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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도쿄 1일차 - 시부야를 거닐다

ㅇㅇ(61.98) 2023.06.28 02:05:13
조회 238 추천 2 댓글 3
														

하라주쿠에서 시부야까지 30여 분의 거리를 야마노테선이 아닌 걸어가기로 했지만 솔직히 약간은 무모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야 괜찮지만 동생이 걷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러다가 지쳐서 내일 일정을 망치면 어떻게 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본인이 걷겠다고 한것이니, 그리고 수요일을 제외하면 최대한 동생의 편의에 맞추도록 하기로 했으니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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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주쿠역에서 오른쪽으로 틀자마자 방금전까지의 불야성은 어디로 간 것인지 이내 어두운 거리가 나왔다. 가로등이 켜져는 있었지만 정말 바로 밑에만 비추고 있어서 이곳이 과연 도쿄인지, 번화가의 일부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동시에 걷기로 한 게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도 들게 됐는데 육교 위를 지나가며 내려다보는 철로가, 그리고 길을 걸어갈 때마다 1-2분 간격으로 쉴새없이 달리는 초록색 도장을 한 야마노테선의 전철들이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을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열차가 그렇게나 쉴새없이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어렴풋이 보이는 야마노테선의 전철에는 승객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승객들의 모습은 이제 막 한 주가 시작했음에도 지쳐보이는 듯 했다. 아니 어쩌면 월요일이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야마노테선을 따라 저멀리 보이는 시부야의 거대한 마천루를 보니 매우 거대하고 화려하면서도 마치 손에 곧 잡힐 듯 싶어서 과연 언제쯤에야 도착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천루를 향해 가는 것이 마치 성공을 기원하며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하는 산업혁명 시기의 농민들 같단 생각도 들었다. 특히 우리가 가는 곳 주변이 하라주쿠에서 멀어져가면서 점점 더 어둑해지고 있었기에 그런 생각은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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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우리와 길을 같이 할 것 같았던 야마노테선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했을즈음 길은 더욱 어두워졌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사는 건물들과 상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스타트업으로 보이는 회사인지, 아니면 카페 비스무리하게 회의장소를 빌려주는데인지는 몰라도 1층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일련의 사람들, 비슷하지만 인터넷 방송을 하는지 여성 방송인 1명과 촬영진 둘이서 카메라를 가지고 방송 중인 매우 조그마한 스튜디오. 하라주쿠에서 본 것보다는 조금 차분해보이면서 독특한 옷을 파는 듯한 옷가게였다. 그 외에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이미 가게를 닫아서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소방서가 있었는데 거리가 이러니 굉장히 뜬금없는 장소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소방서 근처는 특히 더 퀭해보여서 더욱 특이하게 보였다.


그러나 소방서를 지나친지 머지않아서 교차로가 보이는 등 사람들이 다시 많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다시 야마노테선 교량이 보였다. 그리고 잡힐듯 말듯하던 점차 시부야의 마천루들이 가까워져가는 것이 점차 체감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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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쯤에 와서는 건물에 가려져서인지 이 부분에서는 마천루들이 그리 잘 보이지는 않았다. 시부야는 정말이지 크고 거대했다. 우리는 시부야역 앞 스크램블까지 교차로를 3개 정도 지나쳤는데 뉴스나 매체에서 본 것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매 교차로마다 스크램블인 줄 알고 설렜다. 하지만 계속해서 걸어가면서 사람이 늘어가는 것이 보이고 좁았던 도로가 천천히 넓어져 가는 것이 보이고 저 멀리 굉장히 밝은 빛이 비추는 걸 보자 이내 이곳이 "스크램블"이 아님을, 그리고 우리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으며 일본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를 볼 생각에 굉장히 흥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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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마주하게 된 시부야 스크램블. 정말이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 차량들이 움직이는 것 모두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산업혁명 시기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사람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 느낀 감정이 이러지 않았을까. 아니 분명 이러했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사람들이 신호가 바뀌자마자 한번에 움직이는 그 모습은 일사분란히 움직이는 물고기 떼에 감히 비견할만 했다. 건물 위에서 보지 않고도 느낀 감정이 이러했으니 건물위에서 이 광경을 봤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 인파를 지켜보는 것과는 별개로 막상 우리가 길을 건너니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기도 했고 누군가가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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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에 오자 동생이 이제 돈키호테를 가고 싶다고 해서 이제는 돈키호테로 향했다. 시부야의 길 자체는 넓은 편에 속했는데 사람이 많아서인지 굉장히 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돈키호테로 나아가는 길은 체감이 아닌 확실하게 좁았다.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한군데여서 그런지 참 다양한 가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다른 곳도 아닌 백종원의 홍콩반점을 위시로 한 다양한 한국 음식집 및 한국식 감성주점이었다. 이런 비싼 동네에 한국에서는 비교적 싼 가격대의 음식점이 있단 것과 한국식 감성주점이 많이 보인다는 것을 보면서 한류가 아주 허언만은 아님을 느끼게 됐다. 한편 한국식 음식점 외에 눈길을 끈 것은 빠칭코였다. 이렇게 큰 번화가에 오락실에 비견될 정도로 큰 빠칭코들이 단 한 곳도 아니고 수두룩하게 줄지어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법망을 꼼수로 피해간다고는 해도 엄연한 도박장임이 분명한 빠칭코가 이렇게 널려있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오사카 난바에 숙소를 잡았을 때 여기보다 더 크고 긴 빠칭코 가게 근처에 숙소를 잡았던 것에 대한 기억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구글 지도를 확인했을 때 메가 돈키호테가 이 전에 있던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갔었어야 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길을 돌아갔다.


