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와응애님의 주최로 로제 몰아마시기 모임이 열렸습니다.

솔직히 "로제와인? 굳이 왜 그걸 왜?" 하는 무관심자였습니다만, 견문을 넓히는 차원에서 참석해 봤는데요

이제서야 로제와인의 매력에 살짝 눈을 뜨게 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퀄리티도 높고, 맛도 있고, 무엇보다 각양각색의 색 덕분에 '보는 재미'가 추가되더라구요.

앞으로는 와인샵 갈 때 로제와인 코너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것 같네요.

2022 Domaine Henry Pelle, Menetou-Salon Morogues Rose (피노누아 베이스)

2022 Cirillo Estate Wines, 1850 Ancestor Vine Grenache Rosato (그르나슈 베이스)

2019 Domaine Sylvain Pataille, Marsannay Rose 'Fleur de Pinot' (피노누아 베이스)

이날 여러 종의 로제 및 오렌지와인이 나왔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품질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위의 3종이었습니다. 마침 색도 각각 확연히 차이가 나네요.

와인의 느낌은 색을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색이 옅은 와인은 꽃과 허브 등 프레시한 향 중심에 팔렛도 가볍고, 오른쪽으로 갈 수록 (즉 색이 짙어질 수록) 과실미가 강해지기면서 바디감도 커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뱅 파타이유에서 받은 인상이 가장 큽니다. 특히 팔렛이 좋았는데요 입 안에서 동글동글 굴러가는 실키한 질감과 감칠맛이 훌륭했습니다. 구조감도 아주 라이트한 레드와인급이라고 할 정도였구요. 그야말로 '탈 로제'급 와인. 셋 중 유일하게 내추럴 뉘앙스가 있었는데 때문에 호불호는 좀 갈릴 수 있을 듯 하네요.

그러나 가성비로 보자면 도멘 펠레와 시릴로 (5~6만원대) 가 실뱅 파타이유 (10만원 초반대) 보다 경쟁력이 있습니다. 솔직히 로제에 10만원 이상 태울 의지가 있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의문;;

2006 Castello dei Rampolla, Sammarco

2014 Aristos, Duque d'A

요 둘은 도네로 출제된 블라인드 보틀입니다. 그래서 로제 테마에서 예외였던.

삼마르코는 캡 중심에 산지오베제와 메를로를 약간 섞은 투스칸 블렌드입니다. 품종과 빈티지에서 짐작하실 수 있다시피 폭발적인 숙성미가 매력적인데요, 아쉽게도 시음적기를 지날랑 말랑 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같은 빈티지가 있다면 빨리 드셔야 할 듯.

두케다는 한 마디로 보르도 스타일을 잘 살려서 만든 칠레 캡입니다. 피라진이 붉은피망쪽으로 빠져서 칠레임이 잘 드러나긴 하는데, 전반적으로는 균형잡히고 우아한 쪽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오히려 도네해주신 분께서 '국제적인 트렌드에 맞춰서 만들려 하다보니 다소 전형적인 느낌이 든다'이라는 비평을 해 주시더라는.

모두 한번씩 마셔보고 싶은 보틀이었는데 감사드립니다.

NV Champagne Bernard Tornay, B.T

작은 수입사에서 최근에 들여온 보틀입니다. 기본적인 요소들을 다 갖췄고 특히 레이저처럼 쭉 뻗어나가는 산도가 좋았습니다.

특징이라면 라인업 중 가장 엔트리급인데도 산화 뉘앙스가 좀 느껴지는 편인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3년 숙성된 리저브 와인의 비율이 30%이고, 보틀 에이징(앙금숙성)도 3년 진행한다고 하네요. 꽤 아낌없이 쏟아붓는 생산자인 것 같습니다.

6만원 후반대라는, 샴페인 치고 착한 가격에 적당한 숙성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매력포인트인 듯 합니다.

Asconi, Cabernet Sauvignon Ice Wine Rose (22년 10월 출고분)

마트에 가면 스위트 와인 코너 구석탱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2만원대 와인인데요

'몰도바'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로제' '스위트(아이스 와인)'입니다.

여러모로 안 팔릴만한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는데;; 모임의 테마가 로제 와인이라서 들고간 것입니다. 아마 저도 이런 계기가 없었다면 별로겠지 하면서 구매하지 않았을 와인 같습니다.

그래서 선입견이 생길까봐 블라인드로 서빙했고, 생각보다 품질이 좋아서 라벨을 공개하고 나서 모든 분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복합미까지 기대하긴 어렵지만, 아이스와인스러운 퓨어한 단맛이 매력적이고 높은 당도(170g/L)와 산도(8.2g/L)를 갖춘 기본기가 좋은 스위트입니다.

저렴한 가격대에서 만족스러운 와인을 찾기가 참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발견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마도 생산지가 몰도바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성비일 수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