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필자는 글을 존나 못쓴다. 그냥 오늘 일하면서 짬짬히 보던 군갤무낙 하나가 머리속에 맴돌아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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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어느때와 같은 화창한 날이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양복이 아니라 이미 몇년전에 집어던진 군복이란것만 제외하고.
그 때 나는 여의도에서 여느때와 다르게 군복을 입고 총을들고 국회의사당을 지키고 있었다. 상급부대에서 들리는 소식과 TV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은 아군의 쾌속진격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서울은 어느때와 같이 평화로웠다. 나는 전쟁의 비극에서 벗어난체 다만 평화로운 서울의 하늘 아래에 있다가 그저 전쟁이 끝나면 집에가 또 지겨운 루틴이 시작될 터였다.
그럴터였다.
그런 평화를 깬건 이제껏 지겹게 들어온 민방위 사이렌소리. 민방공 경보가 발령되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우리 중대에 배정된 방공호로 달렸다. 뒤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땅을 울리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달리기만 했다. 방공호에 도착하자 이미 도착한 중대원들이 민간인들의 피난 유도를 하고 있었고 내 뒤로는 나머지 중대원들이 뒤이어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곧바로 중대 무전병에게 MOPP 격상 소식이 들려오고 방독면을 쓰고 등에 매고있던 배낭에서 방호복을 꺼내입고는 계속 대기. 그렇게 방공호 안에서 쥐죽은듯이 기다리기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방공경보가 해제되고 생존자 수색,구조 명령이 하달된다. 그렇게 음울한 분위기의 방공호에서 철문을 열고 나가니, 그곳은 지옥이었다.
여의도 곳곳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하늘은 이미 푸른하늘이 아니며 바닥에는 아직 화학작용제가 남았는지 흰연기가 아욱하며 국회의원들이 쌈박질하던 의사당은 천장에 구멍이 났으며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거품을 물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있다, 이게 지옥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로 우리는 정신없이 달려갔고 내 눈앞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 쓰러져있다. 도대체 왜 이 시국에 왜 여기서 왜 왜 왜 어째서! 명찰을 얼핏보니 김한수, 곧바로 아트로핀과 옥심을 허벅지에 때려 박는다. 한수야 정신차려라 어서 내 팔에 기대라. 좀만 버티자, 저기에 우리 집결지에 군의관이 있다. 제발, 제발..... 그러던차에 한수의 팔에서 힘이 빠진다. 아니다 착각이다. 정신차리자. 좀만 더 가면 군의관이 있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고 깨닫는데에는 오레 걸리지 않았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세상이 조용해진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 내게 들리는 소리는 오직 찰칵하는 셔터 소리뿐.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저 난 쉬고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주저앉았을까, 어쩌면 잠깐일지도 모른다. 그의 시신을 들고 집결지로 돌아가니 군의관이 야전침대 위에 누워있는 일병녀석한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예비역 틈바구니에서 20살에 갓입대한 현역 꼬맹이는 아저씨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고 있었던 놈이었다. 근데 그 놈이 왜 누워서 저러고 있는가...? 방독면은 어디에 던져두고 저리 누워있는가? 그렇게 멍하니 서있던 내게 다가와 한 아저씨가 사정을 설명해주니 이유인 즉슨 저놈이 민간인을 구조하다 그를 살리려고 방독면을 벗어다 씌워줬다고 한다. 그러고는 그 옆에 누워있는, 하지만 분명히 숨쉬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 방독면을 벗어줬으면 한수는 살았구나. 멍청한놈, 작용제가 남은게 뻔히 보이는데 주사 몇방 놨다고 살았겠는가..!! 그걸 정녕 몰랐단 말인가..!! 아니다, 나는 분명 알고 있었다. 그저, 내가 죽는게 무서웠을 뿐. 그저 그 뿐이다.
내가 김한수를 죽였다.
이 글은 나의 회고이자 고백이요, 유서다.
미안하다 한수야, 내가 너를 죽였다. 내가 용기가 없어 너를 죽이고 말았다. 부디 나를 용서하지 말고 그저 나는 이제서야 죗값을 치루련다.
누가 한강에 던져진 내 시신을 찾거든 불에 태워 여의도 강변에 뿌려다오. 나는 거기서 억울하게 죽은 한수의 넋을 위로하련다.
내 시신을 찾지 못했거든 그저 내버려 두어라. 난 그저 그자리에서 여의도를 지켜보련다.
다음 뉴습니다. 오늘 아침 마포대교에서 한 참전용사가 투신, 자살했습니다. 그는 전쟁당시 서울에 화학공격이 있던 날 한 생존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유서로 남겨 더욱 더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한석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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