메가 돈키호테는 확실히 일반적인 돈키호테와는 매우 달랐다. 내게 있어서 돈키호테에 대한 기억은 오사카 도톤보리점에 넘쳐나는 사람과 계단에조차 발 디딜 곳이 없어서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는 것 뿐이었는데 이 곳의 경우는 "메가"라는 이름이 붙어서인지 확실하게 컸다. 심지어 백화점이라도 되는 것 마냥 에스컬레이터도 있었다!1층에는 계산대를 포함해서 화장품 등이 진열돼있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곳 근처에는 정말 뜬금없이 100"엔" 빵을 구워파는 곳이 있었다. 이쯤되니 원조가 일본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선풍적인건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층은 아마도 사람들이 돈키호테에 가는 이유 중 하나일 과자류 등을 파는 곳이었다. 정말 이곳에 진심인건지 그 크기와 종류가 방대했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전부 이곳에 오기로 약속이라도 한것인지 일본인의 비중보다 외국인의 비중이 조금이나마 더 높았다. 내 동생은 이 곳에 올라오자마자 기뻐서 바구니를 들고 과자들이 있는 곳으로 바로 나아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서 설렁설렁 걸어가면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사실 어떤게 맛있는지도 몰랐고 표지는 다소 오래돼보이는 것도 있던 한편 한국에도 비슷한 것이 있어서 (아마도 일본의 것이 더 원조이겠지만) 굳이 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예를 들어서 문파이의 경우 초코파이가 있는데 굳이 먹어야 하나 싶었고 초코송이와 비슷한 키노코노야마는 죽순 모양은 좀 흥미가 있었지만 어차피 초코송이와 비슷하다면 굳이 사야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산 것이 멜티키스라는 초콜릿이었다. 사실 이것도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내가 재밌게 본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이라는 만화에 나름 인상적으로 나와서 흥미가 생겼고 이번 여행의 주목적인 시레토코에서 지칠 때 먹을만한 간식을 사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50개들이를 골랐다.


이후 한국에서는 못 본 코로로가 있어서 그것을 살지 말지에 대해서 잠깐 구경하러 간 사이에 동생이 안보여서 한참 찾으러 다녔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전화도 안 받아서 더욱 답답했다. 10여 분 동안 5-6번 넘게 했는데도 안 받으니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결국 몸으로 떼우면서 찾으러 다녔지만 그럼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 때 시로이 코이비토(하얀 연인)의 짝퉁?을 봤는데 오사카에서만 오사카노 오모시로이 코이비토(오사카의 재밌는 사람)를 본 나로서는 코이비토의 인기를 새삼 깨닫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동생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때마침 화장실이 가고 싶었던 나는 그대로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있었던 화장실을 들어갔다.


