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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만약에 원본마 생애가 트레이너의 삶이라면 -5-모바일에서 작성

수다중독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0 15:45:47
조회 824 추천 17 댓글 4
														

<키타산 블랙의 경우>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꽤나 호청년으로 보이지만, 머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새치로 보아 그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천천히 보이는 듯 하다.


남자의 발길은 익숙한 듯, 조심히 한 저택의 입구에서 멈춰선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정문이 천천히 열린다.
문안에는 무수히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다.
단정하다 못해 각이 서있는 듯한 모습의 사람들이 줄지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말한다.


'''작은 주인님 오셨습니까!!'''


언뜻 보면 협객영화에서 흔히 볼 법한 조직과 같은 모습. 남자는 이것도 10여년 동안 계속 보니,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박력넘치는 광경임은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건달이 아니다.


남자의 시선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한 현판에 초점이 맞는다.


'키타지마 연예 사무소'


전 일본에서 엔카의 신화라 하면 바로 이름이 나오는 전설적인 엔카 가수. 키타지마 사부로의 대저택 겸 연예 사무소다.


남자는 그의 사위였다.
과거 URA 트레센 학원 중앙지부의 전도유망한 트레이너.
그리고 그의 딸인 오노 쿠로코, 예명으로는 우리들에게 흔히 알려진 '키타산 블랙'과 스승과 제자며 동시에 선배이자 후배. 마지막으로는 남편이자 아내의 관계까지 나아간 여러모로 전설적인 귀재였다.


남자는 스스로도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일찍이 키타지마 사부로의 눈에 들어 연예계에서도 성공했다. 나중에는 제자인 키타산 블랙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그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리고 10여년간, 그의 수완은 연예계. 특히 엔카 쪽에서 성공적인 우마무스메 가수들도 발굴해 엔카의 등용문을 꿈꾸는 무수한 수의 지망생들에게 '작은 주인님'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조차도, 대선배이자 장인어른을 대할 때는 긴장을 안 할 순 없었다. 이번에는 과연 무슨 일로 나를 부르신 걸까.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큰 실례를 했던 게 아닐까. 조금씩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장지문 앞에 다다라 있었다.


'장인어른, 계십니까?'


'어, 들어 와.'


남자는 무릎을 꿇고 천천히 장지문을 열고, 도게자를 한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않게 조용히 무릎을 움직여 몸을 방 안에 들인다. 키타지마 사부로는 잘 구성된 정원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사위를 본다.

.

.

.

'건강이 꽤 호전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장인어른.'


'어, 그래. 고맙네.'


남자 두 명의 대화란 사실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적막한 분위기까지 감도는 상황.

남자는 무슨 연유로 장인어른이 자신을 찾았는지 전혀 짐작가는 바가 없었다.

말 그대로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상황이었다.
어쩌지. 지금이라도 딱히 생각나는 건 없지만 먼저 사죄의 말이라도 올려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을 찰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말문을 먼저 연 것은 키타지마 사부로였다.


'그...다름이 아니고...우리 딸 아이와 관계는 어떤가...?'


그도 상당히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겨우겨우 물어보는 듯한 모습.
설령 장인어른이 자신과 딸의 관계가 요즈음 서먹서먹한 게 아닐지. 혹여나 딸과 싸우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천하의 대가수라도, 딸의 일이라면 한낮 평범한 딸바보였다.


그 모습에 긴장이 풀린 남자는 안심한다.

다행히 부부간의 관계는 여전히 좋았고, 서로 배려하며 그 흔한 싸움마저도 잘 일으키지 않는 이상적인 부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키타쨩...아. 아니, 쿠로코하고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 키타지마 사부로는 미간을 찌뿌린다.

뭔가 잘못된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의 답변이 문제가 있던 건지 잠깐 생각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스...말이다.'

나지막히 작은 목소리. 남자는 잘 듣지 못해 다시 물었다.


'네?'


'세....!'

.

.

.

'이보게 사위, 일생일대의 소원일세, 손주가 보고 싶어...'


한번 크게 다치고 치료를 받았지만, 이렇게 죽음이 멀리에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던 이상, 갈 땐 가더라도 손주는 보고 가야겠다는 얘기였다.


얼마나 꺼내기 어려운 질문이었는지는 평소 점잖은 장인어른 성격상 더욱 더 얘기하기 어려웠을 것이었지만, 최소한의 체면도 버려가며 얘기한 것이었다.


