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일본 내 한국사 관련 권위자

1945년 한반도를 분단시킨 일반명령 제1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 해군 가드너 제독은 두 차례에 걸쳐 미소 양국 군의 경계선을 39도선까지 밀어 올리자고 강하게 요구했다. 가드너는 포츠담에서 미소 참모총장 회담에 출석했고, 소련 측의 최소한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38도선의 설계자들은 러일전쟁 전의 외교교섭, 즉 러시아가 39도선 이북의 한반도 중립지대화를 주장한 역사를 몰랐다.

한편 일본군도 39도선 부근까지를 지정학적으로 만주방위와 관련이 깊은 한반도 대륙지역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쟁 말기 관동군과 조선군(제17방면군) 사이의 경계선이 39도선을 따른 평양-원산선이었다는 점이다. 1945년 2월 이전의 조선군은 해체되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 중부 한반도의 방위작전을 주요 임무로 하는 제17방면군(야전부대)과 부대의 보충, 교육, 경리 등을 담당하는 조선군관구로 재편되었다. 또한 소련에 대한 북부 조선 방위작전 준비는 관동군 총사령부가 담당했고, 그 범위는 함경북도 및 평안남북도를 포함한 평양-원산 방위선 이북이 되었다. 나아가 7월에는 중간사령부로서 중국에서 이동한 2개 사단으로 함흥에 제34군사령부를 설치하고, 소련군의 평양 및 서울 진격을 저지하기 위한 역할을 맡겼다. 사실 대소련 전쟁 개시 후인 8월 10일 대본영의 명령으로 제17방면군은 관동군의 전투편제 밑으로 들어갔으며, 이어 관동군의 명령으로 제34군은 제17방면군의 지휘 하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경계선이 38도선이었던 것처럼 잘못 전달되었다. 이로 인해 그것이 미국의 38도선 설정의 원인이 되었다는 논의가 발생했다. 그러나 만약 미군이 일본군의 지휘경계선을 참고했다면 38도선이 아니라 39도선이 채용됐을 것이다.

가드너가 강력히 주장한 39도선을 제안했다면 소련은 어떤 반응했을까. 39도선은 평양-원산 연결선과 거의 같았으며, 스탈린이 강력하게 요구하던 함경도의 청진, 함흥, 원산 등 동해의 여러 항구뿐 아니라 북한의 중심도시인 평안남도 평양까지 북쪽에 두고 있었다. 더욱이 전쟁 말기에 일본군은 대소전쟁을 대비해 평양-원산 선의 북측에 제34군을 편성하고, 그 남쪽에 있는 제17방면군과 구별했다. 또 스탈린이 소야해협에서의 항행을 확보하기 위해 홋카이도 북쪽 절반을 요구한 데에서 알 수 있듯, 이 시기 소련의 대일 요구는 부동항 확보나 소련 선박의 해협 통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따라서 만주에서의 권익에 더해 평양-원산선 이북을 점령할 수 있고 평양에 인접한 남포항 접근도 보장된다면, 소련은 굳이 39도선 설정에 반대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 러일전쟁 전사가 알려주듯, 39도선은 이전에 제정러시아가 일본에 제안한 경계선이었고, 실제로 평양을 점령하기 전까지도 소련군 사령부는 함흥을 북한의 중심도시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북부 조선의 국가 건설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가설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북한이 평양-원산선 이북에 건설된 국가였다면, 황해도의 곡창지대를 갖지 못한 채, 평안북도와 함경남북도로만 구성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옛 조선을 구성하는 8도 중 2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경우 동서독일처럼 남과 북의 한반도 인구비율은 거의 3대 1로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미국이 만약 39도선 설정이라는 '도박'에 성공했다면 김일성이 그 북쪽에 '민주기지'를 건설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스탈린이 '조국해방전쟁'을 허용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출처: 한반도 분단의 기원, 오코노기 마사오 저, 류상영 외 2명 역, 나남, 2019년

요약

1. 이미 뤼순 같은 부동항 있는 소련은 39도선이라도 받아들였을 것. 실제 제정 러시아가 일본한테 제안한 선도 39도선

2. 한반도 인구 75%가 남한, 25%가 북한이니 이미 게임은 끝난 셈

3. 6.25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