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마 역사에 남을 암말들은, 은퇴하고 어머니가 되고 나서부터도 그녀가 낳을 자마들이 얼마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길지에 대해, 엄청난 기대가 걸리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소위 1x관 베이비들이라고 해도, 좋은 성적을 낸 경우가 손에 꼽는다.

오늘 다룰 대상은, 부/모 합계 G1 승리수 13승에 빛나는 희대의 초양혈마인

제랄디나이다.

== 1. 탄생(2018년) ==

제랄디나는 2018년 5월 12일, 노던 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현창마 입성에 도전하고 있는 G1 6승의 마일왕 모리스.

어머니는 티아라 삼관, G1 7승에 빛나는 현창마 젠틸돈나

여기에 외조부는 일본 최고의 명마 딥 임팩트이다.

한 마디로, 일본 경마 역사에 남을 명마들의 피가 결집된 혈통이라는 것이다. 모계만 봐도 현창마만 둘이다.

이쪽도 꽤 유서깊은 말딸 혈통인데,

모리스의 아비는 스크린 히어로고, 그 스크린 히어로의 아비가

그래스 원더다.

다만 인브리드가 진한 편인데, 젠틸돈나가 선데이 사일런스의 친손녀이고, 본인에게 있어서는 할아버지의 어머니인 러닝 히로인 또한 선데이 사일런스의 딸이라서 선데이 사일런스 4x3 인브리드가 있다.

나머지 인브리드는 전부 4대,5대조에서 발생한 것이라 큰 의미는 없다.(댄지그 5x4, 리파르 5x5x5, 노던 댄서 5x4)

여하튼 이 망아지는 제랄디나라는 이름을 받고, 어머니의 뒤를 이어 선데이 레이싱 소속이 되었다.

어메이징한 혈통에 걸맞게 기대치도 높아서, 총 모집 규모는 1구좌당 175만 엔으로 40구, 총 7000만 엔 규모로 한입마주가 모집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담당한 이시자키 세이 마방에 소속되었다.

== 2. 첫 승에 이르기까지(2020년) ==

어머니의 파트너이기도 했던 이와타 야스나를 태우고 신마전에 출주했으나 3착으로 패배했고, 이후 1승 클래스 승격을 위해 도전을 이어갔으나 이후 2착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기수를 키타무라 유이치로 바꾼 후, 3번째 도전 끝에 첫 승리를 올리며 미승리를 탈출. 이후 한신 쥬브나일 필리즈에 직행하는 선택을 했다.

미승리전 탈출하자마자 바로 G1 무대에 도전한 것인데, 미승리 탈출 시점이 11월 23일이었고, 한신JF는 12월 13일 개최였기 때문에, 2세 소녀 제랄디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강행군이었다.

귀공녀의 패기넘치는 G1 첫 도전이자 중상 첫 도전..이었지만 소다시가 백마로써 최초로 국제 G1을 승리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7착에 그쳤다.

== 3. 소녀의 성장일기(2021년) ==

제랄디나는 트리플 티아라를 겨냥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당연히 트리플 티아라 노선을 정조준했다.

허나 리스티드 중상인 엘핀 스테이크스에서부터 10착으로 대패를 해버렸고, 결국 티아라 노선을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첫 경주부터 이 모양이면 본선에서도 승산은 희박할 테니..

이후 새로운 파트너 후쿠나가 유이치를 안장으로 맞아들이지만, 키노사키 특별(1승 클래스)에서 8착으로 참패해버리면서 혈통의 훌륭함과는 완전 반대되는 경주기량을 보여주고 말았다.

하지만 얘 엄마가 누구인가. 선데이 레이싱에서 가장 많은 상금과 가장 많은 국제 G1 타이틀 보유자 젠틸돈나이지 않은가.

2021년 여름. 선데이 레이싱은 귀공녀 키우기를 시작하였다. 우선 그 첫 스텝은 오픈클래스 진입.

7월 1일, 코쿠라의 조건전에 도전해 승리하면서 드디어 1승 클래스를 탈출했다.

9월 5일의 2승 클래스 경주, 10월 17일의 3승 클래스 경주를 연달아 승리하며 3연승으로 오픈 클래스에 진입하였다.

이후 연말의 챌린지 컵에 출주하며 근 1년 만에 다시 중상 무대로 돌아왔고, 4착으로 마감하면서 미래를 기대케 하였다. 때마침 아버지 모리스의 경우에도 4세 때 본격적으로 재능이 만개했다.

== 4. 귀공녀, 각성!(2022년) ==

시니어급에 들어선 제랄디나는 이제 더 넓은 무대에서, 숫말들과도 겨룰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단 이시자키 조교사가 정년을 맞이해 은퇴하면서, 크로노 제네시스가 있었던 사이토 타카시 마방으로 옮겨갔다.

연내 첫 출주는 교토 기념이었고, 여기서 4착을 기록하며 작년 챌린지 컵에 이어 2전 연속으로 입상하였다. 그런데 얘 혈통을 생각하면 게시판 입상은 성에 안 찬다.

이후 G3 한신 암말 스테이크스에 3번 인기로 나섰으나 결과는 6착..

이후에도 여름에도 중상 레이스에 나갔으나 나루오 기념에서 2착, 코쿠라 기념에서 3착을 기록하면서 계속 승리에 한끗발 못 미쳤다.

그리고 가을의 올 커머스에 출주했고,

재작년의 삼관암말 데어링 택트마저 이겨내고 5번 인기로 1착. 4세에 첫 중상 승리를 혼성 G2 무대에서 얻어냈다.

이후 가을 천황상이 아닌 엘리자베스 여왕배에 출주했다.

과연 귀공녀는, 위대한 부모님에 이어, G1 호스의 칭호를 따낼 수 있을까?