'그....그게....'


'왜 말이 없어? 남자답게 왜 말을 못해.'


'제가 못 버팁니다...장인어른...'


그것도 그럴 것이 키타산 블랙은 유명한 스테이어다.

전통적으로 그랬듯이 스테이어 적성의 우마무스메들은 하나같이 스태미너가 뛰어나다.
사위라고 한들 자식을 원하지 않았겠는가.
나이 30하고도 중반 가까이 되면서 다른 트레이너 동료들이 자기 자식을 얻었음에도 천성의 절륜함은 아무래도 이기기 힘들었다.


그리고 도주로 달리는 우마무스메들의 성생활을 대충 요약하자면, 처음부터 클라이막스로 절정에 다다를 때 까지 미친듯이 스퍼트를 올린다는 것이었다. 지쳐버린 상대의 위로 올라타 허리를 튕기는 속도도 그대로 유지한다.


키타산은 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강철같은 인자봉도 극상의 쾌락에 순식간에 달궈져 녹아버려도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말 그대로 밤의 음마가 따로 없다. 허나 이러한 사실을 장인어른에게 말할 수도 없고...답답할 노릇이었다.


'사위...부탁이네...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은 다 할테니 손주 한번 보는게 내 유일한 소원이야.'


그렇게 남자는 자신이 외통수에 몰렸다는 것을 깨닫고, 초연히 대답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
.
.

'나 왔어...'


사무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 집의 정문을 열기가 상당히 두려워지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정문을 열자, 그 곳에는 다소곳히 몸은 단장한 채, 매일매일 신혼때와 같이 도게자를 하고 자신을 기다리는 조강지처. 키타산이 거기에 있었다.


'여보.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식사가 다 됐으니, 식사부터 같이 해요.'


그렇게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서 단 둘이 오붓이 식사하는 식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남자는 깨닫는다. 부녀가 이미 서로 얘기가 끝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용봉탕, 아귀 간 부추 볶음, 굴전, 마늘보쌈. 평소 부부기념일이 아니면 평소엔 잘 찾아먹지 않는 음식들이 한상 크게 차려져 있었다.

남자는 벌써부터 식은 땀이 나온다. 오늘이 내 제삿날인가. 골반이 먼저 망가질까. 아니면 인자봉이 닳아버리는 게 먼저일까. 벌써 아찔해짐을 느낀다. 하지만 남자는 애써 모른 척 키타산을 향해 말했다.


'오...와...오늘 무슨 날인가보네..? 진수성찬이야. 이렇게 차리기 힘들지 않았어?'


그러자,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냐, 우리 남편, 몸에 좋은 음식 많이 먹어야지. 우리 남편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런 요리 하는 거 하나도 안 힘들어. 식겠다. 얼른 먹자.'


여전히 기특하기 그지없는 마음씨다.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지금 자신의 앞에 있고, 천사란 키타산 블랙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순간, 없는 날개도 보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용봉탕을 서로 발라가며, 서로의 입에 떠먹여주고 식사를 기분좋게 끝냈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난 뒤, 식후 디저트로 키타산은 품속에서 한 드링크를 조용히 꺼낸다.


'마츠리 X'


난생 처음보는 이름의 영양 드링크.

과거 트레이너 생활을 할 때, 자주 신세졌던 영양드링크와 비슷한 느낌까지 든다. 그리고 천천히 드링크를 돌려본다.

거기에는 URA 트레센 학원이 낳은 희대의 천재 여의사 우마무스메, 아그네스 타키온이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사진과, 독특한 표어가 써져 있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어느 쪽일까. 다소 중의적인 문구는 나름 재미있었다. 변함없이 그 천재성을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타키온 선배가 이걸로...아..아...아기를....'


그렇게 건네주는 그녀의 얼굴은 상기되어, 말을 더듬는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수해가며, 남편을 챙기려는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남자는 말 없이 미소지으며, 드링크를 받아 뚜껑을 열고 드링크를 단숨에 들이킨다.


그리고 10분 후, 남자는 자신의 피가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약효가 돌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

.

.

부부가 함께 자는 침실.
천장에는 문득문득 보이는 붉은색 빛을 발하는 축제등이 진열되어 있다.
남자는 먼저 씻고 정신을 통일하고 있다.
남자의 반라의 모습으로 있는 그지만, 그는 추워하는 기색이 없다. 몸은 충분히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숨을 내쉬는 동안에도 남자의 주변은 투기와 같은 열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침실의 문에서 작지만 경쾌한 소리가 두번 울린다.


