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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조길 센세가 유협이었다면.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4 21:22:01
조회 508 추천 23 댓글 4
														

1.


마침내 조공이 낙양에 당도해 경도(京都)를 호위하자 한섬은 달아났다. 천자가 맨발로 나와 조공을 끌어안으며 외치길, "그대가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오!" 그리고 절월(節鉞)을 내리고 녹상서사(錄尙書事)로 삼았다.


천자는 낙양이 잔파되었으므로 다른 곳으로 이어하길 원했다. 조공이 동소 등과 논의하여 허(許-예주 영천군 허현)로 도읍하길 권했다.


천자가 말하길, "짐이 보기에 낙양의 북궁과 남궁은 서로 맞물린 형국이라 그 형세가 몹시 경직되어 있어 보기 좋지 않았소. 그리고 주사를 과하게 사용하여 색감이 짙으니 대비가 없어 보기 좋지 않소. 공의 도움으로 나라가 경각에 달한 위험으로 벗어났으니 마땅히 쇄신해야 할 것이오. 또한 배후에 북망산을 두고 있어 풍수적으로는 길지일지 모르나 산세의 어우러짐이 도성과 어울리지 않아 답답함이 있소. 마침 공이 권한 허도는 사방이 트여있고 부지가 넓으니 손 쓸 곳이 많은만큼 자유로이 그릴 수 있는 도화지와도 같소. 하여, 새로운 도읍의 설계는 짐이 하게 해주시오."


조공이 몹시 당황하였다.



2.


천자가 몸소 도읍을 설계하였는데 그 양상이 매우 다채로웠다.


특히 공을 들인 곳은 태액지로 남방의 다양한 식물을 심을 것을 일일이 수종의 이름을 적어 나타내었고, 지하의 돌, 지상의 식물, 산의 모양, 땅의 경사, 각도의 위치, 동굴의 크기는 모두 독특하고 경쾌한 특색을 나타내도록 그려져 있었다.


폭포는 인공적으로 물을 등산하여 "자석벽"이라고 이름 지었다. 가장 높은 산봉우리로 이어지는 계단은 부드러운 돌로 조각하도록 하고 "조진등(朝真磴)"이라 부르도록 했다. 작은 섬은 목련으로 가득 차 "해당천(海棠川)"이라 명명했다.


산 사이에는 신중하게 구축된 세 개의 동굴이 있으며 이는 엷은 수풀로 둘러싸여 있고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중간에는 정자가 지어져 있으며 모든 문과 창은 나비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이 동굴 군을 "벽허동천(碧虚洞天)"이라 하도록 명했다.


양화문으로 정원에 들어가면 먼저 여십 그루의 초롱나무가 맞이한다. 초롱나무 사이를 지나면 남쪽에서 온 야자수가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 나타내니 흡사 신선이 머무르는 무릉도원의 재현과도 같았다.


조공이 설계안을 보고 간청하였다. "사세가 평안하지 않은데다 나라가 궁핍하니 억만금을 들여 궁궐과 후원을 지을 수 없습니다."


천자가 답하였다. "이조차 줄인 것이오."


그리고 덧붙이기를, "공이 원소를 무찌르고 나면 여유가 생길테니 그때 공업을 크게 일으키면 되지 않겠소?"


조공이 몹시 황망해 하면서도 끝내 천자의 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3.


하루는 조공이 장계를 올렸는데, 천자가 다른 문건을 살피며 몹시 골몰하고 있었다. 조공이 궁금하여 묻기를, "무엇을 그리 살피고 계십니까?"


천자가 답했다. "마침 잘 왔소. 이 글씨체가 어떠하오?"


조공이 살펴보고 답하기를, "겉보기에는 아름다우나 기개가 없고 가냘프니 아녀자의 글씨체로는 어울리나 영웅의 것은 아닙니다.


천자가 정색을 하고 말하길, "그대가 예술을 몰라서 그렇소."


아흐레 동안 천자는 조공의 문안과 접견을 거절하고 조례에서도 외면했다.


이후 밝혀지기를, 천자가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여 수금체라 명명한 것이었다. 조공은 수금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예서를 고집했으나, 이내 조정에 널리 퍼져 큰 유행이 되었다. 하루는 조공의 아들 조식이 수금체로 시문을 지어 널리 칭찬을 받았다.


천자가 진본을 입수하여 조정 대신에게 돌려 읽도록 한 후, 조공을 불러와 말했다. "공과 달리 공의 아들은 예술을 아는구려!"




4.