화장실은 진열대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다소 낡았다는 이미지였고 창고를 개조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내부는 깔끔한 편이었다. 일본에 갔을 때 숙소 근처에 있던 편의점 화장실이 정말 충격적일정도로 더러웠던 것이 계속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의 화장실은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동시에 남자, 여자 화장실 이외에도 성중립 화장실이 있다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런 점에서 다시금 일본이 아직까지는 한국보다 선진국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후 다시 동생에게 전화를 거니 다행히 이번에는 받았다. 내가 에스컬레이터 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내려갔지만 서로 정신이 없었는지 서로 번갈아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엇갈렸다. 그러나 빠른 시간만에 서로를 찾았고 동생이 가득 산 과자들을 계산하고 다시 시부야를 걸으러 갔다.


밤에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을 부모님에게서 제약받는 동생은 부모님의 간섭이 없을 때,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해외에 나가서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도 평소에 동생이 제약받는 것에 대해 상당히 가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기분을 최대한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끔 해주었다. 한편으로 9시를 넘어가는 시간대까지 저녁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식당을 어디든 찾기도 해야했다. 때문에 우선은 밥을 먹을 식당부터 찾았다.


하지만 우리가 먹을만한 식당가는 마땅히 없었다. 번화가여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영업하고 있는 식당가 자체는 제법 많았다. 특히 동생이 일본에 와서 먹고 싶어했던 오코노미야끼나 꼬치를 파는 곳들 역시 많았다. 하지만 드디어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오니 막상 동생은 꺼려졌는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로도 불이 절대 꺼지지 않을 것만 같은 시부야의 번화가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도쿄역 야에스 출입구 방면에 있는 것을 보았던 맥도날드가 24시 영업이라는 것을 보고 일본의 맥도날드를 먹기로 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시부야의 뒷골목은 그토록 화려했던 번화가 근처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물론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고 운영하는 식당과 가게도 있었지만 번화가 쪽에 비하면 훨씬 적었다. 인적도 적고 심지어는 가로등조차 있기는하지만 어두워서 무서웠고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번화가가 메인스트림의 영역이라면 시부야의 뒷골목은 인디의 영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런걸 파악하기에는 너무 많은 곳들이 닫혀있었기 때문에 무슨 가게들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지만 그럼에도 거리의 분위기, 전체적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의 분위기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다만 길이 어두워서 으시시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때문에 초행인 우리에게는 상시 긴장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안 좋았다고 할 수 있었겠다. 이후 신호등을 위시로 한 밝은 공간이 나오자 반갑기 그지 없는 생각에 너무나도 기뻤다. 사람은 역시 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후 시부야역으로 가던 도중에 매우 비싸보이는 제과점을 발견해서 디저트를 사고 나왔다. 끝날 시간이어서 그런 것을 감안해도 대부분의 상품들이 팔려서 별로 없던 것을 보아서 매우 유명한 가게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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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뒷골목을 오기 전에 눈여겨 본 다이소에 들려서 신발에 뿌릴 스프레이만 사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JR 시부야역으로 돌아갔다. 이제 시간이 10시는 넘었음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특히 담배부스 쪽에는 사람이 정말 넘쳐났는데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저 곳이 시부야의 명물인 하치공 동상이 있는 곳이지 않았나 싶었다. 그 주변은 불을 끄려다가 죽은 하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온통 흡연자들로 넘쳐났다.  다시 시부야역으로 향하는 스크램블을 건널 때는 다시 왜인지 모를 불쾌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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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역은 겉에서 보면 이게 정녕 전철역인가 싶은 외양을 하고 있었지만 과연 도쿄에서 가장 많은 유동량을 자랑하는 역 답게 매우 많은 사람들이 오고 나왔다. 더군다나 시부야 스크램블을 건넌 사람들이 전부 여기로 향하는지 좁지는 않은 역전 광장이 인파들 때문에 매우 좁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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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역은 안전한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선로가 땅에 붙어있는게 아닌 고가선로인데도 선로 아래에서 실시간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게 보이고 사진에서 보이듯이 철근이 놓여져 있으며 철판때기들이 널려 있는 것이 사람들이 많은 역인데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본답게 안전하기야 하겠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것이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당황했고 또 불안하기도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지만 전철이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안전했다. 하지만 철판들이 울려서 그런지 그런 점에선 다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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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노테선에서 바라보는 도쿄의 광경은 제법 좋았다. 내가 앉은 자리의 광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어서 그런 것인지 시부야 역과 도쿄역 주변을 제외하고는 그저그랬지만 고탄다 역과 긴자역은 매우 화려해보였다.