'들어 와.'


열리는 문, 남자는 시선을 들어 그녀를 향한다.
거기에는 승부복의 컬러링을 한 네글리제를 입은, 키타산이 있었다.


'기다렸어요?...어머..!'


키타산은 말을 잇지 못한다. 그녀의 시선은 사랑하는 남편의 반라와 그리고 수건으로 감췄지만 평소보다도 커져 있는 인자봉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겼다.

남편이 저리도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얼마만인가. 오늘만큼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키타산은 다소곳이 남편의 옆으로 간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맞췄다.
남편은 그녀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그녀의 네글리제를 풀어나간다.
.
.
.

'흑, 으응, 흐앙! 아아아앙!!!'


방에는 살과 살이 격렬히 맞닿는 소리가 들리고, 또한 이미 지성 따윈 느껴지지 않는 신음소리만이 울려퍼진다. 평소 키타산이 주도하던 관계는 과거로 변모했다. 벌써, 10분의 시간은 지났고, 남자는 알몸으로 격한 움직임을 보인다.

두 사람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갔지만, 남자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녀의 가려운 부분을 모두 긁어내는 듯 했다.


'아! 아아아아 흑! 잠깐먄! 잠깐! 여보!!!'


다급하게 남편을 찾는 키타산,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남자도 이렇게 흐드러진 아내의 모습은 난생 처음이기에 스스로도 크게 흥분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천천히 페이스를 낮추고 그녀에게 말한다.


'왜 그래, 키타쨩?


그러자, 키타산은 숨을 고르며 말한다.


'나아아....이상해...'


'어디가 이상해?'


'으이잉...이상해. 이런 거 못버텨....바보가 될 거같아....'


'여기가 이상해?'


'흐으아아아아아앙!!!!'


대답을 하면서 남자는 오른손으로 결합부를 살살 쓰다듬는다. 그러자 키타산은 큰 신음을 지르며 허리를 반사적으로 위로 튕겼다 내리는 걸 반복하며 부르르 떤다.
아내가 여태 보여주지 못했던 숨겨진 절정의 모습. 남편은 크게 만족한다.
그리고 기진맥진한 모습이 된 키타산에게 남자는 말한다.


'조금만 더 하면 갈 거 같아.'


밤은 길고 길다는 사실을 키타산은 결혼 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날 키타산은 자신이 진정한 의미로서의 여자임을 깨닫게 된 첫 날이기도 했다.

.
.
.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달.
남자는 매일매일 키타산과 관계를 했다.
처음에는 절정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치 않았던 탓에 다소간의 약한 저항이 있었지만, 결국 그녀도 쾌락 앞에서는 한 명의 여자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한 달이 다 되어가자 그녀도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해, 거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가벼운 농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키타쨩, 오늘은 어땠어?'


'바보...알면서 왜 그래...?'


'음~말로 하지 않으면 잘 모르겠는데?'


'...매일매일이 축제 같아.'


'그 말은 정말 좋다는 거지?'


'히히히. 오늘도 왓쇼이하는 거지?'


'당연하지. 하하. 마치 우리 옛날 URA에서 경기 뛰기 전에 서로 구령 맞추던 거 생각나네'


'트레이너 씨, 그럼 오늘도 기합 넣기 가보죠!'


'하하. 그리운 호칭이네. 그럼 내가 선창! 오늘도 힘차게!'


'가보자!'


''오!!''

.
.
.
벌써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오늘도 상쾌하게 일어난 남자는 어제 자신이 해낸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키타산은 어제 관계의 여파로 인해 아직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아름답다. 항상 어린아이 같고 대범하기까지 하던 그녀였지만, 어제의 모습은 자신밖에 모르는 비밀의 모습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아직 자식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남자는 손을 뻗어, 자신의 사랑스런 아내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자, 이제 출근해야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몸을 일으켜 일어나려던 그 찰나였다.


'뚝'


경쾌하지만 듣자마자 시린 소리가 남자의 허리에서 들렸다. 그리고 스멀스멀 엄습해오는 고통에 남자는 바로 정신을 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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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허리를 좀 심하게 삐셨군요. 그 외에는 정상입니다.'



'의사 선생님, 저희 남편은 그럼 괜찮은 거죠?'


