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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0세기는 독일의 시대일 수도 있었다"

ㅇㅇ(1.224) 2019.06.04 00:57:35
조회 264 추천 0 댓글 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302021165&code=960205


“20세기는 독일의 시대일 수도 있었다” 레몽 아롱

“20세기는 독일의 시대여야 했다” 노먼 캔터

“연합군이 승리한 것은 우리 독일 과학자들이 그들이 보유한 독일 과학자보다 더 우수했기 때문” 윈스턴 처칠

“독일인이 되지 않고서 음악가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 토마스 만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일까. 미국이 배출한 인문학자, 과학자, 예술가의 이름을 꼽아보면 그렇게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프랑스 작가 레몽 아롱은 “20세기는 독일의 시대일 수도 있었다”고 했고, 캐나다 출신의 역사학자 노먼 캔터는 “20세기는 독일의 시대여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학계, 예술계의 부흥도 기실 2차대전 당시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인들에 힘입은 바 크다. 윈스턴 처칠의 군사보좌관 이언 제이컵스는 “연합군이 승리한 것은 우리 독일 과학자들이 그들이 보유한 독일 과학자보다 더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피터 왓슨은 한 손으로 들기조차 버거운 방대한 책 <저먼 지니어스>에서 지난 250년간 독일인들의 활동상과 그들이 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살폈다.


저자가 ‘독일 천재’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한 시기는 18세기 중반이다. 고대 그리스·로마가 첫번째, 14~15세기 이탈리아가 두번째였다면 이 시기의 독일은 유럽의 세번째 문예부흥기였다. 독일 르네상스는 대체로 바흐의 활약기에서 시작한다. 1747년 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궁정 악사의 정기 연주회에 바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자 “여러분, 바흐가 이곳에 왔소!”라고 흥분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토마스 만은 “독일인이 되지 않고서 음악가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라고 말했다는데,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바그너로 이어지는 독일어권 작곡가의 면면을 보면 토마스 만의 언급이 허세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뿐 아니다. 칸트, 헤겔, 니체,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의 철학, 릴케, 하이네, 괴테, 헤세, 브레히트의 문학, 멘델,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의 과학, 그리고 마르크스, 베버, 프로이트, 융, 아도르노, 루카치, 벤야민, 하버마스, 아렌트의 업적을 빼고 근대와 현대 세계를 논할 수 없다. 왓슨은 2차대전 중 독일 망명자들이 미국인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름만 거론해도 알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지식인들의 명단”을 제시한다. 업적에 대한 설명 없이 이름만 나열한 그 명단이 한 쪽을 넘어간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던 독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어떤 학자들은 유럽에서도 독특한 독일의 근대화 과정을 ‘존더베크’(특수노선)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17,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무혈의 혁명이 일어나 사회구조가 바뀔 때, 독일의 귀족들은 권력을 유지했다. 이 시기 독일에선 최초의 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했고, 이곳을 통해 인텔리겐차 즉 ‘교육받은 중산계층’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18세기 독일엔 50여개의 대학이 있었는데, 같은 시기 영국엔 2곳뿐이었다. 교육도 활발했다. 프로이센은 1820년대부터 7~14세 아동의 공교육을 의무화했다. 정치 영역에서 이상을 펼치지 못한 중산층은 문화 영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펼쳐나갔다. 이들은 “문화를 정치에 대한 고상한 대체물로 본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독일인 특유의 ‘내향성’을 배양시켰다. 신앙심을 밖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내면적 신념과 연계시키는 루터주의는 독일인의 심성에 뿌리박았다. 언급된 많은 독일 천재들이 루터주의 목사의 자제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칸트의 직관, 니체의 의지, 프로이트와 융의 무의식 모두 내면에서 찾아야 하는 실체다. 괴테는 “신이 존재하지 않을 때 삶의 목표는 과거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독일인의 교양은 내향적 수양의 결과였다. 독일인들이 외적인 유용성을 띤 ‘문명’보다, 지적·종교적·예술적 가치를 가진 ‘문화’에 자부심을 느낀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독일인들은 주변의 ‘문명국’에는 별다른 부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독일과는 2차대전의 적대국이었던 영국인이 나서서 독일의 천재들을 찬양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왓슨은 나치즘의 원죄 때문에 독일의 문화적 전통에 눈감고 있는 영국인들을 다그치는가 하면,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를 원용해 홀로코스트에 대해 “기억해야 할 의무와 동시에 망각할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1933~1945년 나치 12년 집권의 나쁜 이미지 때문에 250년에 걸친 독일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독보적인 지성과 예술성은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허망하게 막을 내린다. 1933년 히틀러가 총리로 선출되기 이전, 독일은 베토벤, 하이든, 바흐의 음악을 낳은 나라, 릴케, 괴테, 헤세의 문학이 탄생한 나라,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탄생한 나라였다. 하지만 이후 1939년까지 해외로 망명하거나 집단 처형장에 끌려간 독일의 작가, 예술가, 과학자의 수는 6만명에 달한다. ‘저먼 지니어스’의 저자 피터 왓슨은 독일의 고급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민족주의가 출현하는 배경이 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사라져버린 독일 천재들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이 죽거나 도망가지 않았다면 역사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기자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이었던 피터 왓슨의 ‘저먼 지니어스’는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독일 천재들의 활동을 과학ㆍ음악ㆍ철학 분야에서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서장에서 명백하게 책의 성격을 설명한다. “독일 천재가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번성했는지, 또 그들이 우리가 알고 있거나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우리 삶을 형성해주었는지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어떻게 히틀러 때문에 파멸했는지에 대해서 짚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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