 다 담당 우마무스메의 독점력에 시달려 봐야 한다.



 심지어 아직 고추장을 쓴 것도 아니고, 불닭 소스를 쓴 것도 아니고, 캡사이신 원액을 적당히 희석한 것도 아니고…그냥 소금에 절인 배추를 고춧가루와 젓갈이 베이스인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전통 음식일 뿐인데 말이지.



 이 녀석은 매콤한 음식 중의 최약체인데. 매운 라면과도 같이 먹을 정도로 안 매운 녀석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라스 원더의 눈을 보니, 오늘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젓가락을 움직여 밥과 함께 먹으려 한다. 그래, 쉽게 무너질 생각은 없다…이거지. 하지만 이 정도로 괴로워하면, 너무 불쌍한걸?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일은 무엇을 만들까. 고추장 삼겹살을 구워올까, 아니면 제육볶음을 만들어 올까, 그것도 아니면 고춧가루 듬뿍 넣고 찌개라도 끓여올까. 어느 쪽이건, 그라스 원더는 다 먹어 주겠지. 괴로워하면서라도.



 “그라스가 맛있게 먹어 주니까, 정말 좋네.”



 “네, 네에…….”



 입에서 피가 나올 것만 같은 표정으로, 그라스 원더는 간신히 입을 열어 대답한다. 그런 그라스 원더에게, 그는 다시 한번 사형 선고와도 같은 말을 내뱉는다.



 “내일도 싸 올 테니까, 기대해.”



 “…….”



 그라스 원더는 앉은 채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  *  *  *  *  *  *




 그로부터 약 일주일간, 그는 그라스 원더를 위해서―사실 골려주기 위해서―매일같이 도시락을 싸 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매운 음식은 항상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 날은 고추장 불고기를, 어느 날은 매운 떡볶이를, 또 어느 날은 고추장을 듬뿍 발라 구운 황태를, 그리고 또 어느 날은 뜨거운 밥에 고추장을 잔뜩 넣은 비빔밥을.



 조금씩 맵기의 세기를 늘려가며 그라스 원더가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의 소소한 재미였다.



 그라스 원더 또한 바보는 아닌지라, 트레이너 씨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직접 만들어 주는 도시락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쌀알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고 있었다.



 그래, 불퇴전의 정신으로 어떻게든 참아내는 것이었다. 물론 턱이 덜덜 떨리고 혀에 감각이 사라져 간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라스 원더는 어떻게든 참아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8일째 되던 날 점심, 언제나처럼 그라스 원더는 그녀의 도시락을 트레이너 씨에게, 트레이너는 그가 만들어 온 도시락을 그라스 원더에게 내밀었다.



 그 도시락에는 언제나처럼 매운 음식이 들어가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고등어 무조림이었다.



 언제나처럼 잘 먹겠습니다, 서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 서로 젓가락을 들고, 하하 후후 서로의 목적을 위해 웃어 보인 뒤, 각자의 젓가락을 들고 반찬을 입에 넣는다.



 그라스 원더의 도시락은, 솔직히 맛있다. 현모양처, 야마토 나데시코를 표방하는 그라스 원더이기 때문일까, 의외로 요리를 공부해 두었던 것이리라. 아메리카 출신의 우마무스메라고 해서 타이키 셔틀처럼 자유분방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리라.



 그런 그라스 원더가 매워하며 고통받는 표정을 보는 것은 의외로 즐겁다. 뭐, 괴롭혀서 즐거운 게 아니라, 이 녀석이 이러다가 언제 들러붙지 않을까, 그런 자유에 대해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오늘도 도시락 맛있네, 고마워 그라스.”



 “별말씀을요. 트레이너 씨의 도시락도 맛있네요. 생각보다 요리를 잘하셔서 놀랐어요.”



 “자취 경력이 길어서 말이야.”



 “오늘은 고등어 요리네요. 어디, 한입―”



 고등어를 젓가락으로 조금 찢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턱을 덜덜 떠는 그라스 원더의 모습을 보며―



 “……?”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트레이너 씨?”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일주일간 매운 음식을 점심마다 먹어오며, 그라스 원더의 혀는 내성이 생긴 것이다.



 내성이라고 해 봐야 그 통각이 기분 좋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을 뿐이지만. 이제 어느 정도의 매운 음식은 오히려 맛있을 뿐이라는 것을.



 “왜 그런 표정으로 보시나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그러시나요, 후후.”



 “너, 너…어떻게…!”



 “트레이너 씨가 일부러 매운 음식을 만들어 오셨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잖아요. 그냥…먹다 보니 적응이 됐을 뿐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라스 원더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애초에 엄청나게 티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모른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으리라.



 하지만 고작 일주일 만에 매운 음식에 적응했을 리가 없다. 물론 고등어 조림이 엄청 매운 편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이티브 아메리칸인 그라스 원더에게는 충분히 매울 텐데―



 “거짓말…그럴 리가 없어.”



 “안타깝지만 사실이에요, 트레이너 씨. 이 그라스 원더, 얼마든지 트레이너 씨의 식성에 맞출 수 있다구요…?”



 그냥, 불퇴전의 각오로 매운 음식 특훈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일주일간, 그라스 원더가 트레이너 씨 몰래 혀를 캡사이신에 적응시키기 위해, 엘 콘도르 파사와 데스 소스의 도움을 조금 받았을 뿐이다.



 그 사실을, 트레이너 씨가 알 리 없다. 하지만 뭐, 그게 중요한가? 그라스 원더는 우후후 웃으며 트레이너 씨에게 조금 더 찰싹, 밀착한다.



 “그러니 트레이너 씨, 제 사랑을 우습게 보시면 안 된답니다~?”



 “아…아아…….”



 그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뒤에서는 그라스 원더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라스 원더는 생선 살을 조금 발라낸다. 그리고 그것을 젓가락으로 집어,



 “이만 포기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트레이너 씨? 자, 아앙~♪”



 트레이너 씨에게 한입 먹여드리기를 행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트레이너 씨가 고개를 드는 일은 없었다. 그저 깊은 한숨 소리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물론, 그라스 원더가 포기할 리 없다. 살랑거리던 꼬리로 어느새 찰싹찰싹 그의 등을 치며, 어서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리라는, 그런 압박을 가한다.



 사랑도 깊어지고 한숨도 깊어지는,



 그런 가을이었다.



 ==========



 괴문서를 가장한 팬픽이란 거 많이도 썼네 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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