남자가 눈 뜬 곳은 응급실이었다.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회진을 온 응급실 담당 의사와 아내, 키타산 블랙이 눈가가 촉촉한 상태로 있었다.


'예에, 뭐 이제 남편 분은 아직 젊으니 금방 나을겁니다.'


그 말에 키타산은 조금 마음이 진정됐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곤 남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 때였다. 응급실 의사는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하지만, 이렇게 허리가 삘 정도로 요새 힘든 일을 하시거나 그러신가요?'



알게 모르게 훅 치고 들어오는 예리한 질문.
키타산은 입을 벌려 이야기를 하려다. 경직되고.
이내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그 얼굴을 본 의사는 대충 눈치를 챈 듯, 남자를 측은한 눈으로 쳐다본다.


'...자세히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 것 같습니다. 한달 동안은 2세 계획은 자제하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예에..'


키타산은 기어다니듯이 작은 소리로 답했다.
남자는 그 얘길 듣고 헛기침을 한다.


'여보, 일어나 있었어?'


남자는 키타산이 걱정하지 않게 미소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
.
.
남편이 병원의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동안,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치료사의 말에 인근의 카페에서 하찌미와 빵을 구매하고 간단한 브런치를 즐기기 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키타산이었다.


'어라? 이게 누구야?'


그녀의 등 뒤에서 들리는 낮익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키타산의 눈이 커진다.
토카이 테이오. 키타산이 존경하며 롤모델로 삼던, 친한 선배였다.
다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배가 많이 불러와 있는 모습이었다.


'테이오 씨! 여기엔 어쩐 일이세요?'


그러자 테이오는 특유의 닛시시하는 웃음을 내면서, 자리에 동석했다.
.
.
.
'호오, 그러니까 아버님이 손주를?'


'...예. 그런데 한 달 동안 했는데, 남편이 허리를 삐어서...'


'으으...듣기만 해도 아플 거 같아...'


'그런데...저기 몇 개월이에요?'


테이오는 니시시 웃으며 천천히 손을 올린다. 여느때의 그녀의 특유의 포즈가 생각나는 3개의 손가락. 그리고 다시 미소지으며 말한다.


'비록 삼관은 못했지만, 애는 3개월 째라네! 헤헹!'


'우와, 대단해요!'


'마치, 키타쨩이 이렇게 치켜세워 주니까, 마치 우리들, 그 때로 돌아간 거 같네.'


'그렇죠. 어찌보면 그 때가 진짜 어제 같은데...'



명 우마무스메 둘이 과거를 회상한다.
라이벌이 있었고, 모든 걸 불태웠었고, 전성기가 지나서 무력함에 좌절했었다. 하지만 트레이너들이 항상 그들의 곁에 있었고 각각이 지금은 소중한 남편들이기도 했다.

문득, 키타산은 테이오가 카페에서 아무런 음료를 섭취하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기 테이오씨, 변변찮지만...하찌미 드실래요? 이번엔 제가 살게요.'



순간 움찔하는 테이오의 귀.
평소라면 사족을 못쓰는 하찌미였겠지만, 이상하게 그날의 그녀는 달랐다.


'미안, 키타쨩...지금은 사양할게...'


'에엣!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셨잖아요!'


테이오의 시선은 여전히 하찌미에 가 있지만, 그녀는 애써 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게...나...임신 당뇨라서...출산 때까지는 단 거는 쪼금...'


'아! 죄송해요!! 제가 눈치가 없었어요.'


'괜찮아! 하하. 모를 수도 있지.'


'그럼, 제가 빨리 마셔서 없앨게요.'


그렇게 키타산은 입에 진하디 진한, 하찌미를 들이킨다. 평소와 같이 향긋한 향과 함께 느껴지는 고약한 맛을..고약한?


'우욱!'



키타산은 난생 처음으로 음식을 먹다 혼란에 빠졌다. 분명 자신이 시킨 음식은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하찌미가 맞는데. 그 맛이 역겹게 느껴져 구역질을 했다.

그 모습을 본, 테이오는 내심 놀랐지만 금방 알아채곤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닛시시, 임산부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 키타쨩.'
.
.
.
충격적이고 운명적인 입덧과 함께, 키타산은 이 기쁜 소식을 물리치료실에 치료받고 있던 남편에게 가장 먼저 전했다.
이후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된 남자는 그녀와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그리고 의사의 확정적인 한마디.


