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이번 사에카노를 보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동안 수차례 봐온게 있어서 한마디 씀.

어느 시즌이나 압도적인 성능 또는 일부 덱에서 대처 불가능한 기믹으로 인해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대상이 되는 타이틀은 꼭 있었음.

지금의 사에카노가 그렇고, 이전의 히나로지, 선샤인, 소아온, 모노가타리 등등 

항상 그 위치에 서는 타이틀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특정 덱을 상대하기 부담스러워 한다고 해서 

딱히 본인이 그 덱을 플레이 하는데에 필요 이상의 눈치를 본다거나 

맘편히 굴리려고 금제나 카운터 기믹이 나와서 약해지는 것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봄.

특히 성능만을 보고 그 덱을 구한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고 구했는데

우연히 티어덱이 된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바이스는 기본적으로 덕질의 연장선에 있는, 다른 메이져 TCG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게임이다.

보통 좋아하는 작품의 참전을 기다릴 때도, 부스터 발매 소식에 예약을 걸 때에도 

해당 작품이 세계관 최강자가 될거라고 기대하기보다는 발매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강하게 나와주면 더 좋겠지만, 약하건 강하건 좋아하는 작품으로 게임을 한다는게 일단 중요한 것.

거기서 좋아하는 작품이 강하게, 그것도 너무 압도적으로 나와버린 경우는

특별히 주변 눈치를 볼 부분이 아니고 운이 아주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함.

티어덱이 되고 싶어도 카드풀의 한계로, 환경의 분위기로 인해 강해질 수 없는 타이틀이 즐비하다.

이들과는 달리 티어덱의 포지션에서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타이틀에게 이 시점에 주어진 일종의 특권이자 축복이라고 봄.

부시로드가 칼을 빼들면 어느 시점에 그런 '단기간의 특권' 이 사라질 수 있고

제한이나 견제의 정도에 따라 티어 게임에 발을 들이밀기 힘든 수준이 될 수도 있음.

혹은 특별한 제한 없이도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밀려날 수도 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잘 없게 될 것이고 또 다른 타이틀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

하지만 마음은 편할지언정 예전에 누릴 수 있었던 특별한 재미는 더이상 느끼기 힘들 것이다.

그저그런, '한 때 강했던'  고만고만한 타이틀로 흘러갈지도 모름.

때문에 본인의 덱이 지금 티어덱으로 위치하고 있다면

남 눈치를 보며 움츠릴 것이 아니라, 한번이라도 더 굴려보면서 

그 순간을 더욱 즐겨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정말 보기 안타까웠던 모습인데,

지인 중 고블린 슬레이어를 예전부터 많이 좋아해서 참전 소식에도 한껏 들뜨고

박스도 직접 까서 덱을 맞춘 사람이 있었음.

그런데 고슬이 너무 강하게 나와버려서 티어덱으로 주목받게되자 

상대방 눈치가 보여서 프리 게임에서도 사용을 주저하는 모습이 몇번 보이더니

결국 오래 안가서 본인도 부담스러운지 덱을 팔아버리더라고..

바이스 하는 사람들 중에 마음이 여리고 남들 싫어하는 행동 잘 안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남들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본인의 덕심을 억누르거나 

일정 부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분명 더 있을거라고 봄. 

혹시나 그런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내가 한가지 더 짚어주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정말 싫어하는건 강한 타이틀이 아니라, 

그걸 쥐고 상대방이 기분 나쁘도록 살살 긁어대는 빌런들의 잘못된 태도라는 점이다.

조용하게 자기 좋아하는 덱 즐기면서 플레이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티어덱을 쥐건 약덱을 쥐건 상대방 기분에 거슬리지 않도록 매너를 지키는 편이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플레이 하게되면, 아무리 악명 높은 덱이라고 해도

차분히 공략 방법을 생각해보면서 '도전' 해보는 느낌으로 나도 나름 즐겁게 게임 할 수 있음.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덱을 공략해보는건 그때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도 볼 수 있기 때문.

반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끔 플레이 하는 사람들은 

어떤 덱을 쥐고 있어도 귀신같이 상대방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대단한 능력이 있음.

대체로 본인의 실력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케이스가 많고, 

스스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몰라도 꼭 주변에 그런 어필을 계속 하는 편이다.

때문에, 그런 사람이 티어덱을 쥐고 그런 언행을 보이면

상대하는 입장이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더욱 꼽게 보일 수 밖에 없음.

'니가 특별히 잘하는게 아니라 지금 시기에 그 덱이 특별히 강한 것이다' 라는 것을

빌런이 깨달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런 마음이 결국 

'그 덱이 특별히 강한 덱이다', '금제를 먹어야 한다', '상대하는데 기분이 나빴다' 하는

빌런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코멘트들로 분출된다고 본다.

쓰다보니 괜히 글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본인이 평소에 특별히 모난 태도를 보이지 않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늘 즐겁게 게임 하는 편이라면

괜한 눈치보지 말고 좋아하는 덱으로 편하게 게임을 즐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