천자는 그림에 능했는데, 몸소 붓을 잡고 벽에 나무를 그리면 나비와 새들이 날아와 머리를 부딪힐 정도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경대신들의 자제들을 불러와 그림을 가르쳤다. 신하들이 황망해하며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조공의 아들 조충은 어릴 때부터 천자가 몹시 아끼며 직접 기초를 가르칠 정도였다.


조공은 아들이 그림에만 몰두하는 것을 못마땅하여 꾸짖었다. "군자의 덕목이 그림에만 있는 것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있단 말이냐?"


그 말을 전해들은 천자가 조충을 불러내어, 그때부터 시 짓는 법과 필법 또한 함께 가르쳤다. 그리고 말하길, "병법은 네 아버지에게 배워도 되겠으나, 다른 것은 짐에게 배우는 것이 옳다."


뒤늦게 조공이 아들을 가르쳤으나 이미 천자의 기예가 몸에 익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조공이 탄식하며 말했다. "호랑이에게 고기를 맡겼구나!"





5.


황제가 여러 차례 채근하니, 마침내 원술을 토벌하고 돌아온 조공이 대대적인 공업을 일으켰다. 각종 노역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일을 하는 사람은 수만 명이었다. 공경(公卿)과 그 이하의 관원ㆍ학생에 이르기까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황제조차 친히 흙을 파서 그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허도 근처의 흙이 좋다고 하며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구웠다. 조공을 비롯한 신하들이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황제는 진기한 기법으로 그릇을 만들었는데 그 색이 옥과 강물을 닮은 청람색 혹은 비색이었다. 신하들이 신기해하며 자신들에게도 하사해줄 것을 은근히 바라였지만, 황제는 완성된 그릇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모두 부숴버렸다. 신하들이 아까워하며 어찌하여 부수냐고 묻자 답하기를,


"짐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비가 내린 후 구름 사이에 있는 맑고 푸른 하늘색이오."


이후 그릇이 완성되니 시문을 새겨서 조공에게 보냈다. 조공이 몹시 감격하고 기뻐하며 주변에 말했다. "화씨벽을 얻은 시황제도 나만큼 기쁘지는 않을 것이오!"


동승이 그 말을 듣고 분개하여 황제를 충동하였다. "조공이 스스로를 시황에 빗대니 실로 무도합니다. 흉중에 발칙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니 늦기 전에 도모하여야 합니다."


황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몰래 의대에 글을 숨겨 조공에게 전달하였다.


다음 날 동승이 무리와 함께 처형 당했다.





6.


원소의 무리를 토벌한 후, 조공은 오환의 무리들을 격멸하러 원정을 떠났다. 이에 황제가 반색을 하며 치하하길, "북방의 이적들은 몹시 사나워 길들일 수 없소. 마땅히 삭초제근 해야 하오."


황제가 정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처음이라 조공이 내심 두려워했다. 그러나 황제가 재차 사람을 보내어 구석과 가절월을 내리며 오환의 무리들을 주멸할 것을 명했다. 또한 유표, 손권 등에게도 조서를 내려 조공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이 듣지 않자 강경한 어조로 글을 꾸며 격렬히 꾸짖었다.


이후 조공이 오환을 평정하고 돌아오자 크게 치하하고 위공의 작위를 내렸으며 조공의 딸을 귀인으로 맞이하였다.



7.


천자는 시서화 뿐만 아니라 다도와 음률에도 재주가 깊어 그에 관한 책을 여럿 남겼다. 하루는 조공의 아들 조비가 잘못을 저질러 집 밖으로 쫓겨나는 벌을 받았는데, 황제가 내시를 보내어 궐에 들이고 경전, 문학, 미식, 예술에 대한 자전을 쓰는데 기여하도록 했다. 형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궁금해하던 조식이 뒤늦게 그 소식을 듣고 황급히 입궐하여 역할을 청했다.


이후 조비는 천자를 편히 여겨 자주 탄기를 겨루었고, 조식은 천자와 함께 태액지를 거닐며 서, 론, 시, 부를 쓰고는 했다.


조공은 손권을 토벌할 계획에 골몰하던 차에, 근래 아들들의 행방을 깨닫고는 몸져 누워 사흘 동안 앓았다. 황제가 친히 약방문을 써서 태의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8.


조공의 아들들은 모두 재주가 뛰어나, 조공은 누구에게 가문을 잇게 할지 고민하였다. 그러다 천자가 있는 북쪽을 바라보고 탄식한 다음, 조비로 하여금 위공의 작위를 잇게 했다. 이는 평소 조식을 아끼던 태도와 달라 모두 의아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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