'축하합니다.'


임신 확정이었다.
그 후로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갔다. 그녀의 태내의 생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고, 그녀와 남편은 천천히 그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제왕절개 수술 날짜가 다가왔고. 수술 이후 몸이 회복된 그녀와 남편은 아기와 퇴원해 육아라는 이름의 전쟁을 자택에서 치르고 있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우쭈쭈, 우리 손주. 할배에용!'


천하의 대가수, 키타지마 사부로 또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이쁜 손주 앞에선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아빠도 참...고생은 우리가 했는데, 우리에겐 뭐 고생했단 말도 없어요?'


'에이, 정도 없다. 3개월만에 이 노구가 직접 아픈 몸 끌고 온 것도 감지덕지 해.'


태연히 부친과 티격태격하는 그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 있는 그녀.
그녀야말로, 과거 명 우마무스메, 키타산 블랙이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태어난 아이와의 전쟁과 같은 육아를 버텨내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됐어, 그렇게 바라시던 첫 손주 보셔서 기분이 그만큼 좋으신 거겠지.


그렇게 말하는 남자도 평소의 이미지는 어디가고 마찬가지로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의 눈에는 이 광경이 그림과 같았다.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특별한 순간.
언젠가 아이가 커서 장성하게 된다면 저 아이도 상대를 데려와 자식을 데려오겠지.

결국 돌고 도는 것인게 인생이라 할 수 있겠지만, 소중한 추억을 많이 남기는 만큼 삶이 행복으로 가득찰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에구구, 이제 할배는 무서워서 시져요? 자, 엄마한테 가자~'



손주가 울기 시작하자, 천천히 키타산에게 아이를 돌려주는 키타지마 사부로.

키타산은 아이를 받아 어르기 위해서 방을 나간다.

그리고 남자와 다시 키타지마 사부로 단 둘이 아이가 우는 소리를 배경삼아 독대한다.



'이보게, 사위.'


'옙. 장인어른'



서둘러 대답하는 남자.
그리고 평상시와 같이 다시 적막이 흐른다.
하지만 그 적막은 아이가 아직 울음을 멈추지 않아, 유지되지 못한다. 그러자 긴장을 풀려 미소를 짓는다.


'애 키우는 데 고생 많지?'


멋쩍게 웃는 노구.
그 눈은 인자한 미소가 만면에 있었다.


'받아.'



노구가 그렇게 말하곤 남자 쪽으로 봉투를 건넨다.


'이건..?'


'전에 말했던 지원이네. 군말 말고 받아둬.'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집문서와 통장, 그리고 작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아이와 함께 살기엔 이 집은 작잖아. 이 참에 새로 옮겨. 딸 아이 고생시키지 말고 돌보미도 고용하고.'


사려깊은 그의 배려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남자는 울지 않는다.
때로는 굽힐 줄 알고, 스스로의 뜻을 관철하는 게.
키타지마 사부로라는 인간 그 자체니까.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다음엔 아이와 함께 자주 놀러오게.'



그 말과 함께. 노구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자택으로 떠난다.

그 날 밤.
아이는 곤히 잠들고, 한숨 쉴 수 있게 되어 마음 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간 부부는 노구가 건넨 선물을 확인한다.


'와...아빠, 이런 게 있으면 귀띔이라도 미리 해주지...'

'키타쨩, 그래도 이걸로 한시름 놓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히힣. 그건 그래. 우리 아빠 최고! 키타지마 사부로! 영원~하라!'


'하하. 키타쨩, 그런데 편지 내용 봤어?'


'그건 여보가 봐야 하는 줄 알고 안봤는데, 아직 안봤어?'


'우리 키타쨩이랑 같이 보려고 남겨놨지요~.'


키타산을 갑자기 뒤에서 와락 껴안는 남자.
그리고 그녀는 살짝 튕기듯 웃으며 말한다.


'어유~ 징그러. 오늘 감당되겠어?'


'하하, 장난이야. 같이 보자.'


그리고 남자는 아내와 함께 편지를 펼친다.


'전략, 사위에게.
먼저, 내 소원을 이뤄줘서 고맙네.
그간 쿠로코에게 몸에 좋다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추천해줬지만, 딸 아이에게도 이 노구 소원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전해주게.

내일 직접 보러 가겠지만, 아이가 태어났다고 얘기를 듣고 3개월동안 기다리는 이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모르네.

