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옛날에 어디서 읽어보고 저장해놨던 썰인데
80년대 썰이라고 기억함
대구 헬기부대에 전입한 지 얼마 안 되어 어느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 나른하게 오수를 즐기고 있는데, 내 밑 병장이 활주로에서 좀 도와 달라고 해서 나가보니 하늘에 헬기가 오는 지 좀 봐달라고 했다.
그래서 헬기가 오는지 열심히 하늘 사방팔방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 친구는 기름탱크에서 도라무통 (드럼통)에 기름을 집어 넣고 있었다. 대략 10개의 빈 드럼통을 채우고 난 다음에 일이 끝났으니 이제 들어가서 쉬자고 했다.
나는 아까 자던 낮잠을 계속 즐기고 있었는 데, 내 밑 병장이 시내에 나가서 막걸리에 파전을 먹자고 하는 게 아닌가. 간만에 막걸리라니, 대구 시내 구경도 할 겸 따라 나섰다.
대구 중앙통에는 그 당시 파전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술집이 즐비했었다. 그때는 그 것도 무지하게 맛이 있을 때였다. 그렇게 술에 얼큰하게 초고추장에도 얼큰하게 취해 부대에 돌아오는 길에 이 친구가 내게 만원짜리 몇 장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는 것이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받아 두란다. 다시 물었더니, 털어놓는데, 한 달에 한번 드럼통에 기름을 채워 두면 민간인이 들어와서 빈 드럼통을 내려놓고 기름을 채운 드럼통을 갖고 나간다는 것이고, 그 민간인이 이렇게 돈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발이지 모른체 하라는 부탁이었다.
우리들의 오랜 전통이라는 말과 함께…
나는 내일모레 제대니까 그냥 모른체 하기로 했다. 아니, 모른체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소회일 것이다.
제대를 며칠 남겨두고 나는 제대준비를 위해 다시 원 부대로 복귀해 있었는 데,
대구 카투사 한 명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매우 다급하고 당황한 목소리로 ‘들켰다’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미군 졸병 LaFleur에게 들켰다는 소리였는데, 이 친구들은 이거 잘못되면 영창가는 거 아니냐고 무척 걱정스러워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 다음날인가 또 전화가 왔는데, 잘 해결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해결방식은 ……
LaFleur일병이 망을 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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