"초양혈! 여기서 완전히 각성!!"

현창마의 DNA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며, 최외곽 게이트의 불리함마저 이겨내고 승리. 아버지 모리스처럼, 4세에 첫 G1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이후 아리마 기념에도 출주했고,

이퀴녹스, 볼도그 후슈에 이은 3착을 기록하면서 숫말 상대로도 귀공녀의 힘을 증명하였다.

이후 소다시를 제치고 2022년 JRA 최우수 4세 이상 암말로 선정되었다.

== 5. 5세 ~ 은퇴(2023년) ==

연내 시작은 G1 무대, 오사카배부터였다.

작년의 2관암말 스타즈 온 어스와 함께 중단에서 대기하다가 최종 직선에서 스퍼트를 걸었으나... 다른 말들도 하이페이스에 대비해 힘 아껴둔 것은 마찬가지였고, 막판 스퍼트 싸움에서 밀리며 6착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냈다.

이후 진영은 홍콩으로 원정을 갔고, 퀸 엘리자베스 2세 컵에 출주했으나 또 6착에 그쳤다.

이후 진영은 국내로 복귀. 무려 타케와 콤비를 맺고 타카라즈카 기념에 출주했다.

상대가 그 이퀴녹스였던지라.. 이기진 못했지만 4착으로 선전하였다. 2착을 기록한 스루 세븐 시즈에 이어 암말로써는 2번째로 잘 뛰어줬다.

이후 연패를 노리고 출주한 올 커머스에선 데오쿠레한 탓에 6착에 그쳤다.

이후 연패가 걸린 엘리자베스 여왕배에 나섰지만...

흥분했는지 게이트 안에서 일어서버리면서 거하게 데오쿠레했고, 최종 직선에서 맹렬히 가속했지만 만회하지 못하고 5착에 그쳤다.

이후 홍콩 바즈에서 4착을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총전적은 23전 6승, G1 1승.

== 6. 귀공녀에서, 어머니로(2024년~현재) ==

은퇴 이후에는 어머니처럼 노던 팜으로 돌아와 번식 암말로써 지내게 된다.

누구와 교배할까가 기대되지만, 개인적으로 윈드 여사님 정도만이 혈통에서 겹칠 레이 데 오로가 가장 괜찮아 보인다.

다만 샤다이가 제랄디나 씩이나 되는 초양혈 혈통의 암말을 레이데오로에게 붙여줄지가 의문이긴 한데...

확률이 얼마나 될 지 점치긴 힘들지만, 제랄디나가 출산한 망아지가 자라서 이후 G1을 우승하게 되면, 모녀 3대가 G1을 제패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모녀 3대 G1 제패는 다이나 칼-에어 그루브-어드마이어 그루브가 최초이긴 하다.

== 7. 여담 ==

어머니 젠틸돈나 못지 않은 근육질 체격을 보유하고 있다. 얼굴은 암말답게 예쁘긴 한 어머니 젠틸돈나와는 달리, 이쪽은 얼굴도 암말치고는 꽤 험상궃게 생겼다.

일본 경마 역사상 역대 2번째로 삼관 암말의 자마로써 G1을 우승한 말이다. 1번째는 아파파네 딸 아카이토리노 무스메.(2021년 슈카상 우승)

2022년 엘리자베스 여왕배는 교토 경마장의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한신 경마장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듬해 엘여왕배는 제대로 교토에서 개최되었으나, 이 때 1-2-3착의 게이트 번호가 1번-2번-3번이었다.

이쪽도 기수가 여러 번 바뀌었으며, 현역 마지막 해이던 2023년에는 매 경기마다 기수를 바꿔가며 뛰었다. 사실 어머니 젠틸돈나도 자신의 등에 여러 명의 기수를 태워봤었다. 단 외조부인 딥은 14전 모두 타케 유타카만 등에 태웠다.

이름인 제랄디나는 선데이 레이싱 왈, 여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자신의 전형제 여동생인 에반젤리나가 올해 티아라 전선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작년 11월 말엽에 트레드밀 훈련을 받다 크게 다쳤고, 예후불량은 아니었으나 경주 능력 상실이 진단되면서 데뷔전 이후 더 뛰지 못하고 은퇴하는 가슴아픈 일이 있었다. 그래도 작년에 태어난 23년생 반형제(아버지 드레퐁)가 있으니, 내년을 기대해 보자.

제랄디나가 G1을 우승하면서, 그래스 원더는 직계로 무려 4대가 대대로 G1 호스가 되는 영광을 맞이했다.(그래스 원더-스크린 히어로-모리스-제랄디나)

말딸에 실장된다면 택트와 엮일 수 있을 듯 하다. 2022년에 택트와 같이 뛴 적이 2번 있다.(올커머-엘여왕배) 다만 20세대 멤버들 중에서 은퇴를 아직도 안 한 녀석이 몇 있고(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얘도 콘트레일도 아직은 나오지 않았으니 택트 실장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듯 싶다..

선데이 레이싱은 타케가 낙마당한 2010년 이후 타케에게 유력마의 고삐를 거의 내주지 않았었는데, 제랄디나가 타케를 태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경마민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2년 엘여왕배에서 우승했을 때, 공동 2위가 나왔었다. 그 둘은 윈 마릴린과 라일락. 그리고 이 레이스가 열리기 두 달 쯤 전에, 엘리자베스 여왕배 명칭의 모티브가 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께서 서거하셨기에, 경마장에는 조기가 게양되었다.

동기 더비마인 샤흐리얄은 아직도 은퇴 못 했다.

여튼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제랄디나의 말딸 실장과, 언젠가는 탄생할 제랄디나 주니어의 G1 제패를 기다리고 또 응원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