내 비록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와 같이 살 수 있는 집과 육아비용은 내가 전액 준비해왔네.

위치는 목이 좋은 곳이고, 내 저택에서 5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 곳이기도 하네.

자주 놀러오게나. 딸 아이와 자네의 건강. 그리고 손주의 건강을 빌겠네.'



남자와 키타산은 키타지마 사부로의 편지를 보고 감동했다. 이 아이 하나는 남부끄럽지 않게 키울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편지지 뒤로 몇 줄의 문장이 더 있는 듯 비쳐 보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자는 조심스레 편지지를 뒤로 돌려, 내용을 읽고 탄식을 금치 못했다.



'추신 : 손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네. 딸 아이와는 이미 이 건에 대해선 미리 얘기가 끝났다네. 미안하네. 직접 얘기해야 하지만, 내 비겁함을 욕해도 좋다네. 그럼. 고생 좀 해주게.'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라 편지를 놓고, 백허그하던 키타산의 몸에서 황급히 몸을 뗐다.

그러나, 키타산은 말 없이. 그저 말 없이.
요조숙녀가 지으면 안되는 관능적인 표정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자의 귓가로 나지막히 속삭였다.



'봐. 버.렸.네?'


'저기...그게 키타쨩...왜 그래, 무섭게....'


'여보가 나쁜 거야. 내게 여자의 기쁨을 알려주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진 안 했을거야.'


'흐...흐아. 흡...'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그녀는 황급히 남자의 입을 틀어막고, 요염하게 손가락 하나를 자신의 입 위로 조용히 올렸다.


'쉿, 아기도 겨우 잠들었는데...'


그녀는 입을 남자에게 포개고, 한 손은 자신의 가슴팍에 다른 한 손은 남자의 인자봉에 대며 쓰다듬는다.

그리고 포개고 있던 입을 떼고 나지막히 말하는 키타산.


'힘차게 가.볼.까.요?


남자는 작년에 다쳤던 허리가 다시 쑤셔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막간>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남자의 시선은 TV 화면으로 향해있고.
거기에는 홈쇼핑 광고가 나오고 있다.


'남자의 자존심을 세우는 축제!
그것은 마츠리 X!'


'정말 많은 주부분들께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지금 예약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 약, 누가 만들었다고요?'


'놀라지 마세요. 명 우마무스메, 일본의 국보, 발명의 여제! 아그네스 타키온 씨입니다.'


'어머, 이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만든건가요?'


'이것만 있다면, 설령 우마무스메를 아내로 둔 남성분들도 밤의 제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우선 발명하신 아그네스 타키온 씨부터 그 효과를 직접 입증했답니다. 무려! 아이를 둘이나 낳았답니다.'


'그럼 남편분은 괜찮으신 건가요?'


'놀라지 마세요. 남편분께서는 지금 아주 왕성하게 현장에서 트레이너직을 하고 계실 정도로 정력적입니다.'


'다른 사용자 분들의 소감도 알아볼까요?'


'그렇게 말하실 거라 생각해서 준비했습니다. 준비한 자료화면 보시죠!'



'처음엔 실낱같은 희망으로 구해서 사용했는데요. 그 이가 저에게 여자의 기쁨이 뭔지 알려줬어요. 아이도 벌써 뱃속에 여섯째가 있어요. 좋은 물건 애용하고 있어요! - 오노 쿠로코(32)'


'저기, 이 상품 매우 애용하고 있어요. 제작자 분은 학창시절부터 존경하던 선배였고요. 덕분에 남편하고 아이들과 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이는 11명입니다. 이젠 아이는 더이상 갖지 않지만, 지금도 애용해 매일매일 신혼 때처럼 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오시로 세키(33)'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평소 몸이 약한 남편에 맞게 저 스스로 참아가며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러나 이 약 덕분에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먼저 저를 원했고, 그 결과 세 아이가 무사히 나올 수 있었습니다. 현역 시절에 3관은 따지 못했지만, 건강하고 착한 아이들 3명을 얻은 것 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 우치무라 테이코(40)'


'정말 대단하군요! 지금도 주문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품절이 될 듯 합니다.'
.
.
남자는 광고로부터 눈을 돌려, 지금 자신의 앞에 쌓여있는 무수한 수의 '마츠리 X'를 본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저항없이 들이키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허리에 붙여놓은 파스를 제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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