물론 도쿄역의 지하철 노선이 굉장히 복잡한 것도 한몫했겠지만 토자이선을 가는 경로를 하필 지상이 아닌 지하도로 안내한 탓에 안그래도 지친 우리는 눅눅하고 습한 지하도에서 10-20분은 해메었다. 만약 지상으로 갔다면 아무리 늦게 잡아도 10분이면 갔을 거리였다. 이 때 얼마나 당했는지 동생은 그 다음날은 물론 본인의 마지막 여행날, 도쿄역으로 돌아갈 때조차 지하철을 타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 심지어 우리가 플랫폼에 도착했을 당시에 온 열차가 급행이어서 우리의 숙소가 있는 역까지 가는지 확실치 않아서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5분 정도 더 기다렸다.


마침내 숙소가 위치한 카야바초역에 도착하고 비록 숙소가 있는 곳 반대편 도로로 나오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지상의 도로와 버스, 인파들을 봤을 때는 감동스러웠다. 은은하게 부는 바람은 정말 시원하게 느껴져서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었다.

이후 동생과 함께 햄버거와 같이 먹을 음식, 음료수 및 물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들렸다. 비즈니스 호텔 근처라는 점과 늦은 시각이라는 점이 겹쳐서인지 즉석식품은 그다지 많이 없었다. 동생은 스크램블 에그 주먹밥을 찾았지만 워낙 인기가 있는 것인지 벌써 품절됐었다. 지쳤던 동생은, 다시 편의점에 들리니 다시 생기를 찾은듯, 활기차게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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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필요한 것들을 산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짐이 다소 많아서 약간은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심지어 이 지점의 총괄로 보이는 깔끔한 인상의 중년의 직원은 우리를 위해 직접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주었고 이 부분애서 고마웠다. 이후 드디어 숙소에 다시 도착한 우리는 전리품?을 풀었다.


햄버거는 동생이 자는 동안 기달리면서 본 TV에 나온 기간 한정 버거였다. 그러나 기대에 비하면 맛은 그저 그랬다. 나는 그나마 새우버거였고 이런저런 양념이 제법 충실해서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동생의 버거는 매우 별로인 모양이었다. 심지어 감자튀김에 케첩도 안 들어가있어서 겨우 먹었다. 오믈렛 야끼소바는 기대에 훨씬 못미쳐서 이럴거면 차라리 일반 야끼소바를 먹는게 낫지 않았나 싶었다. 물론 이 때의 내 배가 매우 불렀다는 것도 감안은 해야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다시는 먹지 않을 것 같은 맛이어서 괜히 아직까지 남은 게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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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깊으면서도 좁은 비즈니스 호텔 욕조에서의 첫 목욕을 끝마치고와서 다시 TV를 켰는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알레포 부근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가 시리아에서만 600여명이 나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는 실시간 집계중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런 일은 생각치도 못했기 때문에 정말이지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 급하게 구조대를 보낸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점에서는 경험이 많으니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우리도 어서 구조대를 보내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여기에서도 놀란 것이 있는데 현지에서 일본인 기자가 직접 취재를 하며 보도를 하고 있단 점이었다.우리의 경우에는 그저 외신의 보도를 겨우 번역하고 퍼오는 정도에 불과하여 정보의 질은 압도적으로 낮고 당연하지만 속도도 매우 늦으며 동시에 그 언론으로서의 신뢰성도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곳의 보도를 퍼 올 때도 적지않은데 일본의 방송국에서는, 그리고 일본의 언론계에서는 아예 현지에 기자들을 상주시켜놓고 실시간으로 보도를 한다는 것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어쩌면 입으로는 선진국임을 강조하고 그 중에서도 일본과 라이벌임을 주장하고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이제서야 겨우 선진국에 도달한 선진국의 최말단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10년 전은 한국의 현재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본을 비판할 점은 비판해야하지만 배울 점은 배워야하지 않는가 하는 그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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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영수증을 보며 오늘 쓴 금액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가져온 금액은 11만엔, 그러나 시레토코에서 쓸 액티비티와 숙소비를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은 8만엔 선이었고 그나마도 생각치도 못하거나 고려하는 것을 까먹어서 생긴 지출로 인해서 앞으로의 여정이 빠듯하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불안해했으면 식비를 내가 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온 동생조차 내일부터는 자신의 식비는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다소 머리 아픈 영수증 계산과 앞으로의 일정에서의 예산분배, 그리고 오늘 걸은 거리를 확인하고는 피곤에 절은 나머지 이내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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