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와 다이스케 作

 「미스터 아짓코 2」 (국내명: 미스터 맛짱 2) 중에서

'그리고 요리하는 사람의 자부심 운운하는데, 좋은 재료를 쓰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오히려 나쁜 재료를 얼마나 맛있게 조리하느냐가 요리의 역사잖아? 예를 들어 프랑스의 가정 요리인 포토프는 딱딱해진 자투리 고기와 쓰고 남은 채소를 먹기 위해 고안해낸 요리야.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았던 옛날... 나쁜 재료야말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였어. 그 나쁜 재료를 맛있게 먹게 만드는 것은 속임수가 아니라 정당한 요리 기술이야. 햄버그 스테이크도 마찬가지야. 딱딱하고 남은 고기를 부드럽게 먹기 위해 연구한 요리지. 좋은 재료를 써서 원하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요리사의 자부심이라고? 그것은 미숙한 햇병아리 요리사의 교만함이야. 우리가 옳다는 것은 이 많은 손님들이 증명해주고 있어.'

'예전의 저라면, 그런 말에 쉽게 넘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안 속아요! 그 이론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손님에게 맛있는 요리를 먹이고 싶어하는 요리사의 마음이 있을 때 성립되는 겁니다. 당신들은 단순히 싸게 팔아서 돈을 벌고 싶을 뿐이예요. 유리네 집 채소를 싸게 구입하려는 걸 보면 알아요. 정말로 손님과 농가를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은 못할 겁니다! 

'요리따위,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니까.'

'뭐...?'

'요리는 배탈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위생관리와 대충 먹을 정도의 맛만 있으면 돼. 그 이상의 애정이나 성의라는 건 만드는 쪽의 강요와 주제넘은 오만이야. 그리고 요리에 성의와 애정을 담았다고 하는 요리사의 태반은 기술과 재능 부족을 변명하는 것에 불과해. 먹는 쪽인 손님도 정말로 맛을 알고 요리를 좋아하는 자는 거의 드물어. 미식가 행세를 하여 고급 음식점에 다니는 고객의 대부분은 단골인 척 하며 돈을 펑펑 쓰면서 자기 기분에 취해있을 뿐이지. 맛을 아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오직 손님의 주머니 만을 노린 이런 맛없는 가게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뭐지? 경기가 조금만 나빠지면 값싼 조악한 음식점만 잘 되는 이유가 뭐야? 맛도 모르면서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내는 손님한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생각해본 적 있어? 이 세상에는 요리사 따윈 필요없어.'